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4)
마존현세강림기-375화(374/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1화)
1장 휴식하다 (1)
“정기 회의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 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커다란 원탁.
조금은 고풍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원탁을 주변으로 등받이가 높은 나 무의자들이 빙 둘러 자리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이들은 시대착오적이 라고 느껴질 정도로 옛스러운가면을 쓰고 있었다.
“오늘의 안건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분 있습니까?”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새하얀가면을 쓴 이가 손을 들었다.
“물론이지요.”
“현재 아시아 쪽의 분위기가 심상 치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에 대 한 정보는 제대로 수집되고 있는 겁니까?”
아시아라는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 서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시아라……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한마디였다.
“아시아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중동? 아니면……
“동아시아입니다.”
원탁에는 지위가 없다.
아무나 발언할 수 있고, 아무나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말이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록 그 누구도 사내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붉은 복면을 쓴 이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
“동아시아 쪽은 제가 정보를 좀가지고 있습니다.”
“이변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변이라……. 제가 아는 바대로 라면, 아시아 쪽은 지금 별다른 움 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창왕 (蒼王)이 긴 침묵을 깨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는 하나 홍왕의 견제 때 문인지 별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니오.”
살짝 크게 뚫린 복면 사이로 사내
의 눈이가늘어졌다.
“일본 역시……
“일본도 아닙니다.”
“그럼 어디의 정보를 원하시는 겁니까?”
“한국입니다.”
“한국? 북한을 말하는 거요?”
“아니요. 남한입니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치고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 쓰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그런 이들을 붙들고 한국에 대한 정보를 묻다니.
“한국에 대한 정보는 딱히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보가 없다면 정보원을 파견해야 할 겁니다.”
“잠시.”
붉은 복면의 사내가 하얀 마스크를 쓴 사내를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 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 정보원을 파견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 어째서요?”
조금은 예의에 어긋난 질문이었
다. 말뿐 아니라 어투 역시 날카롭 기 짝이 없었다.
“그곳에 폭풍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풍‘?”
붉은 복면의 사내가 눈을 찌푸렸다.
“한낱 동아시아의 소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게 무슨 영향이나 줄 수 있다고 폭풍씩이나 된다는 말 입니까?”
“물론 한국이란 나라는 굳이 감시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약소국이기는 합니다. 동아시아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나라에 불과하지요.”
보통 사람들이 그 말을 들었다면 이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아시 아에서 한국이 대국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국력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아무도 그런 사내의 발언에 반발하지 않았다.
이들이 논하고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 그 작은 소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중국을 요동치게 할지
도 모릅니다.”
“요동친다고요?”
“예. 현재 중국은 세 왕의 팽팽한 신경전 덕에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부터 그 균형이 깨지 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다시 참화로 뒤덮일지도 모릅니다.”
“흐음……”
중앙에 앉아 있는 검은 마스크를 쓴 노인이 턱수염을 매만졌다. 새하 얀 수염과 검은 마스크가 대비되어 기이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지나친 비약이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터.”
사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중국과 일본은 그동안 한국에 대 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 손을 써 왔습니다. 홍왕이 직접 한국에 투자를 한 정황도 발견되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홍왕이 지원한 단체를 고스란히 흡 수했습니다.”
“홍왕……
마스터라 불린 사내의 몸이 미미 하게 떨렸다.
이스트 콤플렉스(East Complex).
겉으로 드러난 세계에서는 서양이 동양을 추월한 지가 오래이지만, 드
러나지 않은 세계에서 중국은 여전 히 세상의 중심이었다.
특히나 중국의 삼왕(三王)은 그들 로서도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존재 들이었다. 그런 삼왕 중의 하나인 홍왕이 움직일 수도 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뒷세계의 평화가 지켜진 이유는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중국 삼왕들의 힘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진 힘과가진 세력의 힘이 모두 비등하고, 그 수가 셋이기 때문에 먼저 승부를 결하는 쪽이 어부 지리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외부에서부터 변수가 발생 한다면?
“쉬이 넘길 일은 아니로군.”
“그렇습니다, 마스터.”
“그럼 그 새로이 등장한 이는 어 떤 인물이오?”
“강진호라는 귀환자입니다.”
“ 귀환자라……
“몇 달 전부터 무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몇 달 만에 한국의가장 강력한 두 세 력을 모두 제 발아래 복속시켰습니다. 한국을 일통한 것이나 마찬가지 지요.”
“그 정도면……
사내가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이미 강진호는 홍왕의 세력과 한번 충돌을 일으켰고, 한국에 들어와 있던 나나호시구미 측과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습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일본과 중국의가장 큰 세력들과 충돌을 일으켰 다는 소린가?”
“예.”
“계획적으로?”
“아닙니다. 우발적인 일인 것 같 습니다.”
마스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주라도 받았나? 불행을 몰고 다니는 운이라도 있는 건가? 대체 무슨 짓을 하면 그런 사건들만 골라 서 치고 다닐 수가 있는 거지?”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사내가 부연했다.
“이 강진호라는 사내는 한반도에 처음 출연한 강자이자,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인물입니다. 지금까지 이자 에 행위를 바탕으로 짐작해 본 성향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확실하다?”
“예. 명확한 한가지 행동 지침이
있습니다. 자신을 건드려 오는 자들은 모조리 죽인다.”
스산한 느낌이 감돌았다.
“흔한 살귀(殺鬼)인가.”
“이자가 등장한 곳이 한국이 아니 라 다른 곳이었다면 결과는 달랐겠 지요. 이미 제거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자가 한국에 등장 한 탓에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까딱했다가는 이 사내가 뒷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방아쇠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스터가 눈을 감았다.
살얼음판 같은 동아시아의 균형이
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결코 반 길 일이 아니었다.
“정보원을 파견하게, 특급으로.”
“하나 마스터!”
붉은 복면을 쓴 이가 반발했지만, 노인은 눈빛으로 붉은 복면의 사내를 짓눌렀다.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일에 모두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 아니었던가, 나이트 르보(Leveaux)?”
“……그렇습니다.”
“국적에 대한 증오는 버리게. 이 곳이 사적인 감정도, 국가적인 감정도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신성한 곳
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마스터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강진호라는 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될 수 있으면 회유해 보는 것도 괜찮겠군. 만약 필요하다면 그자에게 원탁의 존재를 알리는 것 역시 나쁘지 않겠어.”
“너무 파격적인 제안 아니십니까?”
“그만큼이나 동아시아는 위험한 곳이네. 그걸 잊지 말도록.”
“예.”
나이트 르보가가만히 고개를 숙 이자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정기 회의는 이 정도로 마치도록 하지. 나이트 위긴스 (Wiggins)는 잠시 나를 따라오도 록.”
“예.”
하얀가면을 쓴 사내가 마스터를 따라 나가자 다른 이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나이트 르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가만히 분을 삭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고풍스럽다 못해 좀벌레가 튀
어나올 것 같은 시시한 연극질에도 이제는 질렸다. 국적을 초월하라고 하면서 같은 국적인 위긴스를 두둔 하는 저 노인네의 위선에도 질렸다.
‘뭐가 원탁이냐.’
썩을 영국 놈들이 중심이 된 연합 따위 당장에라도 발을 빼고 싶지만, 원탁이 유럽에가지고 있는 영향력 때문에 이 우스운 짓거리에 동참해야 한다는게 그를 굴욕적이게 만들 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가 거친 걸음으로 원탁을 벗어났다.
‘강진호라……
여하튼 재미있는 것을 들었다.
복면 아래에서 그의 혀가 입술을 핥았다.
‘그 작은 나라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뒤흔들 수가 있다는 뜻 이로군.’
세상은 그동안 너무 평화로웠다.
르보는 평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는 평화주의자이고, 조용한 것을 사랑하는 남자였다. 그가 증오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고착이다.
이 평화로운 세상은 기존의 체제를 너무도 훌륭히 답습하고 있었다. 드러난 세상에 왕이 사라지고, 새로
운 지배 체제가 등장하며 또다시 발 전해 나갈 동안 이 빌어먹을 원탁은 수백 년이나 그 모습 그대로 어둠 속에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고인 것은 썩는다.’
이미 원탁은 썩어서 악취가 날 지 경이었다. 르보는 원탁에도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혁명 이라면 그의 조국이 세상에 자랑하는 일이 아니던가.
‘어쩌면 이게 기회가 될지도 모르 지.’
르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
다.
“여행이나 한번 갈까?”
“여행?”
뜬금없이 말을 꺼낸 박유민의 말 에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어, 여행.”
“갑자기 웬 여행이야?”
“생각해 보니 우리끼리 여행 간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아서. 그리 고 앞으로도 기회가 잘 있을 것 같 지가 않거든. 시간이란게 그런 거
잖아. 항상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일부러 시간을 내려고 하면 잘 안 맞춰지는 것.”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까 더 바빠지기 전에 셋이 서 여행이나 한……
“셋?”
주영기가 눈에서 불을 뿜었다.
“시커먼 남자 셋이 여행을가자 고? 남자 셋이? 쓰리 맨?”
“……진정해라, 영기야.”
“빌어먹을, 혼자가도 처량한데, 남자 셋이 여행을가면 그건 대체 얼마나 우울한 거냐?”
“왜 그렇게 생각해? 남자 셋이 여행가는게 뭐 어때서.”
“박유민.”
주영기가 박유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씨익 웃었다.
“나는가끔 한번씩 너의 그 당당 함과 철없음이 부럽기는 하지만, 이 번만큼은 아닌 것 같다.”
“이거, 욕이지?”
“아우, 나는 싫다. 뭔 셋이서 여 행이야? 굳이 여행 갈려면 같이 갈 여자 좀 수배해봐. 형 요즘 외롭다. 잘 때마다 옆구리가 시려서 눈 물이 난다.”
“남자 셋이 우정 여행가는데 여 자가 왜 껴!”
“아오, 이 꼴통 새끼! 남자 셋이 우정 쌓으려면 술이나 퍼먹으면 되 지, 뭐하러 여행을가냐!”
“넌 썩었어!”
“뭐, 인마?”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여행이라……
좋은 생각 같았다. 복학하기 전에가게는 조금 쉴 수 있을 것이고, 그 럼 그때를 맞춰서 여행을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생각해 보면 딱히 여행이라는 행 사를 즐겨본 적도 없는 것 같고 말이다.
“생각해 보자.”
“들었지?”
“아, 진호야. 나는 됐다니까.”
“그런데가면 어디로 갈 거냐?”
“음……”
박유민이 씨익 웃었다.
“영국이나 일본.”
자신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자 각은 전혀 없는 박유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