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09)
마존현세강림기-410화(409/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11화)
3장 소집하다 (1)
차이커창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는 몸을 벌벌 떨었다.
‘빌어먹을.’
이 황당한 보고를 홍왕에게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그딴 쓰레기들을 믿는 것이 아니 었어.’
아무리 강진호가 홍왕이 경계하는 이라고는 하나, 이미 탄탄한 세력을 자국 내에 갖추고 있던 영남회가 그런 식으로 무너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 주먹이 열 주먹을 당하지 못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던가.
그 법칙을 벗어날 수 있는 이는 홍왕과 같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절대자들뿐이다. 그런데 이제 갓 스물이 넘은 어린놈이 홍왕과 같은 절대자의 반열에 들었다는 말인가?
‘불가능해.’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그가 귀환자일가능성이 높다고는 하나, 귀환을 한다고 해서 더 빠르고 확실하게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게임이 아니니까.
물론 조금 쉽기는 하겠지.
하지만 귀환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육체에서 얻은 경험을 지금의 육 체에 적용하는 일이다. 이전 삶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함을 이룩한 이가 현재의 육체에 적응하지 못해 서 폐인이 된다거나 하는 일도 흔했다.
무엇보다 다시 쌓아 올리는 일
역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가 언 제 귀환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 대로 본다고 해도 수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불과 이십 년. 그 시간 만에 절대의 영역에 접어든다는 것은 차이커창의 상식으로 결코 불가 능한 일이었다.
“다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차이 커창.”
홍왕이 나직하게 부르자 차이커창 이 그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불민한 놈을 벌하여 주십시오! 제가 그를 과소평가했습니다!”
“흐음……”
홍왕은 옥좌에 등을 기댔다.
슬쩍 고개를 들어 홍왕의 안색을 살핀 차이커창은 기이한 느낌을 받 아야 했다.
홍왕의 얼굴에 어려 있는 감정은 결코 분노나 불쾌함이 아니었다.
“내가 결국 그리될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홍왕께서는 앉아서 만 리를 내다 보시나, 저는 하찮은 인간이라 홍왕의 뜻을 미루어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랬겠지.”
홍왕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 영남회라는 곳은 아마 남김없이 강진호가 집어삼켰겠지?”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마인은 탐욕스러 우니까 말이야.”
홍왕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그래서 대책은?”
“지금은 우선 지켜보는 것이 최선 입니다.”
“지켜본다?”
“예!”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한 차이커창
이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외환과 내환이 있습니다.”
“말해보라.”
차이커창이 침을 꿀꺽 삼켰다. 홍 왕의 목소리가 조금 딱딱해졌다. 이 대로 강진호를 지켜보겠다는 차이커 창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일단 외환으로는 일본이 움직이 고 있습니다.”
“ 일본?”
홍왕의 목소리가 조금 들떴다.
“지금 일본이라고 했나?”
“……예.”
“자세히 다시 말해보라. 일본이라니?”
“강진호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한 국의 무인들이 일본 놈들을 끌어들 인 모양입니다. 그들이 강진호의 손 에 제거되면서 이제 일본과 강진호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심어 둔 정보원의 말로는 현재 나나호시 구미를 중심으로 일본 내의 세력들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차이 커창!”
홍왕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울렸다.
그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알아챈 차이커창이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지금 그 열도의 미개한 원숭이 놈들 때문에 우리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냐? 우 리의 국토를 유린하고도 아직 제대 로 된 징벌을 받지 않은 그 간악한 놈들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냐!”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분노를 거두어주십시오, 홍왕이시여 !”
“제대로 말하라. 그렇지 않다면 너는 나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차이커창의 등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열도의 미개한 족속들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나서서 강진호를 제압한다면 무주공 산이 되어버린 반도를 일본 놈들이 차지할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흐음……”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홍왕이 묵직한 침음을 냈다.
“그 일본 놈들을 견제하지도 못할 만큼 우리의 상황이 나쁘지는 않을텐데?”
“최근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홍왕이시여, 내환이 있습니다.”
“……그랬지.”
홍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차이커창은 외환과 내환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내환이라는 것이 자신들이 움직일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 내환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차이커창이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만……
“음?”
홍왕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차이커창은 결코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언급하는 이가 아니었다. 그런 이가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지 금부터 할 말의 중요성이 불확실성을 고려하고도 경계해야 할 정도라는 뜻이다.
“ 말하라.”
“……중원 내의 마인들이 집결하 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말에 홍왕의 얼굴이 굳었다.
“마인들이?”
“그렇습니다, 홍왕이시여.”
차이커창은가만히 홍왕의 반응을 살폈다.
정공의 후예라 할 수 있는 홍왕은 마인들을 병적으로 중오하고 싫 어했다. 그런 홍왕이니만큼 중원에 숨어들어 있는 마인들이 집결한다는 말을 결코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홍왕의 안색은 차이커창의 생각과는 다르게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리될 일이지.”
홍왕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들이 지금까지 사분오열되어 있던 것은 제대로 된 구심점이 없었 기 때문이다. 그 구심점이 생긴다면
그들 역시 모여서 세력을 이루려 하 겠지.”
“그들이 모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하나 제가 경계하는 것은 그들이 창왕의 휘하에 결집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 그들 스스로 세 력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 중이떠중이 같은 놈들이 결집한다고 해서 무슨 위협이 되겠습니까?”
“후후후후.”
홍왕이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역사를 중히 여기지 않는구나.”
“강호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마인
들이 중원을 지배한 시절도 있었다. 비록 지금의 그들은 비루하고 한심 한 족속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이가 지고 있는 잠재력마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홍왕이 그리 말하니 납득하려 애 써보겠지만,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차이커창이었다. 그런 차이커창을 보며 홍왕이가만히 수염을 쓰다듬었다.
‘쉽게 생각할일이 아니야.’
아무래도 마인들이 집결하는 배경 에 강진호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 이건 예감을 뛰어넘는 확신이었다.
물론 지금의 마인들은 모인다고 해서 딱히 위협이 되는 세력이 아니다. 하나…….
‘달랐어.’
강진호의 만들어낸 마공의 흔적은 지금의 마인들이 사용하는 마공과는 그 격이 달랐다. 만약 강진호과 과 거 마교의 무학을 알고 있고, 그 무 학을 지금의 마인들에게 전수한다 면?
홍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눈을 뜨고 귀를 열어라.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는 네 말을 받아들이겠다. 그 대신 그 어떤 움 직임도 놓치지 말고 보고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홍왕의 불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난세가도래하겠군.’
몇 십 년 만에 타국을 향해 움직 이기 시작한 열도, 그리고 집결하는 마인들.
그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 강진호
가 있었다.
홍왕은 기나긴 평화가 끝나간다는 확신을 하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사람 귀찮게 하네,도움도 안 되는 것들이.”
왕위안은 궁시렁거리면서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인생에서가장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왕위안은 서슴없이 마공을 익힌 것이라 할 것이다.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는 마
인이었고, 스스로가 마공을 익혔다는 것에 자부심을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빌어먹을.”
돌이켜 보면 그의 아버지도 참 멍청한 사람이었다.
같은 무인들에게조차 벌레 취급을 받으며 손가락질받는 마공을 익혔다는 것이 대체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자부심을가진단 말인가.
그리고 자부심을가질 거면 혼자가지고 말 것이지, 왜 그걸 자신에게까지 전수한단 말인가.
마공은 정공과 그 맥을 달리했다.
정공을 익힌 이가 마공을 익힐 수는 있지만, 한번 마공에 발을 들 인 이는 결코 정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제길!”
결국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것은 욕밖에 없었다.
마인이란 그런 것이다.
일반인으로 살아갈 수도 없고, 그 렇다고 무인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예전에는 마공을 익혔다는 것만으로 무인들의 척살 대상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고는 하나, 이제는 위협이 되 지 않는다는 이유인지, 시대가 바뀌
어서인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단지 멸시할 뿐.
뒷 세계에서 암약하는 무인들이 세상을야금야금 집어삼키는 동안 마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더욱더 깊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가장 더럽고,가장 위험한 곳으로 말이다.
그러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인들의 개가 된 마인들도 있지만, 결국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채 그저 소모품처럼 쓰이 다가 버려지고 말았다.
“크흐흐.”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마기가 골수까지 치밀어 오른 순간, 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고 괴물로 바뀌어 버리는 것들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마공을 깊이 익혀야 하는데, 마공을 깊이 익힐수 록 마기가 강해져서 자신을 잃어버 리는 것이 마인들의 딜레마였다.
결국 대부분의 마인들은 더 이상 마공이 깊어지는 것을 포기하고 어 정쩡한 마공만을 익힌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왕위안처럼 말
이다.
밖으로는 무인들의 위협에 시달리 며 더럽고 습한 곳으로 숨어들 수밖 에 없는 것이 현시대 마인들의 처지 였다.
그런데…….
“바빠 죽겠는데, 빌어먹을.”
십 년 동안 없던 소집이 벌어졌다.
그저 형식상으로만 존재하던 조직 이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명령은 간단했다.
— 모여라.
– 지정한 위치와 시간에 모두 모여라.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모인다고 해서 뭐가 그리 달라지겠는가 하는 생각이지만, 혹 시라도 지금의 이 비참한 상황을 조 금이라도 타개할 만한 해결책이 나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왕위안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다들 모여들고 있군.’
어두운 뒷골목으로 창백한 인상의
남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생기 없는 얼굴.
초조한 인상.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에 왕위안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빌어먹을.’
저들의 처지도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뒷골목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자 골목 끝에 있는 문을 지키고 있던 남자가 왕위안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 안으로.”
왕위안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작은 문 안으로 몸을 구겨 넣 었다.
몸이 꽉 끼는 작은 복도를 한참 이나 걸어서야도착한 곳은 지하에 존재하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확인한 왕위안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