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04)
마존현세강림기-405화(404/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6화)
2장 곤란하다 (1)
“나 강진호씨랑데이트 한번 하게 너희가 다리 좀 놔봐.”
한진성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 졌다.
이 감정은 참 여러가지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중가장 적
당한 것을 고르라면 이 한가지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이가 없네?”
“왜‘?”
최연하는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잠깐만요. 최연하 씨.”
“꼬맹이 주제에 어디 최연하 씨야? 누님이라고 해.”
“네, 누님. 아니, 누나!”
한진성이 삿대질을 하며 열을 올 렸다.
“자기 위치를 좀 자각하는게 어 떠세요? 누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여배우란 말이에요.”
“그걸 아는 놈이 삿대질하고 있 어‘?”
“황당하니까 그렇죠!”
“뭐가?”
한진성이 심호흡을 하며 말을가 다듬었다.
“여배우면 여배우답게 좀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위엄 있게 굴 자구요, 위엄!”
최연하가 다리를 쫘악 펴서 꼬더니, 무릎 위에 팔을 얹고 턱을 괴었다.
“이렇게?”
“아니! 그런 자세 말구요! 태도
요! 태도!”
“내 태도가 어때서?”
한진성이 자신의 머리를 마구 긁 었다.
미치겠다, 진짜!
“그게 한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여배우가 할 말이에요? 좀 비싸게 굴라는 말이에요. 무슨 상사병 걸려 서 남자 쫓아다니는 사람도 아니 고.”
“맞는데?”
최연하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좋으면 좋다고 달라붙는 거지,
위엄은 무슨. 그러다가 새 되는 거야. 너희도 잘 알아둬라. 나는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있으면 저쪽에서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줘서 ‘내가 모양 빠지지 않게 좋게좋게 만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다가는 그 여자를 다른 놈이 채가서 희희낙락하는 꼴만 보게 될 거다. 무슨 말인지 알 았어?”
“네!”
좋다고 대답하는 애들을 보니 속 에서 천불이 났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면 몰라도 누나 정도 되면……
“얘 진짜 눈치 없네.”
“ 네?”
“저 사람한테는 그게 안 통한다 고!”
“……아!”
순식간에 납득이 됐다.
상대가 강진호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강진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린 한진성이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그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줘.’
저 사람은 필요 없는 것을 너무 많이가지고 있다. 강진호가 그 얼 굴을가지는 것은 세계 최고의 평화
주의자에게 세상에서 제일 잘 드는 명검을 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장식만 될 뿐, 단 한번도 활용이 되지 않을 무기가 무슨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한진성에게 그 얼굴이 주어진다면 한진성은 세계제일의 난봉꾼이 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얼굴은 한진성이 아니라 강진호에게 갔고, 덕분에 아무런의미 없이 낭 비되는 중이었다.
왜냐면 강진호의 사고방식은 수도 승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욕 망이라든가 욕심에 초연한 느낌이었다. 그냥 말로 들으면 참 좋은 것 같은데, 이제 겨우 20대에 불과한 남자가 욕망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바라는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으며, 언제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세상은 이렇게 부른다.
‘고자 아냐?’
불경한 생각을 하고 만 한진성이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렸다.
세상에서 제일 자신들을 아껴주는
형에게 고자라니!
이건 생각만으로도 천벌을 받아야 할일이다.
“여하튼! 여하튼!”
“혼자 왜 저래?”
“글쎄요.”
한진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기야 생각을 해보면 상대가 강진호라고 한다면 최연하가가지는 강점은 아무런의미가 없어진다. 강진호는 얼굴에 혹할 탕아도 아니고, 최연하가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들 으면 ‘그래서?’라고 태연하게 반문 할 사람이다.
“아니, 애초에 그 사람, 여자에게 관심이 있기는 한 건가?”
“내 말이!”
최연하가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다른 년이라도 찝쩍대면 속이 이렇게 터지지는 않겠다! 그럼가능성이라도 있잖아. 내가 스토킹을 좀 해봤는데, 이 인간 진짜 여자 한테 관심이 전혀 없다니까!”
잠시만요, 최연하 씨.
그거 범죄예요.
당신은 스토킹을 당해야 할 입장 이지, 스토킹을 하시는 입장이 아니
라구요.
“맞아요!”
하지만 동조 세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이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그 오빠는 여자에 관심이 너무 없어!”
“그 정도면 병이지! 병!”
“진짜 검사 한번 받아봐야 해!” 뭔가 분노가 차오르는 말들의 향 연이었다.
‘얘들아, 그 사람이 너희 이렇게 생각해 주는 오빠야. 지금 누구한테 동조하고 있는 거니.’
“그래, 솔직히 우리야 애들로 보 인다고 치자고. 그런데 언니한테까 지 무심한 건 진짜 사람 할 짓이 아니지 않아?”
“그럼.”
“당연하지!”
무서운 여자.
대체 언제 저리 확고부동한 세력을 만들어냈다는 말인가.
얼굴이 깡패라고, 어딜가더라도 추종을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최연하이기는 하지만, 그 확고부 동한 강진호와 박유민의 영역 안에 서 이 짧은 시간 만에 저리 강력한
세력을 일구어낸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진짜 상담 한번 받아봐야 할지도 몰라.”
조금 심각해 보이는 어조에 아이 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야, 농담이 좀……
“아니, 농담이 아니라.”
정수미가 주변을 쭉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진짜 심각한 거야. 진호 오빠 얼굴에 그 성격에, 그만 큼이나 여자들이 주변에 있는데 관 심도 없고, 대시하는 애들한테 눈길
도 안 준다는 건 정체성의 문제 아 닐까?”
“……정체성?”
“생각해 보면 오빠는 매번 남자들 이랑……
“이게 미쳤나?”
“너, 내가 인소 그만 보랬지. 정 신 안 챙길래?”
비난과 욕설이 날아들었다.
일단은 이 여자를 어떻게든 진정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진 성도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폭탄이 떨어졌다.
“왜? 세연이 누나 있었잖아.”
침묵.
나직하고 조용한.
그리고 감히 누구도 깨뜨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침묵이 방 안을 천 천히 잠식하기 시작했다.
‘싸늘하다.’
한진성의 뒷목을 타고 식은땀이 홀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돼.’
몸이 떨려오지만, 걱정하지 마라. 입은 뇌보다 빠르…….
“세연?”
입이 빠르기는 했다. 문제는 최연
하의 입이 더 빨랐다는 것이지만.
“하하하하……
한진성이 필사적으로 어색한 웃음을 날려서 이 상황을 수습하려 들기 시작했다.
“세연이라니, 그게 누구야?”
“하하, 민수가 좀 피곤한가 보구 나. 이상한 말 하네.”
제발 눈치라는게 좀 있어라, 이 망할 놈아.
한진성은 필사적으로 눈알을 굴렸다. 그동안 십 년이 넘도록 함께 살 아온 그들의 아이 컨택이라면…….
“세연이 누나 있잖아. 진호 형이
옛날에 같이 다녔던 누나. 매번 보 육원에도 같이 오고,데이트도 하고 했던 그 누나.”
“군대가기 전에 둘이 잘됐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요즘 안 오는 거 보면……
“아하하하하하하!”
한진성이 이종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얘가 꿈꿨나.”
필사적으로 사태를 수습하기는 했 지만, 이미 대야가 엎어져서 물이 바닥으로 흘렀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면 어떻게 잘 닦기라도…….
“어디……
하지만 한진성은 느껴야 했다.
왜 그동안 TV로 보던 최연하의 청순한 모습에 미약한 괴리감이 느 껴졌는지 말이다.
얼굴을 얼음처럼 굳히고 앞머리를 뒤로 넘기는 최연하의 모습은 그 자 체로 포스가 철철 흘러넘쳤다.
‘악역이 딱이네.’
딱히 분장도 필요 없고, 대사도 필요 없다. 그냥 저 눈빛 하나만으
로 연기 대상감이었다.
문제는 저게 연기가 아니라는 거 겠지.
“한번 들어볼까? 그 한세연이라는 여자 말이야.”
한여름에 추위를 느끼는 한진성이 었다.
“음?”
“왜 그러십니까?”
“아뇨. 뭐랄까……
강진호가 손을 들어 어깨를 털었
다.
“살짝 추위가 느껴졌다고 할까 요‘?”
“추위요?”
조규민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추위라니, 지금 더워 죽겠는데? 에어컨 없는 곳에는 감히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날씨에 추위라니.
“몸이 안 좋으신 거 아닙니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강진호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살기는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한기가 든단 말인가. 어쩌면 조규민의 말처럼 몸이 좋 지 않은 걸 수도 있었다.
‘무인이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방 진훈 회주가 엄청 비웃겠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걸음을 옮 겼다.
“ 상황은요?”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규민이 비열하게, 말 그대로 비 열하게 웃었다.
“황정후 회장님이라는 미끼를 던 져 주었더니 좋다고 물더군요. 후후 후, 그런 놈들을 다루는 것이야 제
특기 아니겠습니까?”
“……이 시대에 태어나신 것이 다 행이에요.”
“ 네?”
강진호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은 중원에서 태어났으면 간신이 되었거나 사파의 거두가 되 었을 사람이다. 이 사람이 현대에서 바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정의롭기 때문이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세상 에서는 결국 바르게 사는 것이가장 쉽게 사는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편법과 꼼수의 대가가 된
거지.’
새삼 조규민을 중원에서 만났으면 재밌었겠다는 생각을 하는 강진호였다.
“대놓고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그걸 해버리면 자신들 역시 입지가 곤란해지니까요. 요란스럽게 움직인 다면 압력을 받았거나 얻어먹은 것이 있다고 제 입으로 실토하는 것이 나 다름없으니,은근히 조여 들어가 려 하겠죠.”
“학생들을 상대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조금 우습기는 하지 만, 필요한 일입니다. 아무리 교권이
무너졌다고는 하나 학교 차원에서 왕따 둥을 근절하려 움직인다면 학 생들도 아주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주요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 만, 거드는 수준은 될 겁니다.”
“흐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렇게 회장님 이름을 막 팔아도 되는 겁니까?”
“……그래서 지금 인사드리러가는 거잖아요.”
워낙 여기저기 약을 팔다 보니 조규민이 황정후의 이름을 팔고 다닌
다는 말이 황정후의 귀에까지 들어 간 모양이었다. 막상황정후는 그에 대해가타부타 말이 없는데, 괜히 켕긴 조규민이 강진호를 끌고 회장 실로가는 중이었다.
“어떻게 변명 좀 잘……
“마음대로 팔아도 된다고 했다면 서요?”
“사람이란게 그런 거 아닙니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했다가도 막 상 정말 그러고 다니는 것을 보면 기분이 미묘해지는 것이 사람이거든 요. 회장님의 기분에 따라서 휙휙 바뀔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조규민이 당당하게 요구했다.
“방패막이 좀 해주시죠.”
“……조 실장님, 많이 뻔뻔해지셨 네요.”
“이게 다 누구 덕분인데요.”
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조규민이 이번 일을 위해서 여기 저기 뛰어다닌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방패가 아니라 방탄복도 되어줄 수 있다.
“회장님 안에 계십니까?”
“예. 그런데 지금은……
회장실 비서가 당황한 얼굴로 둘
을 막았다.
그리고 그때.
회장실 안쪽에서 들려온 고성을 들은 조규민과 강진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