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3)
마존현세강림기-43화(43/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18화)
3장 – 부자 되다 (5)
강진호는 멍한 얼굴로 시험지를 바라보았다.
비가 내린다.
시험지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냥 비도 아니다. 이 정도면 폭우다.
누가 보면 장마 왔냐고 할 정도다.
‘뭐가 잘못된 거지?’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시험지를 바라보았다. 맞은 것보다 틀린 것이 더 많아 보였다.
“공부를 했는데……
정인규가 쪼르르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슬쩍 고개를 내밀어 강진호의 시험 지를 확인한 정인규가 눈을 크게 뜨 고는 놀라 소리쳤다.
“뭐야? 너 왜 이래? 진짜 이거 다 틀린 거야?”
“…….”
“헐, 강진호 바보 다 됐네. 얼마 전 까지 전교 10등이었는데. 너 사고당 하면서 머리 다친 것 아냐?” 걱정을 해주는 건지 놀리는 건지 입 장을 확실히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걱정을 해주는 거면 고마워하면 되 고, 놀리는 거면 죽빵 한 대만 날리 면 되는 일인데…… 참 이리 애매하게 나와주니 강진호의 입과 주먹이 동시에 들썩거리지 않는가.
“야, 이 정도면 내가 더 높게 나오 겠는데?”
“으…..”
강진호는 참담한 얼굴로 시험지를 붙들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강진호의 말에 정인규가 혀를 찼다.
“뭐가 잘된 건지 물어야 하는 거 아 냐?”
강진호는 구겨진 얼굴로 시험지를 다시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틀린 문 제가 맞을 리는 없었다.
그때, 강진호의 머리 뒤에서 한세연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머?”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한세연을
바라보았다. 지금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한세연이었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귀신같이 찾아 온 것이다.
“이 실력으로 지금 날 이긴다고 호 언장담한 거야?”
“ 실수였다.”
“실수가 너무 많은데? 이 정도면 실 력 아냐?”
“실수였다.”
강진호에게 더 할 말이 있을 리 없 었다.
한세연은 꺄르르 웃더니,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실수겠지. 이 누나는 다 이해 한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 내기는 내기!”
“큭!”
뼈아프다!
성적이 나쁘게 나온 것도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보다 더 강진호에게 타 격을 준 건 승부에서 패배했다는 사 실이었다.
‘왠지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승부만 하면 지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역대 전적이 어떻게 되 더라?
게임은 두 번 다 졌고, 공부로 내기
했는데도 졌다.
세 번 붙어서 모두 졌다는 말이다. 강진호가!
적천마존이 전패라니!
강진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설마 지금 와서 딴소리할 생각은 아니겠지? 남아일언 중천금.”
“ 알았다.”
“그럼 나 소원 하나 있는 거다?”
“지금 이야기 안 해?”
“지금? 왜?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필요한 걸 빌어야 소원이지!”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각오해. 무시무시한 걸로 정할 거야.”
강진호는 서글픈 얼굴로 시험지를 바라보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공부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면 모를까, 그래도 틈틈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처참한 성적이라니.
‘대책이 필요해.’
이제 그 혼자 뭔가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도 예전에는 공부를 좀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벌써 몇 십 년전인가.
혼자서 아등바등댄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상황이 아닌 것이다.
강진호는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이미 높은 성적으로 대한민국 초일 류대에 진학한 경험이 있고, 대한민 국 굴지의 기업에서 초고속으로 승 진을 했으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의 손발이 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쾅!
거칠게 문이 열리자 이사장 대리 조규민은 입에 머금은 커피를 뿜었다.
“가, 강진호씨!”
조규민은 뿜어낸 커피를 닦으며 말했다.
“문은 부수라고 있는게 아니라 열 라고 있는 겁니다.”
“도움이 필요해요.”
조규민이 날카로운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도움?
강진호의 입에서 마침내 그를 찾는 말이 나왔다. 드디어 그가 활약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사장 대리나 하자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강진호를 보필하다 보면 기회는 자 연히 온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젠가 발돋움할 강진호에게 그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것이 었다.
무엇이든 좋다!
조규민은 비장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겠 습니다.”
“예!”
강진호는가방에서 꺼낸 시험지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오늘 친 모의고사 시험지요.”
조규민은 시험지를 살펴보고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대학을 갈지 못 갈지가 고민이라는 겁니까?”
강진호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고졸도 꼭 나쁘지만은…
“성적을 올려야겠어요.”
“그럼 올리셔야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규민은 인생의 청사진에 먹구름이 끼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조규민은 강진호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통사고 이후로 예전의 일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구요?”
“예.”
“그럼 예전에 배운 것도 다 까먹었 겠군요.”
“예.”
조규민은 강진호의 시험지를 살펴보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난이도와는 관계없이 제멋 대로 맞추고, 제멋대로 틀리고 있군요.”
“칭찬인가요?”
조규민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욕은 아닙니다. 뭐,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간단하지요. 제가 해결해 드 리겠습니다.”
조규민은 전화를 들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네. 그거가져오세요.”
조금 지나가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내려놓고가세요.”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테이블 위에 책들을 올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강진호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죠?”
“책입니다.”
“책인 건 아는데요.”
강진호는 눈앞에 보이는 책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교과서입니다.”
“그걸 제가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
조규민은 미소를 지었다.
“기초가 없으면 세우면 되죠. 초등 학교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1학년은 1주일이면 되겠죠? 다 풀 어오세요. 2학년은 다음 주에 시작 하죠.”
“저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
“그래서요?”
단호한 조규민의 목소리에 강진호는 눈을 감았다.
기초가 중요하다.
그의 스승이가장 강조했던 것이며, 그가 무학을 배우면서도 결코 잊지
않던 진리 중의 진리였다.
‘기초는 중요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쩐지 자꾸 서글퍼지는 강진호였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이사장실.”
“또 이사장실 다녀온 거야?”
“응……”
강진호는 힘없이 대답을 하고 박유 민을 태워 자전거를 몰았다.
“오늘따라가방이 두둑하다?”
“…….”
“뭐 들었어?”
“묻지 마.”
“응.”
강진호가 신경질적으로 페달을 밟았다.
특수 주문 제작한 페달을 몇 번이나 부러뜨린 끝에 조규민이 거금을 들 여 만들어 온 페달이었다. 성능과 견고함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조규민이 결국가벼움이라는 요소를 내려놓고 그저 튼튼하게만 제작한 금속 재질의 페달.
고생한 보람이 있는지 이 페달은 강진호의 힘에도 쉽게 부러져 나가지 않고 꽤나 오래 버텨주었다.
덕분에 한동안은 걱정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쇄애애애액!
자전거가 바람을가르며 앞으로 달 려 나갔다. 언덕길로 접어든 자전거가 거침없이 언덕을 올라갔다.
“매번 타는 거지만, 볼 때마다 신기 하다.”
“그런데……
“응.”
“너 바이크는 탈 수 있지 않냐?”
“응?”
박유민이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자전거야 페달 굴려야 하니까 힘들 다 치고, 바이크는 탈 수 있을텐데?”
“그건 그런데……
“응.”
“여길 타고 올라오라고?” 박유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친구는 자기가 하는 일을 남에게 태연하게 시도시키는 나쁜 버릇이 있다.
“여기서 미끄러지면 나는 죽어.”
“그렇겠다.”
강진호야 절대 미끄러지지 않을 것이고, 혹여나 미끄러진다고 해도 이
런 곳에서 다칠 일은 없다. 하지만 박유민은 다르다.
괜히 어설프게 언덕 오르다가 미끄 러지기라도 한다면 저 아랫동네에서 몸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성심 보육원이 이전하기 전에는 포 기해야 했다.
강진호는 언덕 끝까지 올라와 보육 원 앞에 자전거를 댔다.
“고마워.”
“ 뭐가?”
“이사장 대리님이 몇 번 다녀가셨 어.”
“보육원 옮기게도와준다고 하시더 라. 건물은 이미 올리고 있다시던데?”
“그래? 잘됐네.”
“네가 해준 거지?”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내 돈은 아냐.”
박유민은 한숨을 쉬었다.
“너한테 받은 걸 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소리.”
“아냐. 진짜로.”
“친구끼리 갚긴 뭘 갚아. 난 간다.” 박유민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
려가는 강진호를 보며 혼자 중얼거 렸다.
“ 친구……
박유민.
그에게 오늘 처음 친구가 생겼다.
강진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가 좋다니까요!”
“여보, 당신이 정원 있는 집에서 안 살아봐서 그래. 여름에 시원하고, 겨 울에 따뜻하고.”
“벌레 많고.”
“그래, 벌레도 많지. 아, 아냐! 벌레 얼마 없어.”
“난 절대로 그런데서 못 살아요.”
“살아보면 생각이 바뀐다니까.”
“그럼 정원 있는 집에서 살겠다는
여자랑 살아요. 난 싫어요.”
“무슨 말이 또 그래?”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돈이 있으면 이상해진다더니, 여긴 전혀 다른의미로 이상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진호야, 아파트가 좋지?”
“진호야, 역시 정원 있는 단독주택 이……
“그냥 여기서 계속 사실래요?”
“그건 좀……
“어디든 좋으니까 적당히 정하세요. 이러다 계속 고민만 하고 이사 못가겠어요.”
“ 알았다.”
“크홈.”
강진호는 미소를 짓고는 욕실로 들 어갔다.
“다녀왔습니다.”
강진호가 강은영을 보며 눈살을 찌 푸렸다.
“너무 늦은 거 아냐?”
“연습이 늦게 끝났어.”
“그래도 너무 늦는데. 다음부터는 연습 있는 날 이야기해. 오빠가데 리러 갈게.”
“됐네요! 고3 부려먹었다가 무슨 욕을 먹으라고.”
“나 아직 고3 아닌데……
“이제 곧 될 거잖아. 오다가 안 오 면 더 문제야.”
“고3 돼도가면 돼.”
“엄마가 날 죽일 거야.”
강진호는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은영은 강진호를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이제 사람 같네?”
“무슨 소리야?”
“사고 나고 한동안은 혼 빠진 사람 같더니, 이제는 좀 사람 같네. 옛날 오빠 같고.”
“그래?”
뜻밖의 말이었다.
강은영은 그냥 한 말이지만, 그 말 이 주는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래도 한동안은 과묵한 맛이 있었는데, 예전처럼 돌아가면 문제네, 문 제야.”
강은영은 중얼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강진호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변한 건가?’
강은영이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 뭔가 바뀌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신의 어떤 점이 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적응한 건가?’
그럴지도 몰랐다.
이런 것은 자기 자신보다는 남들이 더 정확하게 아는 법이니까.
강진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 보았다.
“평범한 삶이라……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몰랐다.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기만 하면 되니까.
강진호는 미소를 짓고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