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07)
마존현세강림기-408화(407/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9화)
2장 곤란하다 (4)
한진성이 감탄한 얼굴로 이종석을 보았다.
“엄청 빤한 일을 엄청 빤하게 생각해 내는 것도 능력인데, 이놈은 그런 능력이 있군!”
“응. 재는 좀 천재과인 거 같아. 남들이 잘 안 하는 생각을 쉽게 한
다니까.”
“천재는 요절한다던데, 왜 그런지도 알겠다.”
“……납득했다.”
맞아 죽었겠지.
눈치가 없어서.
여하튼 나중에야 맞아 죽든 말든 지금 그들의가장 큰 문제 하나를 해결해 주었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 대한 업적이었다.
“훌륭하다.”
“ 대단해.”
여자아이들 중 이종석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
었다.
“헤헤헤.”
참 오랜만에 칭찬을 받게 된 이종 석도 웃으며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아니, 애초에 쟤가 사고 안 쳤으 면 대책도 필요 없는 거였는데
“아! 아아아! 아야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쓰다듬던 손길이 쥐어박는 손길로 바뀌었다. 이종석이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났지 만, 등을 후려치는 손바닥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다.
쫘악쫘악, 하는 격타음 몇 번으로
완전히 녹다운된 이종석이 바닥에 쓰러졌다.
“바보는 냅 두고 대책 회의를 계속합시다.”
“옳소!”
한진성이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적은 간단하다. 진호 형과 연하 누나를 잘 이어서 어떻게 든 평화로운 보육원의 분위기를 유 지하는 거지.”
“응.”
“다들 알다시피, 나조차도 놀라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짧은 시간
만에 연하 누나가 없는 보육원은 상 상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 인정.”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뭐 그렇게 딱히 감정 적인 교류가 있던 것도 아닌데, 최 연하가 잘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가슴 한구석이 허해지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한진성조차도 말이다.
‘언제 이렇게 친해졌지?’
최연하라는 사람의 친화력은 그야 말로 불가사의했다.
아니, 친화력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최연하가 이곳에서 한 것 들을 생각하면 그건 친화력이라고 할 수 없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세상에서 제일 깔끔 떨 것처럼 생 긴 여배우가 이곳에서는 경계를 모 두 풀고 푼수 같은 본모습을 마구 뿜어내는데서 느껴지는 친근감이랄까?
‘간단한 일 같지만……
한진성은 알고 있었다.
그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일정한 마음의 벽을 치고 온다.
그들을 생각하고도와주고 싶다는 마음 한편에는 이 아이들이 내게 너 무 달라붙어서 내 일상이 방해받는 곳까지는 이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이 있기 마련이다.
한진성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이야 많이 유해졌지만, 한때 한진성은 보육원을 찾아와 봉사를 하고가는 사람들이 마치 애완견을 보러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었다.
적당히 내가 시간이 날 때, 적당 히 내 기분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적당히 거리를 둔 채로 ‘내가 이렇게 착하고, 내가 이렇게 힘든 아이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따 뜻한 사람’이라는 만족감을 얻고는 일상으로 휙 돌아가 버린다고 할까?
애견 숍 앞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바라보듯이 말이다. 예쁘고 귀엽고 충족감을 주지만, 그 강아지를 키움으로써 얻게 되는 책임은 지고 싶지 않다는, 그런…….
‘나 진짜 꼬였네.’
한진성이 쓰게 웃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에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거부했다. 어린 나이에
도 그런 식으로 스쳐가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상처가 적지 않았기 때문 이다.
원장 수녀님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이후에는 박유민이 나이가 들면서 그들의의지처가 되어주었 고…….
‘진호 형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런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줬지.’
하지만 최연하는 그 어떤 타입과도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최연하는 처음부터 이곳에 뭔가를
얻으러 온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신들을 마치 동네 동생들처럼 대 했다.
아니, 동네 동생들이 아니라…… 비밀이 새어 나갈 염려가 없는, 세 상에서 제일 만만한 아랫것들이라 고…….
“이거, 호구 취급이잖아?”
“응‘?”
한진성이 이마를 짚었다.
그런 생각으로 애들을 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들은 좋아했다. 최연하는 자 신들을 동정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단 한번도 자신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
왜냐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나 부모가 없는 아이 들이나 하나같이 그냥 다 공평하게 하찮은…….
‘ 그만두자.’
한진성이 빙그레 웃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시커먼게 나온다. 때로는 덮어두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이유가 뭐가 중요한가. 경제만 살 리면…… 아니, 아이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
“여하튼 연하 누나가 앞으로도 꾸 준히 이곳에 들르게 하려면 걸레 조 각이 되어버린 멘탈을 다잡고, 맨틀 까지 박혀 버린 자존심을 되찾아와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진호 형과의 관계 진전이 시급하다.”
“맞아!”
“문제는 단 하나다!”
모두의 시선이 한진성에게 집중되 었다.
“무슨 수로 그 상황을 만들지?”
아이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이거, 좀 심각한 문제야. 내
가 지금 머리를 엄청 굴려봤는데, 강진호라는 사람은도무지 공략법이 안 보인다.”
“그지?”
“……이거 무리야.”
아이들은 절망에 시달렸다.
그들은 안다. 무척이나 잘 안다. 오랜 시간을 강진호와 함께 보낸 만 큼 강진호라는 인간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진호는 설명하자면, 뭐라고 해야 할까…….
아메바? 무기물? 조개?
여하튼 뭐,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외부의 자극에 딱히 반응이 없고, 방구석에가만히 앉혀놓으면 그냥 누군가 부를 때까지 계속 거기에 앉 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딱히 해야 할일이 없으면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그런 인간이란 말이다.
자극에도통 반응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든 꼬드겨 관계 진전을 시 켜야 한다는 작금의 상황이 한진성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스님을 꼬시는게 쉬 울 거 같은데.”
“난이도가 확 하락한다,야. 불지 옥에서 빠져나온 느낌인데.”
강진호라는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되레 그들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차,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응.”
“우리는 이미 케이스 하나를 알고 있잖아. 예전에 진호 형이 어쩌다가 세연이 누나랑 사귀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는 거야. 왜였지?”
“……모르지.”
“응‘?”
“그때 우리 다 코찔찔이였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그때, 둘이 노는 거 재밌다고 신나서 구경하던 형, 누나들은 다들 보육원 나갔는데, 아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유민이 형.”
아이들의 눈빛이 새벽별처럼 빛났다.
“유민이 형!”
“오빠!”
“형! 형!”
박유민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신에게 개떼처럼 달 려드는 아이들을 보고는 기겁을 해
서 뒤로 물러났다.
“누가 밥 안 줬어?”
“그런 거 아니고! 형, 빨리 안으로 들어와 봐! 빨리!”
한진성이 박유민의 팔을 잡아끌었다.
한진성의 팔에 질질 끌려 들어가 며 박유민이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얘들이 왜 이러지?’
방 안으로 들어와 앉자, 그의 주 위를 아이들이 빙 둘러쌌다.
“본 후보는…… 진실만을 말할 것을.”
“뭐래?”
“청문회 아냐? 형은 잘못한 거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아침에 냉장고에 넣어둔 우유 먹은 거 나야.”
“으아아! 내 우유!”
“닥쳐!”
한진성이 박유민에게 달려드는 이 종석을 걷어차 밀어내고는 물었다.
“형! 형!”
“그래그래.”
“예전에 세연이 누나가 진호 형 어떻게 꼬신 거야?”
“……어?”
박유민은 세상 이보다 더 황당할
수는 없다는 얼굴로 한진성을 돌아 보았다.
뭔 난리라도 난 것처럼 사람을 끌 고 들어오더니, 물어본다는게…… 뭐?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냐?”
“어떻게 꼬셨냐고.”
“아니, 그……
박유민은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 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적당히 장난으로 받기에는 주변을 둘러싼 아이 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너무 심각하다.
마치 이 일에 국운이 걸려 있다는
듯이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그 표 정들을 본 박유민이 한숨을 푹 내쉬 고는 말했다.
“일단은 너희가 왜 이러는지부터 말해주는게 순리 아닐까?”
“……그렇구나.”
박유민이 조금은 넋이 나간 얼굴 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애들이랑은 언제 이렇게 친해졌 지?’
그가 보는 최연하라는 여자는 불가사의한 인물이었다. 하기야 돌이 켜 보면 그와 일면식도 없는 상황에
서 다짜고짜 피자가게로 쳐들어와 서 안면을 터버린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박유민 같은 구석 종자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니 그리 힘든 것도 아니겠지 만…….
‘그렇다고 해도 애들이 이렇게나 따른다고?’
애들이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것이 박유민의 지론이 었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그 무뚝뚝하기 짝이 없던 과거의 강진호가 보육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상하리만큼 잘 따르던 아이들이 아니던가.
‘얼굴이 잘생겨서는 아니겠지.’
그렇게 믿어야……. 아니, 잠깐 만? 돌이켜 보면 예전 강진호가 처 음 보육원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 리 잘생겼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이 새끼, 성형했나?
“형, 무슨 생각 해?”
“아, 아니.”
박유민이 머리를 혼들었다.
한 주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던 시절인데, 성형을 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박유민은 자신의 뇌를 현실로 되 돌렸다.
“그러니까, 최연하 씨가 진호랑 잘되게 해주고 싶다?”
“응.”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다?”
“응.”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 세 연이가 진호랑 사귀었으니 세연이가 했던 방식으로 공략을 해보고 싶 다?”
“정확해!”
“으으음……”
박유민이 고민 어린 눈으로 주변
아이들을 돌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희의견은 잘 알겠는데, 일단 이런건진호 생각이 중요한 건데……
“진호 형의견은 필요 없어.”
“응. 안 들어줘. 들어줄 생각 없 어. 돌아가.”
“오빠, 진호 오빠 생각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진호 오빠는 앞으로 평 생 솔로야.”
마지막 말이 확실히 박유민의가 슴에 와닿았다.
“그럴지도……
“‘그럴지도’가 아니라, ‘그렇다’니
까. 진호 오빠는 연애를 해야겠다는의지가 없잖아.”
“그, 그렇지.”
“게다가의지가 없어도 웬만큼 이 쁜 사람이 옆에서 손짓하면 호응이 라도 해줘야지. 저건 뭔 돌부처도 아니고!”
“문제가 있긴 하지.”
박유민이 피식 웃었다.
“몰라. 나는 모르겠다. 너희 알아 서 해라. 예전에 세연이가 진호랑 사귀게 된 건 그리 특별한 방법이 있어서는 아니야.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길었고, 같이 놀던 시간이
길었을 뿐이지.”
“으으음……”
“일단은 강진호에게 있어서 ‘이 사람이 내게 있어가장 친한 여자 다’라는 포지션을 확보하는게 중요 했다고나 할까, 요점이었다고 할까?”
“그거군!”
“응, 알겠어!”
아이들의 눈이 투지에 불탔다.
“그러고 보면 이번 일을 하면서도 첫날 빼면 둘이 같이 움직인 적이 없었어.”
“패착이야. 실착이야!”
“그럼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을 만 들고 늘리면 되는 거로군. 제군들, 이제 다시 고민을 해보자.”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아이들을 보며 박유민이 미소를 지었다.
‘녀석들.’
고마운 거다.
진호가, 그리고 최연하가.
그래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서툴지만 말이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 군.’
한세연이라…….
박유민은가만히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을 바라보는 박유민의 눈빛이 씁 쓸하게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