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93)
마존현세강림기-394화(393/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20화)
4장 활용하다 (5)
“후우.”
강진호는 우울한 얼굴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스승은 그에게 말했다. 인생이란 것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법이니, 이왕 해야 하는 일이
라면 징징대지 말고 즐기면서 하는 것이 길지 않은 인생을 좀 더 편히 사는 법이라고 말이다.
‘즐길 수 있는 일이면 즐겼겠지 요, 스승님.’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즐길 수 없는 일을 너무 많이 만났고, 인생도 짧지 않았다. 강진호가 이런 긴 인생을 살게 될 줄 알았다면 스승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을까?
“휴우우우우……
샤워를 마친 강진호가 거울을가 만히 바라보다가 얼굴에 면도 크림을 발랐다.
‘이젠 좀 적응이 되네.’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 그의 몸이 털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중원에서는 면도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몸에 난 털을 일일이 밀어야 한다는 것이 영 적응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적응 이 좀 되는 느낌이다.
손가락을 세워 강진호가 자라난 수염을 밀어 나갔다. 그러자 예리한 면도날로 밀어낸 것처럼 수염들이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수염을 다 밀어내고 얼굴을 씻은 강진호가 세 수를 마저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흐으으응?”
“……깜짝이야.”
강은영이도끼눈을 뜬 채 그를 바 라보고 있었다.
“가게 문 열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이 아침부터 꽃단장을 하고 밖으로 나가시는 이유가 뭘까?”
“꽃단장은 무슨 꽃단장이냐.”
“맞는 거 같은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강진호가 달라붙는 강은영을 슬쩍 밀어내고는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강은영은 끈덕지게 그를 따라붙었다. 방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문지방 에 걸터앉아 죽어도 방문을 닫지 못
하게 하는 강은영 덕분에 강진호는 한숨을 쉬고는 문을 연 채 옷을 갈 아입었다.
“이봐! 이봐! 엄마아아아아아!”
강진호가 하는 꼴을 지켜보던 강은영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그러 자 안방 안에 있던 백현정이 화들짝 놀라 밖으로 나왔다.
“왜? 무슨 일인데?”
“오빠 봐, 오빠!”
“아니, 오빠 왜?”
강은영의 말에 강진호를 바라본 백현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선보러가니?”
강진호가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대체 그동안 그가 어떤 삶을 살아 왔으면 청바지와 하얀 티를 입는 것 만으로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 청바지 새로 산 거니?”
“……예.”
“너 진짜 연애하는 구나?”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이 아침부터 왜 옷을 차려 입고 그러니.”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내면이다.
하지만 오는 강진호는 차려입는 것도 자신을 규정하는 큰 요소 중 하나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할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이렇게 꾸미는데, 여자를 만나는게 아니라고?”
“아닙니다!”
강진호는 이 이상 말을 나눠봐야 얻을게 없다는 판단하게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다.
“도망간다! 엄마! 오빠도망간 다!”
“거기 서지 못하겠니?”
“……저, 정말 아니에요.”
강진호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유를 대지 못하는 변명은의심 만 더가중시킬 뿐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
“너는 좀 조용히 해라.”
“엄마! 오빠가 말 돌려!”
백현정이 눈을 살짝 치켜떴다.가 만히 강진호를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백현정이 씨익 웃으며 강진호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출동해, 아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신발을 신 자 강은영이 화를 이기지 못하고 폴
짝 뛰었다.
“저, 저…… 저거 보라고. 안 되 겠다. 내가 따라가서 감시를……
“넌 이리 와.”
백현정이 강은영의 머리를 잡아 당겼다.
“아파! 엄마, 아프다고!”
“너를 그냥 놔뒀다가는 네 오빠는 평생 장가도 못가겠다. 괜히 깽판 놓으려고 하지 말고 이리 와.”
“엄마는 별소리를 다해!”
“별소리를 다 하는 건 너야!”
투닥대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그래.”
강진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강은영이 따라붙기 전에 빠르게 집 에서 빠져나왔다.
“휴우……”
뭐랄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굳 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느 낌이 확 든다.
‘영 껄끄러운데……
막 차 문을 열려는 순간, 메신저
가 울렸다.
“음?”
이 아침에 웬 톡이란 말인가.
휴대폰을 보니 최연하의 톡이었다.
— 그 머리로가려구요?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대문 쪽을 바라보자, 창살 사이로 늘씬한 모습 이 보였다.
한숨을 푹 내쉰 강진호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부터 웬일입니까?”
“이럴 줄 알고 왔죠.”
“네?”
“머리요, 머리.”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머리는 또 왜?
“흐웅, 생각 같아서는 숍이라도데리고가고 싶지만, 싫다고 하겠 죠‘?”
“숍이요?”
“미용실 말하는 거예요.”
“이 아침에 연 미용실이 있습니까? 이발소면 몰라도.”
“내가 열라면 열어야죠.”
어쩌면 이 여자는 인생을 매우 편 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찰나, 최연하가 주머니에서 작고 빨간 통을 꺼내더니 뚜껑을 열 었다.
“이리 와봐요.”
“……그게 뭡니까?”
“왁스요.”
강진호가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입니까, 이게?”
“이건 자존심 문제예요!”
최연하가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 지만, 나름 꾸미고 나가는 일인데 어설프게 꾸미고 나가서 강진호씨의 포텐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고 생각되는 것도 열 받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왜 열 받냐구요.
강진호로서는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지만, 최연하는 결 코 이대로는 못 보낸다는 패기를 줄 기줄기 내뿜으며 강진호의 돌아갈 길을 차단했다.
“꿈도 꾸지 마세요. 내가 이럴 줄 알고 아침부터 달려온 거니까.”
“……어째서?”
“자존심 문제라니까!”
그러니까, 내 머리가 이상한데 왜 당신이 자존심이 상하냐고.
하고픈 말은 너무도 많지만, 최연하는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사태를가장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머리를 순순히 내주는 것밖에는 없다고 판단한 강진호가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옳지, 착하다.”
최연하가 머리를 쓰다듬자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할 것만 합시다.”
“알았어요, 알았어.”
말은 알았다고 하면서 최연하가 자꾸 머리를 쓰다듬자 강진호가 고 개를 번쩍 들었다.
“바, 바르려고 했어요. 진짜예요.”
강진호가 한숨을 쉬고 다시 머리를 숙이자 최연하가 왁스를 손에 묻 혀 비비고는 뭔가 프로페셔널해 보 이는 손동작으로 강진호의 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 됐어요.”
“……끝났나요?”
강진호가 고개를 들자 최연하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홅어보았다.
“좀 과도하게 잘생겨진 것 같은데, 너프 좀 할까요? 애교머리 하나 내리면 느끼함이 증가해서 좀 못나 보일 것 같은데?”
“관두겠습니다.”
“그래도 잘생겨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나 봐요? 히히.”
강진호는 쌩하니 몸을 돌렸다.
“오늘 잘해요!”
최연하도 딱히 미련은 없는지 손
을 흔들었다.
강진호는 등 뒤에서 파이팅을 외 치는 최연하를 보며 눈두덩이를 문 질렀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웬만해서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강진호이지만, 오늘은 아침부 터 뒷골이 땡겨오고 있었다.
“강진호씨!”
“네?”
최연하가 창살 사이로 소리쳤다.
“웃어요. 설마 그 얼굴로 갈 건 아니죠?”
창살 사이로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최연하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아마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끙.’
강진호는 촉촉해진 눈가를 훔치며 차에 올랐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됐더 라?’
이 모든 건 조규민이 저지른 일이 었다.
“돈지랄요?”
“네네, 돈지랄 좋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면상…… 아니, 얼굴로 밀 고 나가는 것도 포함합시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가는데……
조규민이 강진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왜 이러십니까……
“강진호씨, 제 말 잘 들으세요.” 조규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 일은 생각보다 심각한 일입니다.”
조규민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자 강진호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세상에는 해결이 단순하지만 그 해결법이 실행하기 어려운 일과 해 결법 자체가 난해한 일이 있습니다. 이건 명백하게 후자입니다. 앞의 일은 강진호씨가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그러니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해는 하겠습니다만……
“그래서 지금 각자의 전공 분야로 아이들을도우려는 거지요. 모르시 겠습니까?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최
선을 다한다구요. 최연하 씨는 외모 적인 부분, 박유민 씨는 심리적인 부분, 그리고 방진훈 회주는 육체적 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 론…… 물론!”
슬슬 조규민이 발동을 걸기 시작 했다.
“강진호씨가 다른 걸 못한다는게 아닙니다. 물론 강진호씨도 잘 하시죠. 다만, 다른 것은 대체할 사람이 있지만, 오로지 강진호씨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습니까. 그게 바로 돈과 와꾸죠!”
“와, 와꾸요?”
“얼굴이라고 해석하시면 됩니다. 제 얼굴로 미남계를 쓸 수는 없잖아요.”
“……대체 여기서 미남계가 왜 나 오는 겁니까? 그게 왕따와 무슨 관 계라구요!”
“에헤이, 또 순진하게 이러신다!”
“약 파시는 것 같은데!”
“약이라니요! 이 조규민이! 일평 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정치하세요?”
“자자, 일단 제 말을 들어보세요.” 조규민이 씨익 웃었다.
“물론 강진호씨가 이런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이게 무슨 효과가 있냐는 거죠.”
“강진호씨가 어떤 사람을 봤다고 합시다.”
“예.”
“그런데 그 사람이 전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 미국 대통령과도 스 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며 커피 한잔 하고 있다고 치자구요.”
“……뭐가 그리 극단적이에요?”
“그럼 강진호씨는 그 사람을 평 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어요?”
강진호는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건 아니니까.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그 사람이 어떤 이들과 어울리느냐도 있는 겁니다. 절대 아니라고는 못해요. 그 사람이 내가 보기에 레 벨이 굉장히 높은 사람과 어울린다 싶으면, 그 사람도 뭔가 있어 보이는 거죠. 이건 그냥 팩틉니다. 이해가 안가면 그냥 외우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나이 대의 애들한테는 돈보다 얼굴이 확실하게 먹힙니다.
이건 백 프로예요.”
“아니, 조 실장님……
“강진호씨!”
조규민이 강진호를 간절히 부르며 말했다.
“애들에게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하실 수 있는 거죠?”
“하실 수 있죠?”
“……네.”
조규민이 씨익 웃었다.
“역시 강진호씨입니다. 그럼 내 일부터 당장 시작하는 걸로 하죠. 대신에 트레이닝복은 절대 입지 마
세요. 간단하게 청바지에 하얀 셔츠 만으로 충분합니다.”
“아, 아니……
“그럼 내일 아침에 차 몰고 보육 원으로 오시면 됩니다. 꼭 차 몰고 오세요.”
이상하게 최근에는 조규민에게 당 하기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