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30)
마존현세강림기-431화(429/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7화)
2장 대면하다 (2)
“가신 일은?”
호텔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 엘 레나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관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서류 줘요.”
“네?”
“강진호 관련된 서류 다시 달라구요.”
부관이 멀뚱멀뚱 엘레나를 바라보 았다.
“못 들었어요?”
부관이 화들짝 놀라 서류를 향해 달려갔다.
‘뭔 소리야?’
이미 서류의 숙지는 끝났을텐데, 굳이 다시 서류를 보겠다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서둘러 서류를 챙긴 부관이 엘레 나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볼펜 좀 주세요.”
“옙
셔츠 앞주머니에 끼워둔 볼펜을 꺼내 내밀자, 엘레나가 볼펜을 받아 입에 물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서류가 뚫어질 기세로 내용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분쟁을 일으키기 싫어 하는 성격?”
“주체적이지 않은, 수동적인 성 향?”
뭐가 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엘 레나는 서류의 곳곳을 입으로 읽으
며 그때마다 고개를 들어 부관을 노 려보았다.
‘가시방석이 여기보다 편하겠네.’
부관은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대체 무슨 일을 당하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얼굴에 온통 불만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 같았다.
“맞는게 없네, 맞는게 없어!” 엘레나가 소리를 빼액! 지르자 부 관이 움찔했다.
“당신들, 이따위로 조사하고도 월 급 받아먹고 있는 거예요? 내가 소 설을 써도 이것보다는 정확하겠다!”
부관은 눈을 감았다.
겨우 두 시간 남짓 바깥에 다녀 온 것이니 강진호를 만났다 하더라도 얼마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반응은 대체 뭐란 말인가.
“관련 자료 전부 폐기하고, 조사 처음부터 다시 해요.”
“네?”
“못 들었어요.”
“하나 현실적으로……
부관이 입맛을 다셨다.
말이야 쉽지만, 그걸 다시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에 파견 되어 있는 요원들의 숫자는 얼마 되 지 않는다.게다가 나름 맡은 일들
이 있어서 이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었다. 지금 만들어둔 자료도 밤잠을 줄여가며 조사한 내용인데, 그걸 모두 파기하고 다시 만들라니.
“자료가 쓰레기면 다시 만들어야 죠.”
“……그렇게 다릅니까?”
나름 철저히 조사를 했다고 생각 하는 부관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반응이었다.
“잘 들어요.”
엘레나가 이를 갈며 말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하나도 쓸게 없어요. 지금 이 강진호라는
인간에 대해 확인된 건 제가 알아온 것 하나예요.”
“하나요?”
“네.”
엘레나가 서류를 덮더니가장 앞 에 나와 있는 강진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사진에다 뭔가를 크게 적기 시작했다.
“헐……
사진에 쓰여진 커다란, ‘Asshole’ 이라는 글자를 본 부관이 이마에 흐 르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다시 조사해요! 철저하게! 이 인간 또라이니까, 그거 감안해서요!”
“알겠습니다.”
부관의 눈가가 시큰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동안야근이 확정된 것 같았다.
“빌어먹을 놈’.”
부관이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엘레나는 강진호의 사진을 뚫어지게 노려보다가 펜을 책상 위로 던져 버 렸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고!”
* * *
“아악! 뭐 그런 년이 다 있어?”
한은솔은 울고 싶었다.
“……누나.”
“왜!”
“누나가 대체 무슨 일로 그렇게 기분이 나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알고 싶지도 않지만요.”
“뭐!”
“운전석을 자꾸 그렇게 발로 차시 면 안 돼요. 그러다 사고가 나면 제가 다치는게 문제가 아니라 누나가 다쳐요.”
“그 사고를 안 나게 하는게 네 역할 아냐?”
말을 말아야지.
한은솔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틀린 말도 아니지.’
웬만한 대형급 아이돌이라도 맡은 매니저에게 운전 기술은 필수다. 빡 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과 속을 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가 있 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찍혀서 내는 벌금보다 10분 빨리도착해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무시하고 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다가 사고가 나서 여 럿 죽지 않았던가.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겪고서도 지금 아이돌을 태운 밴들이 고속도
로를 광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연예계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최연하는 아니다.
최연하는 배우라서 행사랄 것이 딱히 없고, 행사가 있다고 해도 과 속이란 있을 수 없었다.
무작정 밟아 빨리가다가 사고가 날 바에는 펑크를 내는 것이 낫다는게 최연하의 지론이고, 빠른 일정을 바라는 사장에게 그러다 내 얼굴에 생채기라도 나면 사장님이 책임지실 거나며 사장실을 뒤엎어 버린게 최 연하였다.
최연하의 매니저로서가장 좋은
점은 일정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 정도.
‘다른게 다 단점이라 그렇지.’
“으아아아! 짜증 나!”
둥으로 전해지는 쿵쿵거리는 충격을 느끼며 한은솔이 한숨을 푹푹 내 쉬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 지?’
최연하가 이리 짜증을 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보통 최연하는 화가 나면 말이 없어진다. 다른 사람 앞 에서 저리 화를 내지는 않는 타입이 었다.
뒤끝이 길고 집요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저리 대놓고 짜증을 부리는 타입은 아니었다.
‘강진호씨 만나러 간다더만…… 뭔가 잘 안 풀린게 틀림없었다.
‘신경 끄자.’
최연하가 하는 일 하나하나에 관 심을 쏟다가는 제명에 못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은솔이 전방을 주시하며 컵 홀더에 있는 아메리 카노를 들어 쪽 빨았다.
“야,은솔아.”
“음?”
“누나 결혼할까?”
“푸우우우우우우우웃!”
입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간 아 메리카노가 앞 유리를 촉촉이 적셨다. 한은솔은 뿜어져 나간 커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뭔 소리예요, 누나!”
“누나 나이가 적은 나이는 아니잖 아.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하고.”
“누나, 친구 없잖아요.”
“……차 세울래?”
“죄송합니다.”
바른말하는 사람은 단명하기 마련 이었다. 한은솔은 단명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니, 왜 갑자기……
“누나 나이가 결혼하기에 이른 나 이는 아니잖아.”
“이르죠! 당연히 이르죠! 누나는 이제 전성기예요. 여배우로서는 한 창이라구요!”
그 한창때 일을 안 해서 문제지.
그 일 안 하던 최연하가 겨우 일을 해볼까 하고가는 중에 이런 말 이 나오니 한은솔로서는 기가 찰 노 릇이었다.
“여배우로 한창이면 뭐하냐. 그 한창때 끝나면 다 늙어서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차라리 여자로서의 행
복을 바란다면 빨리 시집가서 남편 이랑 오순도순 사는게 낫지 않을까?”
“안 나아요! 안 낫다구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한은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이 여자, 진심이야.’
다른 사람이라면 푸념을 늘어놓는 거라고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최연하는 농담은 해도 빈말은 안 하는 타입이었다.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 었다.
“누, 누나, 일단 생각을 좀 해보 세요. 누나, 지금 일만 잘되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단 말이에요. 앞으로 벌 돈이 얼만데.”
“나 지금도 돈 많아.”
“그야 그렇죠! 그런데 지금이랑 비교도 안 되게 벌 수 있잖아요.”
“은솔아.”
“예.”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란다, 이 속물아.”
“헐……
“돈이란 건 그런 거야. 일정 이상으로 벌면 더 이상은 필요가 없어지
는 거지. 너는 내가 돈 때문에 배우 한다고 생각해?”
“아니겠죠. 그건 아는데……
“지금 내가가진 돈만으로도 나랑 남편이랑 평생 먹고살아. 그런데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돈에 목매여 살아야 하냐?”
‘진짜 할 생각인가?’
그런 여배우들이 있다.
활동 잘하다가 어느 순간 모든 활동을 접어버리고 시집가서 잘 먹 고 잘사는 배우들.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타 입.
‘누나잖아!’
한은솔은 순간 눈앞이 어질어질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안 된다! 막아야 한다!
최연하가 결혼을 하면 손해를 볼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당장 한은 솔만 해도 공중에 붕 떠버리게 될 것이다.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최 연하의 매니저라는 것만으로 남들 배는 되는 월급 받고 빈둥대는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 꼴을 보다 못한 사장이 최연하가 집에서 뒹굴대는 동안 다른 일 시키려고 했다가 최연하의 전화 한
통 받고는 피시방가서 놀라고 용돈 까지 주곤 했는데.
‘안 돼!’
“누나, 다시 한번 생각을……
“ 됐다.”
최연하가의자에 늘어졌다.
“결혼은 뭐, 혼자 하나.”
최연하가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이번에 쐐기를 박았어야 하는데, 진짜 좋은 기회였는데! 딱 그 타이 밍에 치고 들어갔으면 빼도 박도 못 하는 건데! 그 망할 년이!”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
합니다.’
이 하늘 어딘가에 생명의…… 아니, 인생의은인이 존재하고 있었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라더니.
한은솔은 정체 모를 그 ‘망할 년’ 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여럿 밥줄 끊길 뻔한 것을 막아 낸 것이다. 복받을 사람 아닌가.
“누나, 결혼도 좋고 다 좋지만, 이번 일부터 끝내요. 진짜 중요한 일이라니까요.”
온갖 시나리오를 거들떠도 보지 않던 최연하의 구미마저 당기게 한 일이다. 중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
작하는 대작 드라마에 최연하를 여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다는 오퍼가 들어온 것이다.
“일본이고 한국이고 다 필요 없어요. 중국에서 한번 뜨면 정말 돈을 갈쿠리로 쓸어 모을 수 있단 말이에요.”
“돈 필요 없다니까.”
“아니, 좀……
최연하가 한숨을 쉬더니, 조금은 몽롱한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하튼 진짜, 그년 때문에 속 터 질 뻔했네. 강진호씨가 대놓고 욕
치지 않았으면 정말 화병으로 넘어 갔을 거야. 와, 그때 진짜 그 박력 이란게……. 와!”
“여자한테 욕을 쳐요?”
“뭐, 거의 욕이었지.”
“그게 좋게 보여요?”
“당연하지.”
“어떻게 그게 좋게 보일 수가 있 어요? 매너가 없는 건데.”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야, 너 솔로지?”
“……갑자기 팩폭하기 있습니까?”
“니가 그래서 솔로인 거야, 인마. 여자는 뭐 매너만 좋으면 다 좋아하
는 줄 아냐? 그 매너는 나한테만 와야 하는 거야. 다른 여자에게는 칼날 같은 사람이 나한테는 부드러 운게 진짜 매너고 배려라고. 이 여 자고 저 여자고 할 것 없이 다 잘 해주는 남자는 그냥 바람둥이고.”
“그런데 누나.”
“응?”
“누나도 솔로잖아요.”
“……고, 곧 탈출할거야.”
“솔직히 제가 다른 말은 다 듣겠는데, 누나가 연애에 대해서 왈가왈 부하는 건 못 들어주겠어요. 솔직히 누나도 양심이 있으면 그런 말은 안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지금 솔로지만, 누나는 모태솔로잖아요.게다가!”
팩트리어트 미사일을 장착한 한은 솔이 발사 버튼을 눌렀다.
“강진호씨는 누나한테도 딱히 잘 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요?”
“딱히 매너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등 뒤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워.”
“ 네?”
“차 세우라고.”
“네에?”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차 세워.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
“자, 잘못했습니다.”
“차 세워, 새끼야!”
등 뒤에서 운전석으로 날아드는 쿠션을 피해내면서 한은솔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여하튼 이리된 이상 한은솔은 강진호가 한동안은 철벽같은 마음을 유지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