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39)
마존현세강림기-440화(438/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16화)
4장 설파하다 (1)
“저 양반 왜 저래?”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넋 이 나가 있더라고.”
“희한한 일이네.”
이명환은의아한 눈으로 천태훈을 바라보았다.
‘진짜 희한하네.’
그가 아는 천태훈은 냉소주의자였다. 무슨 말을 해도 조금 삐딱하고 부정적인 사람. 하지만 그 실력이 확실하고 워낙에 냉철한 사람이라 그 삐딱함마저 쿨하게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성격이 성격인 탓에 호불호가 많 이 갈리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이명 환은 천태훈을 조금 멋지다고 생각 하고 있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이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비웃겠지만, 천태훈은 실력도 확실한 사람이었다.
강진호라는 괴물이 나타나면서 빛
이 바래 버린 감은 있지만, 천태훈도 천재라는 이름이 과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 방진훈이 숨기고 숨겨 둔 비장의 카드나 다름없는 사람이 지 않은가.
과거 이중걸 체제를 대표하는 사람이 이제는 이름도 들리지 않는 이 성휘라면, 지금 방진훈 체제를 대표 하는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천태 훈이다.
강진호?
그는 방진훈의 영향력을 받는 사람이라 보긴 힘드니까.
그런데 그런 천태훈이 지금 넋이
나간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다.
“뭔 일이라도 있었나?”
무슨 일이야 당연히 있었겠지. 천 태훈이 아무 일 없이 저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니까.
이명환을 정말로의아하게 만드는 것은 천태훈은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서 저런 식으로 티를 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진호씨가 사람들 모으라고 해 서 시무룩한 거 아냐?”
“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대니 까 그런 거 아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아니 라…… 천태훈 입장에서는 상실감을 느낄 만도 하지. 자기는 나름 방진 훈의 황태자라서 앞길 제대로 열려 있다 싶었는데, 강진호씨가 다른 이들도 단련시킨다고 하니 맥 빠지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어? 누가 알 아? 우리도 강진호씨에게 배우면 천태훈 정도야 뛰어넘을 수 있을 지.”
막 반박을 하려던 이명환이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어버렸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강진호에게 배운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충만하다. 충만하다 못해서 설레서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날.
강진호가 홀로 영남회를 부숴 버 린 이후로 이명환은 그 누구보다 확 실한 강진호의 추종자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무인은 강함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지론을가지고 있던 이명환에게 강진호는 세상에 갑자기 뚝 떨어진 강함의 화신과도 같았다.
‘무시무시했지.’
지금도 영남회의 무인들을 추풍낙 엽처럼 쓸어버리던 강진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강함, 처절함, 그리고 독랄함.
그건 무인의 이상향과도 같은 모 습이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보통 질투나 경 쟁심이라는게 생기는게 정상이지 만, 강진호에게만큼은 질투도 생기 지 않았다.
최소한 비벼볼 여지라도 있어야 질투가 생길게 아닌가.
차원이 다른 강함이 불러온 것은 질투가 아니라 경외였다.
그리고 어쩌면 강진호에게 배움으로써 그 차원이 다른 강함의 비밀을 조금이나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명환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딱히 다르지 않은 심정 같았다.
“그런데 우리…… 뭘 배우는 거 지?”
대강당에 모여 있는 이들은 반쯤은 상기된 얼굴이고, 반쯤은 우려스 러운 얼굴이었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
자신의 무학을 어느 정도 완성시 킨 무인이 제자를 받을 때는 보통 나이가 열 살이 넘지 않게 한다. 나 이가 차 골격이 굳고 이미 다른 무 학을 받아들인 이들에게는 발전을 크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모인 이들은 총회 전체로 보면 나름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이긴 해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 에는 나이가 많았다. 강진호가 아무 리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새 로운 경지로 이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 말이 우습다는 것이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하더라도 그들 과 천태훈의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가까웠다.
그들은 무인이니까.
방식과 효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치고 스스로를 극 한까지 단련하지 않은 이는 없다.
초심자를 단숨에 끌어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숙 련자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위로 올 라가면 올라갈수록 종이 한 장의 차 이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마련이니
까.
“아무리 강진호씨라고 하더라도……
“응?”
“아니, 아니다.”
이명환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다. 흥분하며 모인 이들의 사기를 짓밟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가 생각하는 것을 방진훈이 나 강진호가 생각 못할 리는 없을 테니까.
극적으로 강해지지 않는다고 하더 라도 적당히 괜찮은 수련법이나 방
향을 조정해 주는 정도만으로도 커 다란도움이 될 것이다.
끼익.
그때, 문이 열리고 방진훈이 안으로 들어왔다. 회주가 들어왔음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해 있 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은 방진훈을 따라 들어오는 강진호에게로 향했다.
“쩝.”
방진훈도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입맛을 다셨다.
“강진호씨 때문에 제가 찬밥 되 지 않았습니까.”
“인망의 문제겠죠.”
“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얼마나 인망을 많이 쌓았는데 요. 다들 저를 좋아한단 말입니다.”
“그렇겠죠.”
“……안 믿으시네.”
“믿습니다.”
“안 믿으시는 것 같은데?”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믿을 수밖에 없지.’
이 엄살가득한 사내가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가를 떠올린다면 믿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방진훈이 아무리 세력을 쌓아 올
렸다고는 하지만, 그의 세력은 총회 내에서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강진호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이중걸 일파를 규합했고,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영 남회라는, 총회를 뛰어넘는 세력을 먹어 치웠다.
영남회에서 방진훈이 쌓아 올린 세력이 이중걸에게 대항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확장한 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총회라는 이름의 혼 돈 지대에 완벽한 방진훈의 세력은 불과 일 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강진호를 등에 업고 있다
고 하나 그 적은 세력으로 총회를 잡음 없이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보통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엄두도 못 낼 일이지.’
만약 강진호가 전면에 나섰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안정은 됐을 것이다. 그것도 빠르게 말이다.
과거 마교의 교주 자리에 올랐을 때도 순수한 마교도가 아닌 외부인
이던 그가 감히 마교의 교주라는 지엄한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받아들
이지 못하고 항거한 이들이 다수였으니까.
정통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항 거하는 그들을 강진호는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제거했다. 마교가 피로 씻 겨 나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적천마 존의 이름 앞에 고개를 조아릴 수밖 에 없었다.
무척이나 깔끔하고 효과가 큰 방 법이지만, 과도한 피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다른 방법을 몰 랐다. 말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어 르고 달래서 듣게 하는 방법 따위는 모르니까.
그렇기에 강진호는 방진훈이라는
남자를 인정했다. 이 남자의 통솔력은 강진호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강진호의 방식은 결국 마지막에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 수많은 이들이 뒤섞여 있는 총회라는 거 대 연합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방진훈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운이 좋아.’
강진호는 진심으로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과거, 홀로 외로이 싸울 수밖에
없던 그때와는 다르다. 이번 삶의 그에게는가족들이 있고, 박유민이 있었다.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조규 민이 나타났고, 방진훈이 나타났다.
과거에는 결코 없던 일이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도와 주는 사람이 과거에도 한 명만 더 있었다면 강진호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기 때문인지, 아니면 강진호과 적천마존과는 다르게 다른 이 들에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무슨 생각 하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볍게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 버린 강진호가 낮게 심호흡을 했다.
“이 사람들입니까?”
“모두를 동시에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알고 계시죠?”
“예.”
총회에 소집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총회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반도의 무인은 만 명이 넘는다. 그 사람들을 강진호가 일일이가르친다는 것은 물 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은 확실하게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조교 로 삼아 다른 이들을가르치는게 맞았다.
“마지노선입니다. 이 연령대 이상으로는가르쳐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겁니다.”
“음……”
작은 문제와 큰 문제가 있었다.
작은 문제는 사십 대에 접어든 이들에게 다른 무학을 전수한다는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큰 문제는 그들이 결코 강진호의 무학을 배우려 하지 않을 거
란 점이었다.
한길을 몇 십 년간 걸어온 이들의 자부심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상이다. 개중에는 스스로를 계속 쇄신하며 새로운 방향을 찾으 려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 들은 흔치 않았다.
“일단은 눈앞에 실적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군요.”
“제 말이 딱 그 얘기입니다. 웬만 하면 강제로라도 배우게 하고 싶지 만, 아직 제 권한이 그 정도는 아니 라서요.”
방진훈의 말투가 씁쓸하게 들렸다.
“지금 하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 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하는 말씀이라 해도 감사합니다. 사실 저…… 정말 개고생하고 있거든요.”
너스레를 떠는 방진훈을 보며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일단은 강진호에게 배우는 이들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눈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여기에 모인 이들 이 더없이 중요했다.
“그럼 말씀하시죠.”
“네.”
강진호가 앞으로 나서 사람들을 쭈욱 둘러보았다.
‘같은 사람인가?’
이명환은 이 순간 극심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겉모습은 전혀 다르지 않다. 심지 어 표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강진호와 그날의 강진호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완전 히 달랐다.
지금의 강진호는 마치 강연을 준 비하러 앞으로 나서는 대학생 같았
다. 물론 외모적으로 튀는 면이 있 기에 그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지 만, 그 점을 뺀다면 지나가다 보는 대학생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학생이라니……
이명환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비웃었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 눈앞에 선한데,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이는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 모여 있는 이 들을 눈 깜짝할 새에 모조리 피떡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
다.
그것도 악귀처럼 웃으면서 말이다.
이명환이 느슨해지는 긴장을 바짝 조일 때,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