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21)
마존현세강림기-422화(421/2125)
마존현세강림기 17권 (23화)
5장 응징하다 (3)
“용기라는게 뭐라고 생각해요?”
“ 네‘?”
최연하는 심드렁한 얼굴로 강진호 에게 물었다.
“내일 촬영하는 신에 ‘용기를 내 세요’라고 하는 대사가 있단 말이에요.”
“네.”
“그런데 이거…… 작가가 영 이상 한 건지, 이 장면에서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용기를 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강진호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 만, 최연하는 계속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게 뭔가를 하는 장면이 아니라 대사를 받는 사람의 어머니가 불치 병으로 죽어가는데, 그걸 위로하는 장면이란 말이에요.”
“네.”
“그런데 용기를 내라니, 이거 ‘힘
내세요’가 잘못 써진 거 아니에요? 어머니가 죽어가는데 용기를 내라니. 이런 이상한 단어 활용이 어딨 어요? 내일 작가한테 항의 좀 해야 겠어요.”
강진호가가만히 최연하의 말을 듣고 있다가 아메리카노를 입가로가져갔다.가만히 커피 향을 음미하 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강진호씨, 성적 안 좋았죠?” 순간, 강진호의 미간이 꿈틀했다. 대학 프리패스권을 끊었던 강진호
에게 성적을 논하다니. 본인의 입으로 성적과 학력을 운운하는 것은 창 피한 일이라는 지론을가지고 있어 서 딱히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공격이 들어왔는데 방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성적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응? 안 그럴 것 같은데?”
“……진짭니다.”
“에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는데, 강진호씨는 아무리 봐도 공부와는 담을 쌓은 사람 같은데. 그냥 솔직하게 말해봐요. 대학도 안 다니는 것 같은데.”
“휴학 중입니다.”
“ 헐?”
최연하가 놀랐다는 듯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대학생이었어요?”
강진호가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대학생이었다는 것이 뭐 그 리 놀랄 일인가. 지금 최연하는 마 치 공사장에서 만난 만렙 일꾼이 알 고 보니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 다는 것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욕이죠?”
“욕인지 칭찬인지는 나도 잘 모르 겠어요. 보통 잘생긴 애들은 학교를 잘 안 다니더라구요.”
강진호도 자기가 지금 욕을 먹고 있는지 칭찬을 받고 있는지의아했다.
“어느 학굔데요?”
“재경대학교요.”
“ 헐?”
최연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불신가득한 얼굴로 강진호를 쳐다 보며 인상을 썼다.
“확인 못해본다고 사기 치면 안 돼요.”
“진짭니다.”
“정말? 트루? 레알?”
“……제가 이런 걸로 굳이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아뇨. 그러니까…… 음, 이게 좀……
최연하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장비가 알고 보니 장원급제 출신이었다는 충격적 인 사실을 맞닥뜨린 느낌?”
“……제가 그렇게 공부 못하게 생
겼습니까?”
“음, 으음, 으으음……”
“됐습니다.”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사실 최연하가 그가 공부와 담을 쌓은 사람쯤으로 본다고 해서 달 라질게 뭐가 있겠는가.
“그럼 책은 많이 안 읽었죠?”
“책이요?”
“네. 책이요.”
“교과서 외에는 잘……
굳이 읽은 책이 있다면 비급이 있겠지만, 비급을 책이라고 해야 하는가는 따져 봐야 할 문제였다.게
다가 그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해도 최연하가 지금 말하는 ‘책’의 범 주에 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문 맥을 잘 파악 못하지.”
최연하가 배부른 고양이 같은 얼 굴로 만족하자, 강진호는 왠지 기분 이 나빠졌다.
여기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 어가 버리면 그의 지적 수준에 대한 모욕을 받는 느낌이다.
“그럴 때도 있으니까요.”
“ 네?”
“보통 사람들은 용기를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으음, 그렇죠.”
“하지만 때로는 버티는 것이 진짜 용기가 될 때도 있는 법이에요. 물 러서지 않는데 용기가 필요한 경우가 많죠.”
최연하가 복잡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부모의 죽음에 용기를 내라는 말 이 어학적으로는 조금 이상할지 모 르겠지만, 이해 못할 말은 아니에요. 결코 피할 수 없고, 결코 바꿀 수 없는 현실과 미래를 외면하지 않고
버텨내는 것에도 용기는 필요하니까요.”
“아……
이해한 듯한 최연하를 보며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설명이 됐나요?”
“아뇨. 어쩌면 진짜 강진호씨가 재경대학생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름 돋았어요. 와, 이 거…… 어이없네, 진짜.”
아메리카노 잔을 잡은 강진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괜히 명문대생은 아니네.’
그때의 최연하는 버티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 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최연하는 그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면서 그녀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때로는 불구덩이에 뛰어들기도 하고, 때로는 얇은 와이어 줄 한가 닥에 몸을의지한 채 건물에서 뛰어 내리기도 했다.
일반적인 여배우들은 소화하지 못 하는 그 거친 신들을 해내며 최연하
는 스스로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 자 평했다. 물론 그녀만의 자평은 아니 었다. 스탭들도, 동료 배우들도 그녀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 평했고, 최 소한 악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 으니까.
하지만 최연하는 자신이 지금까지 용기라 생각해 온 것들이 진짜 용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라도 죽을지 모른다는가능성 앞에서 객기를 부리는 것은 용기라 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진정한 용기는 자신에게 올 피해를 확실하게 인 지하면서도 그 앞에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최연하는 진정한 용 기의 시험대에 섰다.
여긴 영화 촬영장도 아니고, 누군가가 지켜보는 일도 아니다. 오로지 그녀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여기서 몸을 피한다고 해도 세상 누구도 그녀를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최연하는 알고 있었다.
세상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해도 그녀 스스로의 마음은 속일 수 없다. 등 뒤에서 그녀 하나만을의 지하고 있는 이 작은 아이를 두고
달아난다면, 최연하는 평생 다시는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강진호가 말한, 물 러서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시간이 었다.
식은땀이 흐르고가슴이 떨렸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저 괴인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이가 절로 떨려 딱딱,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런 몸과 다 르게 최연하의 눈빛만은 결코 떨리 지 않고 있었다.
무섭다.
당연히 무섭다. 저런 이를 앞에
두고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 겠는가.
하지만 용기라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게 아니다. 두려워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 진짜 용기인 것이다. 최 연하는 그 사실을 되새기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어떤 일을 당해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게 최연하의 다짐이었다.
“떨고 있는 것 같은데?”
괴인이 키득키득 웃었다.
“인간이라는 건 말이야, 사실 대 부분이 행동보다는 생각과 말이 앞
서는 것들이거든.”
“용기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지. 길거리를가다 보면 절반 이상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 다 용기가 있다고 생각할걸? 딱히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기회만 주어 진다면 언제나 자신의 용기를 증명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
괴인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런 이들은 많이 만나봤어. 내가 살아온 곳의 특성상 허세가가득 한 놈들이 대부분이었지. 모두가 자 신들이 뭐 대단한 놈들이나 되는 양
까불더군. 그런 놈들의 몸에서 허세를 빼는 방법이 뭔지 알아?”
바로 앞까지 다가온 괴인이 최연하에 귓가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 고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고통을 주는 거지.”
“아주 천천히, 결코 서두르지 않고 말이야.”
최연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보통 처음에는 손가락부터 시작 하지. 끝마디부터 하나하나 부러뜨 리고는 마지막에는 손톱을 잡아 뽑는 거야. 뼈가 모두 부러져 나간 손
가락에서 손톱을 뽑아내고는, 뼈가 부러져 흐물흐물해진 손가락을 밟아 터뜨리는 거지.”
괴인이 낄낄대며 말했다.
“보통은 이 정도 과정만으로도 웬 만한 놈들은 눈물콧물을 질질 홀려 대면서 빌기 마련이지. 제발 살려 달라고 말이야. 잘못했다고 말이야.”
괴인이 천천히 손을 뻗어 떨고 있는 최연하의 손을 움켜잡았다.
“대가 센 녀석들은 다섯 손가락이 모두 곤죽이 될 때까지 버티고는 했 지. 하지만 대가 약한 것들은 손가 락 하나가 아작 나기도 전에 울고
불며 제발 자기가 아니라 다른 놈들을가지고 놀라고 사정사정을 하기 마련이야. 너는 어느 정도일까?”
최연하가가만히 고개를 들어 괴 인과 눈을 마주쳤다.
피식.
괴인을 바라본 최연하의 입가에서 참을 수 없는 실소가 새어 나왔다.
“왜 웃지?”
“저열해서.”
“ 뭐?”
최연하가 멸시를가득 담은 눈으로 괴인을 보며 말했다.
“강진호씨에게 다른 이들도 사람
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더니, 그 냥 사람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잖아.”
“ 하?”
“그래서 너는 강진호씨보다 격이 떨어지는 거야.”
최연하가 이죽이며 말했다.
“그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거든. 그런데 너는 자꾸 명분을가져다 붙이잖아. 다른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명분을 말이야. 내가 말해줄까?”
최연하가 대놓고 괴인을 비웃었다.
“너는 그냥 사이코야. 미친 또라 이일 뿐이야. 네가 지껄이는 말들은 그냥 되는대로 지어낸 말일 뿐이고, 너는 그냥 찌질하고 저열해서 그따 위로밖에 살 수 없는 거야.”
당황한 것인지 분노한 것인지, 아 무 말도 하지 않고가만히 노려보는 괴인을 향해 최연하가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병신아. 나는 절대 질질 짜지 않을 테니까.”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아니, 그럴 일 없어.”
괴인의 고개가 급격하게 위로 올 라갔다.
그 순간, 천장이 꿰뚫린다 싶더니, 강진호가 괴인과 최연하의 사이 로 떨어져 내렸다.
“이잇!”
강진호를 발견한 괴인이 순간적으로 최연하의 팔을 잡아 뜯어버리려 고 했지만, 강진호가 조금 더 빨랐다.
가공할 속도로 아래로 떨어져 내 린 강진호가 최연하의 팔을 잡고 있는 괴인의 팔꿈치를 짓밟았다.
뿌드드득!
“크윽!”
섬뜩한 소리와 함께 괴인의 팔이 기이한 방향으로 뒤틀렸다. 괴인이 팔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자, 강진호가 최연하와 오민지의 앞을 막아 서며 입을 열었다.
“잘도 저질렀군.”
“강진호……
강진호가 괴인을 보며가만히 입을 열었다.
“나를 아나?”
“……”
괴인의 눈에 핏발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강진호 때문에 인생이 뒤틀 렸다. 그의 인생은 강진호를 만난 그날 180도로 바뀌어 버렸다. 한데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 하고 강진호는 그날의 일 자체를 기 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이……”
괴인이 막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알 필요 없겠지.”
쿵!
일격으로 괴인을 화장실 밖으로 날려 버린 강진호가 씹어뱉듯 말했다.
“곧 죽을 놈의 말 따위 들리지 않 으니까.”
눈으로 살기를 줄줄 홀리며 강진호가 무거운 걸음으로 괴인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