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95)
마존현세강림기-396화(395/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22화)
5장 올라타다 (2)
윤혜미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어떻게 해, 쪽팔려 죽을 것 같 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박유민이 꼭 해야 한다고 사정사 정을 하지 않았다면 윤혜미는 이런 얼굴에 불이 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모이던 그 많은 시선을 다시금 떠올리니 지금 당장이라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뭐냐고! 이게!’
저 양반들은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인가.
뭘 꾸미려면 좀 잘 꾸미든가, 이게 무슨 70년대 영화도 아니고…… 이런 것들이 아직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 구시대적인 발상에 기 겁할 노릇이었다.
정말 서글픈 것은 그 쌍팔년대 영
화 같은 시나리오의 여주인공이 바 로 그녀였다는 것이다.
처음 강진호의 차에 탈 때까지는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 있었는데, 학 교가가까워지면가까워질수록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에는 지정된의도대로 리액션을 해줄 엑스트라들이 있지만, 현실 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반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새삼 실 감하자 오금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라도 어떻게든 막아야 했는데……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진호
에게 ‘오빠, 이건 정말 아닌 것 같 아요’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 실 수였다.
망설이는 사이 차는 교문 앞에 서 버렸고, 강진호가 잡을 틈도 주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 꼴이다.
‘들린다고, 들려.’
등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 온다. 뭐라고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등 센서는 지 금 자신에게 아이들의 시선이 날카 롭게 꽂히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진짜 죽을 것 같아.’
이리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미영 때문에 밤마다 방에서 소 리 죽이고 울 때도 생각해 보지 못 한, ‘전학’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 낸 윤혜미는 오늘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즉시 박유민에게 울고 불고 사정하는 한이 있어도 조금 먼 학교로도망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쪽팔려서 죽는 것보다는 그게 백 배는 나을 것이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박유민을 설 득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등을 꾹꾹 누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응?”
윤혜미가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민아란?’
덜컥가슴이 내려앉는다.
이미영의 심부름을도맡아 하는 민아란이 왔다는게 무엇을의미하는 것인지 모를 만큼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미영이가 오래.”
“……나?”
“그럼 너 말고 누구 있니?”
“웅.가, 갈게.”
윤혜미가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
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그녀의 두 눈에는 금방이라도 그렁그렁 한 눈물이 맺힐 것 같았다.
마음을 써준 것은 정말 고맙다. 너무 고마운데, 이 순간만큼은 강진호와 박유민이 너무도 원망스러운 그녀였다.
터덜터덜거리며 뒷자리에 앉아 있는 이미영에게로 걸어간다.
다리를 꼰 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이미영이 마치 사형 집행관처 럼 보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이미영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이런 날 사고까
지 쳤으니, 오늘 무슨 꼴을 당할지 너무도 눈에 훤했다.
자꾸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지 만, 윤혜미는 억지로 눈물을 억눌렀다. 이미영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순간, ‘누가 보면 내가 널 괴롭히는 줄 알겠다?’라는 말과 함께 지금까 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괴롭힘이 돌아올 것이다.
윤혜미는도부수에게 목을 길게 빼 내미는 사형수 같은 심정으로 어 정쩡하게 섰다.
“미영아, 불렀다고 해서……
“어.”
이미영이 짧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들어 윤혜미를 빤히 바라보았다.
윤혜미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누구?”
“응‘?”
“오늘 너랑 같이 온 사람, 누구?”
“아……”
시작이구나.
윤혜미는 눈을 질끈 감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차라 리 좀 더 빨리 편해지는 길이다.
“보, 보육원에 자주 오는 오빠야.”
“오빠?”
“응……. 보육원에 있는 오빠 친 군데, 고등학교 때부터 자주 왔어. 요즘도 자주 오거든.”
“많이 친한가 봐? 학교까지 태워 주고? 사귀니?”
“아, 아니, 내가 어떻게 그래. 내 주제에.”
“그럼?”
“……그냥 오빠가 아침에 거기 들 렀다가 학교 간다니까,가는 길이라 태워준다고 그런 거야.”
“그래?”
“으응……”
이미영은 여전히 얼음을 한 겹 덧
씌운 얼굴로 윤혜미를 보며 물었다.
“뭐하는 사람인데‘?”
“그냥 대학생?”
“어느 학교?”
“재경대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미영이 앞머리를 쭉 뒤로 넘기 더니, 이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재경대 다닌다고? 재경대?”
“응.”
“그러니까…… 그 남자가 재경대 라, 이거지? 그 스포츠카 몰고 다니는 돈 많은 남자가 그리 생겨서는 재경대를 다닌다고?”
“……으응.”
“거짓말 아냐?”
“아니야. 내가 왜 이런 걸로 거짓 말을 하겠어.”
이미영이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는 턱을 괴었다.
“그렇지?”
윤혜미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내가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흐음, 그렇지. 거짓말은 아니겠 지.”
대체 왜 이런 걸 물어보나 싶을
때, 이미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보육원에는 자주 온다고?”
“으응.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렇구나, 그래.”
이미영이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가봐.”
“응?”
“가보라고.”
“아, 알았어.”
윤혜미는 뒤를 돌아가면서도 자꾸 만 슬쩍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끝인가?’
평소의 이미영이라면 건방지다는
말을 툭 던졌을 것이고, 그럼 이미 영의 말만 기다리던 아이들에게서 온갖 비아냥이 쏟아졌을 것이다.
결코 직접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으면서은근히 깔아뭉개는 말 로 바닥까지 밟아버리는 것이 그들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 쉽게 끝나지?’
이렇게 끝낼 애가 아닌데?
그리고 이미영이 이렇게 물러선다 고 해도 다른 애들은 결코 그녀를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로 돌아가는 그녀의 앞을 막는 아이들이 있었다.
“야, 윤혜미.”
“응? 으응?”
“너, 오늘 좀 튀더라?”
“……미안.”
“나는 무슨 영화 찍는 줄 알았네. 그런 차에서 내리면 기분이 어떠든? 막 째지고 그래?”
윤혜미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와, 얘 봐? 나한테는 그런 말을 할가치도 없다는 거 아냐?”
“못 타본 사람이 어떻게 알겠냐,
이거지. 억울하면 너도 타라, 그거 아냐?”
“맞지? 그런 거 맞지?”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순간, 등 뒤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교실이 너희 놀이터야?”
“미, 미영아……
“별것도 아닌 걸로 시비 걸면 재 밌나 봐? 꼭 그렇게 격 떨어지게 까대야 하니? 쟤 돈 없는 거 온 반 애들이 다 아는데, 쟤가 돈지랄이라도 하려고 그런 거 타고 왔다 말하 고 싶은 거야?”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말을 해도 생각을 하고 말을 하 면 오죽 좋겠니? 여기까지 텅텅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엄청 거슬리거 든?”
“……미안해.”
윤혜미를 물어뜯으려던 아이들이 이미영의 서슬에 놀라 파득대며 물 러났다.
그러자 윤혜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미영을 돌아보았다.
“뭘 봐?”
“아, 아니……
“야.”
“응?”
“너 이따가 쉬는 시간에 나 좀
봐.”
“싫어?”
“아니, 아니. 싫기는.”
“그럼 됐어.”
이미영이 쌀쌀맞게 말을 끊자 윤 혜미는 어정쩡하게 자리에 앉고는 멍하니 책상을 바라보았다.
‘설마?’
아니겠지.
이게 통한다고?
윤혜미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감쌌다.
“여보세요?”
[강진호씨, 어디십니까?]“전 지금 미혜 태워주고 보육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수 태워가려구요.”
“……죽을 것 같은데요?”
[제가 주문한 대로 상큼한 미소 한번은 지어주셨겠죠?] [에이,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 시면 애들한테도움이 안 된다니까 요.]강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인간…… 즐기고 있다. 지금 목소리에 웃음기가가득하다.
“정말 이런 방식이도움이 됩니까?”
[왜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 시는데요?]“너무 뭐랄까, 좀……
[올드하고 고전적이라구요?]“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사실 ‘내 얼굴로 이런 걸 해도 되 냐’고 묻고 싶지만, 이미 한번 크게 경험한 적이 있기에도저히 그 말만은 할 수 없었다. 조규민의 입 에서 쌍소리가 나올 수도 있었다.
[올드하다는 건 그만큼 예로부터 많이 쓰여왔다는 거죠. 원래 고전이 란 영원한 겁니다. 그만큼 확실하고 효과가 있으니까 예로부터 쓰여오지 않았겠어요?]“……말은 맞습니다만.”
말은 항상 그럴싸하지, 말은.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진로를 잘
못 택했다. 재경의 비서실로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부로 갔어야 한다. 그럼 없는 유전을 팔아먹고, 대 동강에 운하를 팠을텐데.
“그런데 정말 이런 방식으로 해결 할 수 있겠습니까?”
강진호는 정말 남자 문제는 해결 할 자신이 있었다.은따고 뭐고 일 단 애들 몸뚱아리를 탈고교생 정도 만 만들어놓으면 감히 괴롭히려 들 거나 때릴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 까.
하지만 여학생 문제만큼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
다.
물론 강진호는 남녀 평등 주의자다. 여자니까 ‘적당히’라는 개념은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어차피 중원은 남자고 여자고가리지 않고 강기 날려 대던 곳 아닌가.
다만, 둘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단순한 육체 강화 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이걸로 다 될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다만,도움은 될 겁니다.]
“그걸로 만족하라는 건가요?”
[아니죠. 강진호씨는 이제 스타
트를 끊으신 거죠. 이제는 그걸 보 완해서 성을 쌓아 올리면 되는 겁니다.]
“ 누가요?”
[그야 당연히…….]전화기 너머로 조규민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저 아니겠습니까? 강진호씨가 뚫어놓은 물줄기를 홍수로 바꿔 드 려야죠.]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 고 말았다.
이 사람이 나선다고 하면 믿음이 간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는 새삼 자신이 조규민에게 절대적인 믿음을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강진호씨가 제일 잘하시는 걸 했으니, 이제는 제가 제일 잘 하는 걸 해야죠.]“네? 그게 뭔데요?”
[맞춰보시죠.]조규민이 제일 잘하는 거라…….
워낙에 만능인 사람이라 확 하고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그중 에서가장 강진호가 인정하는 것이 라면…….
“머리 쓰는 거?”
[아니죠.]강진호의 머릿속에 조규민이 썩소를 짓는 것이 그려졌다. 이내 그 썩 소와 함께 조규민의 웃음기 섞인 목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차 안에 울려 퍼졌다.
[호가호위 (孤假虎威).]“ 네?”
호가호위?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거 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들 제대로 써먹어 드릴 테니까요.]강진호는 헛웃음을 홀리고 말았
다.
비열함도 이 정도쯤 되면 멋짐이 된다.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 며 대답했다.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