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24)
마존현세강림기-425화(424/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1화)
1장 수습하다 (1)
“……라고 끝날 일입니까, 이게?” 조규민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서 류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강진호 들이야 ‘아, 이거참 놀라운 일이었 군’ 하고 빠져 버리면 그만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놀이공원 붕괴 사고
가 벌어질 뻔했다는 소식이 연신 기 사를 타면서 한반도가 들끓어 오르 고 있었다.
최근 사회 분위기가 안전에 극히 민감하지 않은가.
다시 한번 참사가 벌어질 뻔했 다는 소식에 안전 불감증과 관리 소 홀을 지적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 딱히 물어뜯을 만한 기사가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론 환기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들도 개떼처럼 달라붙어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죽겠네, 진짜.”
게다가 이번 일을 수습하는 과정 에서 재경이 개입했다는 소문을 누가 퍼뜨렸는지, 비서실 쪽으로도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신 거예 요?”
홍보팀장의 그 한마디가 조규민을 서글프게 만들고 있었다.
저지르다니!
그가 한 짓이라고는 수습에 조금 이라도 더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
력한 것밖에는 없구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 맛을 본 상어 떼처럼 몰려든 기자들이 보기 에도 놀이공원 측의 대처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빠르고 신속한 놀이공원 측의 대 처 덕분에 경상자가 조금 나오는 수 준에서 사태가 수습되었다는 논조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물론 애초에 이번 일이 벌어진 원인 자체를 놀이공원의 안전 관리 미흡 때문이라며 격렬한 비난을 쏟 아내는 기사들도 있지만, 사람들은 적당한 시점에 적절하게 관람객들을
대피시킨 것만으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조규민은 그 반응들을 보며 씁쓸 하게 웃었다.
사실 이번 일은 놀이공원 측이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이다. 본인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설물 관 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변 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제때 대피가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이나 한 국이라는 사회가 대형 사고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희
생자를 늘린 일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대로 된 대피 지시가 이루어지 지 않아 희생이 늘어나는 것을 몇 번이고 목격한 이들이 ‘그래도 이게 어디냐’라는 심정으로 놀이공원 측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를 말해주 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한 조규민이었다.
“실장님, 전화 들어왔습니다.”
“지금 못 받는다고 하라니까요.”
“사장님이 전화하셨는데요?”
“사장님이 요?”
“우리 사장님 말고, 그쪽 사장님 이요. 놀이공원 쪽.”
“아……”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연결해요.”
통화음이 울리자 조규민이 전화기를 들었다.
“재경 그룹 본사 비서실 실장 조규민입니다.”
[이번 일에 힘을 써주셨다고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별말씀을요.”
[덕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
니다. 조금만 대처가 늦거나 우왕좌 왕했으면 언론에서 인정사정없이 물 어뜯었을 것인데, 나름 빠르게 대처 한 점을 높이 사준 모양입니다. 그 룹 차원에서 감사드립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아닌 재경 그룹 차원에서 부탁을 드 린 것이니, 그리 생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빚을 한번 졌다는 건 기 억하고 있겠습니다. 그럼.]전화가 끊기자 조규민이 피식 웃
었다.
‘쫄리긴 한 모양이네. 사장급에서 일개 비서에게 전화까지 하고 말이야.’
회장 측에서 전화가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쪽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려면 일본어로 해야 할 테니까.
저쪽도 나름 선방했다고 할 수 있었다.
희생자가 조금이라도 더 나왔다면 언론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고, 안전 감사다 뭐다 해서 놀이공원 재개에 시간이 한참
이나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발 빠른 대처 덕분에 부 상자가 나오지 않아서 조금 큰 해프 닝 정도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뒤로는 어마어마한 돈 이 들어가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놀이공원 폐쇄나 영업정지를 먹지 않는 것만 해도 이득이었다.게다가 빠른 대처로 나날이 나 빠지기만 하던 그룹의 위상을 조금 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을 테니, 관 람객들을 내보내면서 생긴 손해액 따위야 이미 만회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 이쪽은 여차저차 정리가 됐는데……”
진짜 문제는 다른 쪽이었다.
조규민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커 유니티게시판을 열었다. 최다 댓글 순위에 보이는게시물 제목을 본 조규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최연하가 남자한테 안기는 거 봄.
제목만 봐도 머리가 지끈지근거린다.
‘이거, 뭐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사람들이 워낙에 많이 본 사건이다. 대충 얼버무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이야 워낙 큰 사고와 같이 얽히다 보니 파급력이 크지 않 지만, 이게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폭탄이 떨어질 것이다.
조규민은 떨리는 심정으로게시물을 클릭했다.
= 이번에 놀이공원 안전사고 났을 때 나랑 여친이랑 거기 있었는데, 빠져나오고 나서 최연하라 짐작 되는 여자가 웬 남자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거 눈으로 목격함.
인터뷰할 때는 남자 친구 없다고 그리 빼더니, 완전 뭔 영화 찍듯이 달려들어 안김.
완전 깜짝 놀랐음.
나만 본게 아니고, 거기에 있던 사람들 다 같이 봄. 이거 왜 기사화 안 되는지 이상함.
조규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재경 차원에서 죽어라고 막는다면 기사가 되는 것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틀어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기사화가 되는 걸 막는다고 한들, 그 많은 목격자의 입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게다가 괜히 기자들의 입을 막으려 하다 보면 기자들은 이 일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터지게 된다.
‘어떻게 하지?’
조규민이 한숨을 쉬며 스크롤을 내렸다.
댓글 반응을 봐야 한다. 빤한 일 이라고 확인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ㅁㄴㅇㄹ : 그럼 나는 김선경이랑 사귐.
ㅇㅇ : 진짜라니까.
ㅁㄴㅇㄹ : 최연하가 할 짓 없나. 놀이공원가서 노는 것도 웃기는데, 남자 하나 기다리고 있다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뛰어들어 안겼다고? 소설 쓰고 자빠졌네.
ㅇㅇ : 내가 봄. 내 여친도 봄.
ㅁㄴㅇㄹ :니가 여친이 있다는 것부터 판타지임.
ㅇㅇ : 와! 돌겠네. 진짜 내가 내 눈으로 다 봤다니까? 거기 같이 본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니까.
ㅁㄴㅇㄹ : 사진 올라온 것도 봄. 마스크 쓰고 선글라스 쓰고 있더만. 그 여자가 최연하라는 증거가 뭔데?
ㅇㅇ :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암. 그 여자가 마스크 벗은 적이 있 었는데, 최연하였음.
ㅁㄴㅇㄹ : 응. 우리 집에 지금 마이클 잭슨 와 있음. 사실 안 죽었는데, 죽은 척한 거임. 이거 알 사람들은 다 암.
ㅇㅇ : 와, 환장하겠네. 진짜라니까? 너, 최연하지인임? 실드를 왜 이리 침?
ㅁㄴㅇㄹ : 최연하지인이 아니근} 병신만 보면 물어뜯는 병이 있어서 그럼.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지. 최연하가 그 사람 많은 놀이공원에 마스크 하나 쓰고가서 노는게 말 이나 되나? 누가 알아보기라도 한다 면 놀이공원 마비될텐데. 그리고 남자?데뷔부터 지금까지 스캔들의 ‘스’ 자도 없던 사람이 최연하다. 그런 사람이 뭔 놈의 스캔들이야? 파 파라치가 죽어라고 팠는데, 한 달 만에 외출해서 미용실 갔다가 집에 갔다고 다시는 최연하 뒤 안 밟는다 고 했던게 언젠데. 소설 적당히 쓰
고가서 놀아라.
ㅇㅇ : 와, 진짜 미치겠네. 진짜 라니까.
ㅁㄴㅇㄹ : ㅇㅇ. 꺼져.
조규민의 시선이 미묘해졌다.
‘이거 뭐지?’
최연하가가진 팬덤의 힘 때문인 지 초기 대응이 나쁘지 않았다. 반 응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도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최연하가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중가장 큰 공감을 받은 댓글은 ‘일년에 두 번씩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들이랑 드라마 찍 고 영화 찍는 애가 일반인이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냐’라는 댓글이고, 두 번째로 큰 공감을 받은 댓글은 ‘걔 성격 나빠서 남자 못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함’이었다.
‘성격 나쁜 것도도움이 되네.’
평소라면 악플이라고 해야 할 댓 글이지만, 이건 악플인지 선플인지 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보통 여자 연예인의 연애라는게 사실이 아니어도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지 않나?”
보통 이런 글이 올라올 때는 ‘잘
숨기더니 결국은 들켰네’라든가 ‘내가 그럴 줄 알았음’이라든가, ‘쟤 이 상형이 평범한 남자라더니, 잘도 평 범하네. 연예인이 다 그렇지’라는 댓글이 대세가 되기 마련인데…….
좋은 이미지와 나쁜 이미지가 시 너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최연하를 좋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연기밖에 모르는 최연하가 연애 따 위로 시간을 낭비할 리가 없다.게 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인인 최 연하가 남자를 사귄다면 그 남자는 놀이공원 측에서도 VIP일 수밖에 없으니, 그런 남자가 마지막에 빠져
나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의견으로 반박 중이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리고 최연하 안티 쪽에서는 ‘예 전에 모 연예인이 최연하에게 고백 했다가 무시당하고 멘탈 터진 사건 이 아직도 유명한데, 그 성격 나쁜 여자가 남자를 사귈 수 있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설사 사귄다고 한들 저 사람들이 많은데서 그런 애정 행각을 할 리가 없다’는의견 이 대세였다.
“다, 다른데도 이런가?”
커뮤니티 몇 개를 돌아본 조규민
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거…… 아이디들이 뭔가 급조한 티가 나는데?’
커뮤니티들마다 전투적으로 그럴 일 없다고 설파하는 몇몇 아이디가 자꾸 눈에 익었다.
다 비슷한 건 아닌데, 대체로 패 턴이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알바라도 풀었나?’
조규민이의아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등을 기댔다.
“알바는 내가 풀어야지.”
여론이 이렇게 흐르고 있으니 여 기에 전문적인 댓글러들을 좀 풀어
주면 금방 유언비어로 몰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초기 진화 작 업이 잘되었다고 생각한 조규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 돕네, 하늘이……
“형! 밥 먹으래.”
“기다려.”
“빨리 와서 밥 먹으래. 선생님 화 내신단 말이야.”
“알았으니 기다려.”
한진성은 불꽃처럼 자판을 내려쳤
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수가 미 묘한 시선으로 한진성을 바라보았다.
“형, 너무 과격하게 말하는 거 아 닐까? 애들이 발끈할 수도 있잖아.”
“난장판을 만들어 버리면 돼. 저 쪽이 흥분해서 달려들어 주면 이쪽 이 더 이득이다. 다른 애들도 다 댓 글 잘 달고 있지?”
“응. 애들이 한 비꼼 하잖아.”
“ 좋아.”
한진성이 화면을가만히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ASDF : 최연하가 남자 친구가 있다 해도 그게 너희랑 뭔 상관이 냐, 찌질이 새끼들아. 집에서 빤스만 입고 연예인 열애설이나 만들어내는니들 인생부터 돌아봐라.
밑으로 악풀이 줄줄 달리는 것을 본 한진성이 씨익 웃으면서 자리에 서 일어났다.
“밥 먹으러가자. 꿀맛일 듯.”
“응!”
최연하가 새로 사서 설치해 준 컴퓨터는 이리 유용하게 쓰이고 있
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