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36)
마존현세강림기-437화(435/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13화)
3장 교육하다 (3)
부우우우우웅.
아직 어둠이가시지 않은도로를 붉은 스포츠카가 바닥을 긁듯이 달 리고 있었다.
강진호는 어둠이 내린도로를 달 리며 한가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자전거를 한 대 다시 사야겠어.’
차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엔진이 밀어내는 느낌과 제 발로 페달을 돌리는 느낌이 같을 수는 없었다.
강진호는 직접 페달을 밟는 그 느낌을 조금 더 선호했다. 먼 거리를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차를 타야겠지만, 적당히가까운 거리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조 실장님에게 이야기를 해봐야 겠네.”
그러고 보면 그가 면허가 없을 때부터 금동이가 참 큰일을 해줬는
데, 터널 사태를 겪으면서 금동이가 아작 나버리고 그 이후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에 나온다면 지금가는 곳도 자전거로 이동하면 될 것 같았다. 시간대만 잘 맞는다면 자전거로 경 기도권 정도는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부우우우우웅.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를 포기 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는 조규민의 강요로 타게 된 차이지만, 이제는 액셀을 밟고 핸들을 꺾을 때마다 칼날처럼 반응하는 이 매력을 버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슬쩍 시계를 본 강진호가 속도를 살짝 늦췄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나왔다. 이 속도로가면 곧도착하게 될 것이 고, 그건 민폐나 마찬가지였다.
기특하게도 사회성이 쑥쑥 자란 강진호는 타인에게도 자신들만의 시 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중간 어디 연 휴게소나 카페 있 으면 잠시 들렀다가……
“음?”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등
뒤에서 하이 빔을 켠 차량이 접근하 고 있었다. 이런 패턴의 끝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 차는 안 되는데……
새로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차 하나 새로 사는 것이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수입해 오는 족족 날려 먹는다고 조규민이 학을 뗄 것이다.
이대로 치고 달릴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차를 댈 것인가를 고민하던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라이트가 하나?’
살짝 안력을 돋워보니 따라오고
있는 것은 차가 아니라 바이크였다. 그것도 한번 본 적이 있는 바이크다.
우우우웅.
살짝 속도를 늦춰주자 바이크가 운전석 쪽으로 파고든다. 차체가 워 낙 낮지만, 바이크를 탄 사람 역시 자세를 바짝 낮추고 있어서인지 헬 멧을 쓴 머리 정도는 볼 수 있었다.
‘엘레나라고 했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체형과 바이크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엘레나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앞쪽을가리켰다. 5km 앞에 휴
게소가 있다는 표지판.
“ 흐음.”
굳이 장단을 맞춰줘야 할 이유는 없지만, 지금 딱히 할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강진호는 액셀을 밟아 휴게소로 치고 들어갔다.
찰칵.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난 뒤, 차 에서 나온 강진호가 내리자마자 담 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강진호의 차 옆에 자신의 바이크를 댄 엘레나도 바이크에서 내리고는 헬멧
을 벗어 핸들에 걸었다.
그러고는 강진호의 앞쪽으로 와 고개를 푹 숙였다.
“안녕하세요.”
“……네.”
강진호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 지만, 엘레나는 강진호가 자신의 인 사를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라 생각했는지 안도한 얼굴을 했다.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엘레나가 허리를 크게 숙이며 다시 인사를 했다.
“좀 부담스러운데.”
“아뇨.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요.”
뭐랄까.
이제 두 번째로 이 여자를 보는 감상은 그러니까…….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시네요.”
“아! 네! 공부했어요.”
조금은 신기했다. 아무리 공부를 한다고 해도 외국 사람은 그 나라 특유의 억양을 익히는 것을 어려워 하기 마련인데, 엘레나는 눈을 감고 들으면 완전히 한국 사람이라 착각 할 만큼 제대로 된 한국어를 구사하 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사과드리러 왔어요.”
“네?”
엘레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번에는 제가 너무 무례했어요. 확실히 개인적인 일을 보시는데 다 짜고짜 쳐들어간 것은 너무 생각 없는 짓이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네. 일단 그 이야기는 그만하죠.” 강진호는 엘레나의 말을 잘라 버 렸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하루 종일 사과할 기세였다.
“그 이야기는 됐고, 할 말이나 빨 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할일이 있는 사람이어서요.”
“네. 그러시면……
엘레나가 휴게소 안쪽에 있는 편의점을가리켰다.
“제가 커피 한 잔 사도 될까요?” 환희 웃는 엘레나의 얼굴을 보니 거절을 할 수 없었다.
취익.
캔커피를 딴 강진호가 커피를 옆 에 내려놓았다.
“저기 안쪽에 앉는 자리가 있던데‘?”
“담배 피워야 합니다.”
엘레나의 얼굴이 미묘하게 꿈틀거 렸다.
이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 곳이 편의점 테이블도 아니고, 휴게 소 흡연 구역에 있는 나무 벤치라니.
속된 말로 ‘날 이렇게 대한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좋은의미가 아니 라 나쁜의미로 말이다.
엘레나가 무슨 생각을 하든 강진호는 이 여자와 뭐 그리 진지한 대 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시간이 적당히 남았기에 시간도
때울 겸 대화를 해주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인연도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할 말 하시죠.”
“다시 인사드릴게요. 저는 엘레나 라고 해요.”
“네.”
“강진호씨는 제가 어느 나라 사람으로 보이세요?”
“서양이요.”
엘레나의 눈썹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꿈틀꿈틀거 리기 시작했다.
‘진정하자.’
동양인은 과묵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가 지금까지 만나본 동양인 들은 그리 과묵하지 않지만, 이 남 자는 그녀가 아는 동양인의 스테레 오 타입인지도 몰랐다. 딱히 그녀에게 무슨 감정이 있어서 이런 대답을 하는게 아닐 것이다.
‘어차피 화도 못 내잖아.’
엘레나는 새삼스러운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한 강진호 에 대한 정보 수집은 어이가 없을 만큼 빨리 끝났다. 대체 어떻게 그
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황당하기 짝이 없었고, 사정을 알고 나서는 황당함이 두 배가 되었다.
강진호는 정보 수집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애초에 정보를 감추지를 않으니 까.
어이없게도 강진호가 어떻게 영남 회를 집어삼켰는가에 대해서는 영남 회 출신의 무인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얼마나 활기차게 설명을 해주는 지, 녹음 파일이 거의 드라마 CD급으로 길었다. 생생한 육성으로 그
현장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측 면에서는 무척 좋은 일이었지만
‘보통 자기 측 사람에 대해서 그 렇게까지 이야기하냐고!’
오죽하면 정보를 얻던 이가 이런 말까지 다 해도 되는 거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그에 돌아온 대답은 ‘함 구하란 지시가 없었는데요?’였다.
엘레나는 조금은 뚱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정말 그 이야기 속에 나온 사람과 동일 인물이란 말이 지?’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워낙 황당한 이야기라 다른 사람과도 접촉을 해보았고, 다섯 명을 거친 끝에 세 명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요는 이 양반이 마왕이라는 건데……
그들의 기억 속의 강진호는 거의 삼두육비의 괴물이었다. 사람을 찢 어 죽이는 것을 즐기고, 피도 눈물도 없이 무자비하며, 과감하고 강하 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엘레나는 오늘 강진호와
접촉하는 것을 몇 번이고 망설였다. 그때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곱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둘 만 있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까.
“저……”
“네.”
‘기분이 안 좋은가 봐.’
자꾸 무뚝뚝하게 대답을 하는 걸 보니 불안함이 증폭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호원을 대동할 걸 그랬다. 혹시라도 강진호를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오긴 했는데, 막상 이곳에 강진호와 그녀 둘만 있
다고 생각하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진정해. 누굴데리고 온다고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사람이 들은 대로의 그 사람이 맞다면, 한 국에 있는 모든 요원들이 달려든다 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저는 영국에서 왔습니다.”
“네.”
“강진호씨를 만나기 위해서요.”
“네?”
강진호가 조금 아연한 얼굴이 되 었다. 물론 이 여자가 외국인이란
거야 눈이 있으면 아는 일이고, 자 신에게 용건이 있다는 거야 뇌가 있 으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직 접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영국에서 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말투도 워낙 자연스러워 원래 이 동네 사람인 줄 알았지.
“영국에서 저를 어찌 아시고?”
“본인은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강진호씨는 지금 뒷세계에서 유명 인이에요.”
“……네?”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유럽까 지…… 강진호씨의 행동 하나하나
를 주시하지 않는 곳이 없어요.”
“어째서요?”
엘레나가 한숨을 쉬었다.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나.
“뒷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건 아시죠?”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딱히 생각해 볼 문제도 아니었다. 중국에서 본 무인들의 수준 과 한국의 무인들의 수준만 비교해봐도 대충 답이 나오는 문제였다.
만약 지금의 중국이 과거 강진호가 있던 시대의 무학을 반의반만이
라도 계승했다면, 한국은 중국에게 비견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도 무척이나 강대국 이죠. 동아시아의 균형은 절묘하게 유지되고 있었어요. 중국의 세 왕이 서로를 견제하고, 그 미묘한 격차를 일본이 멀리서 견제해 주면서요. 그런데 그 균형이 지금 깨어지기 시작 했죠. 바로 강진호씨 때문이에요.”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래서요?”
“……제가 속한 조직은 이 사태를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동아시아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세
계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의미하 죠. 그래서 어떻게든 이 균형을 유 지하고자 해요.”
찰칵.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게 빨아들인 강진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저희가 판단하기에 한국은 정보 력이 극히 부족해요. 타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죠. 그러다가는 뇌관을 터뜨리기 십상이에요. 그래서 제의 드리는 겁니다.”
엘레나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저희와 손을 잡아주세요. 그러면 저희가 강진호씨가 한국을 완전히 장악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도와드리 겠습니다.”
엘레나는가만히 강진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초조함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는 길지 않게 핵심만을 정확하게 짚어냈고, 강진호가 생각이 있다 면 자신들과 손을 잡는 것이 이득이 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을 테니 까.
하지만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강진호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몇 마 디를 전해 들었다고 해서 강진호라는 인물에 대해 모두 파악했다 생각 한 것이 그녀의 실착이었다.
담배를 입에서 떼어낸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새하얗게.
“다 지껄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