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01)
마존현세강림기-402화(401/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3화)
1장 해결하다 (3)
한진성은 교문을 보며 한동안 그 렇게 서 있었다.
‘무척이나 미묘한 기분인데, 이 거.’
예전에는 저 교문이 마치 지옥문 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그날 하루
도 등교를 하면 또 어떤 골치 아픈 일들이 그를 괴롭힐까 불안했으니 까.
그런데 오늘 바라보는 교문은 그런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불안함에 조금의 설렘을 한 스푼 정도 끼얹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최근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무시 무시한 일들 때문에 그 여파가 어떨 까 불안하기도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뭔가가 바뀌어 나가고 있다는 기 대감이 있었다.
“ 후우웁
깊게 심호흡을 한 한진성이 두 다 리에 힘을 주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좋게 바뀌고 있는 거야.’
어른들이 개입한다고 해도 결코 바뀔 일이 없다고 생각한 그의 주변 이 확실하게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고 생각…….
“야, 진성아.”
“응‘?”
교문에 채 들어서기도 전에 같은 반 아이들 중 몇몇이 그를 보고는
우르르 뛰어왔다.
‘뭐지?’
불안함이 물밀 듯 밀려오기 시작 했다.
등교한 놈들이 굳이 저리 배회할 필요가 없을텐데,가방도 메지 않은 애들이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었 다는 것은 분명 무슨 사단이 났다는 것이다.
“왔어?”
“……어.”
“야, 그……
조금 망설이는 듯한 애들이 조심 스레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동민이 형이 와서 반 한번 뒤집어엎고 갔어.”
“응‘?”
“너 빨리 3학년 교실로가봐. 동 민이 형이 너 오는 대로 바로 올려 보내래.”
한진성은 대답할 생각도 하지 못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은 알아서 대답을 하고 있지만, 그의 머리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
‘뭐라고 한 거지? 3학년 교실?’
한진성이 우물쭈물대자 아이들이 등을 떠밀었다.
“뭐해, 오는 대로 바로 오라고 했 다니까. 빨리 올라가 봐.”
얘들은 왜 이리 필사적일까?
아침에 그 형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애들이 이렇게 사색이 되어 서 그를 못 팔아먹어서 안달이란 말인가.
어제 벌어진 일을 생각한 한진성 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도살장에 끌 려가는 소처럼 3학년 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죄가 없었다. 문제는 한진성이 지금까지
봐온 학교라는 곳은 죄가 있는 자를 벌하고, 죄가 없는 자에게 자유를 주는 법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나 원칙도 없이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없는 자를 제멋대로 공격해 댈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 라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학 교에서가장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김동민이 그를 부르는데가슴이 쫄 리지 않을 수가 있나.
어제 귀싸대기를 얻어맞던 김동민을 떠올리자 덜컥가슴이 내려앉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겠지만, 어디
이 인간들에게 이성이라는 것이 통 하던가.
자꾸만 쫄려오는 마음을 달래며 한진성이 3학년 교실에 들어섰다.
‘동민이 형이 몇 반이었지?’
지나가는 3학년을 하나 잡고 물 어봐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찰나, 3 반이라 적힌 교실의 뒷문에서 나오 던 이가 그를 발견하고는 손짓했다.
“야, 이리 와.”
“예!”
한진성이 부리나케 그를 부르는 3학년에게로 뛰어갔다.
“너, 어제 그놈 맞지?”
“예!”
기억에 있는 얼굴이다. 어제 김동 민이 대표로 얻어맞을 때, 옆에 있 다가 간간이 얻어맞던 형 중 하나였다.
“들어와.”
“ 예.”
“아, 아니다. 나가자. 이리 와라. 저기 화장실로가자.”
“ 예?”
화장실은 왜요?
거기 혹시 상급생이 하급생 불러 서 괴롭힐 때, 단골 장소처럼 등장 하는 그 화장실 말하시는 건가요?
제가 지금 화장실에 끌려가고 있는 겁니까?
기겁을 하여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뒷문에서 김동민이 인상을 쓰며 걸어 나왔다.
‘와……
이래서 세상은 상대적이라는 거구 나.
어제 조혁태가 앞에 있을 때는 꼬 리 내린 강아지처럼 보였던 김동민 이건만, 학교에서 조혁태가 없이 마 주하니 사자가 따로 없었다.
학교라는 밀림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사자가 그를 보고는 눈을 찌푸리
고 있었다.
“따라와.”
“……예.”
김동민이 앞서서 걸어가자 한진성은 모든의문을 접어두고 고분고분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야, 나가!”
항상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집단이 이루어지면 나 대는 이들은 중심이 되는 이가 아니 라 그 주변에서 호위를 하는 이들이 었다.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김동민을 제외한 나머지 놈들이 화장실을 이
용하고 있는 이들을 쫓아냈다.
순식간에 화장실에는 그들과 한진 성만이 남게 되었다.
꿀꺽.
긴장하여 침을 삼키는 한진성을 보며 김동민이 입을 열었다.
“어제 있던 일 말인데……
‘왔구나.’
올게 왔다는 심정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일단 죄송하 다고 할까?
잔뜩 긴장한 한진성이 대답할 말을 찾고 있을 때, 김동민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그 윤다빈 새끼는 내가 알아듣게 잘 타일렀으니까, 이런 일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거다.”
“ 예?”
“좆나 팼다고”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너무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너 어떻게 해보자고 부른 거 아니니까. 뭐 좀 마실래?”
여기 화장실이거든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김동민이 얼어 있는 한진성을 보고는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앞으로 학교생활을 내가 다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병신 같은 새끼들이 괜히 귀찮게 굴거나 건드 리면 나한테 와서 이야기해.”
“ 예.”
“벌써 이야기는 다 해놨으니까. 찌질한 새끼들이 나대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김동민이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여유 넘치는 포식자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 지고, 전전긍긍하는 피식자의 모습 이 보이고 있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좀 이야기해 주라. 내가 확실하게 해결 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무슨 말이 냐면, 혁태 형한테 바로 이야기하지 말고, 일단은 나한테 좀 먼저 이야 기해 주면 좋겠다.”
한진성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일인데 자꾸 졸업…… 아니, 잘린 사람이 와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그러잖냐. 그렇지?”
“예, 맞습니다.”
이런저런 논리를 들이대고는 있지 만, 김동민이 조혁태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이유가 자신이 얻어맞지 않 기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우스운 광경이지만, 한진성으로서는 결코 우습지 않았다.
우습다기보다는 되레 뭐랄까, 조 금은 스산한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왕처럼 군림하는 김동 민도, 그들의 학년에서는 악마나 다 름없던 윤다빈도…… 사회라는 곳에 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구나 하는 실감이 확 와닿았으니까.
“그래. 그럼 그만가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 이야기해 주
고.”
“……예.”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말 인데……
김동민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제 본 건 될 수 있으면 아무데도 이야기를 안 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가오라는게 있잖아.”
“지퍼 채울게요.”
“그래. 그래주면 고맙고. 협박한 거 아니다. 부탁한 거야.”
“예. 협박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그래그래.”
김동민이 친근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가봐도 되겠습니까?”
“아니지.”
한진성의 얼굴이 다시 긴장으로 물들었다.
“그럼?”
“여기까지 힘들게 오셨는데, 내가 반까지는 모셔다 드려야지.가자.”
네?
모셔요?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김동민이 한진성의 어깨를 부여잡더니, 그의 반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헐……
이게 뭐냐.
이게 뭐냐고!
그나마 3학년 복도를 걸을 때는 괜찮았다. 3학년들은 이 광경을 딱 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 으니까. 하지만 2학년 복도에 들어 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와 김동민이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걸어오는 것을 본 이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좌우로 비켜섰다.
‘이게 호가호위구나.’
문제는 옆에 있는 놈은 호랑이급 이 아니고, 한진성은 여우가 아니라
는 것이다. 쥐가 여우의 위세를 등 에 업고 토끼들을 위협하는 모양새 였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라.”
“ 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올라오고.”
“ 예.”
김동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진성이 그의 팔을은근히 부여잡 고 막았는데도 깔끔하게 그걸 무시 하고는 교실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 어 아이들을 한번 쭈욱 홅어보았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사색이 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서 한진성은 웃고 말았다.
‘될 대로 되라.’
정말 ‘될 대로 되라’였다.
“효과가 있는지의문이네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조규민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 었다.
[강진호씨가 이등병이던 시절에 누가가장 무서웠습니까?]“무서운게 없었는데요?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파악한 조규민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물론 강진호씨는 두려우신게 없었겠지요. 하지만 다른 이등병들은 누굴가장 무서워하던가요?]
“음…..”
[일병이죠. 혹은 맞선임이거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권력관계로 보면 이등병들은 일 병 나부랭이가 아니라 병장이나 간 부들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그 병장이나 간부들이 이등병 따위를 직접 건드
리지는 않으니까요. 원래 자기에게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서열을 무서 워하는게 보통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3학년이라는 건가요?”
[그렇죠.]조규민이 바로 말을 이었다.
[사회인은 법을 무서워하고, 지위를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르거든요. 그들은 법이 얼마나 무 서운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세상에 만연한 권력과 폭력이 얼마나 두려 운 것인지도 잘 모릅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학교 내의 폭력이죠. 그렇다면 더한 폭력으로 잡아버 리면 되는 겁니다.]
“흐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군대에서 이상하게도 윗놈들은 아 랫사람이 잘못을 하면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윗선임을 불러간다 싶었는데, 그게 이런 이유였던 모양 이다.
“뭔가 내리 갈굼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네요.”
[확실한 효과를 위해서 포기할 건 포기하신 것 아니었습니까?]“그렇긴 하죠.”
[모든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진성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오늘쯤이면 확 달라진 주변을 실 감하게 될 겁니다. 지금이야 쭈삣대 겠지만, 며칠만 지나면 달라진 권력 관계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친한 척을 해 댈 테니까요.]
“음……”
강진호는 침음성을 냈다.
조규민의 말을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어차피 사람이라는 것은 그런 존재니까.
[여하튼 이걸로 1차적인 대처는
끝냈습니다. 앞으로도 자잘한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도 차차 해결해 나갈 겁니다.]
“여하튼 수고하셨어요.”
[별말씀을요.]“저기 진성이 나오네요. 그럼 조 금 있다가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예.]전화를 끊은 강진호는 교문으로 나오는 한진성을 향해가만히 차를 몰았다.
빠앙.
교문 앞에 차를 댄 강진호가 밖으
로 나와 한진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