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26)
마존현세강림기-427화(2125/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3화)
1장 수습하다 (3)
세상에 변하지 않는 단 한가지가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 이라는 진리일 것이다.
강진호는 최근 새삼스레 그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변했다.
그의 삶도, 그의 주변도, 그의 인
생도.
그리고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믿 어온 굳건한 믿음까지도 말이다.
청마에게 배신을 당하는 그 순간 세상에 영원한 믿음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기는 했지만, 이건 전혀 다른 경우였다.
청마 이상으로 당연하다시피 이어 질 거라 생각해 온 믿음이 변해 버 렸다는 사실이 강진호를가슴 아프게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변하더라도 이 사람만은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사람만큼은…….
하지만 이 사람이가진 그에 대 한 믿음조차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이 강진호를 서글프게 만들고…….
“듣고 있니?”
“ 예.”
강진호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백현정이 혀를 찼다.
“엄마가 말을 하는데 딴생각이나 하고.”
“……죄송합니다.”
“요즘 얼이 빠졌어.”
“ 예.”
백현정이 강진호를가만히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한때는 저 눈이 그를 바라볼 때는 신뢰와 믿음으로 반짝반짝 빛나 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 아들은 뭘 해도 다 알아서 잘할 거야’라는 눈으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은 불신이가득했다.
“오늘은가게 안 나가니?”
“……영기가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요?”
“네가게 아니었니?”
“방해된다고……
어머니가 낮게 한숨을 쉬는 모습 이 강진호의 눈에 아프게 파고들었다.
‘하락하고 있어.’
이게게임이어서 신뢰도 수치가 바로 표시된다면, 지금 바는 반으로 뚝 꺾이며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 이리 빈둥대고 있니?”
“다른 할 일은 없고?”
“찾고 있어요.”
“너 복학 언제 한다고 했지? 이
번가을에 한다고 했나?”
“……내년에.”
어머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의 마음도 파 르르 떨렸다.
“그럼 앞으로 반년 동안 집에서 이리 뒹굴대면서 놀고먹겠다는 거니?”
“그, 그런 건 아니구요.”
“ 진호야.”
“……네.”
“너는 어쩌면 애가 갈수록 똘돌함 이 사라지는 것 같구나. 네가 어릴 적에는 신동이나 다름없었는데.”
아닙니다, 어머니.
그건 심각한 기억 왜곡입니다. 제가 똑똑해진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예요. 옛날에는 멍청했습니다. 성적 표와 생활기록부가 아직 세상에 빤 히 남아 있는데, 왜 기억을 조작하 고 그러십니까.
“사람이란 건 말이다. 놀면 안 되는 거야.”
“ 예.”
“놀면게을러지기 마련이다. 조금 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몸이 퍼져서 다시 돌아가 기 힘든 거야.”
“ 예.”
“……네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하련가 싶지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머니의 눈 에는 불신이가득했다. 강진호는 스 스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할 수밖 에 없었다.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기에 어머니가 저런 눈으로 날 본단 말인가.’
강진호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었다.
전역을 한 이후로 그는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었다. 아버지의가게를 돕다가 피자가게를 열고, 보육
원에 갔다가…….
‘내가 집에서는 뭘 했지?’
돌이켜 보니 어머니가 저러시는 것도 이해는 간다. 예전에야 성적이 라는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지표를 보여 드릴 수 있었기에 신뢰감이 충 족되었지만, 최근에는가게에 나간 답시고 뻑하면 자리를 비웠다가 옷 다 찢어 먹고 이상한 옷을 입고 돌 아오고…….
‘그러고 보면 집에도 한동안 안 들어왔다가 대충 넘어가고.’
돌이켜 보면…… 이거, 완전 탕아 아닌가.
가만 생각해 보니가게를 한다고 설치기는 했지만, 거기에서 나온 돈을 집에가져다 드린 적도 없다. 어 머니가 보기에는 어린놈이 장사한답 시고 설치다가 말아먹는 전형적인 코스로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방금가게에서 방해되니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실수다.’
항상 그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 던 어머니의 시선이 미묘하다. 저건 아무래도 사기꾼을 바라보는 눈 같은데…….
“복학할 생각은 없고?”
말썽 부리는 자식 놈을 군대에 밀어 넣어버리려 하는 부모처럼 백 현정이 강진호에게 복학을 종용하고 있었다.
“가게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럼 서둘러 복학이나 하는게 맞지 않겠니? 요즘은 졸업 늦으면 취업도 어렵다더라.”
“……생각해 둔 바가 있어요.”
“ 없지?”
안 통한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그래, 우리 아들이 어련히 잘 알아
서 생각했겠어?’라는 반응을 보이던 어머니가 이제 그를의심하고 있었다.
강진호는 등에서 식은땀이 홀러내 리는 것을 느꼈다. 이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
“엄마, 또 오빠 괴롭혀?”
핫팬츠를 입은 강은영이 입으로 요구르트를 쭉쭉 빨며 나타났다.
“일어났어? 오래 잤네?”
“응. 어젯밤까지 지방 투어 한다 고 잠을 너무 못 잤나 봐. 온몸이 찌뿌드드하네.”
“우리 딸내미 고생하네. 엄마가
보약 한 재 해줄까?”
“됐어. 살쪄.”
“그거 먹는다고 살찌겠니? 춤을 그리 추는데.”
“에이, 엄마는. 그게 춤춘다고 살 이 빠지는 거 같아? 활동 기간 동 안은 내가 토끼다 생각하고 풀만 쥐 꼬리만큼 먹어야 겨우 몸매 유지하는 거야.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몸인데.”
자신의 몸매를가리키며 씨익 웃은 강은영이 강진호를 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오빠는 좋겠네. 할 일도 없이 먹
고 싶은 대로 밥도 먹고, 잠도 마음 껏 자고.”
“세상 사람들이 다 오빠처럼 편히 살면 좋을텐데 말이야. 부럽다, 부 러워.”
강은영이 살살 강진호를 긁을수록 어머니의 눈이 조금씩 더 날카로워 졌다.
“네 동생은 벌써부터 저렇게 돈 벌면서 열심히 사는데……
제가 번 돈이 쟤가 번 돈 백배는 넘거든요? 이제 돈 더 안 벌어도 될 만큼 돈이 있거든요?
“돈이 있으면 뭐하나, 애가 한량 이 되어가는데.”
저 최근에 역대급으로 바빴는데 요?
“ 에휴.”
수많은 변명이 있지만, 그 변명은 모두 백현정의 한숨 한번으로 무너 져 내렸다.
“그리고 너……
“예.”
“여기 앉아봐.”
어머니가 자기 앞쪽을가리켰다.
지금 어머니와 강진호는 소파에 앉아 있다. 그런데 앞쪽을가리킨다
는 것은 바닥에 앉으라는 말이 아닌가. 이것은 매우 불합리한 폭거였다. 잘못한 것도 없는 자신을 왜 이리 괴롭힌단 말인가.
강진호는 당당히 자리에서 일어나 백현정이가리킨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초라〜하다.”
강은영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지 만, 강진호는 당당하게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너, 그 사람하고는 어떻게 된 거니?”
“……네?”
“그 최연하 씨!”
강진호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저 홈은 사람 얼굴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어떻게든 현실을도피해 보려고 하지만, 백현정의 카랑카랑한 목소 리는 그를 강제로 현실로 끌어 올렸다.
“열애설 났더라!”
강진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엄마가 모를 줄 알았지? 기사가 안 난다고 모르는게 아니에요. 요 즘은 그런 거 카톡으로 다 돌아요.”
놀라운 세상이네요.
정말로.
“어떻게 된 거냐? 그 열애설 난 남자가 너야, 아니며 다른 사람이야?”
“먼저…… 하나 물어도 됩니까?”
“ 뭐?”
“저면 어떻게 되고, 제가 아니면 또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네가 열애설 당사자면 혼나야지! 엄마한테 제대로 말도 안 하고 여자 친구를 사귄 것도 모자라서 열애설 까지 냈으니까!”
“맞아!”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임새를 넣는 동생이 더 미운 것은 확실했다.
“제가 아니면요?”
“제 여자 하나 관리 못해서 칠칠 맞게 뺏기고 다니면 더 욕먹어야 지!”
아…….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구 나.
“그냥 욕을 하시면 될 것 같은데……
“헛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봐. 너야, 네가 아냐?”
“접니다.”
“어머! 어머!”
강은영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제는 공개 연애 하겠다는 거야?”
“……너, 나 좀 보자.”
“엄마! 엄마! 오빠가 이제는 우리 한테 말도 안 하고 공개 연애 하려 나 봐! 어떻게 해!”
“나 좀 보자고!”
“앉아!”
강은영에게 응징을가하려 한 강진호의 반란은 백현정의 한마디에
깔끔하게 진압되었다.
“ 진호야.”
“……네.”
저 낮게 까는 목소리가 전장에서 들려오는 함성보다 더 두려운 강진호였다.
“물론 너도 성인이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엄마는 그래. 네가 어느 순간부터 일도 제대로 안 하고 놀기 시작한 시점과 엄마 귀에 그 최연하라는 이름이 들린 시점이 동일하다는 건 알고 있니?”
“오해입니다.”
“오해겠지, 물론 오해겠지. 그런데
너, 이런 말은 들어봤니?”
“ 네?”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 그 건 필연이야.”
“엄마는 우리 진호가 잘할 거라고 믿는다. 엄마 걱정 안 시킬 수 있 지?”
“……예.”
“그래.”
백현정이가만히 웃으며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하지만 예전 과는 다르게 백현정은 여전히 살•짝은 미심쩍다는 눈빛을 강진호에게
보내고 있었다.
“……한량 났네, 한량 났어.”
저건 반드시 잡는다.
내가 반드시.
* * *
“그래서 엄마가 뭐라 그래?”
“죽겠습니다.”
강유환이 빙그레 웃었다. 축 처져 있는 강진호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 왔다.
“엄마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지. 진호야.”
“ 예.”
“부모라는 건 말이다, 결코 이성
적일 수 없는 사람들이야.”
“객관적으로 볼 때 네가 참 요즘 애들답지 않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건 네 엄마도 알아. 하지만 엄마는 너를 다른 애들과 비교하는게 아니 라 예전의 너와 비교하는 거지.”
“휴……
강진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강유환은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강진호도 정말로 괴로워하는 건
아니다. 다만,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예전이었다 면 애초에 잔소리를 당할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았겠지만, 막상 잔소리를 들었다면 원인을 철저히 제거하려 했을 강진호다.
그런 강진호가 대책은 세우지 않고 카페에 와서 죽치고 있다는 것이 기껍기만 한 강유환이었다.
‘사람 냄새가 좀 나네.’
한번씩은 그의 아들이지만 좀 과하다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의 아들이 또래다운 모 습을 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나는 네가 팍팍하게 사는 것에 반대다. 이제 겨우 여유를 좀 찾았는데, 다시 그리 살라고 하는 건 너 무 잔인한 짓이지.”
“딱히 팍팍하게 살지는 않았습니 다만……
“내가 보기에는 팍팍했어.”
“…….”
“마침 잘됐다. 정말 이렇게 된 바 에 한번 다녀오거라.”
“예? 어디를요?”
“여행.”
강유환이 씨익 웃었다.
“복학하기 전에 여행은 요즘은 필
수 코스지. 너도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볼 필요가 있어. 말로만 간다, 간다 하지 말고 이번에 계획 한번 잡아봐.”
“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이라……
생각해 보면 복학을 하고 나서는 그럴 여유가 없어질 것 같기도 했다. 최근에 중국을 다녀오기는 했지 만, 평생을 중국에서 살아온 강진호 에게 그건 여행이라 할 수 없는 일 이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네요.”
“그래, 한번 생각해봐라.”
딸랑.
뭔가 말을 더 하려던 강진호가 차임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
최연하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