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7)
마존현세강림기-378화(377/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4화)
1장 휴식하다 (4)
“ 맞아?”
“응……”
강진호의 눈이 차갑게가라앉았다.
이건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었다.
맞다니. 얻어맞다니!
“ 종수가?”
“그런가 봐.”
“가자!”
“어딜?”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팬 놈 잡아야지.”
“지, 진호야, 진정해라!”
“진정?”
박유민은 살기를 뿜어내는 강진호를 보며 기겁을 했다. 이놈은 한번 씩 이상한 곳에서 과도하게 진지해 지는 경향이 있다.
“맞았다며?”
“물론 맞았지. 맞았으니 내가 맞 았다고 말을 했겠지. 그런데 진호야, 초등학생이 맞고 돌아왔다고 그렇게 화를 뿜뿜 하는 건, 어른으로서 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니?”
“……이럴 때 침착해야 어른인 거 면, 난 어른 안 한다.”
“그래도 때린 놈을 잡는 건 정말 아니다. 일단 진정하고 앉아봐. 지금 밤 10시야!”
“음……”
시계를 본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 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강진호의 ‘내가 그놈을 잡는 걸
포기한 건 아니지만, 일단 시간이 너무 늦었음으로 오늘은 접는다. 하지만 네가 나를 제대로 설득해 내지 못한다면, 나는 내일 종수네 학교로 뛰어갈 테니 막지마라’라는 태도를 확인한 박유민이 한숨을 푹푹 내쉬 었다.
‘괜히 말했네.’
보육원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진호도 알 자격이 있다 생각해서 말한 것이다. 혹시 나중에라도 진호가 이런 일을 알게 된다면 자신에게 숨겼다는 사실에 화를 낼게 빤하니 까.
그래도 강진호라면 나름 어른스러 운 대처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박유민보다 더했다.
“뭐, 말을 똑바로 해봐. 뭐가 어 떻게 됐다고?”
주영기까지의자를가져와 앉자 박유민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학교에서 애들한테 얻어맞았다 고?”
“그것도 다구리로?”
“음.”
강진호는 이제 더 이상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고, 주영기는 혀를 찼다.
둘의 반응을 살핀 박유민은 새삼 자신의 주변에 제대로 된 상담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들은도무지도움이 안 돼.’
상식인은 자신밖에 없다. 정신 바 짝 차리지 않으면 그도 지금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식인의 포지션에서 깔끔하게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려고?”
“일단은 그 학교 쪽에 방문을 해
보려고.”
“학교가서 뭐라고 하게?”
“애가 맞고 왔으니, 이걸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해야지.”
주영기가 코웃음을 쳤다.
“이 새끼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 리냐? 그래서 선생이 때린 애들 붙 잡아서 다신 그러지 말라고 하면 그 애들이 그 말 듣겠어?”
“……그래도 그 방법밖에는 없잖 아.”
“야, 새끼야. 그건 상황을 더 악 화시키는 일이야. 나도 예전에 애 좀 패봤는데, 그 애새끼가 엄마한테
꼰질러서 그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 거든? 그 엄마가 좀 극성이라 교무 실이 뒤집어졌다. 선생들이 떼로 몰 려와서 지랄하더라. 그때 많이 맞았 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선생들 돌아가자마자 꼰지른 그 새끼 열라 팼어.”
“……생생한 경험담 잘 들었습니다.”
박유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박유민이 그런 사정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가 경험자 아 닌가. 강진호가 아니었다면 종수가
얻어맞은 것이상으로 괴롭힘을 당 했을 것이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어른은 없다는 걸 박유 민도 잘 알고 있었다.
“애새끼들이라고 무시하지 마. 아니, 애들이라 더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어른들은 비열하지만, 애새끼 들은 겁이 없어. 어른들은 내가 사 고 치면 좆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브레이크를 걸 줄 알지만, 애새끼들은 그런게 없거든. 막말로 미성년 자는 사람 죽여도 처벌 안 받는 판 인데, 뭐가 겁나겠냐.”
“그렇지.”
“그리고 애들이라고 순진한 거 아 냐. 나이 들어 바라보니 걔들 노는게 귀여운 거지, 그 나름 서열 다 있고 괴롭혀도 되는 놈이랑 건드리 면 안 되는 놈 다 구분해. 그걸 억 지로 개입해서 뒤틀려고 하면 애만 고립되는 거야.”
“알아, 아는데……
박유민이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 잖아. 그렇다고 진호 말대로 찾아가 서 걔를 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지.”
주영기가 한숨을 쉬었다.
‘이것참, 엿 같은 문제지.’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가 된 건 이 미 오래이지만, 그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이들이 노력했음에도 아직 확실한 해결책이라는게 없었다.
“잘 타이르면 되지 않을까? 애들을 괴롭히는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이해하게 하면……
“그걸 이해할 놈이면 애초에 애를 안 괴롭혀, 인마.”
“……그렇겠지?”
“너는 새끼야, 사람을 너무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니까.야, 인마. 전
국민이 학교가서도덕을 하루에 한 시간씩 배우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지냐? 사람은 교육으로 교화가 되는게 아니라 교육으로 죄를 지으면 얼마나 벌을 받는지를 배 우는 거야.가르친다고 그게 될 것 같으면 여기가 파라다이스지, 헬조 선이겠냐.”
“알긴 아는데……
박유민이 난처한 얼굴로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른이 개입하는 건 정말 좋은 방법이 아니야. 지금 종 수는 만만한 놈인 거고, 거기에 어
른이 개입하면 비겁하게 어른한테 꼰지르는 만만한 놈이 되는 거야. 보나마나 그 괴롭힘 주도하는 애새 끼들이 반 실권 꽉 잡고 있을 거 빤한데, 직접 손 못 대면 못 괴롭힐 것 같냐?”
“아니겠지.”
“요즘 애들은 영악해. 예전에 우 리가 학교 다닐 때는 처 맞으면 맞 기 싫어서라도 자제하는 경향이 있 었는데, 요즘 애들은 선생을 선생으로 안 본다잖아. 맞지도 않는데 겁 날게 뭐가 있겠냐. 기껏 욕 좀 먹 고 말겠지. 그러면 어쩔 것 같아?
욕 안 먹게 티 안 나게 사람 괴롭 히는 방법 찾는다니까. 그게 사람 더 죽이는 거야.”
박유민이 떨떠름한 눈으로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강진호가 턱을 벅벅 긁더니 입을 열었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보자. 얻어맞은 이유가 뭐야?”
“ 이유?”
“그래. 아무 이유 없이 때리지는 않았을 거 아냐.”
“ 그게……
박유민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주영기가 역정을 냈다.
“야, 이 답답한 인간아!”
주영기가 강진호에게 삿대질을 하 며 소리쳤다.
“내 말 뭘로 들었냐.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니까, 새끼야.”
“그게 뭐냐고.”
“만만하니까!”
주영기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다른 이유는 그냥 다가져다 붙 이는 거야. 막말로 누가 너한테 걸 레 빤 물을 처 부어버렸다고 치자.”
“음…..”
“그 걸레 빤 물을 처 부은 놈이 조낸 잘 쳐서 어떻게 해볼가닥이 안 선다 싶으면 헤헤 웃으면서 ‘그 럴 수도 있지’가 되는 거고, 그 실 수를 한 놈이 만만하다 싶으면 바로 주먹 날아가는 거지.”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말이군.’
정글이나 다름없는 중원에서 살아 남은 강진호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인간은 같은 대접을 받아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 대응을
달리한다.
수많은 이유를 만들어낼 수는 있 겠지만, 그 근본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가 만만해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가 여리여리해서, 고아라서, 옷 이 추레해서, 쭈삣쭈삣거리니까. 그 거 안에 들어 있는 말은 하나야. 그 냥 만만한 거야. 애가 약해 보이니 건드려도 별문제 없을 거고, 극성인 부모도 없으니까 건드려도 뒤탈도 없는 거고.”
주영기가 팔짱을 끼고 등을 기댔다.
“다른 이유가 뭐 필요하냐. 그 새 끼들은 종수가 존나 만만한 거야. 그리고!”
주영기가 열이 오른다는 듯 말했다.
“종수뿐만이 아닐걸? 종수는 그래도 애가 아직 어리고 그러니까 너한 테 이야기를 한 거고, 분명히 다른 애들 중에서도 비슷한 꼴 겪고 있는 애들이 있을 거야. 민기야 내가 죽 어라고 파고 케어하니까 그런 일 없을 테지만.”
박유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전에는 보육원 출신 아이들이
험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진이 된다거나, 사고를 친다든가, 삐뚤어지는 애들이 많았는데, 최근 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조금 더 거칠고, 조금 더 과격하 다고 해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 대가 아니다. 부모가 없다는 것은 이제는 약점이 될 뿐이고,은근히 경원시당하든가, 아니면 대놓고 따 돌림을 당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나 이 보육원 애들은 하나같 이 저 새끼 닮아서 물에 물 탄 듯 이 매가리가 없잖아. 부모도 없는 애들이 성격까지 그러니 당연히 건
드려 보는 애들이 생기는 거지.” 주영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이란게 그런 거야. 일단 뒤 통수 한 방 날려보는 거지. 거기에 서 화를 내고 주먹을 날려 버리지 않으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 거든. 그럼 다음에는 얼굴에 주먹이 날아오는 거고, 그래도 참으면 다음 에는 발이 올라오는 거지.”
강진호의 얼굴이 갈수록 굳어졌다.
“참으면 된다고? 참으면 호구 되는 거야. 모든 일을 해결하는 방법은 참는게 아니라, ‘저 새끼는 부
당한 대접을 절대 참지 않는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지. 그걸 못하고 계속 참으면……
주영기가 안 좋은 기억을 떠올랐는지 얼굴을 굳혔다.
“여하튼 간에……” 이유는 그것뿐 이야. 애들이 만만한 거지. 그럼 만 만하지 않게 만들어야 해결이 되는 건데,니가 하는 것처럼 선생을 개 입시켜서 그냥 뜯어 말려놓으면 안 보이는데서 괴롭히거나 괴롭힘이 더 심해지는 것뿐이야.”
“ 아는데……
강진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 진호야?”
“여기서 우리끼리 떠들어봐야 달 라질게 없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영기 말이 맞다. 종수만 그렇다 면 다행인데, 종수만 그런 일을 당 하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아. 그러니 일단은 애들한테가보자. 다른 애들도 혹시 그런 일을 당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심한지를 파악하는게 먼저다.”
“응”
박유민도 강진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가자.”
“알았어.”
주영기와 박유민이 서둘러가게를 정리했다. 애들이 잠에 들기 전에 빠르게 보육원으로가봐야 한다.
“……씨발, 애새끼들 진짜.”
불을 끄면서 주영기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든 애 들인데 어디서 맞고 왔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진짜!”
애들을 괴롭힌 놈들을 모조리 잡 아다가 지옥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주영기도 알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해결할일이 아냐.”
“알아, 인마.”
짜증을 내며 차로 향하는 주영기를 따라 강진호도 발을 옮겼다.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야.’
강진호는 한숨을 쉬며 차로 향했다.
지금까지 그에게 닥친 대부분의 문제는 무학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힘이 있으면 못할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그저가해자를 잡
아 팬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사안이 아니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강진호가 차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 았다.
오늘따라 항상 편하게 느껴지던 어둠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