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47)
마존현세강림기-448화(446/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24화)
5장도전하다 (4)
“……열 받으신 겁니까?”
“아닙니다.”
“받으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에이, 받으신 것 같은데요?”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방진훈은 낄낄대며 웃었다.
‘아, 진짜 배아파 죽겠네.’
이건 오로지 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세상 어디를가도 이만 큼 강하면서 이만큼 어리숙한 사람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걸 옆에서 쿡쿡 찌르면서 반응을 보는게 최근 방진훈의 유일한 낙이었다.
“뭐, 그리 열 받으실 일도 아니잖 습니까. 그만큼이나 목숨 걸고서라도 강진호씨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데.”
“목숨을 걸구요?”
강진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 사람들이 목숨을 건다는게 무 슨의미인지나 알까?
어쩌면 이건 강진호의 실수일지도 모른다.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상황. 살아 남기 위해서 반드시 강해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보지 않는 이들에게 ‘목 숨을 걸고’라는 말은 그저 뜬구름 잡는 말 같을 테니까.
그렇다 해도…….
‘내가 한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 나?’
절반은 죽는다는 말은 그저 넘길 말이 아니었을텐데, 그 말을 듣고
도 저 많은 이들이 모였다는 것은의아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뭐, 우리끼리 고민할 거 없는 일 아닙니까?”
“네?”
“당사자들을 불러서 물어보면 되 죠.”
방진훈이 씨익 웃었다.
“……왜 또 나냐고.”
이명환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다.
윗대가리라는 것들은, 그리고 나 이가 좀 든 사람들은 찍은 한 놈만 죽어라고 패는 경향이 있다. 이미 방진훈에게 ‘젊은 놈들 중에서 그나 마 말이 통하는 그놈’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린 이명환이다 보니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불려가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는데, 알기는 하는데 말이다.
“왜 나냐고!”
이건 다 저 빌어먹을 영길이 놈 때문이다.
처음 강진호씨가 왔을 때 그놈이
나대지만 않았어도 자신이 나설 일은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방진훈의 눈에 찍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 휴우……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해서 뭐하겠는가.
이명환이 신경질적으로 복도를 걸 었다. 저 멀리 보이는 회주실을 보니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
‘저 안에 강진호씨가 있겠지?’
그 생각을 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 그런데 그 인간…… 갑자 기 왜 빡친 거야?’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배우겠다고 그 많은 이 들이 몰려오는 걸 보면 보통은 기분 이 좋아져야 하지 않나?
그런데 거기서 왜 역으로가느냔 말이다.
“휴우우우우……
느는 건 한숨이요. 위통이었다.
속이 따끔따끔해 오는 것을 느낀 이명환이 깊게 심호흡을 하며 회주 실 앞에 섰다.
‘이 새끼는 또 뭐야?’
그의 옆에 서 있는 놈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뒤쪽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서은근 신경이 쏠렸는데, 보아하니 이놈도 회주실로 호출이 된 모양이었다.
‘영남회 놈 같은데……
이제는 영남부라고 불러야겠지만 말이다.
미묘한 동질감을 느끼던 이명환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회주실의 문을 두드렸다. 안에 있는 두 사람이면 그들이 복도에 들어섰을 때부터 왔 다는 것을 눈■치챘을 테니, 이리 계속 문 앞에 머물러 있는 것도 실례 였다.
“회주님, 이명환입니다.”
“들어와.”
문을 벌컥 연 이명환이 자신도 모 르게 눈을 찌푸렸다.
‘너구리굴이네, 너구리굴.’
담배를 얼마나 때워 댔는지, 사무 실 안이 흐릿한 느낌이었다. 담배 연기만으로 자체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이 양반들이야 경지에 올라도 너무 오른 무인들이니 저리 담배를 때운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생 기지야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상이 생긴다고!’
아직 나약(?)한 무인인 이명환은
건강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안쪽으로 들 어가자, 그와 함께 서 있던 영남부 놈도 안으로 들어왔다.
“ 앉아.”
방진훈이가리킨 소파에 앉은 이명환이 깊게 심호흡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 여기서 심호흡을 하면 담배 한 개비는 피운 효과가 날 것이다.
“내가 너희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방진훈이 슬쩍 강진호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너희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원
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어서다.”
방진훈과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당 연한 물음이겠지만, 이명환의 입장 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물음이었다.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지들이 지원하라 그래놓고 막상 지원하니 왜 지원했냐고 물으면, 대 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 뭘 따져 물으려는 것은 아니고……
방진훈이 고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된 거, 까놓고 말해주마. 사실 우리는 지원자가 이것 보다 훨
씬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이상으로 지원자가 많아서 좀 당황했다. 그래서 너희가 지원한 이 유를 알고 싶은 거다. 분명 무척 위 험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도 그것을 감안하고 지원할 정도면 확고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명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진훈의의도는 확실하게 이해했다. 다만, 문제는 자신에게 방진훈의 질문에 대답할 만한 확고한 이유가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솔직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 르겠습니다.”
이명환은 그냥 놓아버렸다. 여기 서 뭔가를 포장하려 들면 말이 꼬일 것이 빤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게 맞을 것 같다.
“사실, 음……
한숨을 쉰 이명환이 대답했다.
“별로 안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집에서 잠이나 처 자고 싶었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역경을 돌파하여 강해지는 스토리? 아, 좋죠. 그거 무척 좋죠. 그런데…… 제가 그 주인공인 건 별로 달갑지 않거든요. 그런 건 TV에서 볼 때나 재미나는 스토리죠.”
“그렇지.”
방진훈이 주억거렸다.
“솔직히 제가 그 고생을 감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니…… 사실 지금도 딱히 감당하고 싶지는 않아요.도망치고 싶습니다. 안 하고 싶어요. 안 그래도 안 하고 싶었는데, 강진호씨가……
거기까지 말한 이명환이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보았다.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한 이명환이 눈을 질끈 감고는 ‘에라, 모르겠다’ 달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진호씨가
살짝 열이 받은 것 같아서 더 안 하고 싶습니다. 때려치우고 싶거든요.”
“그럼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더 무서우니까요.”
이명환이 얼굴을 주무르며 말했다.
“내가 무서워서 하지 못한 걸 누 군가는 할 것이고,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그때 동참하지 못해서 벌어 진 차이를 직시한다는게 너무 무섭 습니다. 지금은…… 음, 속된 말로 밥 같은 놈이 나중에 저보다 더 강 해질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때
그놈이 나를 비웃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대놓고 크게 한숨을 내쉰 이명환 이 중얼거렸다.
“미친 짓이죠. 미친 짓인 건 아는데, 그게 인생에서 뭐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대답할게 궁색하기도 한데…… 여하튼 그런 심정입니다. 좋은 말로 하자면 승부욕이 절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거고, 포장 다 벗 기고 말하면 다른 놈들이 잘되는 꼴을 못 보겠어요.”
방진훈은 웃고 말았다.
‘이래서 이놈을 부른 거지.’
이유를 말해줄 다른 사람은 많지 만, 이명환처럼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읊을 수 있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미 과거 강진호와 영남회 에 쳐들어갔을 때 그런 부분을 파악 하지 않았던가.
“뭐,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군. 그렇지. 다른 놈이 나를 앞서간다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는 거지.”
“네. 그겁니다.”
이명환이 허탈하게 말했다.
“이게 승부욕인지 놀부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놈이 저보다 세지는 건 못 참겠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린 방진훈이 고개를 돌려 영남부의 젊은 무인을 바라보 았다.
“그러니까, 이름이?”
“최진영입니다.”
“그래, 최진영. 너는 생각이 좀 다른가? 아무래도 겪은게 좀 다르니까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보는데?”
“네. 전혀 다릅니다.”
최진영이라 자신을 소개한 영남부의 무인이 이명환에게는 눈길도 주 지 않고 말했다.
“그럼 일단 본인의 생각을 듣기
전에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지금 이명환의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나?”
“철부지가 지껄이는 거죠.”
“뭐?”
이명환이 눈을 부라렸다.
지금 여기가 회주실이라는 자각이 없었다면 좋은 소리가 나가지는 않 았을 것이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영남부 놈이 저렇게 대놓고 무시해 오는데도 참을 만큼 성격 좋은 이명 환이 아니었다.
욕을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 민할 때,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최진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몇 달 전이었다면 모를까, 그 사 건을 겪고도 누가 더 강하니 어쩌니 하는 한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아직 철이 덜 든 거죠.”
“그 사건?”
“아시잖습니까, 영남회가 무너진 사건 말입니다.”
“음…..”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의문은 남았지만, 대답을 들어보면의문 이 풀릴 것 같았다.
“뭐, 좋아. 그래서 너는 왜 지원
했지?”
“강해지고 싶어서입니다.”
“그건 이명환의 대답과 별다를게 없어 보이는데?”
“전혀 다릅니다, 전혀.”
최진영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강해지고 싶은 이유는 누군가에게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살아남고 싶어서죠.”
“……살아남는다?”
최진영이 강진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날, 그러니까…… 총회가, 강진
호 씨가 영남회로 쳐들어온 그날, 저는 강진호씨를 상대하는 최전선 에 있었습니다. 아니, 최전선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러네요. 정확하게 말 하면, 조금 뒤쪽에 있었는데 최전선 이 되었다고 해야겠죠. 제 앞에 있던 사람은 다 죽었으니까요.”
새삼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둥 골이 서늘해지는 방진훈이었다.
“그날 까딱했으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정말 운 좋게 살아났죠. 강진호 씨의 검이 목을 반쯤 갈랐는데 살아났거든요.”
최진영이 목을 옆으로 꺾자 긴 흉
터가 드러났다.
목이 길게 베인 듯한 흉터를 보고 있으려니, 최진영이 살아났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1cm만 더 깊게 들어갔으면 즉사 했다더군요.”
“그럼 실력이지.”
“아뇨, 운입니다. 너무 떨어서 다 리에 힘이 풀리면서 모로 쓰러졌거 든요. 저항하려 했거나 싸우려 들었 으면 저는 죽었습니다. 목이 하늘로 날아올랐겠죠.”
최진영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쭈욱 그었다.
‘이 새끼도 보통 멘탈이 아니네.’
자신이 죽을 뻔한 상황을 희화화 한다는 것도 어이없지만, 자신을 죽 일 뻔한 당사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저리 말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건 더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강해지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
“그날 알았거든요.”
최진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상 그저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죽음이 비껴가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강자가 마음만 먹으면 제 목
은 언제든 달아납니다.”
최진영이 날카로운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제가 알지도 못하게 저를 죽이실 수 있잖습니 까, 강진호씨?”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최진영을 마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