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9)
마존현세강림기-39화(39/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14화)
3장 — 부자 되다 (1)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는 지금 세 번째 같은 것을 물어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황정후는 조금도 짜증내지 않고 백현정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가 손주가 하나 있 었는데……”
황정후의 설명은 이랬다.
황정후가 잃어버린 손주 하나가 있는데,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녔지만 겨우 흔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사 고로 죽은 뒤였다는 것이다.
상심하던 찰나, 중학교 시절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아이의 유품을 정리하는도 중 그 아이가 손자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일기를 발 견했다.
일기에는 꼭 그 아이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말이 여러 번 적혀 있었고, 그것을 본 황정후가 보답을 하기 위 해서 강진호를 찾아왔다.
‘처절하군.’
이 막장 드라마 소재로도 쓰이지 않을 허술한 시나리오를 열심히 설명 하는 황정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칠순에 이른 노인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땀을 뻘뻘 흘 리는 걸 보자니, 눈을 돌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강진호에게 설명하라고 했으면 이보 다는 몇 배는 더 잘 설명할 수 있 었을 것이다.
저렇게 설명을 하니 누가 믿겠는가. 강진호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골치가 아파왔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 사연이.”
“너무 감동적이야.”
강진호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통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가 통하고 있었다.
심지어 동생인 강은영은 눈물까지 홀리고 있었다.
‘막장 드라마를 대체 누가 보는가 했더니……
현대로 돌아와 TV를 보면서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드라마였다.
볼만한 드라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눈 뜨고 봐주기 힘든 막장 드라 마였다. 그런 드라마를 보면서 대체 이 드라마들을 누가 보기에 시청률 이 이리 높게 나오나 했는데, 그 원 흉이 둘이나 이 집안에 있었던 것이다.
황정후는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찍어 냈다.
‘애쓰시네.’
황정후는 물기 젖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진호 학생을 찾아왔네. 진호 학생에게 먼저 간 우리 애에게 못해준 것을 해주고자 하네. 하늘에 있는 그 아이도 그걸 바랄 테니.”
강진호의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황정후의 시나리오는 어설펐지만, 준비는 철저했다.
“그럼 명덕이가……”
“내 손자 놈이지.”
강진호에게 중학교 시절 절친한 친 구가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친구가 사고로 죽은 것도 사실이다.
두명덕이라는 특이한 이름을가진 이 친구는 중학교 시절 강진호의 집 에도 여러 번 놀러왔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황정후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말 그대로 사돈의 팔촌까지 따져 봐도 아무 관계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두명덕도 입양가정의 아이였고 자신의 친 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보고 받은 황정후가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강유환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아버지마저……”
왜 아무도의심을 하지 않는 것인가!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강진호는 망연자실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그럴 만했다.
거짓, 조작?
스토리가 허술하든 말든 대체 황정후가 뭐가 아쉬워서 바쁜 시간을 쪼 개 그들을 찾아와 거짓말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황정후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사기라고의심해 보겠지만, 재경 그
룹 회장 황정후가 강진호네 집에 사 기를 쳐서 뭘 하겠는가.
이미 황정후라는 이름 자체가 신뢰를가지고 있는데, 그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겠는가.
강진호는 그런 간단한 사실을 몰랐다.
강유환은 다 이해한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이보게!”
강유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 아들놈이 뭘 그렇게 잘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런 거금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황정후는 강유환의 대응에 살짝 당 황한 듯했다.
이놈의 집안은 다들 돈 욕심이 없는 지, 돈을 준다는데도 거절을 해 댔다.
황정후도 거절 세 번이 예의인 대한 민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 예의 상 거절하는 것과 진심으로 거절하는 것의 차이를 모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강유환은 정말로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황정후가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 었다.
황정후는 이를 악물었다. 호언장담하고 왔는데 여기서 물러나 서야도무지 체면이 서질 않았다. 황정후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었다.
“부탁하네.”
황정후는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
“어, 어르신, 왜 이러십니까!”
“어머나! 회장님!”
강유환과 백현정이 황정후를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황정후는 요지부동이었다.
“내 손자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 다네. 내 실수로 손자 놈을 잃었고, 제 아비가 누구인지 제 할애비가 누 구인지도 모르고 죽게 만들었네. 이 대로라면 나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네. 그러니 제발 내가 천분의 일 만이라도 내 손주 놈에게 해주고자 했던 것을 이루게 해주게나.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어르신, 우선 고개를 드십시오.”
“회장님, 왜 이러세요!”
“제발!”
“알겠습니다! 알겠다구요! 그러니 제발 좀 일어나세요.”
“ 정말인가?”
황정후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강진호는 그 코미디 같은 광경을 지 켜보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도저히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았다.
“그럼 이걸 받아주게나.” 황정후가 통장을 내밀었다.
“……정 그러시다면.”
강유환이 황정후가 내민 통장을 받 았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통장을 펴 보았다.
‘배, 백억?’
통장 안에는 백억이라는 거금이 들 어 있었다.
강유환이 일년에 일억이라는 돈을 번다고 해도 백 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아니, 무슨 돈을 이렇게!”
황정후는 되레 역정을 냈다.
“그럼 이 황정후가 손자 놈에게 백 억도 쓰지 않았을 것 같은가!”
“재경 그룹을 물려줄 놈이었는데……”
황정후는 다시 손수건을 꺼냈다. 강진호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 아내는 황정후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연기는 기술이 아니라 근성이다.
“어떤가?”
황정후의 물음에 강진호는 솔직히 답했다.
“지켜보기 괴롭더군요.”
“끌끌끌, 통하면 그만이지. 자네가 몰라서 그렇지, 너무 치밀한 것은 되레의심을 받는다네. 약간 허술해 보여야 ‘설마 이런 허술한 걸로 날
속이려 하진 않겠지’라는 생각에 넘 어오는 것이지.”
“사기술인가요?”
“거래법이라고 해주겠나?”
“여하튼 다행이네요.”
“이제 이걸로 큰 문제는 해결했네. 한동안 자질구레한 일들이 생기겠지 만……
황정후는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명심하게.”
“ 예?”
“돈이란 것은 편리를가져다주고, 힘을가져다주네. 돈은 많을수록 좋
은 것이지. 하지만 돈이란 것은 요 물과도 같아서 그것에 휩쓸려 버리 면 사람이 변하게 되네.”
“별걱정을 다 하시는군요.”
“내가 자네 걱정을 하는 것 같나?”
“자네는 몰라도 자네가족들은 평범 한 사람들이야. 평범한 이들이 갑자 기 거금을 만지게 되면 심심치 않게 사단이 벌어진다네. 자네가 중간에 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만가보겠네. 문제가 있으면 전화하게.”
“그러죠.”
“그리고……
황정후는 조금 머뭇대다가 입을 열 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부탁이 하 나 있는데……”
“예.”
“자네가 나한테 직접 연락하기가 어 렵지가 않은가. 그러니 중간 연락책을 하나 두었으면 하는데……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의의도는 알고 있었다.
중간 연락책이라고는 하지만 자기에게 보고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리
라.
일종의 감시책이었다.
“그렇게 하시죠.”
“이해해 주니 고맙네. 쓸 만한 사람이니 곁에 두고 쓰면 될 거야.”
강진호는 웃어버렸다.
고등학생인 그가 어디에 사람을 부리란 말인가.
“그럼.”
황정후는 검은 세단을 타고 천천히 골목에서 사라져 갔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난리가 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차분했다.
강유환은 통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고, 백현 정은 뾰로통한 얼굴로 그런 강유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강은영만이 조금 상기된 얼굴 이었다.
“배웅해 드렸느냐?”
“예.”
“일단 좀 앉거라.”
“ 예.”
강진호는 바닥에 앉았다.
“이 돈 말인데……”
“ 예.”
“일단은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
“어째서요?”
“다른 사람에게 받은 돈이고, 황 회장님이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는 일 아니냐. 정당하게 번 돈이 아니다.게다가 이런 거금을 쉽게 받을 수는 없지.”
“하지만 이미 받았잖아요.”
“그렇게까지 나오시는데 그럼 어쩌 겠느냐? 그래도 이건 조금……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한테는 거금이죠.”
“음?”
“아버지가 황 회장님 입장이면 그
아이의 집에 백만원 못 주나요?” “줄 수 있지! 백만원이야 나도 거 리낌 없이 받았겠지.”
“그거예요.”
“그것과는 다르다.”
“다를게 없어요. 우리 집 재산은 탈탈 털어도 1억이 안 되는데, 황 회장님 재산은 조가 넘어가거든요. 숨겨둔 재산까지 합치면 훨씬 더 될 거예요.”
“그러니 우리가 받은 건 실제로는 한 삼•십만원? 그 정도라고 봐야 죠.”
강은영이 입을 내밀었다.
“그렇게 생각하니은근 쪼잔하네! 난 천만원은 줄 수 있겠다!” 백현정이 강은영의 등을 후려쳤다. “이게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아, 따거!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강진호는 강유환을 설득했다.
“그렇게 삼십만원을 주고 왔는데 막상 당사자가 부담된다고 신줏단지 모시듯 돈을 싸놓고만 있다면 마음 이 편하시겠어요?”
“……아니겠지.”
“그러니 쓰세요. 쓰는게 맞습니다.” 강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들어보니 그게 더 경우에 맞는 것 같구나.”
“예.”
“알겠다. 그럼 호의는 호의로 받도 록 하지.”
강유환의 말에 강은영과 백현정이 환호성을 질렀다.
“꺄아! 나 백 사야지!”
“이것아! 네 아버지 차가 먼저야! 그다음에는 엄마 옷!”
“엄마는 옷도 많으면서!”
“입을게 없어! 입을게!”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며 빙긋이 웃 었다.
황정후의 말도 맞았다.
돈이 없이도 행복할 수는 있지만, 돈이 있으면 좀 더 편히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럼 저는 들어가 볼게요.”
“피곤한가 보구나.”
“조금 그렇네요.”
“그래, 이런 일이 있었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일찍 쉬거라.”
강진호는 인사를 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모든 일이 잘 해결된 것 같지만, 아직 강진호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하 나 남아 있었다.
“흐음……
강진호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조금 구겨져 버린 통장을 꺼내 바라보았다.
황정후가 아버지께 내민 통장은 다른 통장이었다. 강진호 몫의 통장은 강진호가 들고 있었다.
이제 큰 문제가 하나 생기고 말았다.
“어디에 써야 하지?”
강진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돈이 있어도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