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48)
마존현세강림기-449화(447/2125)
마존현세강림기 18권 (25화)
5장도전하다 (5)
“그런 눈으로 보지는 말아주세요.도발하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강진호 씨에게 시비를 걸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멍청한 놈은 아닙니다.”
어깨를 으쓱한 최진영이 말했다.
“그전까지는 제 스스로 무인이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무학이라는게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할 수 있다 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세 계에 있다 보니 여러 죽음을 보기는 했지만,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사실 무학이라기보다는 범죄의 영역 에가까운 일이니까요.”
“음…..”
방진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최진영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느낀 겁니다.”
최진영이 슬쩍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강진호와 눈이 마주친 최진영은 그 눈빛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제 목숨이 제 것이 아닌 것 같은 박탈감을 말입니다. 사실 그날 제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별게 없어요. 강진호씨가 한번 더 검을 휘 두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일 겁니다. 강진호 씨가 중간에 멈춰줬기 때문에 거 기서 끝난 거지, 마음먹고 다 죽이 려 들었다면 누가 살아남을 수 있었 겠습니까?”
방진훈이 묘한 눈으로 최진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쪽 입장에서는 그리 느 껴질 수도 있겠군.’
방진훈은 뒤쪽에서 본 입장이라 그저 강진호의 무위에 감탄하고 그 잔인한 손속에 떠는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손속에 직접 노출이 된 이들은 심각한 수준의 무력감을 느 껴야 했을 것이다.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말이 그만큼이나 실감이 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살아남은 건 그냥 운이 좋아서 였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제 생각으로
는 차후 강진호씨의 주변에 사건이 없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자연히 그런 일들이 벌어지겠죠.”
최진영이 피식 웃었다.
“목숨을 걸라고 하셨죠?”
“음……”
“제 생각에는 적어도 영남부 쪽에는 그게 별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목숨이 언제든 달아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이들에게 목숨의가치라는 건 그리 크지 않거든요. 되레 강진호 씨 밑에서 단련받고 살아남는 다면 앞으로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 지겠죠. 그래서 지원한 겁니다. 강해
지고 싶어서, 살아남고 싶어서, 그리 고……
머뭇대던 최진영이 토해내듯 말했다.
“정말 허황된 말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저도 한번만이라도 강진호씨와 같은 눈높이에 서보고 싶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보며 느 끼는 상대적인 우월감이 아니라, 진 짜 강자가 보는 세상을 보고 싶은 겁니다.”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고개를 숙 인 최진영을 보며 강진호가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말은 정말 잘하는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강해지고 싶어서라는 거잖아.”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그게 전 부는 아닙니다.”
“아니.”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전부면 돼.”
“다른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강해지고 싶다. 강해지기 위해서라 면 죽어도 좋다. 그 이유 하나면 충 분하지. 다른 건 사족일 뿐이야.”
최진영이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좋아.”
강진호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지.”
부우우우우웅!
강진호는 차를 몰아 총회를 빠져 나갔다.
‘ 흐음……
뭔가 생각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 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강진호가 지금 시대의 무인 들과 과거 그를 따르던 무인들의 차 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던 그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동일하게 놓고 일을 진행한 것이 실수였다.
‘뭐, 그것도 좋겠지.’
곧 알게 될 것이다.
강진호의 수련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머리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몸으로 이해해야겠지.
그들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그래도 이곳이 중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강진호가 마염을 만들 때는 빠져나갈 수 없는 절곡에다 지원자를 때려 박고 살아남는 놈들만 추렸다.
가혹한 환경이 이겨내지 못한 이 들, 서로를 노리는 경쟁에서도태된 이들은 죽음이라는 당연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21세기의 대한민 국이고, 그런 방법을 쓸 수는 없다. 그러니 중도 탈락자의 존재를 인정 해야 한다.
‘삼 일이면 반절은 떨어져 나가겠 지.’
저 바글바글한 지원자들 중에 얼 마나 남을 것인지 강진호도 궁금했다. 계획에도 없는 예선을 치르게 생겼지만, 그것도 나름 홍밋거리가 아니겠는가.
그때, 강진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전화를 받자 나직한 목소리가 스 피커를 통해 홀러나왔다.
[바빠요?]“음……”
[바쁘지는 않은데, 딱히 시간을 내고 싶지는 않다는 소린 거 같은데, 그게
귀신인가?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 아봤다. 마치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하는 말 같았다. 분명 차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강진호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런게 아닙니다.”
[그 거짓말 믿어드릴게요. 이쪽은 어떻게 해서든 오늘 한번 보고 싶 으니까, 시간 좀 내주세요.]
“네?”
[보고 싶으니까 시간 좀 내달라구 요.]“……아, 지금요?”
[네, 지금요.]“알겠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최연하에게 목적지를 전해 들은 강진호가 네비게이션을 슬쩍 바라보 았다.
“30분 내로도착합니다.”
[가까운데 있었나 보네요.]“네. 뭐, 그렇죠.”
[그럼 빨리 와요.]전화가 끊기자 강진호가가볍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부우우우웅!
강진호의 스포츠카가도로를 치달 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과격하게 속도를 올리던 차가 갑자기 어디에 걸 리기라도 한 듯 덜컥거리며 속도를 줄였다.
‘……딱지 뗀다.’
좌우를 돌아보며 교통경찰이 있는 지 한번 확인한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고는 정속으로 주행하기 시작했다.
‘30분은 더 걸릴 것 같은데……
골치 아프게 됐다.
“30분이라며?”
“사정이 좀……
“가깝다며!”
“죄송.”
최연하가도끼눈을 뜨고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할 말이 없어진 강진호가 입맛만 다셨다. 그리 자신만만하게 말을 할게 아닌데, 30분 내로도착한다는 말은 왜 굳이 해서 긁어 부스럼이란 말인가.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은 최악인 거 몰라요?”
“죄송합니다.”
“흥.”
최연하가 강진호를 위아래로 훑어 보고는 말했다.
“뭐, 이해할게요. 갑자기 사람을 부른 제 잘못이기도 하니까요.”
“네?”
“……뭐가 잘못됐어요?”
“그런 걸 사과하는 캐릭터였던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진호씨, 여자한테 맞아본 적 있어요?”
“……엄마요.”
“아……”
납득했다는 듯 최연하가 크게 고 개를 끄덕거렸다.
“못 이기죠.”
“절대.”
웃음을 터뜨린 최연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강진호가 앉을 자리의의자를 빼주었다.
“불쌍한 남자를 위한 에티켓?”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요?”
“당연하죠.”
“그럼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자리에 앉자 최연하도 자리에 앉았다.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고 나서야 강진호가 물어왔다.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꼭 이유가 있어야 부르는 거예 요‘?”
“아뇨. 급작스러우니까.”
“그리고 이유는 이미 말했잖아요.”
“네?”
최연하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보고 싶어서 불렀다니까.”
강진호가 아연한 얼굴이 되지 최 연하가 쿡쿡대며 웃었다.
“진짜 놀리는 맛이 있는 사람이라니까. 최근에 강진호씨 놀려 먹는
사람 없어요? 좀 있을 것 같은데?”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털북숭이의 얼굴을 애써 지우며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강진호씨,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 표정을 잘 못 숨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뭐라고 해야 하지? 철가면? 그런 걸 쓰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최연하가 얼굴 앞에 손으로가면 모양을 만들었다.
“말투도 딱딱하고, 표정도 없고.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안 합니다’
뿐. 와, 생각하니 정말 재미없는 캐 릭 터였네.”
강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이 사람과 있으면 페이스가 무너 지는 기분이었다. 뭔가의도한 대로 흘러가지가 않는다.
다만, 그게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기분이 나쁘면 이 사람과 만나지 않으면 그만인데…….
‘묘한 기분이군.’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
니, 그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그저 편안함이었다면 지금은…….
“뭘 또 심각한 얼굴을 하고 그래 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연하가 테이블에 팔을 대고 몸을 앞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강진호씨.”
“예?”
“저랑 대화를 할 때 강진호씨가 ‘아닙니다’를 얼마나 자주 말하는지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최연하가 미묘한 얼굴로 말했다.
“물론 속마음을 내보이고 싶지 않 다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앞에 있는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은 좀 섭섭해요. 알아요?”
강진호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최연하가 좀 당돌한 면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오 늘의 최연하는 유난히 그런 면이 부 각되고 있었다.
“괜찮아요.”
“네?”
“저는 그런 강진호씨도 좋으니 까.”
강진호의 표정이 멍해졌다.
최연하도 고개를 살짝 숙여 강진호의 시선을 피했다. 허리를 다시 뒤로 뺀 최연하가 깊게 심호흡을 하 고 입을 열었다.
“강진호씨.”
“네.”
“사실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 만나 자고 했어요.”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대는 듯하던 최연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
“네.”
몇 번을 망설이고서야 최연하는 토해내듯 입을 열었다.
“저 중국가요.”
“네?”
강진호도, 최연하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낮은 침묵이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이곳이 한국인가?”
공항을 빠져나온 사이토 겐류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들른 것이 삼십 년 전이었나? 그때에 비한다면 다른 나 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군.”
“그래봐야 반도 아니겠습니까.”
“멍청한.”
사이토 겐류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비하하지 마라, 무시하지도 마라. 상대의 성장을 온전히 축복해 주는 것이 옳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이토 겐류의 눈이 천천히가라 앉았다.
‘어차피 우리의 땅이 될 곳이니 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본토의 모든 영역을 포기하고 이 곳으로 넘어온다는 것은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다. 그 하나뿐이 아니라 나나호시 구미의 운명이 걸려 있는 선택이었다.
그런 만큼 그는 이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어야 할의무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진호.’
사이토 겐류의 눈이 섬뜩하게 빛 났다.
이 땅은 총회의 땅이고, 다시 말 하자면 강진호의 땅이었다.
똥개도 제집 앞에서는 절반은 먹 고 들어간다는데, 한국이라는 땅에 서 그 강진호를 상대한다는 것이 쉬 울 리 없었다.
그렇기에 준비를 했다.
“안배는 끝났겠지?”
“지시하신 모든 사항을 완벽히 준 비해 두었습니다.”
“좋다.”
사이토가의미심장한 눈으로 주변
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이곳은 우리 나나호시 구미의 새 로운 땅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서는 원주인의 목을 칠 필요가 있겠 지. 강진호의 목을 치고 반도를 정 복한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