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89)
마존현세강림기-390화(389/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16화)
4장 활용하다 (1)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나?” 사이토 겐류의 얼굴이 변화를 담 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연락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말이냐? 그 녀석들이 연락 한번 해볼 틈도 없이 모조리 당했다는 말
이냐? 그게가능이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 만, 분명히 일어난 사실입니다.”
“내가 그런 빤한 말이나 듣자고 지금 이러고 있는 것 같나?”
오이즈미 슌스케는 그에게로 향하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빌어먹을.’
보고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은 괴 로운 일이다. 때로는 당연히 분노를 살 수밖에 없는 보고조차도 건너뛸 수 없으니까.
보고를 하는 입장에서도 보고를
받는 사이토가 어째서 분노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에 불만조차가질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좋아. 그럴 수 있겠 지. 그렇지만 사카츠키는? 사카츠키 조차 실종되었다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사이토 겐류가 어이없다는 듯 멍 한 눈으로 오이즈미를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사카츠키가 당했다고?”
“아직 당했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 진 것은 아니지만……
사이토 겐류의 얼굴은 지금까지와
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그의 얼굴이 황당함을 머금고 있었다면, 지금 그의 얼굴에는 경계의 빛이 확 연했다.
“그렇군. 사카츠키가 당했다는 말 이지……
사이토가가만히 손을 뻗어 애도 (愛刀)의 손잡이를 잡았다. 반들반 들한가죽의 질감이 손끝으로 느껴 지자, 홍분한 육체가 한결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랬단 말이지, 그래.”
사이토는 마음을가라앉히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이리 흥분할일이 아니다.
그 이전까지의 일은 홍분의 영역 이지만, 사카츠키가 당했다는 것은 홍분이 아니라 위협의 영역이었다.
‘당하지 말아야 할 녀석이 당했다.’
다른 이들은 당했다 하더라도 이 해할 수 있다. 그들은 전투원이니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전투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카츠키는 전투원이 아니 었다. 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해 사이토가 파견한 정보원이었다. 그것도 웬만한 전투원 이상의 힘을
가지고, 거기에 극한의 인술을 익힌 정보원이었다. 인자라는 이름에가 장 걸맞은 이가 사카츠키였다.
그런 사카츠키가 당했다는 말은 결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거리를 둔 채 감시하는 존재의 종적을 눈치 채고 뒤쫓아 살해할 정도의 실력을가진 이가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뜻 이 된다. 그게 누가 되었든 말이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한반도는 무의 불모지와도 같았다. 하지만 만약 한반도에 강력 한 무인이 출현하여 그들의 세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커다란 변수
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무인들을 모은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싶겠지만, 분열 되어 있던 한반도의 무인들을 한곳으로 모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건 목소리가 되고, 힘이 될 테니까.
그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완충 지대를 만들어주던 한반도의 역할이 사실상 끝나게 된다.
‘단시간 내에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겠지만……
미묘한 상황이었다.
한반도의 정세가 어찌 변하는가에 따라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크게 뒤 틀리게 된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한반도가 동아시아를 움직이는 키가 되어버리는 상황이었다.
“이래서 진즉에 반도를 정벌해야 한다고 말했거늘.”
세력 싸움에 정신이 팔려서가장 큰 먹잇감이 저리 크도록 내버려 두 고 말았다. 이건 뼈아픈 실수다.
“원인은 역시나 그 강진호라는 놈 인가?”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 들을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알 수 없다란 말뿐이로군. 그럼 대체 뭘 알 수 있는 건가?”
자신을 탓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이즈미는 몸을 바짝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잘못이었다.
그가 실수를 하지는 않았지만, 무 능했다. 그리고 무능은 죄였다.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는 말은 그저 무 능한 이들의 자기 위안일 뿐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인원들을 이용하
고, 새로운 이들을 투입하여 정보를 확보해 보겠습니다.”
“서두르도록.”
“예.”
“그리고……
사이토는 오이즈미를 붙잡아두고는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오이즈미 역시 재촉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윗선은 내가 설득하겠다. 너는 그 강진호라는 놈을 철저하게 감시 해라. 철저하게!”
“예.”
“우리 아이들만이 아니어도 좋다.
한국에 끈이 닿아 있는 모든 조직에게 협조를 구해라. 내 이름을 팔아도 좋다. 지금은 서로를 견제할 때가 아니다. 반도의 상황을 명확하게 알기 전까지는 모든 항쟁을 멈춘다.”
“명을 전하겠습니다.”
“좋아.”
오이즈미가 뒷걸음질로 방을 나서 자, 사이토는 묵직한 침음을 홀렸다.
‘큰일이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이토는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쩌면 이 모든 일
의 책임은 그 자신에게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저의견을 전하고 불 만을 늘어놓는 수준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하게 반도 정벌을 밀어붙였 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지는 않 았을지도 모른다.
굳은 얼굴을 한 사이토가 거친 걸 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더 늦기 전 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진호, 강진호라……
그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뒤틀 리고 있었다.
“불합리하다.”
“불공평하다.”
“이건 남녀 차별이야!”
남자들은 입이 댓 빨씩 튀어 나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의 교육을 빙자한 학대를 겨우겨우 버티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여자들은 아주 화사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게 어색한 느낌이 난 다 싶더니, 다들 헤어스타일이 바뀌 어 있고,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온
건지 얼굴에서는 광채가 났다.
죽을상이 되어 돌아온 그들에 비 해서 여자들은 너무도 화사하기 짝 이 없었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남 자들은 대책 회의에 돌입했다.
“……어떻게 하지?”
“글쎄……”
“이건 너무 억울하다. 억울하고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다.”
“형, 종수 잔다.”
“응?”
피로에 찌든 아이들이 여기저기 곯아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진성이 기겁을 하여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
했다.
“씻어! 이놈들아! 씻고 자야지! 이대로 잠들면 안 돼!”
곯아떨어지는 아이들을 억지로 일 으켜 깨워 욕실로 밀어 넣은 한진성 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개중 나이가가장 많은 한진성도 이리 힘든데 어린아이들이야 오죽하 겠는가.
‘이게 효과가 있을까?’
시키는 사람이 강진호라서 그냥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게 과연 효 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효과를 보기 위해
서는 과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한진성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강진호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 었다. 하지만 강진호가 원하는 수준 까지 그들이 치고 올라갈 때까지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에는 그 끔찍 한 순간들을 그냥 감내해야 할 것이다.
‘애들은 괜찮을까?’
따돌림이라는 것은 별게 아니다.
그저 그들이 자신을 동등한 사람
으로 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 하는 것뿐이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부모라는 존재가 있기에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의지할 곳이 있겠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를 보듬어줄 사람이 없었다.
새로 온 원장이나 박유민이 열심 히 애를 쓰고는 있지만…….
한진성이 피식 웃었다.
‘그게 쉬울 리가 있나.’
애초에 성치 않은 아이들을 이만 큼이나 돌봐준다는게 얼마나 어려 운 일인지는 그가가장 잘 알고 있
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 한 일이었다.
“ 휴우……
깊게 한숨을 내쉰 한진성이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가?”
“바람 좀 쐬고 올게. 더워서.”
“어, 형. 애들 씻기고 재울게.”
“그래. 고생 좀 해라.”
밖으로 걸어 나가자 차가운 밤공 기가 폐부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보 육원 앞쪽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걸터앉은 한진성이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둡네.’
산골로가면 저 하늘에 별이가득 하다는데, 한진성은 아직까지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늘도 갑갑하네.”
“그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한진 성이 벌떡 일어났다. 담배를 입에 문 강진호가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 었다.
“어, 형……
“나는 꽤 좋아하는데 말이야.”
“ 뭘요?”
강진호가 턱짓으로 하늘을가리켰
“하늘.”
“시커먼 하늘이 좋다구요?”
“음, 이상한가?”
“이상하다기보다는……
한진성이 피식 웃었다.
“아니, 이상한 거 맞네요. 이상해 요. 시커먼 하늘이 대체 뭐가 좋다 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강진호가 빙그레 웃고는 한진성의 옆에 앉았다.
“ 이상할까?”
“예. 좀 이상하죠. 보통은 별이
많은, 그런 하늘을 좋아하잖아요. 막 쏟아져 내릴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래, 보통은 그런 하늘을 좋아 하지. 그런데…… 보통과 다르다는 건 이상한 건가?”
한진성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그 말이 한진성을 푹 하 고 찔러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다르다는 것은 이상한 건가? 다르다는 건…….
강진호는 한진성의 대답을 기다리 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살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
지.”
“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시 간이 조금 지나다 보면 전혀 반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거든.”
“……예.”
“그렇게 인식이 바뀌면 사람들은 그전까지의 생각이 다 거짓이었다는 것처럼 바뀐 인식을 따라가지. 재미 있는 건, 그전에 그리 생각하고 있던 이들은 세상이 바뀌면 배척받다가 어느새 대세에 중심이 되어버리 지.”
강진호가가만히 한진성을 보며
말했다.
“다르다는 것은 잘못된 걸까?”
“모르겠어요.”
한진성이가만히 말했다.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형. 그런데 하나 아는 건…… 다르다는 건 참 힘드네요.”
강진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지금은 위로가 필요한 때가 아니 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힘들겠지.’
중원에서 강진호를가장 힘들게 한 것은 같은 사람이되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가지고 있는 이들 사이
에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세상에 홀로 떨어져 버린 느낌이 라고 해야 할까?
분명 같은 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그 홀로 유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의 강진호에 비한다면 지금 한진성이 하는 고민은 어쩌면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의 고통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있잖아.”
“뭐가요?”
“너와 같이 고민해 주는 사람들이 말이야.”
한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반쯤 불이 꺼진 보육원을 살핀 한진성이가만히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런 것 같아요.”
“나도 같이 고민을 해줄 테니, 너 무 걱정하지 마. 해결해 줄 테니까.”
한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강진호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형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형은 슈퍼맨이 아니니까요.”
“……그래.”
“그럼.”
한진성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호가 새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슈퍼맨이라……
어쩌면 그리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모두를 지 키기 위해서는 말이다.
강진호는가만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