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28)
마존현세강림기-429화(427/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5화)
1장 수습하다 (5)
방진훈은 굳은 얼굴로 창살 뒤 에 드러누워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이 새끼, 왜 이렇게 됐어?” 잡혀온 남자는 그도 알고 있는 이였다.
“이 새끼, 이성휘 아냐?”
“맞습니다.”
천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중걸 회장 제자였잖아, 이놈.”
“ 예.”
“그런데 그런 놈이 왜 이 꼴이 된 거야? 이 새끼가 이번에 놀이공원에 서 강진호씨를 습격한 그놈이라 고?”
“ 예.”
천태훈은 뒷말을 삼켰다.
‘강진호씨는 관심도 없는 듯했지 만요.’
멘탈이 강한 건지, 정신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든 이가 누군지 관심도 두지 않
다니.
“큭큭큭큭.”
바닥에 쓰러져 억눌린 웃음을 토 해내는 이성휘를 보며 방진훈이 얼 굴을 일그러뜨렸다.
“하, 씨발. 이 새끼 빼내온다고 개고생을 했는데……
부상자로 병원에 실려간 이성휘를 빼내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었다. 방진훈이 직접 나서서 온갖 기관에의뢰를 하고 나서야 무리 없 이 이놈을 빼내올 수 있었다.
총회가 나섰다는 것에서 이번 일 이 무인의 소행이라는 것을 짐작한
기관들이 노골적으로 방진훈에게 불 만을 표했지만, 방진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었으니까.
무인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만든 꼴인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우리가 개개인의 일탈까 지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다고 해버 리면, 총회의 존재의의와 영향력을 스스로 짓밟는 꼴이 되어버린다.
결국 방진훈의 분노는 이성휘에게 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미친놈이 이 새끼한테 마공
을가르친 거야?”
“빤하지 않겠습니까?”
“김석일이? 김석일이가 이런 짓을 했다고?”
“……그 사람이 아니고는 한국에 서 마공을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국은 마공의 불모지대니까요. 중국에가서 배워오지 않은 이상은 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럼 김석일이 사라진 것에 이 새끼도 관련이 있다는 거잖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 나원.”
방진훈은 영 껄끄럽다는 얼굴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이성휘가 이 중걸의 제자로 들어가기 전부터 방 진훈은 이중걸과 적대하던 사이였다. 그러다 보니 딱히 인연이랄게 존재할 리는 없지만, 재기발랄하던 영재가 이리 망가지는 걸 보는게 기분 좋을 수는 없었다.
“미친놈이, 왜 마공 같은 걸 익혀가지고는.”
안타깝다.
그가 본 이성휘는 크게 될 수 있는 재목이었다. 이중걸의 경영 능력은 몰라도 무인으로서의 이중걸을 폄하하는 이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
는다.
그런 이중걸이 고르고 고른 제자 였다. 좋은가르침에 좋은 재목이 만난 드문 케이스였건만…….
“미친놈이 왜 강진호씨를 습격한 거야? 원한이라도 있대?”
“예전에 한번 얽힌 모양입니다.”
“아……
방진훈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담 배를 꺼내 물었다.
“멍청한 새끼. 호승심을가질 사람에게가져야지. 새끼야, 원한도 사람가리는 거야.”
이성휘가 몸을 뒤틀었다.
“……강진호……
“맛이 갔구만.”
“강진호씨가 대혈 몇 개를 부숴 버렸습니다. 마공이 역류하는 모양 입니다. 얼마나 제정신을 유지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덤빌 사람한테 덤벼야 지.”
방진훈이 낮게 혀를 찼다. 이성휘의 잘못이라면 적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적대했다는 점이다. 강진호를 적으로 돌리는 순간부터 이런 결 말은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 었다.
“애새끼 잘 달래서 김석일이 어디 에 있는지 확인해봐.”
“ 예.”
“예감이 좋지가 않아.”
“……무슨 말씀이신지?”
“생각을 해봐. 이 새끼가 김석일을 빼돌렸다는 것은 뭔가 꾸미고 있는게 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이 새끼가 왜 갑자기 강진호씨 앞에 나타났겠어? 지가 아무리 마인이면 마인이지, 대가리가 없는 건 아니잖 아. 그 말인즉, 생각이란 건 있다는 말인데, 생각이 있는 놈이면 지금 제 능력으로 강진호씨 앞에 나타나
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건 알고 있을 거란 말이야.”
“그렇겠죠.”
“그런데도 굳이 그런 일을 감행했 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촉이 오니까, 잘 타일러 봐. 알았어?”
천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을 좋게 타이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말은 어떤 수단을 써서 라도 저놈의 목적을 알아내라는 뜻 이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말이다.
“일단 나는 강진호씨 주변부터 다시 한번 점검할 테니까. 뭔가 알 아내면 전화해.”
“예, 회주님.”
“별일이 다 있네, 진짜.”
천태훈은 밖으로 나가는 방진훈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럼.”
방진훈이 완전히 지하실 밖으로 빠져나가자 천태훈이 한숨을 쉬고는 열쇠를 손에 들었다.
‘찝찝하긴 하지만……
방진훈이 본 이성휘는 불쌍한 인 재쯤에 지나지 않지만, 천태훈이 보는 이성휘는 전혀 달랐다.
방진훈의 애제자라는 포지션을 차 지하고 있는 천태훈은 이성휘라는
놈에게 예전부터 묘한 동질감을 느 끼고 있었다.
물론 둘의 입장은 전혀 다르지만, 일이 조금 꼬였다면 그가 지금 저 자리에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왜 마공을 익혔냐, 멍청한 놈아.” 마공만 익히지 않았더라면 강진호가 이중걸을 포용한 순간 새로운 길 이 열렸을텐데.
때때로 밝은 곳에서 스스로의 존 재감을 뽐내는 이성휘를 보며 언젠가는 그도 저리될 수 있을 거라 스 스로 위로하던 천태훈이다. 그러니
이런 꼴이 되어버린 이성휘를 보는 마음이가벼울 리 만무했다.
창살을 열고 들어가 이성휘의 바 로 앞까지 다가간 천태훈이 한숨을 쉬었다.
“..가아앙진호오오오.”
이성휘는 이미의식이 반은 없는 지, 강진호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 었다. 이성이 거의 사라져 버린 마 인, 그 자체였다.
“ 휴우……
낮게 한숨을 내쉰 천태훈이 이성 휘를 툭, 걷어차 돌려 눕혔다. 마음 이 좋지 않더라도 할 일은 해야 했
다. 마인을 동정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멍청한 놈”.”
“큭큭큭큭.”
이성휘가 낮게 웃었다.
“그러게 왜 덤볐냐. 상대가 안 되는 걸 알면 숨어 살기라도 할 것이 지. 그 사람은 애초에 덤비지만 않 으면 문제가 없는 사람인데.”
“왜냐고?”
천태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성휘의 말투가 변했다. 지금까 지의 흐리멍덩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천태훈이 뒤로 몸을 날렸다.
덥썩.
하지만 이성휘가 좀 더 빨랐다. 이성휘는 뒤로도주하려는 천태훈의 목을 잡고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이유가 궁금해? 여기에 오고 싶 어서야.”
“자, 어떻게 할까? 더 들으면 너는 죽어야 하는데, 호기심과 목숨 중 어느 걸 택할 거지?”
천태훈은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답은 너무 빤하지 않은가.
“호오, 역시나 호기심을 택하는군. 사내다워.”
“끄으으읍! 끄읍!”
“큭큭큭.”
터엉!
이성휘의 주먹이 순간적으로 천태 훈의 배를 파고들었다.
“끄윽.”
천태훈이 눈을 까뒤집으며의식을 잃었다.
“ 쳇.”
이성휘가 축 늘어진 천태훈을 좌 우로 흔들었다. 그의 손을 따라 천
태훈의 축 늘어진 몸이 흔들렸다.
“마주친 놈은 다 죽이라고 했는데 말이야.”
김석일이 신신당부한 일이다.
“내가 그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
이건 그냥 반발심 때문이다. 그와 김석일은 서로 대등한 관계이지, 누가 누구를 움직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그런 주제에 명령하듯 말한 놈의 말을 들어주기 싫은 것뿐이지, 천태훈을 살려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마음씨를 곱게 쓴 보답이라고 해두지.”
바닥에 천태훈을 집어 던진 이성휘가 입술을 슬쩍 핥으며 밖으로 걸 어 나갔다.
* * *
“재밌었어요.”
“……예.”
“진짜루요.”
“네.”
“아니, 애들이랑 같이 말고, 강진호 씨와 하루 온종일 보내보고 싶었 거든요.”
“소원은 이걸로 퉁치는 겁니다.”
“뭐, 내가 좀 손해 보는 것 같지 만, 그렇다고 해두죠. 사실 소원이라는 핑계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이미 충분히 끌고 다니신 것 같은데……
아침부터 해가 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하루 종일 최연하에게 시달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예요, 그 표정은?”
“……아닙니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건데, 강진호 씨는 너무 수동적이에요.”
“네?”
“그렇잖아요. 제자리에가만히 있 으면서 누가 뭔가를 같이하려고 하 면 항상 귀찮아하고. 무슨 히키코모 리예요?”
“객관적으로 본인을 좀 돌아봐요. 애들이 놀자고 해도 귀찮아, 내가 놀자고 해도 귀찮아 죽겠어. 하기 싫어 죽겠는데 어쩔 수 없으니 내가 해주겠다는 얼굴은 적당히 하라구 요. 사람 힘 빠지니까.”
“제가 그랬습니까?”
“와, 아닌 척하는 것 봐.”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자, 생각해봐요.”
“ 네?”
“오늘 재밌었어요?”
“재밌었……
“건성으로 대충 대답하지 말고 생각을 해봐요. 그냥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듣고 싶으면 묻지도 않았어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찬찬히 떠올려 보고 정말 귀찮았는데 어울려 준 건 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즐거웠는지.”
강진호가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
졌다.
사실 귀찮은 감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즐겁지 않았냐 고 물으면…….
‘나름 재밌었어.’
사람이 많은 곳은 질색이지만, 그 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친 구들과 보내거나가족과 보내는 시 간과는 조금 다른, 그런 즐거움 말이다.
“재밌던 것 같습니다.”
“것 같습니다 말고!”
“재밌었어요.”
강진호의 대답에 최연하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내가 말 좀 할게요.”
“네.”
“나 진짜 이리저리 빼고 고민하는 거 딱 질색이거든요.”
“ 네?”
“들어요!”
“네.”
최연하의 박력에 강진호가 움찔했다.
이만한 박력은 소림 방장에게서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래서 오늘 확실하게 매듭을 지 으려구요. 깔끔하게!”
“ 뭘요?”
“휴우……
최연하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노을이 진 하늘 아래 그녀의 얼굴이 노을에 비치며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강진호는 순간 그녀의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저기요, 강진호씨.”
“네.”
“저랑……
“ 예.”
“노, 노을이 예쁘죠? 바다에서 보는 일몰이 최고인 거 같아요.”
“……그렇죠.”
“아, 아니, 이게 아니고!”
최연하가 그 자리에서 살짝살짝 점프했다.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최 연하를 보며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 했다.
“저……”
“말 끊지 마요! 나 지금 진지하거 든! 궁서체란 말이에요!”
“……네.”
“그러니까 강진호씨. 강진호씨, 저랑……
최연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 르며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막 말을 하려는 찰나.
부아아아아아앙!
거친 소리가 백사장을 울리기 시작했다.
“꺄악!”
“ 뭐야!”
사람들이 기겁을 하여 좌우로 비 켜났다.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뚫고 지나온 바이크가 강진호와 최 연하 쪽으로 다가와 거칠게 멈춰 섰다.
최연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때 왜! 왜 하필 이때!
바이크 슈트를 입고 바이크에서 내린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헬멧을 벗었다. 벗은 헬멧 아래로 노을에 빛나는 백금발이 CF의 한 장면처럼 찰랑인다.
헬멧을 벗어 한 손에 든 금발의 미녀가 강진호를 보며 씨익 웃었다.
“미스터 강?”
“ 예?”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을 찾아왔 어요.”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최연하의 평가는 단 하나였다.
“뭐야, 이년은!”
분노한 최연하의 외침이 백사장에 드넓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