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49)
마존현세강림기-450화(448/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1화)
1장 생각하다 (1)
“중국이요?”
익숙한 이름이었다.
어쩌면 강진호에게는 한국보다 중 국이 좀 더 익숙한 곳일지도 모른다. 뿌리는 한국에 있는 강진호지만, 살아온 날은 중국이 훨씬 더 길었으니까.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 겠지만, 일평생을 중국이라는 땅에 서 보내지 않았는가.
그런의미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는 강진호에게는 이질감보다는 친근감 이 더 느껴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중국이라는 말에 지독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단 한번도가본 적 없는, 먼 나라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말이다.
“네.”
최연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고갯짓이 조금 힘겨워 보였다.
손을 뻗어 테이블에 놓인 음료를 끌어당긴 최연하가 빨대를 손가락으로 툭툭 튕기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됐어요.”
“왜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구요.”
컵을 들어 음료를 쪽 빨이들인 최 연하가 컵을 내려놓고는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고, 이어지는 잠시의 침묵.
“중국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왔어 요. 드라마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네.”
“워낙 크게 하는 작품이라 출연료도 만만치 않고. 중국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가 커요.”
“좋은 기회네요.”
“네. 다만 문제가 되는 거라 면…… 이게 사극 쪽이라서 중국 현 지에서 올 로케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야겠네요.”
“그런데 얘들은 모든 작품을 사전 제작을 해야 해서……. 아마 촬영 시작하면 당분간 한국에는 들어오기 힘들 거예요. 정말 스케줄 팍팍하게 잡아서 최종화까지 한번에 달리거
든요.”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럼 얼마나 걸리는 건가요?”
“육 개월요.”
“네?”
최연하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팔십 화짜리거든요.”
“팔십 화요?”
“……네.”
강진호가 눈을 크게 떴다.
“드라마라는게 보통 십육 화나 이십 화 정도 하는 것 아니었나요?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한국은 그런데요, 중국은 좀 달 라요. 얘들은 스케일이 일단 어마어 마해서.”
강진호가 멍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그럼 육 개월 동안 중국에서 지 내시겠네요?”
“그렇게 됐어요.”
“음……”
강진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적 당한 대사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잘 다녀오라고 해야 하나요?”
“그게 뭐예요?”
최연하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강진호 역시 어색한 웃음을 보 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딱히 어떤 기분이라고 정의를 내 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전혀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안 물어봐요?”
“네? 뭘요?”
최연하가 ‘흐음’ 콧소리를 내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살짝 좁아진 미간과 올라간 눈꼬리가 그녀의 심경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왜 중국에가는지 안 물어보냐구요.”
강진호가 조금은 황당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작품하러가신다면서요?”
“한국에서도 할 수 있잖아요.”
“출연료가 상당하시다고 아까
“저 돈 많아요.”
강진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 그럼 왜가시는 건데요?”
그제야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다시 몸을 앞으로 쭉 빼고 강진호와 눈을 마주친 최연하가 빙그레 웃자, 강진호는 어색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강진호씨.”
“네.”
“강진호씨는 주변 사람들을 꽤나 힘들게 하는 타입이라는 것 자각하 고 있어요?”
“네?”
최연하는 대답 없이 손을 쭉 펴서
테이블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허들이 높다구요.”
“ 허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강진호가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자, 최연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했다.
“역시 모르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 각이 있을 리가 없지.”
최연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사람들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
이쯤 되면 강진호가 아니라 강진호의 친구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사람의 주변에서 그리 살 수 있다는 것도 웬만한 멘탈로는 절 대 불가능할텐데 말이다.
“먼저 약속해요.”
“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허파에 바 람 들어가지 않기.”
“……그걸 약속하라구요?”
“네!”
강진호가 ‘대체 뭔 말을 하는 거야, 이 여자?’라는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약속하 죠.”
“좋아요.”
원하는 대답을 들은 최연하가 심 호흠을 한번 하고는 강진호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강진호씨는 좀 잘난 사람이에요.”
“네?”
“들어요!”
“……네.”
강진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저도 정확하게 왜 그런 건지 설 명은 못하겠지만, 강진호씨랑 있다 보면 제가 엄청 부족하게 느껴져요.”
강진호는의아한 얼굴이 되었지 만, 최연하의 얼굴이 더없이 진지했 기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강진호씨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강진호씨를 따 라가게 돼요. 강진호씨가 벌인 일 에 동참한다거나.”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
다.
지금껏 그런 식으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연하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을 해보면 전역한 이후 박유 민은 강진호가 벌인 일에 휘말려 프 로게이머에서 조금 멀어져 피자집 에서 일을 했고, 전역 후에 자신의 일을 찾겠다던 주영기는 이제 피자 집 오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름 승승장구하던 조규민은 재경에서 반쯤 발을 빼고 강진호 와 함께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 결과가 당사자들에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강진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참지 못한 강진호가 결국 입을 열 고 말았다.
“그게 잘못된 겁니까?”
“아니요.”
최연하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이 말했다.
“그건 본인들이 택한 거죠. 무슨 강진호씨가 옆구리 찔러서 끌고 간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선택한 일인
데 강진호씨가 잘못되고 말고 할게 어딨겠어요.”
“음……”
강진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말을 왜 꺼낸단 말인가.
“문제는 저 같은 경우예요.”
최연하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새 어 나왔다. 오늘따라 최연하가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하는 강진호였다.
“저는 강진호씨에게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강진호씨를 따라서 뭘 할 수는 없는 입장이 거든요. 덕분에 최근 제 생활이라는
건 강진호씨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 고 있는 것밖에 안 돼요.”
“저도 미처 생각 못했는데,은솔 이가 그러더라구요. 요즘 제가 그러 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음.”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맞더라구요. 틀린 말이 아니에요. 하는 것도 없이 그냥 주변에서 알짱 알짱.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좀 한 심해졌어요. 저 최연하거든요. 그런데 천하의 최연하가 남자 뒤꽁무니 나 졸졸 따라다니는 꼴이라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말을 꺼내야 할까.
그게 아니라는 설득?
아니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위 로?
강진호는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 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말을 찾아내 상대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은 아직 강진호에게는 어려운 일 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무슨 말씀이신지?”
최연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너무 무너지기 전에 제 원래 모
습도 좀 되찾아보려구요. 강진호씨는 관심이 없다는 걸 알지만, 저 진 짜 잘나가는 배우거든요. 진짜루요.”
“알고 있습니다. 관심이 없지도 않구요.”
“그래요? 그래서 내가 나온 드라 마 따로 찾아본 거 있어요? 아니, 제목은 알아요?”
최연화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에 손등 위로 돋아나는 핏줄을 보며 강진호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 렸다.
“입은 살았지! 입은!”
“크흠.”
“여하튼!”
최연하가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가만히 돌아보니 제가 무슨 강아 지도 아니고, 강진호씨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 것 같아 존심 상해서 안 되겠어요. 자존감도 회복하고, 제 삶도 되돌아보고, 배우로서 제 목표도 이룰 겸! 겸사겸사해서 한번가 보려구요.”
“질문!”
“어, 없는데요?”
“없어요? 진짜?”
“네.”
최연하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 졌다.
‘내가 뭐 실수했나?’
강진호는 좌불안석이 되어 연신 음료만 들이켰다. 그래도 눈치가 아 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적절한 질문 이 하나쯤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대체 뭘 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좋겠네요.”
“네?”
“귀찮은 사람 하나 사라져 주니 까.”
강진호가 얼굴을 굳혔다.
“이제 편하시겠어요. 좋으시죠?”
“ 아뇨.”
강진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최연하를 똑바로 바라 보았다. 강진호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자 최연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귀찮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거짓말이니 까요. 하지만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제 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진짜요?”
“네.”
강진호가 한 말의 진위를 파악하 려는 듯 빤히 바라보던 최연하가 흔 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강진호의 시선을 외면했다.
‘뭘 저렇게 빤히 쳐다봐? 어색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고 싶었지 만, 어설프게 손부채질이라도 했다가는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건너 편에 있는 저 사람에게 알리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최연하는 테이블 아래에서 양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지금 중국으로 간다고 해 서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 히려 좀 아쉽네요. 저도 이게 왜 아 쉬운지 정확하게 말은 못하겠습니다 만……
“그, 그만해요.”
“네?”
“알았으니까 그만하라구요.”
얼굴 터지겠네, 진짜.
강진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 이지만, 최연하는 죽을 지경이었다.
‘이 인간은 안 그러다가 한번씩 훅 치고 들어온다니까.’
하는 짓만 보면 선수다.
문제는 본인이 선수라는 자각이 없다는 거였다.
냉수를 들이켜 떨리는 마음을 진 정시킨 최연하가 깊게 심호흡을 하 고는 말했다.
“그 말, 진짜죠?”
“무슨 말 말씀이십니까?”
“방금 하신 말이요.”
“제가 굳이 거짓말을 해야 할 이 유라도 있나요?”
최연하가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구나.’
너무 앞서 나갔다. 지금 강진호가
하는 말은 친구에게 하는 말에가까 웠다. 그녀가 기대하던, 그런의미가 아니다.
조금의 실망.
하지만 또 조금의 안도.
그리고…….
‘그래. 이게 어디야.’
이 석상 같은 남자에게 더 이상 뭘 바라는 것도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말을 들어도 그녀 스스 로가 달가울 것 같지 않았다.
“강진호씨.”
“네.”
“이 말은 하고 싶었어요.”
“말씀하시죠.”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던 최연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강진호는 그 얼굴에 살짝 빠져드는 자 신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당신 앞에서 작아지지 않는 사람이 될 거예요. 남자한테 매 달려서의지하는 여자 같은 건 질색 이니까요.”
환희 웃는 최연하를 보며 강진호가 마주 미소를 지었다.
전에도 생각한 것이지만…….
그녀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