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3)
마존현세강림기-374화(373/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25화)
5장 정리하다 (5)
“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예.”
황정후 회장은 기묘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조규민은 황정후를 재촉하지 않았다. 직접 본 그만큼이야 아니겠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당할일이었다.
“대범함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저 같은 범인이 이해하기는 너무 크신 분이니까요.”
“그건 큰게 아니라……
황정후가 이마를 짚었다.
“끄응, 모르겠다, 모르겠어. 이제 웬만큼은 녀석에 대해서 알았다고 생각하는데, 한번씩은 정말 모르겠 단 말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제 심정이 딱 그렇습니다.”
“ 휴우……
강진호에게 고통받는 두 사람이 서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자네가 한 말이 다 사실 인가?”
“그렇습니다.”
황정후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렇겠지.’
강진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황정후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강진호를 순박한 청년쯤으로 보던 조규민에게 강진호 안에 악마가 숨 어 있다고 경고한 것도 황정후였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강진호가 사람을 벌레처럼 손쉽게 죽여 버렸다는 말
은 처음 듣는 것일 테니, 그 갭에 놀랄 수밖에……”.
“강진호가 그렇게 강하다는 말인가?”
조규민이 떨떠름한 얼굴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그쪽이었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황정후는 강진호가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네, 사실입니다.”
“이상한 일이로군. 그렇다면 강진호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그 많은
무인들과도 차원이 다를 만큼 강하 다는 뜻이 아닌가?”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놀라운 일이로군. 그 나이에.”
“나이와는 별 관계가 없잖습니까. 그는 젊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아니지.”
황정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한번 쌓아봤다고 해서 다시 쌓는 것이 그리 쉬울 리가 있겠는가. 더 높고 더 튼튼하게 쌓을 수는 있을지언정 속도는 별 차이가 없을 것 아닌가.”
“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 혹여 타국에 대해 들은 바는 없는가?”
“타국이 라시면?”
“강진호의 그 강함이 타국에서도 동일한가, 이 말일세. 한국과 외국의 수준 차는 없는가?”
그제야 황정후의 말을 이해한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방진훈 씨와 그 부분 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봤는데, 아 무래도 한국의 무인계는 타국의 무 인계에 비하여 그 영향력이 미약한
모양입니다.”
“그래?”
“예. 전세계에서 한국이가지는 위상에 비한다면 전 세계 무인계에 서 한국이가지는 위상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라더군요. 아무래도 무학 이란게 워낙에 천대받던 풍토가 있 다 보니……
“그렇겠지. 그래.”
무인 출신의 왕이 세운 나라임에도 무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 한 것이 조선의 아이러니였다. 그런 풍토에서 무인들이 제대로 역사를 이어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강진호는? 강진호는 타국에도 통하는 수준이라는 건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 다만?”
“강진호씨가 어디서 맞고 오는 건 상상을 못하겠답니다.”
“낄낄, 그렇기야 하지.”
황정후도 그 광경만은도무지 머 릿속에 그려내지 못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황정후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인 황정후가 천천히 연 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일통이라, 일통……
황정후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
다.
“이게 원래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수 있는 일이던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중걸 전대 회주라는 사람도 매우 허탈해하더군요. 자기가 평생을 노 력해도 하지 못했던 걸 강진호는 단 두 달 만에 해버렸다구요. 사실 그 두 달도 온전히 이 일에만 쓴 건 아니었죠.”
“참 여러 사람 당황하게 만드는 녀석이군.”
황정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자네는 이 일의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해.”
“예. 알고 있습니다.”
“정말 알고 있나?”
황정후가 지그시 바라보자 조규민 이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쯧.”
영 탐탁지 않다는 얼굴로 조규민을 일별한 황정후가 묵직한 음성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자네에게 들은 바를 바탕으로 하면, 그 무인
계라는 곳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 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네. 되레 지금까지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오며 암약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무 척이나 크다고 해야겠지.”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세계를 일통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강진호의 영향력이 이 황정후마 저 뛰어넘었다는 것이지. 전역을 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말이야.”
“……그렇게까지는.”
조규민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조규민 역시 강진호의 영향 력이 크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황 정후를 뛰어넘는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황정후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 고 있는 거인이니까.
단순히 재계의 강자가 아니었다. 황정후처럼 존경을 받는 기업인은 흔치 않다. 황정후의 말 한마디, 행 동 하나가 사회에 얼마나 큰 파문을 던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아직 강진호가 황정후를 뛰어넘었다 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멍청한.”
하지만 황정후는 되레 역정을 냈
다.
“아직도 그리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모르기는 몰라도 그 무인계라는 곳이가지고 있는 재력과 인맥은 상상을 초월할 걸세. 강진호는 이제 그 많은 것들을 제멋대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지.”
“아……”
“그뿐 아니네. 그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지. 마음먹고 사회에 손을 뻗는다면 누가 그들을 감당할 수 있 겠는가?”
황정후의 말을 들은 조규민의 얼
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사회와 무인계가 워낙 확연하게 분리되어 있기에 그런 생각은 해보 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방진훈의 말에 따르자면, 해외의 무인계들은 그 사회를 반쯤은 장악 하고 있다고 했다. 정계, 재계, 그리 고 범죄 조직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 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 않았던가.
한국은 아직 그런 수준에는 이르 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의 이야기지.’
영남회와 총회가 서로를 견제하느 라 딱히 다른 곳에 손을 뻗지 못한 무인계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견 제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그 힘이 어디로 향하겠는가.
“보통 일이 아니군요.”
조규민은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진호가 어 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대한민 국 전체가 요동치게 될 것이다.
“힘이란 것은 그런 것이지. 힘을 손에 넣으면 굳이 쓰고 싶다는의지가 없어도 상황이 그에게 힘을 휘두 르도록 몰아가게 되지. 그 힘에 휘
둘리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잃게 돼.”
“……하지만 저는 강진호씨가 힘 에 휘둘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 습니다.”
“그야 나도 그리 생각하지. 하지 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앞으로 강진호가 해야 할일이 더욱 늘어날 거 라는 점이야.”
조규민은 오늘따라 황정후의 뜻을 미루어 짐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조규민의 심정을 아는지 황
정후가 부연을 해주었다.
“기호지세라는 말을 아나?”
“예.”
“강진호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관 계된 곳이 늘어날수록 문제는 더 많 이 생기지. 그 문제를 해결하다 보 면 영향력은 더 늘어나고, 영향력이 늘어난 만큼 견제하는 곳이 늘어나 고 다시 문제가 생겨나지.”
“……반복입니까?”
“정신을 차려보면 둘 중 하나지. 세력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 있 거나, 아니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거나.”
“무서운 일이군요.”
“자네가 해야 할일이 바로 그걸 세. 이미 강진호는 패권을 쥐었어. 본인이의도했든의도하지 않았든, 본인이 그리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 든 강진호는 한국의 무인계를 대표 하는 사람이 되었네. 당연히 표적이 될 것이야.”
“예.”
“강진호는 계략에 능하지 못한 사람이야. 특히나 어둠 속에서 밀고 들어오는 칼에 약한 타입이지. 이미 한번 겪었겠지?”
“예. 뼈저리게 겪었습니다.”
“그래. 그러니 잘 보필하도록 해. 강진호가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 만, 이제는 그가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나 버렸으니까.”
황정후가 깊게 담배를 빨았다.
“고얀 놈.”
황정후가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얌전히 회사나 물려받아서 먹고 살 것이지,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쳐버렸군. 재경에는 관심도 없다 싶 더니……
“재경에 관심이 없기야 하겠습니까?”
“놈의 그릇을 충족시키기에 재경은 작은 거겠지. 이제는 내가 그나 마 녀석 앞에서 목을 세울 수 있는 부분까지 날아가 버렸구만. 에잉.”
조규민이 빙그레 웃었다.
“목을 세울 필요가 있겠습니까?”
“음?”
“그저 올라타면 되는 것이지요. 회장님께서 스스로의 발로는가지 못한 곳까지 강진호씨가 회장님을 모시고가지 않겠습니까?”
“끌끌끌, 그 말을 듣고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기대가 되는 것을 보니, 나도 늙은 모양이군.”
황정후는가만히 눈을 감았다.
‘떠나 버렸군.’
그동안도 딱히 강진호가 그의 영 향력 아래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 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그게 확실 해졌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몰려왔다.
“아마 이미 한번은 겪어본 일일 테니, 크게 변하는 것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황정후가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권력이란 요물과도 같은 것이지. 나는 휘둘리지 않고 권력을 휘두른
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권력을 휘두르는게 아니라 권력이 나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간언하는 자라는 건 그래서 중요한 법이지.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게다.”
“예!”
다짐하듯 말하는 조규민을 보며 황정후가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세상이 요동치겠군.’
이제 세상은 강진호라는 태풍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태 풍의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황정후도 미처 상상할 수 없었다.
“맞는 말씀이야.”
다음 날 아침부터 집을 나선 조규 민이 굳은 얼굴로 차를 몰았다.
황정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강진호는 이제 거칠 것이 없다. 그렇다면 그가 정신을 바짝 차 려 강진호를 제어해 줘야 한다.
‘스스로 패권을 손에 넣으려 한다 면 못할 것도 없는 위치다.’
그리고 그만한 힘이 있다면 누구 라도 한번쯤은 패권을 꿈꿔볼 것이
다.
강진호의가게 앞에 차를 세운 조규민은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난 뒤, 문을 열었다. 어쩐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진호의 모습이 그 안에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조규민은 보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진호의 모습 으
“똑바로 닦아라.”
“ 알았다고.”
“먼지! 그 밑에 시커먼 거 안 보 이냐?”
“똑바로 닦고 있어. 내가 원래 깨 끗한 거 너도 알잖아.”
“언제 적 이야기 하고 있어? 원 래 깨끗하신 분이 주방 내팽개치고 그리 놀러 다니시나?”
“……놀러 다닌 거 아니다.”
“시끄럽고, 그거 똑바로 닦아놔. 다 닦으면 설거지해 놓고.”
“어제 정리 안 하고 들어갔냐?”
“아, 미안하다. 사장님은 놀러 다니시는데 우리는가게 마무리 똑바 로 해놓고 들어가야지. 하도 울적해 서 유민이랑 소주 한잔한다고 내가 정리를 똑바로 못했네. 사.장.님이
자리를 비우고 놀러 다닐 때일수록 내가 정신 차리고가계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말이지!”
“……내가 닦을게.”
처량한 얼굴로 앞치마를 매고 설 거지를 하러가는 강진호를 보며 조규민은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패권은 얼어 죽을.’
그래, 저게 강진호지. 저게…….
“어? 조 실장님, 오셨어요?”
“예? 아, 예!”
“어제 진호랑 같이 놀러 다니셨다 면서요?”
“아…… 그렇죠.”
“진호한테 용무 있으시면 기다리 세요. 얘 설거지 다 하고 밖에 있는 식자재도 다 날라야 시간 나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처량하게 어깨를 늘어뜨린 채 설 거지를 하고 있는 보스의 뒷모습을 보며, 조규민은 머릿속으로 세운 ‘강진호 보필 108계획’을 깔끔하게 지워냈다.
“달라지는게 없네, 달라지는게.” 조금은 실망스러운 건지도 모르겠 지만, 이상하게 자꾸 웃음이 났다.
따스한 햇살이 자꾸만 창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