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13)
마존현세강림기-414화(413/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15화)
3장 소집하다 (5)
“회주님.”
“응?”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가?”
천태훈이 굳은 얼굴로 방진훈에게 다가왔다.
“조금 전 영남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영남회가 아니라 영남부.”
“여하튼요.”
방진훈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천태훈을 바라보았다. 이미 영남회는 그들에게 통합되었고, 완 벽한 재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이현수의 휘하에서 영남부란 이름으로 존속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 많은 이들을 다시 재편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 무리 방진훈이 나름 조직 관리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한동안은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일이었다.
“그래, 그래서 뭐? 무슨 문젠데?”
“방금 이현수가 연락을 취해왔는데, 아마도 영남회장이 탈출한 것 같습니다.”
“영남회장? 회장이라니? 이현 수‘?”
“아니요. 영남회장 말입니다.”
“지금 김석일 말하는 거야?”
“ 예.”
“야, 인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김석일이 지금 무슨 꼴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그 꼴로 무슨 수로 탈출을 해? 탈출하라고 등을 떠밀어
도 못할 판인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런데?”
“감시를 위해 배치해 둔 애들이 당했습니다.”
“뭐‘?”
방진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이들이 당했다는 것은 보통 문 제가 아니었다.
김석일은 이미 무공을 잃은 폐인 이다. 그러니 굳이 감시할 필요가 없다. 방진훈이 굳이 그곳에 감시를 배치한 이유는 김석일을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영남회와 총회의 골은 깊고, 오랜 기간을 서로 배척해 왔다. 그러다 보니 김석일에게 개인적인 원한을가진 이들도 많았다. 그런 자들이 김석일이 저리된 틈을 타 혹여나 그 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어 사람을 두고 그런 상황을 막으려 한 것이다.
강진호의 뜻을 따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상대를 해 치는 것은 방진훈의 미학에도 맞지 않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 이들이 당했다고?
“……보내온 사진입니다.”
천태훈이 내민 사진을 본 방진훈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게 뭐야?”
“이 씨발, 이게 뭐냐고, 이 새끼야!”
방진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치 거대한 파리채로 사람을 내 려친 듯 차마 못 볼 꼴로 죽어 있는 부하들의 시체를 보고도 침착할 수 있다면, 그는 방진훈이 아닐 것
이다.
“이!”
천태훈에게 욕설을 내뱉으려던 방 진훈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건 천태훈이나 이현수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에게 분노를 내뱉어봐야 못 난 놈밖에 되지 않는다.
“김석일은 이런 짓 못해.”
“ 예.”
“그럼 김석일을데려간 놈이 있다는 건데, 확인했어?”
“일단 지금은 보고만 받았습니다. 바로 확인하라고 연락을 해뒀습니다.”
“당장! 당장 확인해봐. 어서!”
“ 예.”
뒤돌아 나가는 천태훈을 보며 방 진훈은 본능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 었다. 폐 속으로 담배 연기가 차오 르자 조금쯤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누구지?’
일본 쪽은 아니다. 그들은 실리를 추구한다. 김석일을데리고 간다고 해서 뭔가 얻을 수 있는게 없는데, 굳이 이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누구냐고?”
방진훈이 쾅! 하고 테이블을 내려
쳤다.
그곳에서 죽어간 부하들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이 일을 강진호가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
순간, 방진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천태훈!”
방진훈이 천태훈을 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강진호씨 주변을 지키던 애들은 무사하냐?”
“ 예?”
“당장! 당장 확인해봐 어서!”
“예! 알겠습니다.”
방진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진호에게 적의가 없는 사람이라 면 굳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결 국 강진호를 노리고 한 일이라는 건데…….
“강진호씨에게는 별일 없겠지?”
방진훈의 목소리에 불안이 실렸다.
“어?”
조미혜는 조금 얼이 빠진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 서.”
“줄이나 당겨.”
“응.”
뒤쪽의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앞쪽으로 바짝 붙은 조미혜가 기대 된다는 얼굴로 기구를 바라보았다.
“탈 수 있을 것 같아. 시간이 딱 맞는 거 같은데?”
“응, 다행이야.”
“언니는 괜찮을까?”
조미혜가 쿡쿡대며 웃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가렸는데도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이 느 껴진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 었다.
“진짜 고마운 언니야.”
“그렇지?”
최선희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런데 진짜 실속 없다니까.”
“내 말이!”
기껏데이트하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만들어줬더니, 하라는데이트는 안 하고 애들한테 신경을 쓰다가
그 꼴이 되다니…….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똑똑하고 대단한 언니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허당이었다.
저래서 저 언니가 남자 친구도 없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둘이 보냈잖아.”
“그 시간 하나 만들려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그러게. 놀이공원 누가 좋아한다 고.”
“우리가 무슨 애들도 아니고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조미혜와 최선희은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밤이 되어 놀이공원의 곳곳 이 밝고 다채로운 불빛들로가득 차 있었다. 이제 곧 저 광경을 천장에 서 바라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기대감에가슴이 두근거렸다.
“언니, 언니!”
“그래그래. 애기 챙겨야지. 연이 손 꽉 잡고.”
“웅, 언니.”
최선희가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조미혜에게 물었다.
“다른 애들은?”
“밑에 있는 롤러코스터 한번 더 탈 거래.”
“ 또?”
“또는 무슨 또야. 연하 언니 걱정 한다고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음, 확실……
투툭.
조미혜의 고개가 뒤로 획 돌아갔다.
“ 왜?”
“아니. 무슨 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은데?”
“너, 귀도 밝다. 이 시끄러운데
서 무슨 소리가 자꾸 들린다고 그 래?”
“뭐가 뜯어지는 소리 같은게
“진정 좀 해.”
“으응.”
조미혜가 혀를 내밀며 자신의 머 리를 긁었다.
‘기분 탓인가?’
“몇 명이세요?”
“네 명이요.”
직원이 아이들과 조미혜를 확인하 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네!”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아이들을 앞세워 조심스레 기구 안으로 오르자 직원들이 그들에게 안전장치를 채워주었다.
“안에서 뛰거나 장난치시면 안 됩니다. 문 열려고 하셔도 안 되구요.”
“예!”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문을 닫고 바깥에서 걸어 잠그자 기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언니!”
“그래, 움직이네.”
아이들이 창가로 바짝 붙어 아래 쪽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예뻐!”
“응.”
조미혜도 조금 황홀한 얼굴로 아 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건물들이 색색으로 빛 나고, 그 아래에 동화에서 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조미혜는 그 광경을 보며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왜 사람들이 놀이공원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고, 그만큼이나 먼지도 많고, 생각보다 청결하지도 않았다.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가는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공간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다들 즐거운가 봐.’
이곳을 찾는 이들은 모두가 즐거 움을 찾아온 것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일상에 지친 이 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은 힘겨운 현
실을 내려놓고 즐거워지려는 사람들 과 어울려 하루쯤 즐겁게 지낼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미혜가가만히 아래를 바라보았다.
“언니! 언니! 사람이 너무 작게 보여.”
“안 무서워?”
“응. 안 무서워.”
조미혜가 미소를 지었다.
‘내일부터는 나도 더 잘해야지.’ 새삼 느껴진다.
오빠들이, 선생님들이 자신들에게
만들어주려 하는 세상은 이런 것이다. 걱정할 것이 없는 세계.
하지만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힘이 필 요할 것이다. 이제는 그녀도 그 세 계 안에서 즐거워할 때는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받아온 애정과 관심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때가 온 것이다.
“머리 풀렸네. 이리 와. 언니가 머리 묶어줄게.”
“조금 있다 하면 안 돼? 나 저거 봐야 하는데.”
“보고 있어. 언니가 알아서 묶을게 그럼.”
“으응.”
신기하다는 듯 창에서 시선을 떼 지 못하는 황도연을 보며 조미혜가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오빠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네.’
오늘 이렇게 놀이공원에 와서 걱 정 없이 놀 수 있던 이유는 학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기 때문 이다. 자기 일도 아닌 일에 그리 신 경을 쏟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아는 조미혜는 새삼 강진호와 최연
하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물론 박유민도 그렇고.
‘그리고 그 누구라고 했지? 노총 각 아저씨.’
인상이 무서운 아저씨.
다들.
다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언니.”
“응‘?”
“오빠가 저기쯤에 있을까?”
“응. 아마.”
그 순간이었다.
덜컹!
갑자기 기구가 아래로 쑥 하고
떨어졌다. 그녀가 눈을 치켜뜨는 순간, 기구가 쑥 꺼졌다가 갑자기 들 리듯 덜컥댄다.
“꺄아아아아악!”
순간적으로 기구가 중심을 잃고 요동치자 아이들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뭐, 뭐야?”
“이거 뭐……
조미혜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겨우 바닥을 짚고 일어선다. 그러고는 위쪽을 바라보았다.
‘안 보여……
거대한 열기구로가려 위쪽이 어
떻게 됐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 만…….
“어, 언니.”
“ 으응?”
“저, 저기……
황도연이가리킨 곳을 본 조미혜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곳의 기구들은 실제 열기구가 아니라 돔형 천장에 설치된 레일에 기구가 매달려 움직이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황도연이가리킨 곳.
기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깔 린 레일이 천장에서 떨어져 아래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저, 저거 뭐야? 원래 저런 거야?”
조미혜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도연을 당겨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 언니?”
“웅,도연아. 별거 아냐. 금방 기 구가 다시 움직일 거니까 괜찮아. 알았지?”
“응.”
“혹시 문제가 있어도 사람들이도 와주러 올 거니까 괜찮아. 그지?”
“응. 진호 오빠도 있어.”
“그래.”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눈가로 흐르는 눈물과 힘 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다시 기구가 움직이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하느님, 제발요.’
사고가 나서 죽는 건 두렵다. 너 무 무섭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 운 일은 이대로 그들이 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강진호와 박유민, 그리고 보육원의 아이들은 평생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미혜는 그게 더 무서웠다.
“일단은 폰으로 연락을……
덜컹!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기구가 아래로 50cm쯤 더가라앉았다.
“아…… 아아……
최선희가 얼이 빠진 듯 몸을 덜 덜 떨다가 발작적으로 창문을 부여 잡고 소리쳤다.
“오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이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