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96)
마존현세강림기-397화(396/2125)
마존현세강림기 16권 (23화)
5장 올라타다 (3)
“흐흐흥-”
조규민은 지금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래서 이 일을 그만두기가 힘들 단 말이야.’
강진호와 함께 지내다 보면 온갖 재미있는 일들이 굴러 들어온다.가
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사건이 펑펑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하나같이 조규민의 홍미를 자극하는 일이었다.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이 어찌 이런 일에 엮일 수 있겠는가.
‘물론 왕따 문제 해결을 재미있다 고 하면 돌 맞겠지만 말이야.’
뭐, 어떤가.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정확하게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 반적인 직장인들을 겪을 수 없는 문
제를 겪으면서 여러 역할을 해보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었다.
보통은 아무리 능수능란한 사람이 라고 하더라도 직장에서 하는 일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게 오래되다 보면 단순한 반복적인 업무가 되어 버린다.
조규민은 그런 지루한 삶은 질색 이었다.
‘그런의미에서는 운이 좋은 거 지.’
사고뭉치를 곁에 두고 있으니까.
언제 어디서나 결코 그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매력적인 사고뭉치
다.
때로는…… 음, 그래. 좀 위험하 기는 하지만, 위험이 없다면 스릴을 느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거, 좀 변태적인생각 같은데……
현대인은 다들 정신병 하나쯤은 안고 산다더니, 조규민도 그런 모양 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재미있으니 까.
조규민이 멀리 보이는 교문을 보 고는 차를 몰았다. 활짝 열려 있는 교문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며가 볍게 클랙슨을 울렸다.
짧고 날카로운 경적이 울리자 창가에 있는 아이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 이제 온 건 알렸고……:
눈썰미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차가 보통 차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아볼 것이다. 교장이 타고 다니는 차도 이 차보다는 좋지 못할 테니 까.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이 차는 최근에 황정후 회장이 새 로 산 차였으니까. 강진호가 새 차를 산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황정
후 회장도 오랜만에 차를 바꿨다. 그것도 이제까지의 성향과는 다르게, 자신과 아주 잘 어울리는 차로 말이다.
이 차의 웅장한 외관과 비정상적 인 크기만 보더라도 지금 거물이 출 현했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그 거대한 동체에 걸맞지 않게 아 주 조용히. 그래, 이름 그대로 유령 처럼 움직이는 검은 세단이니까.
일부러 운동장 한중간을가로질러가장 눈에 띄는 동선으로 차를 몰아 간 조규민이 학교 건물로 통하는 중 앙 정문에 차를 세우고는 천천히 차
에서 내렸다.
‘우아하게, 우아하게.’
그와 함께 살짝 거들먹대듯이 말이다.
동작 하나하나에도 거드름을 담아야 한다.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은 여 기서는의미가 없다.
나는 너희와 격이 다른 사람이니 알아서 모시라는 듯이 온몸에 힘을 주고 목을 빳빳이 세우며 어깨가 요 동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조규민이 차에서 내리고는 양쪽 어깨를 한번씩 털었다. 그러더니 앞주머니에 꽂혀 있던 명품 선글라
스를 집어 들고는 멋들어지게 꼈다.
‘이 정도 퍼포먼스는 해줘야지.’ 과하다고?
아니, 아니.
이 퍼포먼스의 중심은 멋짐이 아니다. 멋져 보이고,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거들먹거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래야 그의 등 뒤에 실린 사람의 위엄이 더 뻗어 나가니까. 한낱 비 서 나부랭이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인식시키고 또 인식시 켜야 한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현관 유리문이 거칠게 열리고 안 에서 누군가가 뛰어나왔다.
‘그렇지.’
교무실이라고 밖을 못 볼 이유는 없다. 교문에서 경적이 울리는 순간, 이 무식한 크기의 세단이 들어오는 것을 다 목격했을 것이다.
그럼 비상 걸리는 거지, 뭐.
헐레벌떡 뛰어나온, 반쯤 까진 머 리의 중년인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어,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잠시만요.”
조규민은 주머니에서 명함 케이스
를 꺼냈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명함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기며 중년인에게 내밀 었다.
명함을 받아 든 이가 그 안에 쓰 여진 글자를 보고는 눈을 크게 뜬다.
“재, 재경이요?”
조규민은 서두르지 않고 부드럽게 웃었다. 잠시 그가 재경이라는 이름을 음미할 시간을 준 다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연다.
“교장 선생님 계십니까? 이사장님 이면 더 좋습니다. 아, 여기 사립은
맞던가요?”
조규민이 상큼하게 웃었다.
* * *
‘……이게 뭔 상황이야?’
효성 재단의 이사장인 전상철은 긴장한 눈으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여기가 자신의 사무실이라도 되는 양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커 피를 마시고 있는 젊은 남자.
평소라면 전상철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예의를 찾았
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 속에서 예의라는 두 글자는 깔끔하게 탈색되어 버린 후였다.
예의는 얼어 죽을 예의.
예의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갖 추는 것이다. 공자 운운하는 놈들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갖추어야 할 예의도 있다고는 하지만, 전상철은 그것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고 생각 했다.
윗놈이 아랫놈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미쳤다 고 다들 위로 기어 올라가지 못해서 안달이겠는가.
그건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미끄러진 놈들이 위안 삼아 하는 하 소연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 라면 결코 그의 아랫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인 재경 그룹의 비서실장이라면 사회적 인 명망에서는 그보다 한참은 윗줄 이다.
나이?
양반에게 나이 운운하는 상놈은 없는 법이다. 신분이 다른데, 뭔 놈의 나이인가.
전상철은 스스로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때로 비굴하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하 기는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
그럼 왕에게 머리를 처박고 좋은 말을 못해서 안달이던 신하들은 다 비굴의 화신이란 말인가?
신분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 그에게 신분 상승을 할 기회가 찾아온 건지도 몰 랐다.
이 남자는 그보다는 높은 사람 정도다.
하지만 이 남자가 등에 업고 있는 이는 그로서는 감히 눈을 마주칠 수
도 없는 거인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잠시만요. 마저 마시고 말씀 나누시죠.”
“아…… 네, 그러시죠.”
전상철은 건방진 어린놈이 커피를 마저 마시기를가만히 기다렸다.
전상철이 빤히 바라보고 있음에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커피를 마저 마 신 조규민이 커피 잔을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재
경 그룹 비서과 비서실장 조규민이 라 합니다.”
“예. 제가 효성 재단의 이사장인 전상철입니다.”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몹고, 한가지 사실을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점검이요?”
전상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재경에서 학교에 점검할일이도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알고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예.”
조규민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운을 뗐다.
“저희 회장님께서는 다른 사람들 모르게 많은 사회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워낙에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 언론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결코 노출을 시키 지 않으려 하시죠. 다만, 명망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는 일이니, 굳이 숨기시는 이유를 모르겠지 만 말입니다. 하하하하!”
“……하하, 그렇죠.”
그렇긴 뭘 그래.
조규민이 속으로 웃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웬만해서는 ‘저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실인데 요’라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허세가 있는 자라면 자신이 그런 정보를 아는 ‘명망 있는 분’에서 빠 지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고, 설사 그런 성향이 아니더라도 이런 곳에 서 굳이 반박을 해 대화를 꼬이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럼 밑밥이 깔리는 것이다.
“예. 잘 알고 계시는군요. 특히나 저희 회장님께서 신경을 쓰시는 사회사업은 보육원 계열의 지원입니다.”
“아…… 회장님이라면 그러실 만 하죠.”
“예, 그렇습니다.”
역시 황정후의 이름은 잘 팔렸다.
한평생을 뚝심으로 걸어온 길은 황정후라는 이름 세 글자에 자체적으로 권위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권위는 일개 이사장이 부정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황정후라는 이름은 마치 만능 키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나 같은 놈도 있는 법이고.’
조금 뭐랄까.
더럽고 치사하긴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황정후 회장이 알아도 신경도 쓰지 않을텐데. 강진호를 지원하는 일에 한해서는 그의 이름을 제멋대로 팔아먹어도 좋다는 허 락도 받아두었고 말이다.
‘이건 미묘하게 다르지만……
조규민이 살짝 숨을 고르고는 조 임의 박차를가했다.
“특히나 회장님께서는 교육을 중 요시하십니다. 본인께서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던 것을 매우 한스러워하시는 분이라, 아이 들이 그런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분이 죠.”
“과연 왕회장님이십니다.”
“예. 오늘 제가 찾아온 일이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예?”
조규민이 선글라스를 살짝 올려 썼다.
“황정후 회장님께서는 당신께서 회장으로 남아 있을 시간이 그리 길 지 않다고 여기십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업적으로 그런 걸 원하십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끈 경제 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초
석을 닦은 교육인. 무슨 뜻인지 아 시겠습니까?”
“……네, 알긴 하겠습니다만……
그게 전상철 자신과 무슨 상관이 란 말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교육 자, 그것도 일선에 있는 교육자의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회장님은 모든 일은 현장에서 벌어 진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먹물만 먹은 교육학자들을 신뢰하지 않으십니다.”
“아……”
그제야 전상철이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눈으로 조규민을 바라보았
‘이거, 설마……
“네, 파트너죠. 회장님이 원하시는게 바로 그겁니다.”
전상철의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황정후의 파트너라는 것은 생각만 해도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곳이 그 후보 중의 하 나가 된 것이죠. 일단은 그것만 알 려 드리러 왔습니다. 아마가까운 시일 내에 움직이실 겁니다.”
“자, 잠시만요.”
“예.”
“아니, 그런데 왜 저희입니까? 그 리고 그걸 미리 말해도 되는 겁니까?”
“말씀드려도 됩니다. 회장님은 단 순히 ‘지금까지 어떻게 학교를 운영 해 왔는가’만을 보시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고칠 수 있는 능력 역시 새로운 시대의 교육철학을 닦아야 할 사람이가져야 할 필수적인 능력이라 말씀하시니까요.”
“그, 그렇지요.”
“그리고 이 학교가 선택된 이
유…… 음, 이걸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말하지 말 라는 명도 없었으니.”
조규민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사실은 회장님이 후원하시는 보 육원 출신의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 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누구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학생이 평가하는 학교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선정의 이유 중 하나였겠지요.”
“보, 보육원이요?”
“네, 그렇습니다. 이건 그저 기회 입니다. 관심이 없으시면 그냥 무시
벌어지는 문제는 절 않겠다고 하신 터 있다면 일단은 해결 않으실까 생각합니
하셔도 됩니다. 다만, 흐음……
조규민이 볼을 긁으며 말했다.
“새로운 철학이 아니더라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 대 묵과하지 라…… 문제가 하는게 좋지다.”
“다만, 뭐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 리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장님이 학교에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조규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그럼.”
“버, 벌써?”
“돌아야 할 학교가 많아서요. 그 럼 이만.”
조규민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리자, 전상철이 멍한 눈으로 문을 바라보다가 인터폰을 들었다.
“학생주임 오라고 해! 교장도! 빨 리! 지금 당자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