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2)
마존현세강림기-373화(372/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24화)
5장 정리하다 (4)
“나옵니다.”
“그러네요.”
조규민과 방진훈이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강진호를 보았다.
“얼씨구? 옷까지 갈아입었네?”
“그 꼴로 그냥 나오시길 바란 건 아니겠죠?”
건물로 들어갈 때의 강진호의 상 태를 생각해 본 방진훈이 과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제발요. 저 심장 약하거든요.”
“방 회주님이요?”
“원래는 제가 몸뚱아리 튼튼한 거 말고는 딱히 장점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인데, 저 양반을 알고부터 제가 간이 좀 왜소하고 심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반박을 못하겠네요.”
방진훈의 논리대로라면 본인도 심 장이 약한 사람으로 분류되어야 한
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조규민이가만히가슴 쪽을 움켜쥐었다.
오늘 같은 일이 한번만 더 벌어 진다면 심장마비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참.”
조규민이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겁니까?”
“……정리요?”
방진훈이 박살이 나버린 대연무장 과 구석에 우르르 몰려 있는 영남회 원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이걸 뭐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한
다는 거지.’
한번도 전쟁의 결과가 이렇게 나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통 전쟁을 하러가면서 그 뒤처리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법이니까.
“일단은 뭐,의견을 물어보죠.”
“그래야죠.”
어차피 이 일을 어찌 정리할 것인 지도 강진호의 말이 어떻게 나오느 냐에 달려 있다.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강진호를 보며 조규민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엄청 개운한 얼굴인데……
“그래요?”
“스트레스 제대로 풀었다는 얼굴 인데요. 소름 돋네, 진짜.”
“ 하. 하. 하.
방진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 해소법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강진호의 스트레 스 해소법은 확실히 문제가 좀 있었다.
“기다리셨네요.”
“아, 뭐……
그렇게 평범하게 말하지 말라고!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오는 이 청년이 조금 전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를 떠올리자, 세상 이 암담하게 느껴지는 방진훈이었다.
“대충 다 끝난 것 같은데, 할게 남았나요?”
“네?”
방진훈이 얼떨떨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 때문에 지금 다들 기다리고 있던 건데.
“아뇨. 뭐, 딱히 할일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가죠.”
“ 예?”
“가자구요. 여기서 할게 더 없다 면서 요?”
“그, 그렇긴 하지만……
뭔가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럼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방진훈이 한쪽에 무릎을 꿇고 앉 아 있는 영남회원들을가리키자, 강진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하다뇨?”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냐고!
방진훈은 울고 싶어졌다.
“데리고가서가두기라도 하실 생각이에요?”
“저 사람들을가둘 수 있는 감옥 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그런 감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만 한 사람들을 수용할 크기의 감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뭘 고민해요. 그냥 놔두 고가면 그만이지.”
“ 아니……
뭔가 말을 하려던 방진훈의 팔을 조규민이 잡아챘다.
“잠시만요.”
조규민이 방진훈을 뒤쪽으로 끌고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단 진정 좀 하시고.”
“……뭔 말은 하는 건지 모르겠어 요. 왜 저런답니까?”
“사고 차이가 있는 모양이네요.”
“사고방식이요?”
“정확하게는 인식이라고 해야 하 나? 여하튼 지금 방 회주님은 이걸 총회와 영남회의 전쟁이라고 생각하 시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강진호씨는 아무래도 그 냥 영남회가 자기를 건드렸으니까
한번 제대로 뒤집어엎으러 온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할 건 다 했으니까,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죠.”
“헐……
제 분은 다 풀렸으니까 남은 일은 알 바 아니라는 건가?
“이 기회에 영남회를 접수하지 않 구요?”
“아니죠. 그럼 좋죠. 그런데 그건 자기가 할일이 아니라는 거죠.”
“머리 좀 뜯어봐도 됩니까?”
“힘이 되신다면.”
물론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을 리 없으니, 방진훈은 힘없이 고개를 숙 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인간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었 나.’
한숨을 한번 쉬고 나서 강진호에게 다시 다가간 방진훈이 울상을 지 었다.
“그래서 저 사람들을 그냥 두고가자는 겁니까?”
“데리고 갈 필요가 있나요?”
“강진호씨, 이건 영남회를 통합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통합하면 감당은 하실 수 있구 요?”
“에……”
방진훈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 했다.
처음 그의 생각은 한바탕 전쟁을 통해서 완전히 굴복한 영남회를 총 회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는데, 이건 상황이 조금 달랐다.
‘쟤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강진호가 날뛴 덕분에 저들이 다 들 항복하기는 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 해도 총회보다는 그 수가 많 았다. 그저 수가 많은 것뿐 아니라
가진바 실력도 객관적으로 총회의 무인들보다 뛰어났다.
‘너무 많이 남았어.’
과거 징집병들이 전쟁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전방에 선 일 할만 죽어도 남은 이들이 다들 뿔뿔이 흩어져도 망가기 일쑤였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었다.
남아 있는 이들만 보면 이들이 왜 패잔병인지 이해가가지 않는 것이다.
‘일 할이라도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패기를 보여주든가.’
몇 번이나 입맛을 다신 방진훈이
슬쩍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의 성향상 오늘 이 자리를 벗어나 버리면 저들에게 관심을 주 지 않을 것이 빤했다. 강진호의도 움이 없다면 이들을 피해 없이 총회의 전력으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만약 억지로 한다면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총회 안의 독이 되고 말 것이다.
“끄응……”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방진 훈이 결국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먹으면 체한다.’
곱게 먹는다고 소화시킬 수 있는게 아니라면 아무리 먹음직스러워도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내버려 두고가기는 좀 그렇잖습니까.”
“남은 건 이현수인가, 그자가 알 아서 할 거예요.”
“이현수요? 이현수를 만나셨습니까?”
“예. 저 안에서요.”
방진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현수는 무척 음흉한 자입니다. 그런 자를 믿으시……
“믿은 적 없어요.”
“ 예?”
“그냥 알아서 행동할 거라고 생각 하는 것뿐이에요. 자기도 생각이 있 다면 말이죠.”
방진훈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느슨하
뭔가 말을 하려던 방진훈이 입을 닫았다.
생각해 보니 그와 강진호의 관계도 이현수와 강진호의 관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강진호는 그에게 아 무것도 금제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 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방진훈은 강진호의 부하나 된 듯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놈도 별수 없겠지.’
자신이 왜 강진호의 옆에 붙어 있는가를 생각해 본 방진훈은 영남회 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럼 돌아가실 겁니까?”
“ 네.”
“……그, 그럼가시죠.”
“ 네.”
미련도 없이 정문 쪽으로 향하는 강진호를 보며 방진훈이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진짜 간다고?’
뭐가 이렇게 끝난단 말인가.
보통 이런 상황이면 아무리 못해도 저 무릎을 꿇고 항복한 이들 앞 에서 폼이라도 한번 잡든가, 그게 아니라면 저들을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 온갖 짓을 다 하려고 할텐데.
“그, 그런데…… 잠시만요!”
“ 예?”
기어코 강진호를 잡을 만한 생각
을 해낸 방진훈이 당당하게 소리쳤
다.
“그런 어정쩡한 방법으로 괜찮을 까요? 지금이 그냥 보통 상황이라면 시간을 들여 영남회를 정리할 수 있 겠지만, 지금 일본에서 언제 손을 쓸지 모르는 상황 아닙니까.”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그건 괜찮아요.”
“ 괜찮다구요?”
“네. 아마 한동안은 잠잠해질 거 예요. 그게 아니면 굳이 살려 보내 주는의미가 없으니까요.”
“살려 보내줘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바랐지만, 강진호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먼 숲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본 방진훈이 눈을가늘게 뜨며 강진호가 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저기에 누가 있다는 건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저 괴물 같은 놈……
사카츠키는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효용과 관련이 없는 본능적인 행
동이었다.
이 먼 거리에서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만한 능력이 있는 놈의 눈을 피하기에 나무는 너 무도 미약한 엄폐물이지만, 직접적으로 눈이 닿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벌떡이던 심장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보고해야 해.’
오늘 그가 본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 파왔다. 하지만 보고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도에 저만한 괴물이 있다는 정
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들이 입어야 할 피해가 얼마 나 커질 것인가.
‘믿을 수가 없는 일이군.’
무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조선에 서 저만한 무인이 나왔다는 것은 충 격적인 일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오늘로서 저 강진호가 한국의 무 인계를 일통해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소수 문파와 귀환자들 같은 비주류들은 강진호의 영향력을 받지 않겠지만, 드러나 있는 세력을 일통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 었다.
중국도, 일본도 현제 세력들이 몇 개로 나뉘어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통된 한국의 힘은 상상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막아야 한다!’
멀리 몸을 돌려 정문으로 향하는 강진호를 보며 사카츠키가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움직여야 해.’
사카츠키의 움직임은 강진호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그의 힘을 목 격한 이들이 좀 더 신중하게 나올 것이라는 강진호의 예상과는 달리
사카츠키는 구미 측에 지금 당장 움 직여 줄 것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사카츠키는 강진호의 생각 이상으로 현 상황을 위험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강진호를 둘러 싼 영남회와 총회가 안정을 되찾고 결집한다면, 강진호를 치는 일은 더 욱 힘들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본 사실을 그대로 보고한다 면 상부에서도 위험하게 생각하겠 지.’
그렇다면 상부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한국이라는 먹음직스러운 곳을 차지하기 위해서 적대 세력들 끼리마저 손을 잡고 한국으로 몰려 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무리 강진호라고 해도…….
“크르륵.”
“뭐, 뭐야?”
사카츠키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방금 분명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
주변을 마구 둘러보던 사카츠키가 고개를 휘저었다.
‘잘못 들었나?’
하기야 인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
“크르륵.”
사카츠키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 들은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선명한 짐승의 그로울링 같은 소 리가 그의 귓가에 똑똑히 울리고 있 었으니까.
지금 누군가가 그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카츠키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낮은 울부짖음이 들려온 곳은
그의 바로 등 뒤였기 때문이다.
까득, 까드득.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소음을 들으며 사카츠키가 몸을 떨었다.
‘대체 뭐냐……
그리고 그의 귓가에도무지 인간의 것으로 상상되지 않는 괴이한 음 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내 거야.”
사카츠키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가슴을 뚫고 삐죽이 튀어나온 누군가의 손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피에 젖어 시커멓게 보이는 그 손을 말이다.
“킥킥킥킥킥킥, 강진호, 강진호, 강진호, 강진호……
멀어져가는의식을 느끼며 사카 츠키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마치 귀신 같은 누군가의 웃음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