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16)
마존현세강림기-417화(416/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18화)
4장 구조하다 (3)
“비켜! 이년아!”
뒤쪽에서 뻗어 나온 손이 수린이의 어깨를 움켜잡고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언니! 언니!”
“수린아!”
최연하가 기겁을 하여 수린이를
끌어당겼다.
“비키라고! 당장 안 비켜?”
“언니이이이!”
순간, 최연하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강진호가 그녀에게 부탁한 아이들 이다. 그리고 강진호가 아니더라도 결코 단 한 명도 다치게 만들어서는 안 될 아이들이었다.
“야! 너 안 놔?”
“뭐라는 거야, 이 미친년이!”
“이……
최연하가 안고 있던 아이를 옆으로 넘겼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이 애기를 받 아들었다. 최연하는 다짜고짜 뒤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워낙 사람 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서 그것도 쉬 운 일은 아니지만, 최연하는 단숨에 몸을 뒤로 빼 오수린과 자리를 바꾸 었다.
그런 후에……”.
쫘아아아악!
오수린을 잡아당기던 중년 남자의 뺨을 그대로 후려 갈겼다.
“아니, 이년이 미쳤나?”
“이년?”
최연하가 모자를 벗어 남자에게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
“다시 한번 지껄여 봐, 이 새끼야.”
“뭐, 뭐야?”
참 신기한 일이다.
그 급박한 와중에서도 저 얼굴은 튄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서 더 눈에 확연하게 들어오는 건지도 몰랐다.
최연하의 얼굴을 확인한 남자와 주변인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니가 남자야? 네가 그러고도 어 른이야?”
“아, 아니”
“애잖아! 애! 애가 있잖아! 놀이 공원에 반은 애들인데, 어른이라는 새끼들이 애들부터 내보낼 생각은 안 하고 지 살겠다고 애들을 잡아당 겨? 그러고 살아 나가서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쪽팔린 줄 알아야 할 거 아냐!”
날카롭게 울리는 최연하의 외침에 사람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최연하의 기세에 눌려서가 아니다.
애들이라는 말이 그들의가슴을 눌러서 였다.
당장 내가 살아야 하는 상황인데 눈앞에 최연하가 있든 대통령이 있 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아이들이라는 말은 달랐다.
그래도 사람인데, 애들을 짓밟고 살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사람답게 살자구요. 죽어도 사람 답게 죽어야 할 거 아니에요! 집에 돌아가서 나 오늘 애들 밟고 앞으로 나와서 살았다고 자랑이라도 할 생각이에요?”
최연하의 목소리에 수긍하는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발하는 이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 었다.
“지랄하고 있네!”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그러다가 죽으면 누가 잘 했다고 박수라도 쳐준대? 너도 나가 고 싶으니까 그리 발악하고 있던 거 아냐? 내 목숨이 중요하지, 남 목숨 이 중요해? 지금 죽고 사는 문젠데, 애들이 뭔 상관이야!”
“그럼 그렇게 버러지처럼 사시든 지.”
“뭐, 씨발?”
“주둥아리 처 닥쳐. 나도 욕 못해
서 안 하는 거 아니니까.”
여배우의 입에서 터져 나온 욕설 에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살고 싶은 거야 당연하지. 그렇 다고 애들까지 짓눌러가며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따위로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게 나아.”
“말이야 누가 못해.”
“그럼니 눈으로 봐!”
최연하가 소리쳤다.
“애들 다 나가기 전에 나는 안 나
가! 절대로! 그리고니들도 애들 앞으로 못가. 나를 밟고가든지! 죽 이고가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짓가랑이를 붙잡든 물어뜯든 나는 애들 앞으로는 한 명도 안 보내! 절 대로!”
독랄한 눈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최연하가 순간 주변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러면서 물꼬를 터주니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잖아!”
“그래도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어린애들 먼저 보냅시 다!”
“살아도 쪽팔리게는 안 살아야 할 거 아냐! 아저씨들, 씨발, 살 만큼 산 것 같은데, 그렇게 쪽팔리게 굴 지 맙시다.”
덩치가 있는 남자들이 움직여서 최연하의 뒤쪽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 앞으로는 누구도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아이들 먼저 보내요.”
“애들부터!”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사람들이란 참 재미있는 존재들이다.
때로는 정말 아귀(獸鬼) 같아 보
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정말 이래 서 그 현명한 선지자들이 시민의 힘을 그리도 믿었구나 하고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해내곤 한다.
이래서 사람이 재미있는 것이다.
“최연하 씨도 빨리 앞쪽으로가세요.”
“저는 왜요?”
“여자잖아요.”
“여자가 뭐?”
“……예?”
최연하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자는 팔다리 없나? 성인이면
다 똑같은 거지! 됐으니까 애들부터 다 보내요.”
“어, 언니……
“수린아!”
최연하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먼저가야 돼.”
“언니, 같이가요!”
“언니 말 안 들을래?”
최연하가 화를 내자 오수린이 고 개를 푹 숙였다.
“언니가 같이 나가주면 좋지만, 지금은 그게 효율적이지가 않아. 수
린이가 애들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잘데리고가야 돼. 알았지?”
“예, 알겠어요.”
“그래. 언니 걱정 하지 마. 언니는 위험하면 저 멍청이들 머리 밟고 뛰어서라도 나간다. 알았어?”
“예!”
“가!”
사람들이 터주는 길을 따라 아이 들이 앞쪽으로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본 최연하가 미소를 지었다.
‘참 강하다니까.’
보통 아이들 같으면 이런 상황에 서 울고불고 난리가 날 터인데, 보
육원의 아이들은 위기다 싶으면 오 히려 입을 꾹 다물고 어떻게든 자기 들끼리 그걸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 었다.
때로는 그게 대견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오히려 그런 면 때문에가슴 이 아프기도 했다.
‘감상에 빠질 때가 아냐.’
지금은 해야 할일이 있었다.
최연하가 뒤쪽으로 돌아 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의아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어, 어디가세요?”
“지갑 놓고 왔어요.”
“미쳤어요?”
“명품이에요! 당신 연봉을 모아도 못 사!”
“이 여자가 미쳤나!”
막으려는 남자들을 밀치며 뒤로 향하는 최연하가 힐끔 휴대폰의 액 정을 보았다.
메신저에 떠 있는 말이 그녀의가슴에 박혀들었다.
= 언니! 민지가 안 보여요! 아까 화장실 간다고 갔는데. 전화해도 안 받아요!
‘걱정할 것 없어.’
최연하가 이를 악물었다.
‘언니가 찾을 테니까.’ 반드시.
턱! 턱! 턱! 턱!
손을 교차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큭!’
강진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능력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별 것이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처럼 괜찮지 않았다. 일단 앞쪽
으로가면 갈수록 레일이 제대로 붙 어 있지 못하고 덜렁대고 있었다.
뒤쪽은 레일이 확실히 고정되어 있는 것 같은데, 앞쪽은 영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미끌.
“읏!”
한 팔이 미끄러진 강진호가 다른 팔로 힘겹게 천장에 매달렸다.
“꺄아아악!”
강진호가 휘청이는 것을 본 안전 요원 중 하나가 눈을가리고 비명을 질러 댔다. 저기서 떨어지면 죽고 살고는 따질 필요도 없었다. 얼마나
온전히 시체를 보존할 수 있는가의 싸움이 될 것이다.
강진호가 미끄러진 손을 바라보았다.
‘제길.’
레일이 아무리 거칠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레일은 거칠기는커녕 반질반질할 정도로 매끈했고, 그 위 에 기름이 제멋대로 덕지덕지 칠해 져 있었다.
손이 자꾸 미끄러진다.
떨어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이 정도의 높이를 딱히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 기구가 추락하는 것이고, 기구가 추락하지 않아도 기구 안에 있는 아 이들의 상세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 른다는 점이다.
‘다 왔어.’
아래에서 볼 때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레일은 더럽게도 길었다. 한참 이나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앞으로 이 동했는데도, 아직 기구에 닿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다 왔다.
그리고 이제 더 위험하다.
강진호는 허공에 매달린 채로가
만히 심호흡을 했다. 천장에서 돌출 되어 빠져나온 레일이 아래로 축 늘 어져 있고, 그 늘어진 레일 중간에 기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저기로가야 한다는 건데…… 딱히 어려울 건 없는 일이다.
지금 그가 우려하는 것은 저곳으로가는게 아니라, 그가 저곳으로 이동함에 따라 무게가 더 실려 버린 레일들이 지금의 균형을 깨뜨리며 쭈욱 뜯어져 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 었다.
기업들도 바보가 아니니 분명 수도 없는 안전장치를 해두었을텐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저리 얕게 매설을 해두는데 사고가 없을 거라 생각했 단 말인가.
“흐읍.”
강진호가 이를 꽉 깨물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나중의 일 이다. 지금 그가 해야 할 것은 안전 하게 아이들의 곁으로가서 지켜주는 일이었다.
육체에 기운을 돌려 몸을가볍게 만든다. 발아래로 기운을 내뿜어서 조금이라도 몸을 더 들어 올린다.
깃털처럼가볍게.
겨우 한 줌의 무게가 더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변해 버 릴지 모르니까.
턱!
강진호의 손이 떨어져 나온 레일의 시작 부분을 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결코 서두 르지 않고 다음 손을 떼서 레일에 매달렸다.
초상비(草上飛)는 그리 어렵지 않다. 순간적으로 몸을가볍게 만드는 것은 강진호 정도의 고수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 매달려서 그 무게를 완전히 지운다는 것은 그로 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이렇게 천천히 움직여야 할 때는 몇 배로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강진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저 안에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변수를 줄 여야 한다.
턱! 턱! 턱!
긴팔원숭이처럼 길게, 길게 팔을 뻗어서 이동하다 보니, 몇 번 팔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기구의 윗부분까
지도달할 수 있었다.
끼이익, 끼이이익!
무게를 최대한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그의 몸이 이동할 때마다 레일이 출렁거린다. 그와 동시에 기구도 위 아래로 작게 요동쳤다. 저 움직임 하나하나가 지금 레일에 충격을 주 고 있을 것이다.
“후우우우……
가만히 기구 위에 올라선 강진호가 다시 한번 심호홉을 했다. 그러 고는 천천히 둥근 기구를 타고 아래 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을 제대로 짚을 곳도 없고, 잡
을 곳도 없다. 어설프게 힘을 주었 다가는 기구 위쪽의 둥그런 면을 타 고 밖으로 홀러나가 버릴 것이다.
확실하게 고정만 되어 있다면 뛰 어다녀도 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조심스레 아래쪽으로 내려선 강진호가 둥그런 풍선 모양 아래에 사람이 타는 캐리어에도 달했다.
“오빠아아아!”
눈물 섞인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강진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었군.’
저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와야 했 다는 것이 강진호를 압박했다. 그사 이에 기구가 떨어지기라도 했으면 대처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가만히 입구를 막고 있는 안전 바를 들어 올리던 강진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그의 등 뒤로 무언가가가공할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강진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 졌다.
마존이 분노한 얼굴로 뒤를 돌아
보았다. 세상 모든 것을 부숴 버릴 것 같은 얼굴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