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80)
마존현세강림기-381화(380/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7화)
2장 기획하다 (2)
강진호의 설명이 끝나자 최연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설명이 워낙에 장황해서 상황을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보육원 아이들이 하나같이 크고 작게는 왕따에 시달리고 있다?”
“ 예.”
“그래서 애들을 어떻게든 좀 변화를 시켜서 왕따를 벗어나게 하고 싶 다?”
“정확합니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왕따를 벗 어나게 할 방법을 알 것 같은데… 총각 셋이 모여 있는 강진호 크루의 인물들로는도무지 여자아이들의 심 리와 습성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도움을 청한 것이다?”
“ 네.”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최연하가 검지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아이고, 골치야.’
이 인간이 물어오는 일은 하나같 이 이리 복잡하고 힘든 일뿐이었다.
“애초에 보육원에서 생활한 지가 얼만데,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 이제야 해결하겠답시고 나 선다는게 말이나 되요?”
말을 끝낸 최연하는 자신의 새로 운 적성을 찾은 것 같았다.
‘내가가야 할 곳은 예능이구나. 연기 판이 아니라.’
뭔 말이 끝나면 상대를 비난할 거 리를 찾고 있었다. 예능 몇 바퀴 돌
고 나면 비난계의 샛별이라며 섭외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이미지는 안 드로메다로가겠지만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 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늦게라도 알게 된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래도 이런 부분은 남자답다니 까.
쓸데없이 변명을 하지 않는 쪽은 좋았다. 굳이 따지자면 변명하지 못 할 일도 아니었다. 강진호가 그 아 이들의 학교생활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심지어 그 아이들이 왕 따를 당한다고 해서 강진호에게 책 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강진호는 그 아이들에게 법적,도의적인 책임 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강진호는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이라 말하고 있었다.
“이미 그리 되어버린 거니까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여자애들이라……
최연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데.’
여자들 사이의 따돌림이라는 것은 남자들의 따돌림과는 전혀 다르다.
남자들만큼 과격하고 직설적이지는 않지만,은밀하게 사람을 괴롭혀 댄다.
뉴스에 뜨는 왕따 사건은 대부분 남자들일 만큼 남자들의 왕따가 정도가 심한 면이 있지만, 여자들의 왕따는 교묘하게 사람을 괴롭혀 정 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게다가 대책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게 문제였다.
‘보통은 말이다, 보통은.’
여자들의 왕따라는 것은 능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가장 골치 아픈 점이었다. 강진호의 말은 일리
가 있다. 아이들을 변화시켜서 왕따 에 대항하게 한다면 남자들은 해결 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들은 왕따시키고 있는 여자아이가 갑자기 잘나가게 된다면 ‘만만한 년’에서 ‘건방지고 재수 없는 년’이라는 프레임의 변화가 생길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네요.”
“예. 그래서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주변에 딱히 이 문제에 대해 서 상의할 사람이 없네요.”
“그렇죠, 그렇겠죠.”
최연하가 머리를 꾹꾹 눌렀다.
‘왜 하필 이런 일을가져와서는.’
해결 방법도 마땅히 없는데 해결은 해야 하고, 그렇다고 손을 떼버 리자니…….
‘저 인간들이 여자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인간들에게 이 사건을 맡겨놓는다?
그 뒷일은 빤히 상상이 갔다.
세상에서가장 무서운 것은 선의 로 포장되어 있는 사고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사건에 부채질을 하다못해 기름을
끼얹고는, 그 앞에서 깨춤을 출 것이 분명했다.
강진호라는 인간은 신뢰하지만, 강진호가 미묘한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는도저히 상상 할 수 없었다.
“ 휴우……
최연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들었으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아예 안면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한번은 봤던 아이들이니 더더 욱 말이다.
귀찮고 힘들다고 해서 손을 떼버
린다면, 남겨진 아이들이 불쌍했다.
“한번 궁리를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 네?”
최연하가은근히 물었다.
“꼭 이게 나한테까지 와야 하는 일이었어요? 주변의 여자들한테 물 어보면 되잖아요.”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주변에 여자가 없는데요?”
“……여자 없어요?”
“ 네.”
“그러니까…… 이런 일을 상의할 여자가 없다는 뜻이에요, 아니면 주 변에 아예 친한 또래 여자가 전혀 없다는 뜻이에요?”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둘 다인 것 같네요. 상의할 사람도 없고, 또래 여자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 있으면은영이인데,은영 이는 어릴 적부터 연습생을 한다고 학교생활에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요.”
“흐음, 그렇구나.”
최연하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렸다.
‘진짜 얼굴값 못하네.’
저 얼굴로 친한 또래 여자도 없다는 것은 정말 충격과 공포였다.가 만히 그냥 카페에 앉아 있기만 해도 알아서 번호를 따겠다면서 여자들이 돌진해 올 얼굴을가지고 이 얼마나 팍팍하게 산단 말인가.
주변에서 저리 우월한 외모를가 지고 저리 모솔처럼 사는 사람
‘나밖에 없네.’
급우울해지는 최연하였다.
생각해 보니 서글프다. 그동안 연 애고 뭐고 이 분야에서 성공만 하면
즐겁고 행복한 삶이 뒤따라올 것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죽을 뻔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 당장 죽 으면 그녀의 인생에는 죽도록 고생 한 기억 말고는 남은게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을 즐기지 못하면 미래 에 즐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의 목표는 일이 년을 바짝 노력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진호를 만나지 못하고 지금까지의 삶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한 채 일에 몰두했다면, 나이 마흔 이 다 되어서 남자 한번 만나보지
못하고, 제대로 여행도 한번가보 지 못한 채 노처녀가 되어 있는 자 신이 남았을 것이다.
“끔찍하네.”
“ 네?”
“아, 아뇨.”
최연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렇게는 못 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터널에서의 사고가 그녀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일 죽더라도 후회 없이 살 아야 하겠다는 결심이 섰으니까.
가슴속에서 부글거리는 마음을 느
끼며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이 일 해결해 주면, 강진호씨는 제게 뭐 해주실 건데 요‘?”
“ 네?”
“설마 그냥 입 닦으려는 건 아니 죠?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강진호가 우물쭈물하자 최연하가도끼눈을 떴다.
“이 사람, 눈 뜨고 코 베어 갈 사람이 네.”
“……감사하는 마음을가지고 있 습니다.”
“고맙다고 말하는데 돈 들어요?
나는 고맙다는 말은 천 번이라도 할 수 있어요. 진짜 고마우면 성의를 표시를 해야지. 말로 하는 ‘고맙다’는 고마운게 아니에요.”
강진호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만 뻐끔거리자 최연하가 한숨을 쉬었다.
뭘 바라겠는가.
이 남자가 자체적으로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았다.
“내가 이거 해결하면 나랑데이트 해요.”
“데이트요?”
“네,데이트. 영화 보고, 밥 먹고, 그런 거. 술도 한잔하고.”
강진호가 미간을 좁히자 최연하가 움찔했다.
“시, 싫어요?”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싫은 건 아닌데…… 보답을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게 무슨 보답이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글렀어.”
“ 네?”
최연하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일이구요! 그래서 할 거예요, 말 거예요?”
“하, 하겠습니다.”
“오케이. 딜!”
최연하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하 자 강진호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 았다.
‘알다가도 모르겠네.’
복잡한 여심을 알기에는 그의 생도 짧은 것인지 모른다. 한 이백 년 쯤 더 살면 이해하게 될 날이 올지도.
날이 저물어 아이들이 다들 보육
원으로 돌아올 시간이 되자 강진호는 차를 몰아 보육원으로 향했다.
‘내가 너무 무심했지.’
예전에 누군가 그에게 그런 말을 했다. 마음을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내가 관심이 없는 이들에 비해서 뭔가 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은 그저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내가 그런 마음을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음을 받는 이들이 딱히 뭔가가 나아질 리가 없다. 실천하고 행 동하지 않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해 주고, 있어 주는 것만으로
도 위안이 된다는 말은 그저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위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의미에서 강진호는 딱히 아 이들을 위해서 해준게 없는 사람이다.
‘아니, 해준게 없다기보다는
최근 최연하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 이 없는 사람이었다.
보육원을 찾자마자 기겁을 하는
최연하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그동 안 그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 온 환경이 전혀 괜찮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마교에서의 생활로 인해 군대조차도 캠핑가듯 다녀와 버린 강진호가 다른 이들의 생활환경에 대해서 비 판적인 시선을가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학교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좀 더 관심을가져야 했어.’
타인에 대한 배려는 관심에서 나 온다. 관심을가지고 상대가 뭘 필
요로 하는지를 생각해서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 어지지 않은 것이다.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자.’
강진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는 많다. 최근에는 영남회와 총회 등 여러가지 뒷세계의 일에 엮이면서 다른 곳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변명에 지나 지 않는다는 것은 강진호가가장 잘 알고 있었다.
여유가 없으니가족이 불편을 겪
어도 되는가?
여유가 없으니 그의 주변인들이 험한 꼴을 당해도 납득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여유가 없으면 여유를 만들면 된다.
이 일은 꼭 그가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관심을가지고 다른 이들의도움을 구했더라면 여기 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건 무관심의 대가였다.
조금은가슴 쪽이 쑤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 보육원 한쪽에
차를 대고는 내렸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이 벌 컥 열리더니, 박유민이 밖으로 나왔다.
“왔어?”
“어떻게 알고 나왔어?”
“네 차 소리는 100m 밖에서부터 들려.”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날렵하게 뻗은 본인의 차를 보고는 한숨을 쉬 었다.
‘좀 덜 요란하면 좋겠는데.’
안에서 탈 때는 웅웅대는 엔진 음
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 지만,야밤에는 시동을 거는 것조차 겁이 나는 차였다. 실용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 애들은?”
“일단 다들 모아놨어.”
“그래.”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 늘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아이 들이 그에게도움을 청하기 전에 그가 먼저 아이들이 힘들지는 않은지 생각해야 했다.
‘이런 뜻도 있었겠지.’
먼저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원장 수녀님의 말에는 아마 이런 뜻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차마 손을 잡아달라고 뻗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
지금 원장 수녀님이 그를 내려다 보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하실까?
‘걱정하지 마세요.’
실수는 했지만, 수습은 제대로 할 테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육 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