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11)
마존현세강림기-412화(411/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13화)
3장 소집하다 (3)
“강진호씨!”
강진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기겁을 한 표정으로 뒤 로 한 발 물러났다.
“누, 누구?”
커다란 챙모자를 쓰고 누가 봐도
과도하게 큰 선글라스와 마스크, 거 기에 스카프까지 두른 여자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저예요.”
“최연하 씨?”
“ 쉿.”
최연하가 손가락으로 입을가리는 시늉을 했다.
“조용히. 사람들이 들어요.”
“……피부병이라도?”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최연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후후후후.”
“생각 없이 이런 짓 저지르면 안 되는 것 몰라?”
“후후후후후.”
“웃어?”
“후후후후후.”
최연하는 느물거리며 웃는 한진성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이 애늙은이 같은게 진짜.’
어릴 적부터 고생을 해서 일찍부 터 어른스러워졌다는 것은 이해하겠 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놈은 과도하
게 능글맞다. 천성이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처 맞을래?”
“……아니요.”
그래도 아직 강진호급으로 공격이 안 통하지는 않았다.
“왜 사고를 치니! 왜!”
“누나가데이트거리 한번 만들어 보라면서요.”
“그럼 나하고 상의를 했어야지!”
“에이.”
한진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누나도 알잖아요, 저 형.”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맞춰서 진 행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니까요. 일 단 저질러서라도 움직이게 만들고, 우리가 거기에 맞춰야 해요.”
최연하의 볼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래서 내놓은 답이 이거라고?”
“그렇죠.”
최연하가 지옥의 악귀 같은 얼굴 로 말했다.
“너,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니?”
“최연하 누나요.”
“너, 저번에 보육원에서 나보고 체면을 지키라고 했지?”
“그래서니가 내놓은 답이 이거야? 사람들 이리 많은데서 나더러 저 사람이랑데이트를 하라고?”
“아……”
한진성이 그건 생각 못했다는 듯 이 멍하게 입을 벌렸다.
“와, 그런 맹점이.”
“답도 없다, 진짜.”
최연하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강진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멀쩡하게 생겨서 나사가 하나씩은 기본으로 빠져 있었다. 그
것도 작은 나사가 아니라 제일 중요 한 곳에서 커다란 나사가 빠져서 덜 커덕 덜커덕대는 느낌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됐다. 너한테 내가 뭘 바라 겠니.”
“그래도 선의로 한 건데, 말씀이 좀 심하신……
“너 진짜 좀 처 맞을래?”
“죄송합니다.”
“에이!”
최연하가 역정을 내고는가방 안 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한진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설명하자면 좀 길어질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 주세요. 사람들이 워낙 많은 곳이라 얼굴 드러내 놓고 다니면 난리가 날 수 있어서요.”
강진호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의 그였다면 굳이 저렇게까지 오버할 것이 있을까 생각했겠지만,
이미 극성팬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경험한 그가 아니던가.
더구나 그가 받은 관심이란 것은 최연하에 비한다면 쥐꼬리만 한 명 성에 불과하다. 만약 최연하가 여기 에서 저 변장을 푼다면 놀이공원은 일시에 마비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 만…….
“안 더우세요?”
이 푹푹 찌는 날씨에 온 얼굴을 마스크와 선글라스, 거기에 스카프
까지 감싸고 머리에는 모자까지 썼 으니, 열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을텐데?
“괘, 괜찮아요.”
“안 괜찮아 보이는데?”
“정말 괜찮아요.”
“……네. 뭐, 그러시다면야.”
강진호가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최연하는 꿋꿋한 얼굴을 했다. 물론 그 표정이 보일 리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강진호의 말에 최연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 해결해 놨다더니!’
그냥 자리만 만들어놓고 나 몰라 라 한 꼴이 아닌가.
아서라, 누굴 탓하겠는가. 한진성 이 하는 일이 다 그런 거지. 그런 꼬맹이가 뭘 알아서 하겠는가.
“애들 오늘 놀이공원 온다기에 같 이 놀아주면 좋겠다 싶어서 왔어요.”
“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른은 한 명이라도 많은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 지만, 여자아이들이 최연하를 특히
잘 따르니 큰도움이 될 것이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헤헤, 이제 걱정 마세요. 제가도와드릴게요.”
당당하게 말하는 최연하를 멀리서 지켜보며 한진성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나만 믿으라니까.”
하지만 일은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그것은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소리 같았다.
살아온 인생의 특성상 수많은 비 명 소리를 들어온 강진호마저도 움 찔할 정도의 처절하디처절한 비명 소리였다.
“지, 진정……
“으아아아아아아앙! 엄마! 엄마! 살려줘어어어 ! 엄마아아아아아아아!”
‘틀렸어.’
강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저건 말로 해서 어떻게 해 결될 수준이 아니었다. 최연하는 이 성을 놓은 듯 마구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어깨를 꽉 누르고 있는 안 전 바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었다.
최연하의 마스크가 왠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발견한 강진호는 차 마 그 광경을 마저 보지 못하고 고 개를 돌리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그러게 안 타도 된다니까.’
롤러코스터란 것은 강진호의 입장 에서는 하품이 나오는 탈것에 불과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머리끝이 쭈 뼛 서는 놀이 기구다. 그리고 최연하에게는 아마도 지옥으로가는 특
급열차쯤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저러다 사람이 심장마비로 쓰러지 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키 며 최연하가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꺄아아아아악! 잘못했어요! 잘못 했어요오오오오오 !”
이제는 어딘가에 필사적으로 사과 까지 하는 최연하의 목소리를 들으 면서 강진호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 쉬었다.
‘뭘 믿으라는 겁니까, 뭘.’
되레 아이들이 최연하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신나는 놀이 기구를 타는 즐거운 시간, 예능 같아야
할 순간을 최연하가 다큐로 바꿔놓 고 있었다.
“음, 최연하 씨.”
“네? 네네?”
“눈 감아요.”
“네에에에?”
강진호의 말에되레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본 최연하는 360도 회전 코스를 보고는 안전 바를 부러 질 듯 움켜잡았다.
“이거 누가 만들었……. 으아아아 앙! 이 개…… 아아악! 죽여……
강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굴을가린게 다행이었다.
“언니, 괜찮아요?”
“……어?”
“어, 언니, 여기 물 좀 드시고 정 신 좀 차리세요.”
“……어?”
“오, 오빠, 언니가 맛이 갔어.”
그 언니는 원래 제정신이 아니었 단다. 이제 와 새삼 맛이 갔다고 할일이 아니지.
강진호는 꿈틀거리는 속내를 내리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볼 테니까…… 너희는가서
놀아.”
“그래도 돼?”
“그래. 기껏 놀이공원 왔는데, 제 대로 놀지도 못하고 돌아가면 안 되 지. 애들 기다리니까 얼른가서 마 저 타.”
“안 돼!”
그 순간 넋이 나가 있던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사나운 기세에 천하의 강진호 마저도 움찔할 정도였다.
“왜, 왜요?”
“……저도 탈 거예요.”
“아니, 잠시만요, 최연하 씨.”
“ 타야죠.”
최연하의 눈이 이글거렸다.
“애들이 놀러 온 건데, 짐이 될 수는 없어요. 같이 놀아줘야죠.”
강진호의 눈에 살짝 감동이 어렸다.
저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정 말 눈물겹지만…….
“침 홀러요.”
츄릅.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최연하 씨가 빠져 주는게 애들이 더 편하게 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강진호씨는…… 그래서 안 되는
거예요.”
“ 네?”
최연하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었다.
“쟤들이 얼마나 착한데. 같이 온 언니가 아파서 앓아누웠다는 걸 알 면서도 자기들끼리만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연하가 허리를 쭉 폈다.
“왜 이래, 나 최연하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한창 액 션 영화 찍을 때, 와이어도 탔던 사람이라고.”
그 와이어가 사람을 360도로 돌 리지는 않았겠지.
“한번 일을 맡았으면 죽어도 해야 하는 거예요! 따라와요!”
강진호는 앞서서 걸어 나가는 최 연하를 보며 감탄했다.
아마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끌어올린 것은 저 외모보다 저 근성의 지분이 더 클 것이다. 다리가 후 들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애 들이 노는데 결코 방해가 되지 않 겠다는 저의지만은 분명 인정해 줄 만하다.
어떤 일이든 근성이 있으면 대부
분은 해결된다는 지론을가지고 있는 강진호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었다.
다만, 한가지.
‘그냥 안 왔으면 만사형통이었는데.’
긁어 부스럼도 아니고, 이게 뭔…….
강진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최연하의 뒤를 따랐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물론 롤러코스터는 무섭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에 그만한 자극
을 받는 사람이라면 비교적 덜 무서 운 놀이 기구를 탄다고 해서 딱히 다를 것이 없다는게 문제였다.
게다가…….
“왜 이거 안 끝나아아아아아아!야, 이 개 같…… 꺄아아아악!”
최연하는 조종실을 향해 양손을 마구 휘저었다.
당장 이 빌어먹을 놀이 기구를 세우라는 뜻이었지만,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가린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고, 그 화끈하고 과장된 동작을 본 조종수가 마이크를 움켜잡았
다.
“네! 한번 더 올라갑니다! 재미 있게!”
“너 죽일 거다! 내가 꼭 죽일 거야!”
다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바 이킹의 끝자리에서 최연하가 눈물을 뿜어 대기 시작했다.
그 옆자리에 앉은 강진호는가만 히 한숨을 내쉬었다.
“살려줘요, 진호 씨! 나 좀 살려 줘요!”
“……고개나 숙여요. 안 보면 좀 덜 무섭겠지.”
“으아아아! 나 죽을 것 같다니 까!”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모자를 눌러 그녀의 눈을가려주었다.
아이들의 고함 소리와 최연하의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 강진호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좋구나.’
날이 참 맑았다.
“어, 언니, 이제 그만둬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언니, 죽지 마! 으아아아아앙!”
최연하는 모든 것을 불태운 표정
으로 벤치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색이 조금 바란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생기가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처음 봤을 때에 비하면 사람이 살짝 탈색되었다고 해야 하 나?
뭔가 명도가 좀 옅어진 모습이었다.
“난 괜찮아, 얘들아.”
최연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언니, 정신 차려요.”
“언니 캐릭터가 이상해졌어요! 언
니!”
최연하가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자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진 아이들이었다.
‘아니, 평소에 얼마나 악랄했으 면.’
점수를 따러 와서 오히려 잃기만 하는 최연하였다.
“아까 누가 롤러코스터 한번 더 타자고 하지 않았어? 타러가자. 재 미……있겠지.”
“어떤 년이야?”
“어떤 년이 그딴 소리를 했어? 나와!”
표독스러운 얼굴로 망발(?)의 근 원지를 찾는 아이들을 보며 강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개판이네.’
개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