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40)
마존현세강림기-441화(439/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17화)
4장 설파하다 (2)
“일단은 모여주셔 감사하다는 말 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호는 나직하게 헛기침을 했다.
‘영 안 맞는군.’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말한다는 것은 강진호에게 웬만해서는
없던 일이다. 과거 이보다 몇 배나 많은 마교의 정예들을 이끌 때도 그는 굳이 연설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하는 일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고, 그 명령을 전달하는 것은 청마의 역할이었으니까.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사람들 이 요구하는 것도 달라졌다. 그렇다 면 자신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진호는 이해하고 있었다.
“거기.”
강진호가가리키자 이명환이 화들 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저…… 저 말씀이십니까?”
“구면이죠?”
“예! 전에 제가 영남회 갈 때 수 행했습니다!”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낯이 익은 사람들이 있어 서 다행이네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 려니까 좀 긴장이 되려던 찰나였거 든요.”
이명환은 이 농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긴장?’
저 사람이?
저건 너무 심한 농담이다.
저 사람이 무슨 긴장을 한단 말인가.
긴장이라는 것은 서로 격이 맞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일반인이 일반인 백여 명 앞에 서 말을 하려고 하면 다리가 후들거 리겠지만, 유치원생 백 명 앞에서 긴장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방진훈 회주님이 여러분을 모았 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뭐라고 말하고 모았는지를 모르 겠네요.”
“……네?”
“무슨 말을 듣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멍하니 강진호의 말을 듣고 있던 이명환은 그 말이 자신을 향한 질문 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화들짝 놀라 어버버댔다.
“그, 그게……
순간 당황한 이명환이 제대로 대 답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지만, 강진호는 재촉하지 않고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편안한 강진호의 표정을 보고 마음을 진정시킨 이명환이 헛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강진호씨…… 이렇게 불러도 되
는 줄은 모르겠지만, 제가 정확한 지위를 몰라서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강진호씨가 교육을 시켜주신다 고, 배우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믿고 오셨습니까?”
“예.”
이명환이 확신을 담고 말했다.
“이미 봤으니까요, 그날.”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을가장 강력 하게 묶어놓은 것은 강진호가 영남
회를 쓸어버리던 그날의 기억이었다.
어떻게 강해지게 만들어주겠다는 설명이나 계획은 필요 없었다. 강진호는 이미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것도 더 이상 확실할 수 없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에게 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건방진 짓이다.
그 대답만은 확실하게 할 수 있 었다.
“그럼 제게 배워보실 생각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바라 마지않는 일이 죠. 꼭 해보고 싶습니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 렸다.
그 미소를 마주한 이명환은 심장 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 미 소에는 명백하게 비웃음이 담겨 있 었다.
“배우다 죽는다고 해도?”
강진호의 말투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명환은 그제야 기억과 현실이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금 전까지 조금은 어리숙 해 보이던 강진호가 기억 속 그날의 강진호처럼 변해 있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모른다. 단 순히 표정 하나 바뀌었다고 이런 느 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본능 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강진호는 조금 전의 강진호와 분명 다르다고.
“대답해봐.”
뭘 물었더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 강진호와 일대일로 대면해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이명환에게는 견디기 힘든 압박이었다. 조금의 적의도 드러내고 있지 않은 강진호임 에도 말이다.
그제야 이명환은 그날 강진호의 앞에서도망치지 않고 싸운 이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 영남회가 총회를 전력으로는 한참 앞지른다는 말을도무지 납 득할 수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 납 득이 되었다.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환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도망가 버렸을 것이다. 잠시나마 강진호의 앞을 막아서고 칼을 들이댔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인정받을가치가 있는 것이다.
“뭘 하고 있지‘?”
“아……”
이명환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더 듬거리며 말했다.
“다시…… 다시 한번 물어주시겠 습니까?”
“배우다가 죽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그건……”
이명환은 일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런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한단 말인가.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죽는 건 안 된다 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분
위기에서, 저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다행히 강진호는 이명환의 대답을 바란 건 아닌 모양이다.
“편히 살았군.”
강진호가 대강당을 채운 이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강진호의 눈이 향 하는 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고 개를 슬쩍 내려 강진호의 눈을 피했다. 저 사람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 칠 담력이라는게 쉽게 생길 리 없 었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필요하지.”
강진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당히 배우면 적당히 강해진다. 그따위 생각으로 강해질 수 있을 리가 없지. 너희가 약한 건 너희가 배 운 무공이 약해서가 아냐.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부정하고 싶었다.
이 중에서는 정말 더 이상은 열 심히 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자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줄여가며 무 학에 청춘을 바친 이들도 있었다.
다른 또래들이 세상을 즐길 때, 그들은 오직 무학이라는 한 길만을
걸었다.
그런데 치열하지 않다니, 이 이상 더 어떻게 치열해지라는 말인가.
“강해지게 해주지.”
강진호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가슴이 뛴다.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는 와중에도 강진호의 말은 그들의가슴을 흔들 고 있었다.
“단!”
강진호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반은 죽는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나는 농담 같은 건 그리 즐기는 사람이 아니야. 반, 정확하게 반은 죽는다. 그리고 그 절반의 확률을 이겨 내면……
강진호가 살짝 뜸을 들였다. 사람 들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완전히 집중되었다.
“더 강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른 세상을 보게 만들어주지.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겠다.”
침묵.
과도하리만큼 묘한 침묵이 강당을 지배하고 있었다. 누구도 숨소리조 차 내지 못했다.
“요령 같은 건 모른다. 빨리 강해 질 수 있는 편법? 그런 건 없다. 내가 아는 무학이란 건 정직한 거다. 고통받은 만큼 강해지고, 피를 홀린 만큼 강해진다. 지옥을 겪은 이가 강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내가 너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말랑한 수련이 아니라 지옥이다.”
어디선가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강요하지는 않아. 강요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 제 뜻으로 따라오지 않는 놈은 반드시 죽는다, 반드시. 그러니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지. 살아남아 전력도 안 되는 놈이 시간 만 낭비시킬 테니까.”
강진호가 들어 올린 손을 내렸다.
“내가 필요한 건 수련을 받고 싶은 놈이 아니다. 강해지고 싶은 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해지고 싶은 자, 강해질 수 있다면 그 어떤 지옥 이라도 웃으면서 통과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자뿐이다.”
강진호가 다시 모두를 돌아보았다.
너희에게 그런 각오가 있냐고 되 묻듯이.
“각오가 된 자만 와라. 오늘은 여 기까지다. 딱 하루 뒤에 다시 지원 자를 받겠다.”
하루의 유예가 주어진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일까?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언제 끊 어질 줄 모르는 긴장감이 지배하던 강당의 공기가 살짝 느슨해졌다.
그리고 강진호가 그 느슨한 공기 에 일침을 넣었다.
“한가지 미리 이야기를 하자 면……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내가 하는 말이 허풍이나 과장이 라 생각하고 지원할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거야. 그럼 정말 개죽음이 될 테니까.”
이를 드러내고 웃는 강진호는 오 싹하기 짝이 없었다.
“누가 오겠냐구요!”
강당을 빠져나와 회주실로 돌아온 방진훈이 아주 돌아버리겠다는 얼굴
로 소리쳤다.
“아니! 그게 권유입니까? 협박이 지! ‘너희, 배우러 오면 다 죽여 버 리겠다’는 말과 뭐가 달라요?”
방진훈이 악을 썼지만, 강진호는 여유로운 태도로 커피를 홀짝였다.
“가끔은 믹스커피도 먹을 만하네요.”
“딴말하지 마시구요!”
방진훈은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애들을 어르고 달래서가르쳐도 될까 말까 한 판에 저렇게 말해 버 리면 누가 강진호에게 무학을 배우
려 들겠는가.
당장 방진훈 자신만 해도 강해지는 대신에 목숨을 걸라고 하면 움찔 할 판에 말이다.
“모두가 강진호씨처럼 목숨 걸고 사는 건 아닙니다. 그걸 아셔야 해요.”
“압니다.”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왜 그러셨습니까?”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는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제게 필요가 없거든요.”
방진훈이 입을 다물었다.
“제게 뭘 원하시죠?”
“네?”
“어중이떠중이를 끌고가서가르 쳐 키워내고 전체 전력이 올랐다고 박수라도 치란 말입니까?”
냉소적인 강진호의 말을 들으며 방진훈이 살짝 몸을 떨었다. 지금 강진호는 평소의 강진호가 아니다. 스위치가 올라가 있었다. 그건 지금 강진호가 이 사태를 그저 낙관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진심이야, 이 사람.’
이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을 정말
실행할 생각이었다. 아이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고, 살아남는 이들만을 골라서 더 키워낼 생각이다.
현대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과한 방식이다.
“전체가 강해질 필요는 없어요.”
“……어째서 입니까?”
“이번에 느꼈을텐데요?”
“네?”
강진호가 들고 있던 종이컵을 내 려놓았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한번 싸 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작이 있 어야 하는지 느꼈을텐데요? 그런
식으로는 싸울 수 없습니다. 네가 몇 만이니, 내가 몇 천이니 하는 건의미도 없는 일이죠. 그 전력 전체가 서로 맞부딪칠 일이 없으니까요.”
방진훈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필요한 건 정말 강한 소수입니다. 전력을 소수에 집중시킬 수 있 으면 활동이 몇 배는 편해지죠.”
이미 겪어봤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십만대산에 십만이 넘는 마교도가 있지만, 실제 강진호가 이끌고 다닌
교도는 마염을 포함한 소수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염이 강호를 강진호에게 안겨주었다.
정말 강한 소수 정예가 있다면 수는의미가 없어진다. 이건 일반인 들의 싸움이 아니니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네, 알겠는데요!”
방진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애들이 하겠냐구요. 애초 에 지원자가 없으면 무용지물 아닙니까? 차출도의미가 없다고 하셨잖 습니까.”
“할 사람은 나올 겁니다.”
“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어느 시대든, 어느 세력이든
“네?”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미친놈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 까요.”
방진훈은 고개를 저어버렸다.
저걸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 말을 진심으로.
‘잘하는 짓일까?’
차라리 모두가 지원을 하지 않아 서 이 모든 일이 흐지부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방진훈도 알고 있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루어진다.
방진훈은 낮은 한숨을 쉬며 종이 컵에 든 커피를 마시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한 잔 더 되나요?”
“직접 타 드십시오.”
방진훈이 할수있는 최대한의 반항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