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20)
마존현세강림기-421화(420/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22화)
5장 응징하다 (2)
“이쪽입니다!”
안전 요원이 전력으로 달리는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여자인 그녀로 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최연하는 불만 하나 없이 안전 요원을 따라붙었다.
그녀가 조금 더 힘들더라도 민지
를 1초라도 먼저 볼 수 있다면 서 슴없이 그쪽을 선택해야 한다. 언제 부터 그녀가 이리 이타적인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타적인게 아냐.’
최연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녀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신밖 에 모르는 사람이다. 일례로 이만한 사건이 터졌지만, 그녀는 다른 이들의 안위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 었다.
그녀가 이타적이 된게 아니라 보육원의 아이들이 그녀의 사람이 된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만남이
고,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지금 당장 돌아서서 남이 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사이겠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보육원의 아이들이가족과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왔다.
‘나쁜 것만 닮았다니까.’
이게 강진호의 마인드와 비슷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최연하가 쓴웃 음을 머금었다.
“누구 있어요?”
벌컥!
안전 요원이 문을 거칠게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 없다.’
여기가 아닌가?
최연하가 다급하게 물었다.
“근처에 화장실이 몇 개나 있어 요?”
“두어 개 더 있습니다.”
“뭐해요! 뛰어요!”
“예!”
최연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전 요원이 다시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안전 요원이 보지 않는 뒤에서 무릎을 잡고 격하게 숨을 뿜어낸 최 연하가 이를 악물고 안전 요원을 따
라 뛰기 시작했다.
‘운동을게을리한 것은 아닌데……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는데도 체력이 버텨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선천적인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 역시 긴장한 상태기 때문에 체력이 빠르게 소진 되고 있는 것인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앞서가던 안전 요원이 여자 화장 실을 박차고 들어갔다가 빠르게 튀 어나왔다.
“ 없어요!”
“그럼……
다른 화장실로가보자고 말하려던 최연하가 살짝 미간을 좁히고는 안 전 요원을 스쳐 지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안쪽에 굳게 잠겨 있는 문 이 보인다.
“대답이 없어요. 아무도……
“ 쉿.”
자신을 재촉하려는 안전 요원을 조용히 시킨 최연하가 안으로 들어가서가만히 문 앞에 섰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지야, 민지 안에 있니?”
대답이 없지만 최연하는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이 헛되지 않게 안쪽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새 어 나왔다.
“..언니?”
하느님.
최연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 릴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래, 언니 왔어. 빨리 문 열어 봐.”
극도로 긴장해 있는 상황에서 거 친 남자가 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절대 대답 안 하지.’
무서우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구조를 요 청하는 것이 맞겠지만, 이성적이지 않기에 인간이고, 이성적이지 않기 에 초등학생인 것이다.
최연하는 이 급박한 순간에 그 사실을 파악하고 침착하게 대처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딸깍.
걸쇠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조금 파리한 안색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보이자 최연하는 다짜고짜 민지를 와락 끌 어안았다.
“언니…… 언니!”
와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민지의 등을 몇 번이고 토닥거려 준 최연하가 민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주책이라니까.’
이럴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럴 때는 눈물을 멈출 수 없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연기하는 것에 익숙
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자꾸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최연하였다.
고개를 떼고 오민지의 눈가에 흐 른 눈물을 닦아준 최연하가 민지의 손을 꽉 잡았다.
“일단 나가자. 여기는 위험해.”
그래도 지금이라도 찾았으니 다행 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등 뒤에 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이한 목소리.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섬뜩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딱히 위험하지는 않아.”
최연하의 고개가 격하게 뒤로 돌아갔다.
커다란 사내.
길에서 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고 개가 한번쯤은 돌아갈 정도로 커다 란 사내가 안전 요원의 목을 움켜잡은 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니, 말이 조금 잘못됐군. 여기 서 나간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요즘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니까.”
최연하가 오민지의 앞을가로막았다.
딱히 저 사내가 안전 요원의 목을 잡아들어 올리고 있지 않다고 해도 최연하는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위험하다.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맹수. 이성은 존 재하지 않고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맹수가 굶주려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정신이 나간 맹수가 말이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앞에 존
재하는 이가 정상적이지 않은 정신을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불안하게 여기저기를 쉴 새 없 이 찾아 해매는 시선이라든가, 조금도가만히 있지 못하고 들썩대는 몸 이라든가.
뇌가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해 석하고 결론을 내기 이전에 그녀의 몸이 먼저 위험을 눈치채며 뒤로 물 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등 뒤에 오 민지가 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은 최연하는 뒷걸음질 치던 몸을 세우 고 어깨를 폈다.
“뭐하는 거죠?”
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아서 다 행이다.
굳이 심리학적인 면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이런 자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최연하는 아는 것을 실천할 줄 아는 여자였다.
“히히히.”
하이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세 부릴 것 없어. 네가 어떤 태도를 보인다고 해도 내가 너에게 할일이 달라지지는 않을테니까.”
“……그러다가 그 사람 죽겠어요.”
최연하가 조금 다급해졌다.
괴인의 손에 들린 안전 요원이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얼굴은 그녀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 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죽어?”
괴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을 우습게 보는군. 사람은 이 정도로 죽지 않아. 팔다리가 끊 겨 나간 인간도 살아남는데, 고작 몇 분 정도 숨을 못 쉰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지. 이 사람이 죽으려
면…… 자, 봐봐. 이렇게 목을 꺾어 버리면……
“꺄아아아아악!”
최연하가 기겁을 하여 소리를 질 렀다.
괴인이 안전 요원을 들어 올리더니 목을 옆으로 뒤틀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그만두지 못해, 이 개자식 아!”
손에 뭔가 잡히는 대로 괴인에게 집어 던진 최연하가 겁도 없이 괴인의 무릎 쪽을 걷어찼다.
하지만 괴인은 조금의 충격도 느
끼지 않는지, 꿈쩍도 하지 않고가 만히 최연하를 바라볼 뿐이다.
“확실히 강진호의 주변에는 이상 한 것들만 모인단 말이지.”
‘강진호?’
괴인의 입에서 강진호라는 이름이 나오자 최연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 렸다.
저자의 입에서 강진호라는 이름이 나온다는 것은 이 괴인이 자신들과 마주치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 라는 뜻이었다. 목적이 있어 자신들을 지켜봤든가…….
‘아니면 이 일을 벌인 것이 이 사
람이든가.’
최연하의 상식으로는 개인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가지 않지만, 강진호의 주변에서는 이런 일들이 당연하게 일어났다.
돌이켜 보면 터널을 무너뜨리는 이들도 있었는데, 놀이공원에서 기 구 하나 떨어뜨리는 것 정도야 별일도 아닐 것이다.
“왜 이런 짓을 했지?”
떠보자.
자연스럽게.
“왜 그랬냐고?”
괴인이 안전 요원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쿵, 소리와 함께 안전 요원이 바닥을 굴렀다. 움직임이 미 약하게나마 있는 것으로 보아 숨이 끊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
“당연한 것을 묻는군. 강진호를 괴롭히고 싶으니까.”
“ 어째서?”
최연하가 미간을 좁혔다.
“그 사람이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 그 사람은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왜 그 사람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거지?”
“큭큭큭큭큭.”
괴인이 광소하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사람이 아니라고?”
괴인이 과장되게 팔을 벌렸다.
“콩깍지가 너무 깊게 씌었군. 아니면 제정신이 아니든가. 너는 네가 같이 다니던 인간이 대체 어떤 인간 인지를 아는 건가?”
“내가 어떻게 보이나?”
“……뭐?”
“대답해봐. 내가 어떻게 보이 나?”
최연하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미친놈으로 보인다, 이 개자식 아!”
저 괴인을 자극할지도 모르는 말 이지만, 겁을 먹어 떨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이런 놈들을 상대로는 결코 약한 모습을 보여 서는 안 된다는 계산도 서 있었다.
“큭큭, 제대로 봤군, 제대로 봤어. 그래, 나는 미쳤지. 제정신이 아니 지.”
괴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나 정도는 그 사람에게 비하면 무척이나 정상적인 사람이 지. 그는 제대로 미쳤으니까. 나는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정신 박힌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는 자 각이란게 없지.”
“……그게 무슨 뜻이야?”
“인간은 똑같은 인간일 뿐이야.” 괴인이 손을 살짝 들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리그었다.
“하지만 그 인간에게 인간은 두 종류가 있지. 자신이 인정하는 인간 과 그 외에 인간이되 인간으로 취급 하지 않는 종류의 무언가들.”
괴인이 낄낄대며 웃었다.
“너는 강진호가 인정하는 인간의
범주에 들어 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이 털끝 하나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반면에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은 어떻게 죽어 나가 든 신경도 쓰지 않지. 궁극의 이기 주의자고, 사이코패스라고. 이해가가나?”
최연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알게 해주고 싶은 거야. 그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다른 인간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상처 입 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야.”
“이런 식으로? 무슨 궤변을 지껄 이고 있는 거야, 이 찌질이 새끼야.”
“궤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말 들어봤어?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서는 내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지. 나는 그걸 감수할 거야. 그러니 너도 감수하라고.”
괴인은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비릿한 웃음을 홀리며 최연하에게 다가왔다.
괴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해한 최연하가 굳은 얼굴로 오민지의 앞을가로막고 양팔을 벌렸다.
“내가 있는 이상 너는 이 아이에
게 손가락 하나 못 대.”
“그거참, 무서운 말이로군.”
괴인이 입술을 핥았다.
“네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내장이 튀어나와 바닥을 굴러다니는 꼴을 네 눈으로 보고도 그 말이 계속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거야.”
진심이다.
저 미친놈은 진심으로 지금 저 말을 하고 있었다.
최연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망칠까?
달아나야 하나?
저 미친놈은 지금 그가 한 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놈이다. 그런 놈 앞에서 누군가를 지키니 어찌니 하는 것은 멍청 한 짓이었다.
달아나고 싶다.
당장에라도 이곳에서…….
그 순간, 최연하는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오민지의 손을 느꼈다.
맥이 탁 풀린다.
‘언제부터 그리 똑똑했다고 똑똑 한 척하고 있어.’
멍청하면 어떤가.
이런 일로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
어야 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들어줄 것이다.
“네 마음대로 해봐, 이 쓰레기야!”
괴인이 쾌감에가득 찬 표정으로 최연하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