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4)
마존현세강림기-44화(44/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19화)
4장 — 흘러가다 (1)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겨울이가고 다시 새로운 해가 떠올 랐다.
강진호는 고3이 되었다.
“야, 강진호!”
강진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노래방가자.”
“소원이냐?”
“소원은 아닌데?”
“그럼 됐다.”
한세연이 강진호의 팔을 붙잡았다.
“가자.”
“싫다.”
“가자니까!”
강진호는 계속 거부했지만, 결국은 한세연의 고집을 이겨내지 못하고 힘없이 질질 끌려갔다.
“뭔 노래방이야, 노래방은. 또.”
“모의고사 끝났잖아! 달려야지!”
“끄응……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박유민, 같이가자.”
박유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나는 오늘 대회가 있어.”
“그래?”
보육원을 옮기게 된 이후 박유민은게임 대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를 설득하던게임단 단장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에는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태워줄까?”
“아니, 픽업 올 거야. 단장님 오시기로 했어.”
“비싼 몸이시네.”
한세연이 강진호를 나무랐다.
“16강 진출한 거 몰라? 유민이 진 짜 잘한단 말이야! 너랑은 비교도 안 돼.”
“너도게임에 관심 있냐?”
“잘하지는 못하는데, 보는 건 좋아 해. 요즘 유민이가 얼마나 화젠데. 예선부터 뚫고 올라와서 16강 들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보육원을 옮긴 이후에도 성심 보육
원은 재경 그룹의 지속적인 관리 대 상이 되었다. 딱히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넘칠 만큼 많은 지원이 흘러 들어갔고, 박유민은 자신만의 시간을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그동안 꿈만 꾸고도전하지 못하던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시작 한 것이다.
“네가 16강 들 정도면 그 대회도 별것 없네.”
“야! KGI이 얼마나 권위 있는 대 회인 줄 알아? 유민이가 얼마나 잘 하는데! 너 정도는 마우스만 갖고도 이길걸?”
박유민이 손사래를 쳤다.
“아냐, 진호 잘해. 진짜 잘해.”
“저 봐.게다가 사람이 겸손하잖아.” “그게 아니라 진짜로 잘한다니까!” “보면 볼수록 유민이가 참 좋은 남 자라니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사귀어라.”
“야!”
한세연이 강진호의 머리를 붙들고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끌려가는 자세 그대로 박 유민에게 말했다.
“지고 오면 죽는다?”
“노력할게.”
강진호는 미소를 짓고는 소리쳤다.
“자전거가져가야 해! 이것 좀 놔!”
강진호는 궁시렁대며 걸었다.
“진호, 넌 왜 놀러 와서 울상이냐?” 정인규의 말에 강진호는 눈을 부라 렸다.
“아니, 내 말은……
“수업 끝났으면 집에 일찍가서 쉬 어야지, 이게 무슨……
한세연이 강진호에게 소리쳤다.
“야, 너 자꾸 분위기 깰래?” 이태호가 혼자 킥킥, 웃었다.
“내버려 둬. 저 자식, 지금 TV 못 봐서 열 받은 거야.”
“응?”
“유민이 나오는 대회는 꼬박고박 챙 겨 보거든. 티는 안 내는데,은근히 다 챙겨 봐.”
“그래?”
한세연이의외라는 둣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너희 사귀냐?”
“……싸우자는 말로 듣겠다.”
한세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이고, 시커먼 남자들끼리 이게 뭐하는 건지. 두 분, 이쁜 사랑하세
요.”
이쯤 되면 뭔가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강진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돌 렸다.
“응?”
강진호는 어느 한곳을가만히 바라 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너 어디가?”
“잠시만.”
강진호는 건물 사이로 보이는 으슥 한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
정인규가 탄성을 질렀다.
골목 안에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 져 있었다.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고, 세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도,도와주세요!”
여자가 간절하게 소리쳤다.
정인규가 침을 삼켰다.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인 상이 영 심상치 않아 보였다.
건장한 체격은 둘째 치고, 분위기 자체가 어두웠다.
사람들이 저절로 피하게 만드는 인 상이었다.
“뭘 봐, 이 새끼들아?”
“안 꺼져?”
강진호는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도와주세요!”
여자가 소리치자 앞에 있던 남자가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아악!”
“야, 시비는니가 먼저 걸어놓고, 왜니가 피해자인 척하냐?”
강진호는 그 광경을가만히 지켜보 다가 몸을 돌렸다.
“가자.”
“응?”
한세연이 강진호의 팔을 잡았다.
“야! 그냥가면 어떻게 해?”
“ 왜?”
“너, 내가 아는 강진호 맞아?” 강진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별것 아냐.”
“뭐가 별것 아냐! 지금 저 여자분이 곤경에 처했잖아.”
“자초했겠지.”
“ 뭐?”
“이 어두운 골목에 그냥 들어올 연
인이 어디 있어. 시비가 붙었거나 무슨 일이 있었겠지. 남자가 자신만 만하게 설치다가 맞고 쓰러진 것 같 네.”
“그렇다고 그냥가면 어떡해! 저 여 자분이 욕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할 거야?”
“자초한 일 아냐?”
“야, 너 미쳤어?”
강진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무조건도와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저 광경이 거꾸로 였다면? 남자가 하나고 여자 셋이 둘러싸여 있었다면 이렇게 구해줘야 한다는 말을 했을까?
“알아서 하겠지. 경찰에 신고나 하 든가.”
“야, 강진호.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매정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수고를 무릅쓸 오지랖은 없어.” 중원에서부터 그랬다.
다른 사람에 일에 끼어든다는 것은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강진호는 굳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그게 위험의 수준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야, 관둬.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한세연이 앞으로 나섰다.
“그 여자분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이건 또 뭐야?”
여자를 둘러싸고 있던 사내 중 하나가 한세연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어이, 아가씨. 그냥 귀찮으니까,가. 응?가라.”
“보내주시라구요!”
“이게 근데 보자 보자 하니까.” 사내가 한세연을 향해 성큼성큼 다
가왔다.
강진호가 한 발 앞으로 걸어 한세연의 앞으로 나섰다.
“야, 넌 갈 거야, 말 거야?”
“우리 애들 건드리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 달라?”
강진호는 한세연의 말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가라.”
“아니면 험한 꼴 볼 테니까.” 사내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진짜 미쳤나?”
사내가 강진호를 향해서 주먹을 날 렸다.
“꺄아악!”
한세연이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질 렀다.
강진호는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더 무섭다.’
강진호의 손이가볍게 사내의 목 뒤를 내려쳤다.
턱!
가벼운 소음과 함께 사내가 바닥으로 풀썩 쓰러졌다.
“ 하?”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긴 머리의 사내가 입을 살짝 벌렸다.
“야, 저거 한번 건드려 봐.”
“알았어.”
긴머리사내의 명을 받은 청바지사내가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달려드는 기세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강진호의 손이 사내의 목을 내려친 것이다.
강진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공을 익히지도 않은 사람들과 다 투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애초에 서로가지고 있는 무기가 달 랐다.
총을 든 사람과 맨손인 사람이 거리를 두고 싸우는 격이었다.
그럼에도 강진호가 굳이 이곳으로 와 싸움에 뛰어든 것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 보통 놈이 아니구나.”
긴머리사내가 천천히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그렇게가볍게 내려쳤는데 사람의의식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지는 않지. 순수하게 근력으로 한 짓이라 면 말이야.”
사내의 말은 많은 것을의미하고 있 었다.
“너 무공을 익혔군.”
강진호의 눈이 빛났다.
있다.
현대에도 무공을 익힌 사람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의문이었다.
과거에 그토록 널리 퍼졌던 무학이 어째서 이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것 일까?
여러가지가정이 있을 수 있었다. 그중가장 확실한 것은 무공의 발전 속도가 현대 무기의 발전 속도를 따
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십 년을 수련해야 고수가 될 수 있는 무학과는 다르게 총기는 평범 한 사람이 들어도 대량 학살을 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현대식 총은 무학을 깊게 수련한 이가 아니라면 막아낼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낸다.
그렇다면 누가 무학을 익히려 하겠는가.
그렇게 무학이 자연스레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 한가지 문제가 남는다.
현대식 무기로 무의 중심이 옮겨갔 다고 해서 무학을 익히는 이들이 과 연 완전히 사라졌을까?
소림은 관광지가 되었고, 무당은도 교의 사찰이 되어버렸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왜 무학을 익히지 않는 것일까?
강진호는 그의문을 풀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문이 풀리고 있었다.
긴머리사내의 몸 안에서 내공이 느 껴진다. 그것도 체계적으로 익힌 티가 나는 무공이었다.
어설프게 비급 같은 것을 주워 익힌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을 받은 것이 확실했다.
“여기도 있었군.”
“무슨 뜻이지? 너만 무공을 익힌 줄 알았나?”
“아니, 그게 아니라서 반가워.”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현대에서 충족되지 않는 것, 그것은 무학에 대한 갈증이었다.
강진호는의도적으로 수련을 기피했다.
강해져도 사용할 곳이 없고, 새로운 경지에 올라도 비교해 볼 이가 없었다.
그런 곳에서 필요 이상의 무학을 익 히는 것은 아무런의미가 없는 일이 었다.
그런데 현대에도 그의 무학을 알아 봐 줄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배웠지?”
“별걸 다 묻는군.”
강진호는 손을 내저었다.
“가라.”
“……뭐?”
“가서 네 스승을데려와. 너는 날 감당하지 못한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강진호는가만히 긴머리사내를 바라보았다.
긴머리사내의 몸이 움찔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무학을 익히지 않은 이들은 강진호가 보이는 기운을 알아채지 못한다. 으스스한 느낌이라든가, 불길한 느 낌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하지만 무학을 익힌 자들은 기감을 단련하는 훈련을 한다.
옅은 살기를 느끼고 기운으로 움직 임을 간파한다. 그런 만큼 기감에 예민한 것이다.
그런 이들이기에 알 수 있었다.
강진호가 얼마나 위험한지.
강진호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이 얼마 나 두려운 괴물인지 말이다.
“너……”
긴머리사내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가라. 그냥 보내주지.”
긴머리사내는 굴욕을 느꼈지만, 저 항할 수가 없었다.
강진호와 마주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막혀왔다.
‘대체 어디서?’
그의 스승도 이런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아니, 무학을 익힌 사람들을 꽤 많 이 만나보았지만, 그중 누구도 눈앞의 청년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불길함.
다른 기운들이 맑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면, 강진호의 몸에서는 건드려 서는 안 될 것 같은 불길함과 짙은 공포가 느껴졌다.
“어……””
강진호가 뒤를 슬쩍 보았다. 친구들이 그가 내뿜은 기운에 반응 해 떨고 있었다.
기감이 예민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농밀한 기운 이었던 것이다.
강진호는 기운을 풀었다.
“아……””
알 수 없는 해방감에 여기저기서 소성이 튀어나왔다.
“가라.”
“…….”
“이놈들도데리고가.”
“ 알았다.”
긴머리사내는 입술을 깨물고는 바닥 에 쓰러진 일행들을 들쳐 멨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강진호가 환히 웃었다.
“기다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