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46)
마존현세강림기-447화(445/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23화)
5장도전하다 (3)
나이트 위긴스가 대답 없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자 나이트 르보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건 어쩌면 조금가혹한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부녀 사이를 갈라놓는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중책을 맡도록 하
겠습니다.”
“원탁을 위한 나이트 르보의 희생 정신을 본받아야 할 것이오.”
마스터마저 나이트 르보를 두둔하 고 나서자 나이트 위긴스는 더욱 얼 굴을 일그러뜨렸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맡은 일 인 만큼 확실하게 정리하도록 하겠 습니다.”
“그대에게 원탁의의지가 함께하 기를.”
상황이 적당히 정리되자 마스터가 간단한 덕담을 남기고 회의를 종료 했다.
“그럼 동아시아의 정세에 관련된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소. 각 나이트들은 원탁의 결정을 따를 것이며, 이번 일에 중점적으로 나서게 된 나이트 르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예, 마스터.”
“알겠습니다.”
“그럼.”
마스터의 화면이 꺼지자 이곳저곳의 화면이 동시다발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끄려던 나이 트 위긴스를 나이트 르보가 제지했
다.
“잠깐, 나이트 위긴스.”
“……무슨 일이오?”
“관련 정보가 필요하오.”
“이미 보고를 마쳤을텐데? 문서는 넘겨주도록 하겠소.”
“거기에 폰 엘레나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도 넘겨주시오.”
나이트 르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우수한 인재더 군. 그런 인재가 한 말이라면 당연 히 귀담아들어야겠지.”
“……지금 바로 보내주겠소.”
“협조 감사하오, 나이트 위긴스. 그대에게 축복이 있기를.”
환한 미소를 지은 나이트 르보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위긴스는 주먹을 들어 모니터를 후려쳤다.
꽈앙!
난데없이 울려 퍼진 커다란 소리 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퍼비스가 화들짝 놀라 방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나, 나이트?”
꿰뚫려 버린 모니터에서 검은 연 기가 올라오는 것을 본 퍼비스가 얼 굴을 굳힌 채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프랑스 놈.”
위긴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내 이 모욕은 잊지 않겠다.”
“진정하십시오, 나이트.”
“……그래야겠지.”
나이트 위긴스가 깊게 한숨을 내 쉬었다.
퍼비스가 재빠르게 냉장고에서 맥 주를 꺼내 위긴스에 앞에가져다 놓 았다.가만히 맥주를 바라보던 위긴 스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자처한 일이지.”
“……말씀을 하셨습니까?”
“쯧.”
위긴스가 혀를 찼다.
“내가 내 딸을 구박할 수는 있지 만, 다른 이들이 내 딸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지. 내가 내 딸의 말을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말을 전 해 주겠는가.”
“나이트……
“오해는 말게.”
나이트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부녀간의 정이 아니야. 원탁은 신성한 곳일세. 사적인 마음이 끼어 들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자네의 말
대로 그 아이는 우수한 면이 있네. 폰의의견을 취합해야 하는 나이트 로서 그 아이의의견을 그대로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네. 비 록 그 결과가 비웃음일지라도 말이야.”
퍼비스가 빙그레 웃었다.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쯧.”
거칠게 맥주 캔을 딴 위긴스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탁!
맥주를 내려놓은 위긴스가 입가를 훔치고는 말했다.
“이리된 이상 차라리 그 강진호라는 놈이 엘레나가 본 그대로의 놈이 면 좋겠군. 그럼 그를 치러 간 프랑 스 기사단 놈들이 피를 보겠지.”
“나이트.”
“농담일세. 뭘 그리 심각한 얼굴 로 보는가?”
나이트 위긴스가의자에 깊게 등을 묻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 엘레나의 눈이 정확했다면?’
나이트 위긴스의 눈에 불안함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스터를 따로 한번
뵈어야겠어.’
그런 일은 결코 없겠지만, 만에 하나의 확률도 넘겨서는 안 되는 곳 이 원탁이다.
“일단 지금 산적해 있는 일을 빠 르게 정리하도록 하지. 이틀 정도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으니까.”
“예, 나이트.”
밖으로 서둘러 나가는 퍼비스를 보며 위긴스가 크게 소리쳤다.
“오는 길에 아스피린도 좀 부탁하지!”
“……예.”
나이트 위긴스가가만히 얼굴을
주물렀다.
‘강진호라……
그가 한국에서 해낸 일과 엘레나의 보고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한가지는 확실하다.
‘어찌 되었든 보통 무서운 인물은 아니라는 거군.’
한번도 본 적 없는 강진호다. 그 저 사진으로 어떻게 생겼는지만 알 고 있다.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마치 강진호를 이미 만난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건드리면 안 되는 폭탄이라…… 심장이 서늘한 느낌이었다.
“에……
나이트 위긴스의 경계를 받고 있는 강진호는 지금 매우 곤란한 지경 에 빠져 있었다.
“제대로 전달하신 건 맞죠?”
“아, 뭐, 그랬는데……
강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밀지 마. 죽여 버린다?”
“지랄하고 있네. 여기 죽을 각오 안 하고 온 놈 있냐?”
“훈련도 받기 전에 처 죽여줄까?”
“나와, 새끼야. 내가 오늘 네 명 줄 끊어준다.”
방진훈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평소 같으면 노골적으로 서로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저놈들을 엄 벌에 처했을 것이다. 지금 그가가 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영남 회와 총회의 융화였으니까.
오랜 세월 동안 감정이 쌓인 만 큼 빠르게 서로 융화한다는 것이 쉽 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 기에 강경하게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방진훈은 이를 드러 내는 둘을 보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좁은 우리 안에 사자와 호랑이를가둬놓고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꿈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밀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진짜 다 처 죽여 버린다!”
“저 새끼 뭔데 저렇게 나대? 뒈 질라고.”
“뭐, 새끼야? 너, 방금 뭐라고 처 씨부렸어?”
방진훈이 허망한 얼굴로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강진호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시선을 피 했다.
“소수 정예요?”
“일단 계획은……
“소수라는게 참 상대적인 개념이 라고는 하지만, 이만한 수는 어디가져다 놓아도 소수라고 불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강진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실수로 영남회에 모집을 고하지 못했기에 하루의 유예 시간을 더 주 었다. 그 덕분에 고민할 시간이 늘 어나 총회 쪽의 지원자가 더 줄어든
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만한 일을 두 차례로 나눠서 받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아무 래도 먼저 지원한 이들을 보면 오기가 생겨서 깊은 생각 없이 지원하는 이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러니 사람이 좀 줄었어야 하는 건데…….
“왜 이리 많은 거죠?”
강당을 꽉 메운 이들을 보며 강진호가의아하다는 듯이 방진훈을 돌아보았다.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뭘 했다구요?”
“아니, 이해가 안가니까요.”
“으음……”
강당 안은 난장판이었다.
그나마 어제 들어왔을 때는 긴장 감이라는게가득했는데, 영남회와 총회의가장 혈기 넘치는 젊은 놈들을 모아두었더니, 지금 당장이라도 패싸움이 벌어질 기세였다.
“제대로 전달하신 것 맞습니까?”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럼 뭐, 이유는 하나밖에 없죠.”
“네?”
방진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우스워 보였던 거죠. 강진호씨가 만만하지 않으면 다들 이렇게 달려왔겠습니까? 크헤헤헤.”
강진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 만만?’
이게 무슨 단어인가.
살면서 강진호와는 단한번도 엮인 적이 없는 단어가 아닌가.
‘악독하다’, ‘독랄하다’, ‘피도 눈 물도 없다’, ‘귀신보다 더 무섭다’ 같은 수식어에 익숙하던 강진호가
아닌가. 그런 만큼 만만하다는 말이 단 한번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다만…….
‘부정할 수가 없어.’
물론 이유는 있을 것이다. 분명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이곳을 찾 기는 했겠지. 강진호로서는 이해하 기 힘들지만, 현대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강진호가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
그건 이해한다. 이해하는데…….
“나와, 새끼야. 내 오늘니 창자 로 줄넘기 좀 할 테니까. 안 그래도
요즘 살쪄서 고민이었는데, 잘됐네.”
“돼지 새끼가 줄넘기를 한다고? 아서라, 땅 꺼진다. 너는 그냥 걸어 만 다녀도 육수 쪽 빠질 것 같은데, 그런 격한 운동 괜찮겠냐? 원래 운 동 초심자는 약한 운동부터 시작하는 거다. 형이 알려줄 테니 잘 배워 라.”
“이 쌍놈의 새끼들이 진짜! 내가 촌것들까지 이리 상대해야 하나?”
“까고 있네. 약해 빠진 것들이.”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물론 여기까지 온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방
진훈의 말대로 강진호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의 앞에서 저렇게 서로 이를 드러내고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호가 멍한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중원에 있을 때가 좋았지.’
그때의 그는 위엄이 넘쳤다. 그 스스로 위엄을 세우려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서 떠받들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중원에서의 삶이 지금의 삶보다 단 한 구석이나 마 나은 곳이 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강진호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구르 던 중원의 부하들이 그리워졌다.
만만돌이가 되어버렸다는 서글픔 에 강진호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 자, 방진훈이 강진호를 재촉했다.
“강진호씨, 이제 뭐, 어떻게 상황 정리를 좀 하시는게……
“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생각과는 다르게 강진호의 끗발은 어느 정도 먹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을 향해 강진호가 말을 한다 싶자
강당이 일순 조용해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배워보 겠다고 온 사람들입니까?”
“예!”
우렁찬 대답이 홀러나왔다.
“ 전부?”
“예!”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강당에 있는 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이가니까, 나만 뒤처질 수는 없으니까…… 그런 어 설픈 각오로 반쯤 등 떠밀려 온 사람들이 있으면 지금 나가세요.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없습니다.”
“아니, 그런 식으로 군중심리로 몰아가지 마시고……
“없습니다!”
방진훈은 미묘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조금, 뭐랄까……
강진호의 어투가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던 방진훈의 눈에 이윽고 그것이 들어왔다.
‘ 핏대?’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서 있었다.
‘어디서 열을 받은 거지?’
방진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마치 유부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은 묵직한 음성에 강당 안이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이들은 다 죽어도 괜찮다는 거군.”
그건 아닌데…….
뭔가 변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 만, 기이하게 웃는 강진호의 얼굴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눈이 안 웃어.’
‘저건 웃는게 아냐.’
“이만큼이나 와줬는데 실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화사하게 웃는 강진호이지만, 강 당 안의 사람들에게는 그 모습이 마 치 호러 영화처럼 보였다. 뭔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되돌 리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방진훈은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성격 진짜 이상하다니 까……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