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82)
마존현세강림기-383화(382/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9화)
2장 기획하다 (4)
세상에는 수많은 답이 있다.
답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꽉 막힌 사람이다. 세상을 살 다 보면 답이라는 것은 꼭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답 중에서 정답도 있고 오답도 있겠 지만, 삶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살아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답 중에서가 장 좋은 답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중가장 경계해야 할 답이 정답 같은 오답이다.
답은 답인데, 그냥 듣기에는 이보 다 더 정답이 없는데, 그 답이라는게 현실에 막혀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지금 강진호가 내놓은 답이 딱 그 랬다.
“아, 아니!”
한진성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 린 어이를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상대가 강진호라서 흥분을가라앉 히고 있는 거지,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으면 쌍욕이 튀어나왔을지도 모른다.
“그, 그게 해결책이라구요?”
“그래.”
한진성이가슴을 쳤다.
이 양반은 왜 저리 멀쩡하게…… 아니, 잘생긴 얼굴로 한번씩 저런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말을 태연하게 하느냐, 이 말이다.
저번에 성적이 영 안 나와서 고민 된다는 말을 했더니, ‘그럼 공부를 좀 더 해서 성적을 올려’라는 말로
사람을 빡치게 만들더니!
“그걸 못하니까 이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
“하면 된다.”
“형, 사람은 다섯 명을 상대로 못 이겨요.”
“보통은 그렇지.”
한진성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지 만, 강진호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1 더하기 1이 2라는, 아주 지극히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말을 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걸 하게 해준다는 거잖아.”
“아, 네.”
한진성이 흐뭇하게 웃었다.
‘말을 말아야지.’
말은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벽을 보고 강의를 하는 것과 그리 다를 것 없는 일이 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애들이 괴롭히면, 그 애들을 패주라는 건가요?”
“그래.”
“……그건 좀 그런데.”
“ 왜‘?”
강진호가 순수하게의문이 든다는 얼굴로 물었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건 올 바르지 않다고 배웠어요.”
“그럼 뭘로 대항할 건데?”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너희가 잘못했기 때 문이 아니라 너희를 보호해 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야. 만약 왕따를 시키고 동급생을 폭행하는 대가 로 퇴학을 당해야 한다거나 소년원으로가야 한다면, 누구도 왕따를
하려 들지는 않을 거야. 한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강도가 줄어들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증명하기도 어렵고, 증명한다고 해도 처벌이 마 땅하지 않으니 지금 이런 일이 벌어 지는 거잖아. 다른 방법으로 나를 보호할 수 없으니 그냥 치는 대로 맞고 있으면 된다는 건가? 그게 답 이야?”
강진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 만 지금은 그 담담한 어조가 더 섬 뜩하게 들렸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한번도 너희에게 옳은 답을 준다고 한 적
없어.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너희에게 옳고 바른 길만을 걸어야 한다고 하지 않을 거야. 세상이 바르다고 말하는 모든 것을 지키며 살아가기 에 세상은 너무 힘들고 더럽다. 그 모든 걸 지키는 사람은 결국 영웅이 되거나 비참해진다. 어느 쪽도 행복 하지는 않아.”
강진호가 손가락으로 누군가를가 리 켰다.
“얘처럼 된다고.”
난데없이 손가락질을 받은 박유민 이 펄쩍 뛰었다.
“왜, 왜 나를 걸고 넘어져!”
박유민은 억울해했지만, 다른 아 이들은 강진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와, 이건 안 되겠네.”
“그러게.”
“그렇게는 힘들지.”
박유민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들 이 급격히 공감하기 시작했다.
박유민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 냐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 이들이 다 연민이 담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니들이 그런 눈으로 나를 봐‘?”
“……형, 힘내요.”
“세상이 꼭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거예요.”
“내가 대체 뭐 어떻기에.” 아이들이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박유민만큼 착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박유민처럼 인생 고달프게 사는 사람도 딱히 본 적이 없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같이 일어나서 애들 밥 짓고, 등교 준비 하고, 보육원의 온갖 일을 다 하고, 나가서 일을 하고 와서도 애들한테 문제가 없는지부터 살피는 삶이라
니.
‘뭔 엄마도 아니고……
친엄마가 있어도 저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박유민이 돌보는 애는 하나둘도 아니었다.
올바르게 사는 결과가 저런 거라 면, 이쪽에서 사양이다.
강진호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너희에게 바른길을가르쳐 서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못 된다. 내게 그런 건 바라지 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당장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고, 적어도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다른 놈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 어주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 예.”
“그래.”
“그런데 형.”
“음?”
한진성이 조금 꺼려진다는 얼굴을 했다.
“저희야 그렇다 치고, 여자애들은 요? 걔들은 괴롭힌다고 때릴 수도 없는 건데.”
“그건 다른 대책이 있어.”
“다른 대책요?”
“그 대책을 만드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서 확실하게 답을 해줄 수 없 네.”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 믿을……
강진호가 되레 물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겠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 인간아.
한진성은 과연 이 일이 잘 해결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누나! 누나, 오늘은 또 어디가
세요?”
“너 스토커니? 사생팬이야? 어디 미쳐서 남의 집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자?”
“누나가 연락도 안 되고, 안 만나 주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누가 이 날씨에 길바닥에서 자고 싶겠어요? 누나, 저 누나 매니저예요. 다른 매니저들은 자기 연예인이랑 24시간 붙어 다니는데, 저는 누나 얼굴을 지금 한 달 만에 봐요. 이게 말이나 되냐구요.”
“야!”
최연하가 한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말했다.
“행사 뛰는 아이돌 애들이랑 내가 같아? 응? 같냐고?”
“……다, 다르죠.”
여기서 대답을 잘해야 한다. 저 성격 드러운 여자의 자존심을 함부 로 건드렸다가는 무슨 파탄이 일지 모른다.
최연하의 전임 매니저 중 하나가 이렇게 작품 안 하다가는 치고 올라 오는 어린애들한테 자리 다 탯길지 모른다는 말 한마디 했다가 그날 사 장실 테이블과 같이 뒤집어졌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소속사와 소속 배 우를 절대적인 갑을 관계라 인식하지만, 최연하쯤 되는 거물은 그 갑을이 거꾸로 역전이 된다. 소속사 사장이고 뭐고, 최연하 앞에서 큰소 리를 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내가 지금 스케줄이 있냐, 뭐가 있냐. 그런데 왜 연락을 해서 사람 귀찮게 만들어? 너, 사람 쉬고 있을 때, 회사에서 카톡하고 전화하고 하는게 비매너라는 거 몰라? 너 지 금 나한테 갑질하니?”
“가, 갑질이요? 지금 갑질이라고
하셨어요?”
편의점 알바가 프랜차이즈 사장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최연하에게 갑질을 하는 일은 절대 벌어질 수 없었다.
황당해하는 매니저를 보며 최연하가 혀를 찼다.
“쉬는 기간에는 좀 쉬자. 응? 스 케줄도 없는데 왜 자꾸 연락해서 귀 찮게 하냐고! 그리고 정신머리도 어 느 정도 없어야지, 저 텐트 빨리 안 치워? 동네 창피하게.”
“……스케줄이 없는게 아니라 누 나가 스케줄은 안 잡는 거잖아요.”
“그럼 없는 거지! 결과가 달라 져?”
매니저는 이제 해탈하기 일보직전 이었다.
‘대체 이 여자를 누가데리고가 서 살까?’
사람이 얼굴만 이쁘면 뭐하는가, 성격이 개차반인데.
연예인들 성격 더러운 거야 새삼 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최연하는 그 성격 지랄 맞은 여자 연예인들과도 또 다른 타입이었다.
쓸데없이 민감하고 날카로워서 온 갖 일에 흥분하고 혼자 빡쳤다가 혼
자 우울해하고, 또 사방에 패악질을 부리고 지들끼리 정치질을 해서 그 룹 말아먹는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 과는 다르게, 최연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건 그냥 또라이야.’
그냥 근본부터 뭔가 이상하다.
최연하를 청순 여신쯤으로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최연하의 평소 모 습을 본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 질 것이다.
언젠가는 세상에 이 일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불행한 희생자가 더 늘지 않을 테니까.
‘성격이 그러니 남자 친구가 없 지.’
수많은 소속사들이 소속 여자 연 예인의 연애를 막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과는 반대로 최연하의 소속사는 최연하에게 연애를 적 극 권장하고 있었다.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팍 성과 사람 잡아먹는 민감성을 낮추 기 위해서는 어디서 좋은 남자 만나 연애라도 해야 한다는의견이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어디가서 좋은 남자 라도 좀 만나라고 사정사정을 했는
데…….
‘왜 또 본인이 연애에 관심이 없 냐고!’
매니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따지고 보면 관리하기 나쁜 연예 인은 아니다. 밤만 되면 클럽이다 파티다 어디서 술 처먹고 떡 돼서 연락 안 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최연하는 스케줄이 없으면 무조 건 집에 박혀 있거나 헬스장에서 운 동이나 하는 초식초식한 여자였으니 까.
술도 싫어하고, 파티도 싫어하고, 술과 파티가 뒤섞인 건 열 배로 싫
어하는데다가…….
‘잘생긴 남자는 잘생겨서 느끼해, 못생긴 남자는 못생겨서 짜증나, 평 범한 남자는 매력이 없어.’
뭘 어쩌라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노처녀로 늙 어 죽을 것이 틀림없었다.
“어디가시는 건데요?”
“ 나?”
“예. 지금 외출하시는 거잖아요. 어디가시는 건데요?”
최연하의 눈이 살짝가라앉았다. 저런 눈을 할 때의 최연하는 정말 기분이 나쁠 때다.
매니저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내가 너한테 사생활 보고까지 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지? 계약서에 그런 조항 넣은 기억 없는데 말이야. 간만에 사무실 들러서 사장님한 테 계약서 수정했는지 확인 좀 해보 자고 할까?”
“아, 아니요!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너, 내가……
최연하의 눈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갑작스레 최연하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화를 끊어버리고 계속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액정을 슬그머니 살핀 최연하가 헛기침을 하더니 뒤로 슬쩍 돌아 전화를 받았다.
“지, 지금 출발할 거예요.”
‘목소리 왜 저래?’
매니저의 얼굴이 살짝 멍해졌다.
저거 아닌데……. 그가 아는 최연하의 목소리가 아닌데? 저거 뭐라고 할까. 한창 톡톡 튀는 배역 맡았을 때 발랄하게 한다고 쓰던 목소리 아 닌가? 한 컷, 한 컷 끝날 때마다 닭 살 돋고 입안 느끼하니까 빨리가서 쌉싸래한 거 사 오라고 하던 그럴
때?
“네. 아, 아뇨. 방금 일어났어요. 조금 늦잠 자서요. 대충 입고 나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누나, 지금 풀메여.’
이게 대충 입고 나가는 거면, 꾸 미면 어디를 간다는 말인가.
패션쇼?
손부채질을 하며 전화를 받는 최 연하를 바라보던 매니저의 눈에 순간 광채가 뿜어졌다.
‘서, 설마…… 이거?’
대형 사태다.
최연하 연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