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18)
마존현세강림기-419화(418/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20화)
4장 구조하다 (5)
카카강!
쇠와 쇠가 맞부딪치면 쇳소리가 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쇠와 쇠가 맞부딪쳤는데 한 쪽이 일방적으로 매끈하게 잘려 나 간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그 기이
한 일이 강진호가 타고 있는 기구의 위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드드득! 드득!
레일이 잘려 나가며 아래로 축 처 지자, 기구에 달린도르래가 구르며 기구가 아래쪽으로 급격하게 추락하 기 시작했다.
조미혜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떨어진다.
떨어지고 있다.
당장에라도 입을 벌리고 세상이
떠나가라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참아낸다.
강진호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분명 강진호는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서 뭔가를 할 것이다. 그러니 그런 강진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조미혜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에 강진호를 좀 더 힘주어 껴안는 것을 택했다.
팔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껴 안고, 그의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하느님, 제발……
맞잡은 최선희의 손에서 힘이 꽉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무서 워서 죽을 것 같지만, 필사적으로 강진호를 믿으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는 강진호는 지 금 얼음보다 더 냉정한 상태를 유지 하고 있었다.
‘생각해라.’
위기는 지겨울 정도로 겪어왔다.
최근 들어 이상하게 그에게 많은 일이 터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중원에서 겪은 바에 비하면 지금 겪 고 있는 일들은 딱히 위기라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것을 위기로 만드는 것은 상황 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중원에서 단 한번도 그 자신이 아닌 타인을 지키며 위기를 돌파해 본 적이 없는 강진호에게 아이들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하면서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골 치 아픈 난제였다.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다 보니 아 이들에게 허용되는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후우……”
강진호의 눈빛이 바뀌었다.
‘움직여.’
깔끔하게 계산을 끝낸 강진호가 재빠른 동작으로 기구 안의 안전벨 트를 두어 개 뜯어내더니, 재빠르게 서로 묶어 긴 벨트를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그 벨트로 앞쪽에 모여 있는 아이들과 자신의 허리를 한데 감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묶었다.
운신은 어려워지겠지만, 이걸로 아이들이 그의 주변에서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손목에 묶어둔 벨트로 안전장치를 하나 해두기는 했지만, 이걸로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벨트가 고정되었는지를 확인한 강진호가 지체 없이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 살짝 들어 올렸다.
추락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몸은 너무도 쉽게 들렸다. 그리 고 강진호가 굳은 얼굴로 입구를 바라보았다.
“꽉 잡아!”
이미 기구가 추락하는 중이라 제 대로 된 평형을 잡지 못하고 입구가 위쪽으로 들려 있는 상황이었다.
아래쪽으로 난 것보다는 백배는 낫다.
하지만…….
‘아차!’
그제야 강진호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의 몸을 둘러 고정해 버리다 보니 이대 로는 저 입구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우웅!
순간, 강진호의 오른손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입구로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의 몸이 절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새까맣게 물든 강진호의 수도(手刀)가 휘둘러지자 기구의 벽이 마치 종잇장처럼 잘려 나갔
다.
그극.
잘려 나간 마찰 면들이 벌어지며 기구가 순식간에 두 쪽으로 갈려 버 렸다. 강진호는 위쪽 기구를 향해 장력을 내뿜었다. 그러자 풍선 모형 이 달려 있는 위쪽 기구가 튕겨 올 라갔다.
그 반동으로 추락하는 속도가 조 금이나마 빨라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허리까지 이르는 기구의 아랫부분 에 올라탄 채 추락한다.
‘어디냐?’
강진호의 눈이 재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이대로 낙하하게 된다면, 그는 몰 라도 아이들의 충격을 상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에게는 별거 아 닌 충격일지 몰라도 아이들은 즉사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강진호가 아무리 앞서 충격을 받아내 분산 시킨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충격을 분산시켜 줄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아래쪽을 바라본 강진호의 눈이 빛났다.
중세 건물처럼 삐쭉삐쭉 솟아 있는 첨탑들과 세모난 모양으로 만들
어져 있는 지붕들.
“꽉 잡아! 놀이기구 제대로 탈 테니까!”
아이들은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말대로 팔에 죽어라 힘을 주었다.
“간다!”
강진호의 몸이 바닥을 박차고 뛰 어올랐다. 나뭇잎 한 장만 있어도 허공에서 십여 장을도약할 수 있는 강진호다.
그런 강진호에게 있어서 기구의 아랫부분은 더없이 훌륭한 발판이었다. 그곳이 비록 허공이라 해도 말
이다.
“으아아아앗!”
전력을 다해 튀어 오른 강진호는 생각한 것보다 많이 뛰어오르지 못 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노리는 첨탑의 윗부분에 닿기에는도약 거 리가 부족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단 하나뿐이었다.
‘살아나면 꼭 살 빼라고 해야지.’ 아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무거웠다.
물론 네 명이나 되다 보니 무거운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큭!”
허공에서 몸을 빙글 돌려 아이들을 위로 향하게 만든 강진호가 다리를 쭉 끌어당겼다가 어마어마한 마 기를 발로 내뿜으며 허공을 걷어찼다.
추락하던 몸이 일순 위쪽으로 붕 떠오른다.
‘됐다!’
강진호가 이를 악물었다.
지금부터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더없이 섬세한 컨트롤로 충격을 분 산해 나가야 한다.
길게 솟아오른 파란 첨탑 지붕을 둥으로 맞은 강진호가 몸을 교묘하게 비틀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첨탑 지붕을 쿠션으로 쓰겠다는 미 친 생각이 아니다. 아이들의 몸이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자신의 등만으로 비탈면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등을 짓눌러 미묘하게 브레이크를 걸었다. 절대 지붕이 무너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이다.
“꺄아아아아아악!”
아이들이 참고 있던 비명을 터뜨 렸다. 뭔가 몸이 붕 뜬다 싶더니,
지붕에 처박혀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래를 보니 아직 4층이다. 그 리고 이 지붕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 었다. 말 그대로 첨탑. 둥글게 솟아 오른 탑에 불과한 것이다.
“뛴다!”
쭈욱 미끄러져 내리던 그들의 몸 이 지붕 끝에 닿더니, 마치 언덕을 튀어오르는 썰매처럼 부웅 떠올랐다. 그러고는 옆쪽에 있는 건물의 세모난 지붕 비탈을 향해 교묘히 방 향을 꺾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헝어어엉엉!”
이제는 비명을 지르는 이도 없었다. 다들 눈물이 범벅되어 울고 있 었다.
안전 바도 없이 맨몸으로 롤러코 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나름 어트 랙션을 잘 탄다고 생각한 아이들조 차 지독한 공포와 몸을 뒤흔드는 속도감 앞에 이성을 잃어버렸다.
지붕을 길게 미끄러져 내려간 강진호가 이를 꽉 깨물었다. 등으로부 터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부족하다. 아직 부족하다.
적당히 속도가 줄었다 싶으면 지 붕 아래로 떨어지며 벽면에 팔을 박 아 넣어볼 생각이지만, 이 속도로 떨어지면 그들의 무게를 벽이 버티 지 못할 것이다.
‘ 다음은?’
충격을 완화할…….
그 순간, 강진호의 눈이 빛났다.
‘별짓을 다 해놨다 싶었는데……
지붕 아래로 실내를 돌게 만들어 진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보인다. 처 음 봤을 때는 대체 왜 이리 비효율 적으로 실내에 레일을 만들어놓았는
가 싶어 이상했는데, 지금은 저게 자신들의 구명줄이 되어주고 있었다.
“롤러코스터 좋아하니?”
“싫어어어어어어어어!”
강진호가 지체 없이 등을 튕겨 몸을 허공으로 밀어 올렸다.
“아……”
몸이 부웅 뜨는 느낌에 아이들은 전율했다.
다른 곳에서 몸이 뜬다는 것은 경 험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놀이공 원에서는 꽤나 흔한 일이었다. 위치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그
순간!
그리고 그건 빠른 추락을의미했다.
“꺄아아아아아악!”
강진호와 한 덩어리가 된 아이들의 몸이 정확히 레일을 향해 떨어지 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시커먼 날을가진 세 개의 단도가 강진호를 향해 날아들 기 시작했다.
“이……”
강진호의 우수에서 시커먼 마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으라아앗!”
강진호의 오른손이 앞으로 쭉 뻗 어지자 시커먼 마기가 구름처럼 뭉 쳐 날아드는 비수를 집어삼켰다. 마 기와 맞닿은 비수들이 마치 수수깡 처럼 부러져 나가며 사방으로 튕겼다.
“ 하찮은.”
강진호가 이를 으득 갈았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은 분노할 때가 아니었다.
강진호는 허공에서 다리를 몇 번 이나 걷어차며 장력을 뿜어내느라 어긋난 궤도를 다시 맞추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허공에서 헤엄을 치는 것처럼 꼴사나운 모습 이었겠지만, 지금 강진호는 모양새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좋아!’
완벽하게 각도를 잡은 강진호가 레일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어?’
그러니까…….
롤러코스터 레일이 저런 모양이었 나?
‘미끄럼틀 같지는 않네.’
차라리 구름다리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저길 사람이 맨몸으로 미끄러지면 차라리 맨땅에다 처박아 달라고 비 명을 지를 것 같은데?
강진호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 졌다.
“하아……
운도 없지.
강진호가 이를 악물고는 등 쪽으로 마기를 뭉쳐 넣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겠지.
우우우웅.
뭉치고 뭉쳐 든 마기가 검게 형상 화되었다. 이만한 마기를 검에 모았
다면 검강이 되었을 것이고, 주먹에 모았다면 권강이 되었겠지. 그럼 대 체 이건 뭐라 불러야 하는가. 등강?
중요한 것은 등강으로 몸을 보호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파괴력 넘치는 기운들이 닿는 순간, 레일을 부 숴놓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었다. 오 로지 그의 등을 보호하는데만 신경 써야 한다.
이왕이면 좀 잘 미끄러지면 좋고.
“꽉 잡아!”
강진호의 둥이 정확하게 레일에 착지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레일에 비스듬히
등을 대는데 성공한 강진호의 얼굴 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터터터터터터터터터턱 !
엉덩이뼈와 허리뼈로 일 초에 수 십 번씩 레일이 처박히는 느낌이 난다.
“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은 강진호의 몸을 탈것 삼아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즐기게 되었다.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으려면 몸을 미끄러뜨리 면서 속도를 조금씩 줄여가는 수밖 에 없다.
인간 열차가 된 강진호가 이를 악
물고 등과 엉덩이에 쌓이는 고통을 버텨 냈다.
가공할 속도로 돌진하던 인간 열 차는 깔끔하게 360도 회전 코스까 지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속도가 줄 어들었다. 강진호는 속도가 다 떨어 지자 양팔을 놓고 레일 위에 축 늘 어 졌다.
“너, 너무 무서웠어.”
“나 놀이공원 절대 다시는 안 올 거야. 절대로……
눈물범벅이 된 아이들이 강진호를 부여잡고 울기 시작했다.
“오빠, 괜찮아?‘
“오빠!”
강진호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허리가 아작 난 기분이군.’
하지만 지금 이렇게 태평하게 누 워 있을 시간은 없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진호가 아이들을 안 고는 레일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벨트를 풀고 나직하게 한숨을 쉬 었다.
“혹시 모르니까 나가 있어. 나가는 대로 언니들 찾아서 병원으로가.”
“오, 오빠는?”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
라보았다.
“나는…… 해야 할일이 있어.”
“뭐? 여기 위험하잖아. 뭐할 건데?”
무미건조한 강진호의 목소리가 낮게 대답을 했다.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