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1)
마존현세강림기-372화(371/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23화)
5장 정리하다 (3)
“왜 안 나와?”
“글쎄요.”
대충 상황을 정리한 방진훈이 건 물 안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을 당하거나 한 건 아니 겠죠?”
“……설마요.”
그래, 설마겠지.
이미 강진호가 영남회의 마수에 터널에 깔려 버린 전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강진호가 민간인을데리 고 있고, 그러한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강진호를 위기에 빠트리는 것은 불가능 했다. 적어도 지리멸렬해 버린 영남 회의 힘으로는 말이다.
‘넋이 나갔네.’
딱히 묶어둔 것도 아니건만, 영남
회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 고 앉아서는 멍하니 건물 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방진훈 자신 같으면 강진호가 나 오기 전에도망칠 방법이 없나 고심 했을텐데, 그런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충격을 먹어도 단단히 먹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슬슬 정신이 돌아올텐데.’
슬슬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하면 저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강진호가 이곳에 있다면 절대 반발하지 못하겠지만, 강진호
가 건물 안에 있는 이상은 단체로 들고일어나도주를 시도할 수도 있 었다.
그랬다가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방진훈이 조금은 초조한 시선으로 건물 안을 바라보았다.
‘여하튼 간에 진짜.’
뭔 일을 남겨도 이런 식으로 남기 고 간단 말인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못해서 드럼 치고 헤드 뱅잉까지 해서 상황을 정리해 놨다는 것이야 알지만, 이왕 할 거면 마무리 프리즈까지 깔
끔하게 해주고 갔으면 오죽 좋은가.
“……빨리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요.”
“이유가 있겠죠.”
조규민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가서 좀데리고 나오시면 안 됩니까?”
“제가요?”
“……솔직히 저 좀 쫄리거든요?”
“ 네?”
방진훈이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평소 같으면 제가가서데리고 나와도 될텐데, 오늘 그 인간 열 받은 걸 보니 괜히가서 말 걸었다
가 칼 날아올까 봐 좀 겁나서……
“그렇게 대책 없는 사람 아닙니다.”
‘너야 그렇게 생각하겠지.’
다른 사람 열 명한테 물어봐라, 뭐라고 대답하나.
강진호와 신뢰 관계를 갖추고 있 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조규민 이었다.
조규민은 되레 강진호가 주변을 활용하지 않고 혼자 날뛴 것이 영 불만이라는 얼굴이었다.
‘이 인간도 정상은 아냐.’
표정을 보아하니 강진호가 나오기 만 하면 잔소리를 한껏 늘어놓겠다는 심산 같은데, 그 강진호의 모습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인간도 어딘가 나 사가 빠져 있다는 증거였다.
“어쨌든 간에……”
아마 지금쯤이면 김석일은 이 세 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좋은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한 국의 무인계를 풍미해 온 거성이 진 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방진훈은 복잡한 시선이 담긴 눈
으로가만히 건물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다고?
이현수가의문에 찬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를 왜 살려둔다는 말인가.
써먹기 위해서?
아니면…….
‘이 인간은도무지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가 없군.’
모든 사람들은 정형화되어 있는 일정한 자기만의 룰에 따라서 움직
인다고 생각하는 이현수에게 강진호는 미지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강진호의 행동은 항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예상을 빗나간다.
“살려뒀다는 말입니까?”
“그래.”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죽음이란 걸 경험해 본 적 있 나?”
“……아니요. 그 누구도 살아 있는 채로 죽음을 경험하지는 못하겠 죠.”
당신이라면 모르지만.
새삼스럽지만 귀환자인 강진호는
이미 한번, 아니, 두 번의 죽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죽음 직전에 몰린 인간은 공포와 절망에 시달리지. 하지만 막상 그 죽음이 다가오게 되면 조금은 편안 해지기 마련이야.”
“예.”
“특히나 김석일과 같은 부류는 더 하겠지. 내 손에 쥐어뜯기는 동안 김석일은 무엇을 바랐을까?”
‘죽고 싶었겠지.’
죽어야 비로소 그를 흐느끼게 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테니 까.
“그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해줘야 할 이유는?”
“ 당신은……
이현수가 심호홉을 하고 입을 열 었다.
“과도하게 잔인합니다.”
“그럴지도.”
“김석일이 당신을 노린 것은 사실 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실제 받은 피해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되레 그 덕분에 막대한 이득을 얻었습니다.”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면 그에게 죽
음조차 허락지 않은 것은 너무 잔인 한 일 아닙니까?”
강진호가 아무 말 없이 이현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현수는 강진호의 행동의의미하는 바대로 담배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담배를 받아들고 불을 붙인 강진호가 연기를 뿜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 어째서?”
“어째서라니요?”
“싸운다는게 무슨의미인지 알고 있나?”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
은 승자에게 모든 것을 준다는 뜻이 지.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자신이 무 엇을 당해도 변명할 수 없는 거야.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거니까. 내가 김석일에게 당해 바닥 에 널브러져 있어도 너는 내게 ‘혹 시 네가 이겼더라도 상대가 그리 심 한 건 아니었으니 적당해 대해줘’라 고 할 텐가?”
“……그건 아니겠죠.”
“법은 결과로 심판하지.”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난 아냐.”
강진호가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
다.
“굳이 이유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구차하기는 마찬가지지.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뿐이야.”
강진호가 천천히 이현수에게 다가 와가만히 속삭였다.
“왜 김석일을 살려뒀냐고?”
이현수는 알고 있었다.
고개를 그의 귀로 바짝 들이민 강진호의 얼굴을 볼 수는 없다. 하지 만 지금 그는 아마 웃고 있을 것이다. 이현수가 결코 상상도 하지 못 할 잔인한 얼굴로 웃고 있을 것이
다.
“내가 그러고 싶었으니까, 내가 그가 좀 더 고통 받기를 원했으니 까. 그저 그것뿐이야. 잘못됐나?”
“……아니요.”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그것이 힘을가진 자의 특권이었 으니까.
설령 김석일이 아무런 죄 없이 강진호에게 그런 꼴을 당했다고 하더 라도 누가 감히 강진호에게 당신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왕이고, 폭군이었다.
“그럼 저를 살려두는 것 역시 당
신이 그러고 싶기 때문입니까?”
“음…”
강진호가 태연하게 몸을 돌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조금 전 보인 그 감정이 거짓말인 것처럼 강진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날카로운 턱 선이 거친 느낌을 주 기는 하지만, 평소 강진호의 얼굴은 타인의 호감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 었다. 그 사실이 이현수를 좀 더 혼 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생각도 해보 지 않았다는게 맞겠지.”
“내게 너는 그 정도의의미야.” 세상에 수많은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어떤 말을가 져 온다고 해도 지금 강진호의 말보 다 이현수의 자존심을가차 없이 짓 뭉갤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굴욕감이 이현수의 전신을 채웠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의미 있는 인간이 되면 되겠군요.”
적의를 품고 자신을 바라보는 이 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 고 웃었다.
“기회를 주지.”
“……기회?”
“영남회를 수습해서 네 것으로 만 들어.”
“당신의 것이나 다름없는 영남회를 제가 굳이 수습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래.”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직을 만들고 통제하는데는 딱히 재능이 없는 인간이야. 이 미 실패한 경험도 있지. 나는 나를 과대평가하지 않아. 할 수 없는 것
은 할 수 없는 거니까.”
이현수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싸 늘한 느낌을 참아내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강진호쯤 되는 인간은 오만해도 된다.
아니, 오만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오만하게 들릴 만한 말도 강진호가 하게 되면 그러 려니 하게 될 테니까. 강진호는 그 럴 만한 자격도, 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처음 보는 이 현수의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아무 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인정하고 있
는 것이다.
그 사실이 이현수를 더욱 떨리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포장하려고 하는 인간은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스 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이들은 약점이랄 것이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약점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니 까.
“그래도 방진훈 회주가 있을텐데요.”
“가능할까?”
“……쉽지는 않겠죠.”
“적당하게 엮어서 그저 숨을 쉬게
만들어놓는 정도는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뿐이어서야의미가 없지. 그는 훌륭한 사람이고, 능력도 있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수십 년간 적대 하던 세력을 자신의 세력과 동화시 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냐. 누구도 그런 건 쉽지 않겠지.”
“예.”
강진호의 말은 틀린게 없었다.
강진호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방진훈이 할 수 있는 일은 심정적으로 전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강진호의 위상을 이용하여 찍어 누 르는 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
히 대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 만.
“그저 같은 이름으로 묶여 있다고 해서 좋은 건 없어. 되레 세력을 나 눠놓았을 때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도 벌어지기 마련이지.”
“……그래서 당신은 나를 영남회를 움직이는데 쓰겠다는 겁니까?”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요?”
“이미 말했을텐데?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당신은 나를 잘 알지 못하잖습니
까. 내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 한다면?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다면? 아니면 내가 배신한다면?”
살짝 흥분하여 고함에가깝게 나 와 버린 이현수의 말에도 강진호는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볼 뿐 이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네게 뭔가를 기대한다고 생각하지 마. 그저 귀찮으니 아무나 앉혀놓는 것뿐이야. 네가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때 다른 이를
앉히면 되는 거지. 배신한다면? 그야 네가 더 잘 알고 있을텐데?”
강진호가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스로에게 자꾸의미를 부여하 려 하지 마. 너는 일개 조무래기일 뿐이야. 지금으로서는 죽일가치도 없는 조무래기 말이야. 스스로의가 치를 증명하고 싶다면 내가 군소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영남 회를 수습해봐. 그럼 네 이름 정도는 기억해 주지.”
미소를 지으며 옆을 스쳐 밖으로 나가는 강진호.
이현수는 차마 그를 돌아보지 못 했다.
머릿속으로 차오르는 분노와 굴욕 감, 그리고 반박할 수 없는 정론에 대한 무기력함이 그를 괴롭히고 있 었다.
‘빌어먹을.’
강진호의 손에 죽거나, 아니면 강진호의 제안을 받아 그의 밑으로 들 어가거나.
어느 쪽이 되더라도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강진호에게 죽는다면 자신이 강진호의 분노를 살 만한가치가 있는
인간이라는의미고, 영입을 제안한다면 그 이상의가치가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건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강진호에게 자신은 굳이 죽일 필 요도 없는 인간이었을 뿐이다.
길가에 개미가 기어간다고 해서 그 개미를 굳이 죽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으니까. 개미를 죽이든 그 저 내버려 두든 거기에는 이유가 필 요 없다.
단순한 변덕으로 삶과 죽음이 결 정되는 위치.
그것이 지금 이현수의 갖고 있는가치였다.
‘오냐. 기억하게 해주지.’
이를 악문 이현수가 한참 동안 그 렇게 몸을 떨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