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78)
마존현세강림기-379화(378/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5화)
1장 휴식하다 (5)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착해서 바로 애들을 모아서 한 조사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강진호들은 다음 날가게 문을 열지 않고 하루를 온전히 아이
들을 면담하는데 사용할 수밖에 없 었다.
그 결과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아니, 이 새끼들이……
주영기가의자를 걷어찼다.
“뭔 호구 새끼들도 아니고, 학교 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았으면서 뭐 좋다고 보육원 오면 ‘형형’거리 면서 실실 쪼개고 있었어? 사이코 새끼들도 아니고.”
“애들 욕하지 마.”
“……미안하다. 씨발, 열이 너무 올라서.”
주영기는 그러고도 한참을 씩씩댔
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지 기어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고 연신 담배를 빨아들 이는 주영기를 보며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박유민은 조금 넋이 나간 듯한 얼 굴이었다.
“원장 수녀님이 계셨으면 좀 달랐을까?”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그래도……
“네 잘못 아니다. 원장 수녀님이 계셨을 때는 뭐가 그렇게 달랐어? 그래서 너는 그런 일 있을 때 원장 수녀님한테 해결해 달라고 했냐? 입 꾹 다물고 있던 건 너도 마찬가지잖 아.”
강진호의 말에 박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할 수가 없지.’
말을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문 제가 아니다. 괜히 듣는 사람 속만 뒤집어놓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말을 한다는 것은 같 이 속이 뒤집어지자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박유민도 그랬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지만, 그 걸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시의 최영수는 박유민은 물론 보 육원 전체가 달려든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입을 다물고 속으로만 감 내할 수밖에 없었다.
박유민을 정말 괴롭게 만드는 것은 애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게 아니라, 애들이 정말 힘이 들었을텐데 그 애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그가 아이들의 입장 이었다 하더라도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겪은 일을 아이들이 겪을 수 있다는가능성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심함의 증거처럼 느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가만히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 강진호가 박유민을 보며 말했다.
“자책은 적당히 해.”
“……알아.”
“사람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 어. 모르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이 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만 집중해.니가 자책한다고 시간을 끌면 애들이 힘들어 하는 시간만 늘 어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직 완전히 미련을 떨치지는 못 한 것 같지만, 해결책이 더 중요하 다는 말은 납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진짜 문제가 남았다.
“그래서 이걸 뭐 어떻게 해야 하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영기가 고개를 뒤로 획 젖히고는 앓는 소리를 냈다.
“골치 아프네, 진짜. 왕따는 나라 님도 구제를 못한다는 말이다. 그 똑똑하고 배운 사람들도 해결 방법 이 없는데, 우리가 뭐라고 이걸 해 결하느냐고.”
주영기의 말은 거칠긴 하지만 핵 심을 짚고 있었다.
“교육부가 해결 못해도 우리는 해 결할 수 있어.”
하지만 강진호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어떻게? 마, 말이 쉽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냐. 우리는 전국에 있는 모든 아이들 문제를 해 결할 필요도 없고, 겨우 열댓 되는 애들의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나라에서 세금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그건 그렇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네가 그랬잖아, 폭력을 당하는 이유가 있 다고.”
“그렇지.”
“그럼 그 이유를 없애 버리면 되 겠지.”
“아니, 인마.”
주영기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애초에 이게 시작되지 않게 하는 것하고, 시작된 걸 되돌리는 건 다른 문제야. 독감 걸린 애한테 독감 예방주사 놓는 꼴이라고.”
“그래도 손 놓는 것보다는 나을 것 아냐.”
“그야 그렇지만.”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씨바,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닌
여러가지 대책을 늘어놓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는의문이었다.
“솔직히 이건 좀 힘들다.”
“ 왜?”
“아무리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답이 안 나오거든.”
“왜 답이 안 나오는데?”
“에……”
주영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은 나도 정말 안 하고 싶은데, 그런 거 있잖아. 약자론이라고
하나?”
“약자론?”
“그래. 소위 왕따는 당하는 쪽에도 책임이 있다는 거 말이야.”
박유민이 눈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책임이 있어? 괴롭힌 애들이 잘못이지, 괴롭힘당한 애들 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내가 씨, 저렇게 말할 것 같아서 안 하고 싶다고 했잖아.”
주영기가 짜증을 냈다.
“애들 잘못 없는 거 누가 모르 나? 그냥 당하기만 한 애들한테 무
슨 잘못이 있어. 당연히 잘못 없지. 그런데 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가 해자 뿐만은 아니란 거야.”
주영기가 조금 떨떠름한 시선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미안한데, 좀 솔직해져 보자.”
“응?”
“너, 길가다 보면 너 보는 시선 많이 느끼지?”
박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절뚝대야 하는 박유 민이다. 그러다 보니의도하지 않아도 자연히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었
다.
“그리고 사실 이유 없이 짜증 나는 대접을 받은 때도 있었을 거 아 냐?”
“……그렇지.”
“그런데 네가 무슨 잘못을 했냐? 나기를 그렇게 난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주영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애들은 잘못 없다. 잘못은 그 새끼들이 했지. 그런데 애들이 약해 보이지 않았으면 그럴 일이 없 다고. 부모가 없는 건 애들 잘못이
아니지. 돈이 없는 것도 애들 잘못은 아냐. 착한게 애들 잘못은 아니 잖아. 그런데 잘못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만만해 보인 다는 사실 자체가 이 상황을 만드는 거야. 네가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장애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이상한 시 선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주영기가 이런 예를 들어야 하는게 미안하다는 듯 박유민을 바라보 았다.
“그럼 뭘 탓해야 하냐. 네가 장애 인인 걸 탓해야 할까? 아니면 장애 인을 평범한 사람처럼 바라보지 못
하는 사회를 탓해야 할까?”
“당연히……
후자다.
장애인도 동등한 사람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이상론에 불과 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 새끼들은 안 바뀌어. 절대로 안 바뀐다고.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은 놈들이 바뀔 것 같아? 걔들을 교육해서 해결해 보자고? 웃기는 소 리지. 그건 그냥 본성이야. 사람만
그러는 거 같아? 개들도 모아놓으면 그중에 약한 놈을 물어뜯어. 이유도 없이 지나가다가 한번 물고 밥 뺏 어 먹고.”
“그래서 뭘 어쩌자고?”
박유민의 말에 주영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대부분이 생각하는 방식은 답이 없는 거야. 우리 쪽에 책임 이 없다. 좋은 말이지.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야. 결국에 피해 보는 건 우리 애들인데. 저 새끼들이 안 바뀌면 이쪽이라도 바뀌어야 할 것 아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원래 그렇지.’
약한 이들을 괴롭혀서 이득을 취 하려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교육이 끊임없이 약자를 괴롭히지 말라고 강변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이나 인간이 약자를 괴롭힌다는 것을의미하니까.
강진호는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 이 없었다.
힘이 없는 이가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는 중원에서 충분히 깨달았다.
“그럼 방법은 간단하네.”
강진호의 말에 주영기와 박유민의 시선이 모아졌다.
“간단?”
“애들이 바뀌면 되는 거잖아.”
“그게 말처럼 쉽냐?”
“어려울 것도 없지.”
주영기가 인상을 확 썼다.
이놈은 세상 모든 일을 쉽게 해서 그런지,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바뀐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면, 누가 고생을 하 겠는가.
“아니, 진호야. 애들 성격 바꾸는게 그리 쉬운게 아냐.”
“누가 성격을 바꾸자고 했나?”
“그럼?”
강진호의 입가가 살짝 말려 올라 갔다.
“성격 같은 건 건드릴 필요도 없 어. 성격 바뀐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네가 그랬잖아, 그놈들이 애 들 건드리는 이유는 만만해서라고. 그럼 만만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면 되는 거 아냐?”
“……그렇지.”
“그러니까, 그 만만해 보이는 부 분부터 정리하자.”
“응?”
주영기의 시선이의아함으로 물들 었다.
* * *
“후우우우……
러닝머신에서 내려선 최연하가 이 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몸이 많이 약해졌어.’
활동을 하든 안 하든 운동을 빼먹 지 않는 그녀였다. 연기자라는 직업은 촬영에 들어간 동안에는 언제 잠을 자고 언제 밥을 먹을지 정해지지 않은 일이다.
강행군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촬영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무척이나 중요했다.게다가 몸매도가꿔야 하니, 운동은 필 수적인 일이다.
러닝머신 건너편에 있는 전신 거 울을 들여다본 최연하가 불만 어린 얼굴이 되었다.
“이래서는 안 돼!”
살이 찐 것은 아니지만, 근육이 빠져서 건강미가 모자랐다. 마른 것도 중요하지만, 나올 곳(?)은 나와 줘서 탱탱함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옷을 입어도 태가 사는 것이
다.
“복구해야 돼!”
최연하가의욕으로 불타올랐다.
목적이 정해진 이상 뒤돌아볼 일은 없다. 지금까지처럼 흔들리던 최 연하가 아니다. 확연하고 확고한 목 적을가진 이제는 언제나 그래온 것 처럼 수단과 방법을가리지 않고 돌 진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머리가 정리되어서 그런지, 이상 하게 개운하네.’
병원에서 자꾸 공포심에 시달린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요즘은 마음이 편안했다. 이쯤 되니 그리 불안해한
이유가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 때문 이 아니었는가의심이 될 정도였다.
“여하튼,
컨디션도
돌아왔으
니……
인생에서 단 한번도도전한 적 없는 목표이지만, 방법이야 다를게 있겠는가.
여하튼 열심히 달려들다 보면
그때, 최연하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안 받는다니까 이게 진짜.”
보나마나 망할 매니저 놈이 각본 받아오겠다며…….
“응?”
액정에 뜬 강진호라는 이름을 본 최연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웬일이야?’
이 인간이 먼저 전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사람 일은 마음먹기 마련이라더니, 확고하게 결심을 하고 나자 모 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었다.
최연하가 목소리를가다듬고는 전 화를 들었다.
‘어떤 식으로 받을까?’
살짝 반가운 척을 해야 하나? 평소와 다름없이 무뚝뚝하게? 아니면 지금 좀 바쁜 척을 해야 비싼 느낌이 들려나?
다들 일장일단이 있다 보니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윽고 평소와 다름없이 받아야겠 다고 결심을 한 최연하가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댔다.
“네, 무슨 일이죠?”
살짝 목소리가 쌀쌀맞게 나왔다는 느낌에 울상이 된 최연하가 초조하게 강진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응?”
강진호가 말이 없자 화면을 다시 확인한 최연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끊겼잖아!”
무슨 남자가 이리 참을성이 없나!
전화 안 받는다 싶어도 조금 기다 리면 될 일이지, 그새를 못 참고 전 화를 끊어?
최연하가 짜증을 내며 강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흐 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새를 못 참고 끊어요! 남자가 참을성이 없어! 무슨 일이에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은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도움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