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6)
마존현세강림기-377화(376/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3화)
1장 휴식하다 (3)
천하의 강진호도 이 순간만은가 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뭘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지?’
잘 자는지 들러봤다?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러 왔다?
그보다 간호사에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들어온 것을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가,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 아으으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연하는 다시 눈을 감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아마도 잠꼬대를 한 모양이었다.
“하……”
참을 수 없는 신음이 입으로 새어 나왔다.
강진호는 손을 들어 이마에서 홀 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현세 로 돌아온 이후로 이만큼이나 심장 이 떨린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터널이 무너지는 걸 눈으로 볼 때도 이리 놀라지는 않았는데……
최연하하고만 엮이면 온갖 일이 다 벌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가만히 그녀의 수혈을 짚었다.
최연하가 완전히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한 강진호가 그녀의 단전 쪽으로 손을가져다 댔다.
‘이거 영 껄끄러운데……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치료를 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사회에 돌아 온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딱히 인식 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적응이 되 었는지, 이 광경이 들키게 되면 콩
밥을 몇 년 먹어야 하는지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아랫배에가져다 댄 손을 뗀 강진호가 문이 제대로 잠겨 있는지를 확 인하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어 차피 카드키로 열리는 구조라 확인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안함이가시지 않았다.
‘빨리 끝내자.’
이런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훌륭한 현대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한다면 너무 조악한 생각 일까?
강진호가 최연하에 아랫배에 손을 대고 진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으음……”
몸속으로 뜨거운 기운이 파고들자 최연하가 신음을 홀린다. 수혈을 짚 어두었으니 깨어날 일이야 없겠지 만, 몸의 변화에 반응하는 모양이었다.
강진호는 얼굴을 굳히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전으로 파고들던 기운이 머리로 밀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집중을 하니, 그녀의 머리 주변을가득 메우고 있는 시커먼 탁기가 느
껴 졌다.
‘이상한 일이지.’
현대의의학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 과거라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야 할 이들 이 현대에서는 치료를 받고 멀쩡히 살아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외상에 대한 치료는 물론이고, 내 상 치료조차 현대의의학이 훨씬 우 수했다. 그럼에도 현대의학이 아직 이르지 못한 곳에 무학이 닿아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현대의 기준으로는 무학도 신기한 것이기는 하지.’
예전에는 육체와 정신이 이어져 있다는 개념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 었다. 인간은 기로 만들어져 있고, 육체의 병이나 정신의 병도 모두 기의 흐트러짐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 접근 방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좋지 않군.’
탁기가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서 최연하의 생기(生氣)가 흐려지고 있 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상으로 상태가 좋지 않다. 이런 상태로 씩
씩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 사뭇 대견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탁기 외에 다른 이 상은 그리 보이지 않았다. 강진호는가볍게 기운을 일으켜 최연하의 머 릿속에 있는 탁기를 빨아들였다.
사기와 마기는 그가가장 즐겨 다 루는 기운이다. 최연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탁기들이 마치 그의 기 운인 것마냥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연하의 머리를 채우고 있는 탁 기들을 모조리 빨아들인 강진호가 손을 떼고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
다.
살짝 얼굴에 홍조가 진 최연하의 얼굴이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이걸로 괜찮겠지.’
탁기를 모두 빨아들였다고 해서 상태가 완벽하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상황에 비하 면 무척이나 나아질 것이고, 얼마가지 않아 본래 그녀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연하를 일별한 강진호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창문으로 빠져나온 강진호가 건물 위로 올라가 옥상에 내려섰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검디검은 하 늘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한결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때도 이럴 수 있었다면…… 강진호는가만히 눈을 감았다.
최연하의 탁기를 제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이나 강진호가 강해졌기 때문 이다.
망설이지 않았다면.
강해짐으로써 그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면, 어쩌면 그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다고 넘겨 버린 일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강진호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하늘을도화지 삼아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가 조금만 더 결심을 빨 리했더라면 원장 수녀님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강진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
다.
누군가 내민 손을 잡아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먼 저 손을 뻗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최근 이런저런 일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었다. 반성해야 할일이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강진호가 병원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
최연하는 알 수 없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아오, 이 병원은 난방도 제대로 안 하나?”
몸을 벌떡 일으킨 최연하의 몸에 싸늘한 바람이 파고들었다.
“응?”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저걸 안 닫고 잤나?’
아닌데? 어제 분명히 닫고 잔 것 같은데?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닫고 잔 것 같은데 창문이 열려 있다. 여기는 병원 최상층이니 누군가 밖에서 열었을 리는 없고…….
‘내가 잠결에 열고 잤나?’
그게 아니라면 간호사가 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 으켜 창문으로 다가간 최연하가 창 문을 닫았다.
“음, 햇살 좋고.”
창으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을 보며 최연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 었다.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 좋다. 최근에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제
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몸이 찌뿌둥 하고 불안한 느낌이었는데, 며칠 만 에 푹 잔 느낌이다.
기분이 좋으니 머리도 맑아졌다.
갑자기 찾아오던 불안함과 두려움도 오늘은 간데없었다.
“ 이상하네.”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컨디션이 나아지는 것은 좋은 일 이지만,도무지 그 원인을 알 수 없 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루아침에 이리 좋아질 일이었다 면 그동안 이리 고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마……”
아니겠지.
최연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설마 어젯밤 에 강진호 얼굴을 잠깐 봤다고 기분 이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거 말고는 다른게 없는데……
수면제야 입원한 이후로 하루도 안 빼고 맞았고, 며칠 사이의 변화 라고는 그거 하나밖에 없는데…….
“미쳤어.”
최연하가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마구 문질렀다.
“맛 갔어. 제대로 갔어.”
최연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현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부정한다고 해서 아닌 것이 되지 않는다. 이미 그녀는 강진호에게 마음이가 있다.
“흐응~”
최연하가 몸을 돌려 거울을 향해가 섰다.
거울 건너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 이 낯설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부 스스한 머리, 그리고 희게 보이는 안색까지.
다만, 볼에 홍조가 살짝 올라와
있어서 창백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쩔지!”
머릿속에서 탁기가 빠져서인지 자 신감을 완전히 회복한 최연하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 언니!”
“ 환자분?”
최연하가 병실 밖으로 나오는 모 습을 처음 본 간호사가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산책이라도 하시게요?”
“선생님 면담 잡아주세요.”
“ 네?”
“ 퇴원해야겠어요.”
“환자분? 퇴원이라고 하셨어요?”
“네. 어차피 더 치료할 것도 없잖 아요. 이제는 통원해도 되니까요. 원 래 더 일찍 퇴원해도 된다는 것, 제가 여기 더 있고 싶다고 해서 남아 있던 거니까가도 되는 거 아니에 요?”
“그렇기는 한데……. 그럼 일단 과장님 회진 오시면 말씀을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아, 그러면 되겠네. 알겠어요. 땡 큐.”
화사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병실로 향하는 최연하의 모습을 본 간호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엄청 좋아진 것 같은데?”
“거의 우울증 온 거 아니었어? 조울증으로 바뀌었나?”
“……그런데 진짜 연예인은 다르다. 저리 웃으니까 완전 천사 같다.”
“너 원래 최연하 안 좋아하잖아.”
“재수 없잖아. 그런데 저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보니까, 질투할 마음도 안 든다. 그냥 사람 아니다,야.”
“그러게. 찌라시 보니까 남자 연 예인들도 엄청 대시한다는데, 남자 친구 있겠지?”
“없지. 남자 친구 있으면 면회 한번 안 오겠냐?”
“사람 눈 피하는 걸 수도 있잖 아.”
“내가 병실 들어갈 때마다 슬쩍슬 쩍 봤는데, 손에 폰이 들려 있는 경 우가 없더라. 들어갈 때마다 내려놓는게 아니라…… 뭔 시계도 아니 고, 탁자 위에다 던져 놓고 있던데?”
“그게 왜?”
간호사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동료를 바라보았다.
“남자 친구 있는 여자가 휴대폰
안 들고 있는 거 본 적 있어? 톡이 다 뭐다 해서 하루 종일 잡고 살아야 정상이지.”
“……그건 그러네.”
“저 얼굴에도도하기로 소문난 여 자잖아. 웬만한 남자는 성에도 안 찰 거야. 거기에 까칠하기가 말로 못하다니까 말 다했지 뭐.”
“그래?”
간호사가 조금은의아한 눈으로 최연하가 들어간 병실 쪽을 바라보 았다.
‘그리 성격이 나빠 보이지는 않던데……
사람 속은 알 수 없었다.
“집어치우자!”
최연하는 거울을 보며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다.
“안 어울려! 안 어울려! 내가 무 슨 순정 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녀는 최연하다.
악이 그녀의 반이요, 깡이 나머지 반이었다.
아무리 연애라는 것에 면역이 없 다고는 해도 남자에 설레어 부끄부 끄하는 것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
었다.
“내가 어디가 모자라서!”
이런 식으로 사랑받는 공주님이 되고 싶어 할 생각은 없다. 사람이 자존심이 있지.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고, 남은 뭐라 할지 몰라도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 쁜 여자였다. 그리고 경제력 빠방하 고 학력은 조금 미묘하지만…….
“예쁘면 됐지!”
학력이 밥 먹여주나? 얼굴이 밥 먹여주지.
여하튼 이런저런 조건을 다 따져
봐도 그녀는 최고의 여자였다. 그 사실을 확고히 다잡은 최연하가 이를 꽉 깨물었다.
“자존심 상하게 내가 이럴 수는 없는 거야.”
머리가 맑게 개자 프라이드라는 것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 했다.
문제는 그 프라이드가 조금 이상 한 방향으로 진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가 꼬시면 넘어와야지! 너도 남잔데! 내가 자존심을 건다.”
회진을 위해 방 안으로 들어온 과
장은 거울 앞에서 ‘꼬셔보자, 파이 팅!’을 외치고 있는 최연하를 과연 퇴원시켜야 하는가 심각하게 고민하 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