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08)
마존현세강림기-409화(408/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10화)
2장 곤란하다 (5)
“죽어야지!”
사람은 여러 방법으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그녀가 죽는다면 인 류 역사상 처음으로 쪽팔려서 죽은, 그러니까 ‘수치사’를 한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최연하는 사람이 쪽팔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신이 들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게 된 이후부터 얼굴은 미 친 듯이 달아오르고, 전신에서는 끈 적하게 땀이 배어 나오는 느낌이다.
“으아아아아! 이 정신 나간 여자야!”
펑! 펑!
이불이 들썩들썩 솟아오른다.
빨리 잊어버리려고 침대에 누운 것이 실수였다. 마치 이불의 먼지를 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털어버리겠
다는 듯이 그녀의 다리는 쉴 새 없 이 천정으로 뻗어 올라갔다.
“애들 앞에서! 애들! 애들 앞에 서!”
멍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지금 당 장 정수기로 달려가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 순간, 그녀가 얼마나 한심스럽게 느껴졌을 까.
“어허허허헝! 나는 죽어야 해!”
펑! 펑!
밤에 이불 좀 적당히 털라고 옆집 에서 항의가 들어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최연하의 다리는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자꾸만 뻗어졌다. 운동신경에 이상이 있지 않은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이제 보육원에 어떻게가!”
가면 쪽팔려 죽을텐데.
정신 나간가스나, 이게 무슨 짓 이야!
“하아……
탈진한 최연하가 천장을 보며 대 자로 뻗었다. 뭔가 자꾸 아까부터 눈가가 뿌옇게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미모의 여배우, 침대에서의문사.’
차라리 지금 죽으면의문사로 남을 테니, 명예롭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의 얼굴을 마주 하는 순간, 쪽팔려서 죽으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때.
우우우우웅!
전화기가 사정없이 울렸다.
하지만 최연하는 전화기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누가 전화를 하 든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전화를 건 놈도 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우우웅! 우우우우우웅!
대충 다섯 번은 끊긴 것 같은데 계속 울리는 전화 소리에 최연하가 표독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래, 잘 걸렸다.”
안 그래도 기분도 더럽고 좋은데, 오늘 한번 사고 한번 쳐보자!
최연하는 누가 걸리든 지금 자신 에게 전화를 건 것을 일생일대의 실 수로 만들어주겠다는 기세로 전화기를 들었다.
“어‘?”
애늙은이.
액정에 뜬 이름을 본 최연하의 얼 굴이 다시 뻐얼~겋게 물들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지금은 이 전화를…….
우우우우우웅!
“받는다고, 인마! 받을 거야!”
애써 심호흡을 한번 내쉰 최연하가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전화기를 귀 에가져다 대고 입을 열었다.
“..왜?”
[누나. 지금 이불 차고 있죠?]“아니거든? 하……. 너 웃긴다?
내가 이불을 왜 차? 내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최연하야!”
[차는 거 같은데?]“아, 아니라고! 나 그런 적 없어. 우리 집에는 이불도 없어. 보일러 빵빵하게 돌려서 이불 안 덮어도 돼.”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죽자.’
차라리 깔끔하게 이승을 하직하면 아름다운 여배우의 이미지로 남을 수 있겠지.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응?”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응?”
[나중에 맛있는 거나 사 줘요.]“으으응?”
[그럼 오늘 잘 자구요, 내일쯤 좋은 소식 전해 드릴게요.]“자, 잠깐만? 진성아? 진성아아?” 뚝
사정없이 끊기는 전화를 보며 최 연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얘, 얘들이 뭘 하려는 거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최연하였다.
“놀이공원 갈래.”
“……진정해라.”
“갈래!”
“ 진정하라고!”
강진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의 주변을가득 메우고는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큰 놈들이 둘러싸면 어떻게 힘으로라도 해결을 해보겠지만, 그의 주 변을 둘러싸다 못해 다리를 잡고 덕 지덕지 붙어 늘어진 아이들은 유딩
들과 초딩들이었다.
이래서야 힘으로도 뭘 할 수가 없다.
“형, 나 놀이공원!”
“오빠! 나 자이로드롭.”
강진호의 눈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과한 환대가 쏟아진다 싶더니, 방 안으로 밀려 들어온게 실수였다.
그 안에는 아이들이 포위망을 구 축하고 있었고, 살면서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촘촘하고 잔인한 포
위망 아래 강진호는 완전히 사로잡 히고 말았다.
“빼애애애액! 놀이공워어어어언!”
“진성아?”
“……에이, 들켰네.”
기세를 틈타 추임새를 넣던 한진 성이 칫, 하는 소리와 함께 슬쩍 뒤 로 물러났다. 하지만 초딩 부대는 후퇴를 몰랐다.
“애들은 다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가는데에에에!”
“우리는 한번도 못가보고오오오 오!”
“……가,가자.”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가 강진호를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안 그래도 부 모가 없어서 서러운 아이들인데, 부 모와가볼 수는 없어도 경험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근데 내가 좀 바빠서……
“형이랑 갈래에에에에에에에에!”
“오빠 안가면 나도 안가아아아 아아아!”
박유민이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개판이네.”
벤치에 앉은 강진호의 목이 모로 꺾여 있었다.
“ 괜찮냐?”
“……토할 것 같다.”
“큭큭큭큭.”
박유민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토 해내더니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진호 많이 변했다. 옛날 같 았으면 그냥 ‘안 돼’ 한마디로 애들 다 조졌을텐데.”
“……그랬나?”
“그래. 애들이 네가 안 된다고 하 면 감히 무슨 말을 할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제는 애들한테 시달려서 퍼지기도 하고. 정말 사람 같아졌네. 너무 평범해 보여서 이상할 정도다.”
“음……”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지자 박유민이 손을 내저었다.
“뭐가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되 레 좋아 보인다는 거야. 요즘 들어 애들이 널 좀 더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아?”
“……그래? 나는 괴롭힘당하는 거 같은데?”
“괴롭히는 것도 친하니까 괴롭히는 거야. 안 친한 사람을 어떻게 괴 롭혀?”
“응?”
“……아, 그게 왕따지.”
뭔가 논리가 꼬였다는 생각을 떠 올린 박유민이 말을 돌렸다.
“여하튼간에 애들이 다 너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너무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고. 너하고 같이 놀이공 원가고 싶은 모양이지.”
“ 하아……
강진호가 깊이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사람 많은데는 불편한데.”
“그렇지?”
“……다 내보낼까?”
“응?”
“적당히야간에 잘 조율하면 애들 놀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 실장님에게 이야기해서 애들 만 편히 놀 수 있게.”
“아니다, 진호야. 그건 아니야.”
강진호가의아한 눈으로 박유민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박유민은 단호 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애들이 조금은 편히 놀 수 있겠지. 그런데 애들이 편히 놀 고 싶으면 놀이공원에가자고 했겠 어?”
“……아니지.”
“그래, 아니지. 애들은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시간을 보내보고 싶은 거야. 사람 많은 곳에서 치여보기도 하고, 줄을 서서 지루하게 기다려 보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게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저 애들에게는 그게 특별히 시간을 내 고 누군가도와주지 않으면 겪어볼 수 없는 일이니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그 감정은 잘 알 것 같았다.
평범한 시간과 평범한 일상.
중원에 있을 때 그가가장 그리워 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세계로 돌아온 초기에 어떻게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려고 애를 쓰지 않았 던가.
이제는 반쯤은 글러 버린 일이지 만,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 이상은 최대한 아이들에게 맞춰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그래야겠네.”
강진호가 빙긋이 웃었다.
‘아직은 나 혼자서는 안 되는구 나.’
예전에는 그가 박유민을 돕고 있 다고 생각했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박유민과 강진호의 사이는 박유민이 강진호에게 일방적으로 기대는 사이 에가까웠으니까. 그런 것에서 우월 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현실이 그 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가 되레 박유민에게도움을 받는 느낌이었다.
박유민은 아마 이제 강진호가 없 어도 괜찮을 것이다.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확립했고, 경제적으로도 문 제가 없었다. 지금이야 잠시 쉬지만, 다시 움직인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 신의 지분을 찾아낼 것이다. 그만큼 성장했으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박유민이 성장한 만큼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때로는도대체 왜 이리 늦는가 생각이 들 만큼 그의 적응은 더뎠고 답답했다.
‘박유민이 없었더라면 더 늦었겠 지.’
그래도 그의 곁에서 언제나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지켜봐 주고도와주려 하는 친구가 있어서 마음 이 든든하다.
박유민이 없었다면, 그가 박유민 과 친구가 되지 못했다면, 지금쯤 강진호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좀 피곤하긴 하겠지만, 네가 있으니까. 적당히 둘이서 힘내면 되겠지.”
“응?”
“……왜?”
박유민이 그게 뭔 소리냐는 듯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나 안가는데?”
“……응?”
“나 바빠.”
“좀 피곤하기도 하고. 이번에는니가 애들데리고 좀 다녀와라. 나 주말에 테스트도 하러가야 해.”
“……박유민?”
“뭐, 이리된 거 어쩌겠냐.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시간이 전혀 안 나거 든. 애들은 전혀 기다려 줄 생각이 없어 보이고. 그럼 네가데리고 다 녀오는 수밖에. 아…… 나는 들어간
다. 연습해야 돼.”
“박유민?”
“간다.”
“박유미 인?”
하지만 박유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빠르게 보육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만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 고는 불을 붙였다.
“하아아아……
깊이 담배를 내뿜은 강진호가 허 공을 보면서 나직하게 뇌까렸다.
“ 인생……”
혼자 사는 거지, 뭐. 친구는 개뿔이.
“여기가 한국인가?”
여자는가만히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처음 보는 한국의 풍경을 두 눈 깊이 박아 넣은 여인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영 마음에 안 드는 나라로군.”
타국에 파견되는 것은 언제나 귀 찮은 일이다. 더구나 그 파견의 이
유가 그녀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단 체의 명은 절대적이었다. 손에 들린 서류를 살핀 그녀가 그 위에 붙어 있는 사진을가만히 바라보다가 피 식 웃었다.
“동양인치고는 잘 생겼네.”
화려하게 홑날리는 금발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강진호라……. 감시할가치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말이야.”
캐리어를 끌고 차도로 다가간 그 녀에게로 검은 세단 한 대가 접근했
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뒷좌석을 열 고 캐리어를 밀어 넣은 뒤, 문을 닫 고 보조석에 올랐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쓸데없는 인사는 됐어. 일단 지 부로가자고. 대체 왜 내가 저런 동 양인을 감시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으니까.”
“ 예.”
천천히 출발하는 차창 밖을 바라 보면서 금발의 여인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별 볼일 없으면 제거하라고 했던가?’
어쩌면 이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여인이 서류를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