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50)
마존현세강림기-451화(449/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2화)
1장 생각하다 (2)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환영해요.”
강진호는 낮게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다 이해가 갑니다만, 저 때문에 다른 이들이 말려든다는 말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그
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알겠지 만, 왜 그런 건지……
“빛나니까요.”
최연하가 강진호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 빛난다구요?”
“네. 정확하게 말하면…… 빛난다 기보다는 돋보인다는 거겠죠. 강진호 씨는 눈에 띄어요. 무슨 일을 하 든 간에 말이에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죠. ‘아, 저 사람은 자신이 세워둔 인생의 길을 제대로 걷고 있구나’라고.”
“이, 인생의 길요?”
“네.”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미련 갖지 않고…… 전진, 전진, 또 전진.”
“……”
“비꼬는게 아니에요. 정말 그러니까. 그러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아, 저 사람만 따라가면 되는 거구나’, ‘저 사람을의지하면 되는 거구나’. 그게 아니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나도 목표를가지고 인생을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으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는 후자예요. 저도 지금까지 확고한 목 표를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만약 제가 확고 하게 제 길을 생각하며 살았다면 강진호 씨 하나 내 삶에 끼어들었다고 그리 휘청거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네?”
휘청거리긴 뭘 휘청거렸다는 말인가.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때때로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여하튼 그래서 그래요. 저도 조
금은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졌거 든요. 웬만큼 열심히 살아서는 제가 강진호씨와 대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강진호씨.”
“네.”
“재수 없어요.”
강진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최연하는 그런 강진호를 한 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겸손이라는 건 할 사람이 해야
겸손인 거예요. 대통령이 ‘나는 그 리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면 그걸 누가 겸손으로 생각하겠어요.”
“아뇨. 저는 진……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진짜 아닌가?’
뭔가 머릿속의 개념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은 아직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과거의 그는 천하를 그 손으로 주물 렀다. 그가 다른 이들이나 세력, 천 하의 정세 같은 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조금만 더 외향적이었다면
중원이 뒤집혔을 것이다.
그때의 자신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강진호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걸리는게…….
‘총회는 어쩌지?’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하려 해도 총회가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 상, 평범이라는 말은 입에 올릴 수도 없었다. 구태여 자각한 적이 딱 히 없었는데, 이미 강진호는 대단한 사람의 기준을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던 것이다.
“뭔가 이해했나 보네요.”
“네.”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그래서 그런 거예요. 강진호씨 옆에 있으려면 나도 똑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거예요. 내가 강진호씨 옆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빛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죠. 내가 강진호씨 옆에 있 다는 사실 때문에 강진호씨가 빛나야 하는 거예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그럴가치가 있는 사람입니까?”
“네.”
최연하의 얼굴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미소가 걸렸다.
조금은 편안하고, 조금은 따뜻한.
과거 터널 아래 갇혔을 때 본 것 같은, 그런 미소였다.
“제 눈에는 강진호씨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니까요.”
* * *
부우우웅.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는 강진호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 모르겠군.’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면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 맞았다. 하지만 최연하는 자신이 어떤 업적을 이루어내 고, 어떤 지위를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저 평소 모습만으로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 둣 여기고 있는 것이다.
강진호는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 었다.
‘목표라……
최연하는 강진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리는 모습에 사람 들이 끌려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 만 강진호는 그 말에 지독한 위화감
을 느끼고 있었다.
‘내게 무슨 목표가 있지?’
스스로 생각하기에 목표라는 말만 큼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 었다.
강진호의 첫 번째 삶에서는 아무 런 목표가 없었다. 그저 숨이 붙어 있기에 살아가는 것뿐이었으니까.가족도 모두 잃고 장애인이 되어버 린 사람이 무슨 목표를가지고 살아가겠는가.
두 번째 삶에서의 목표는 오직 하 나였다.
살아남는 것.
첫 번째 삶에서 느끼지 못한 삶의 소중함을 두 번째 삶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삶은 마지막에가서 파탄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처음에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목 표였다.
하지만 그 목표에서는 이미 너무도 멀어져 버렸다.
지금 나의 목표는 무엇이었더라?
‘손을 내미는 사람.’
강진호는가만히 원장 수녀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그 말이 강진호의 영혼을 울리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 이런저런 사건 때 문이라 말하며 그저 스스로의 삶에 만 매달리고 있지 않은가.
최연하가 말한 목표라는 것은 지 금의 강진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듯 보이는 것은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사막에 떨어진 랠리 카.
엔진은 쉴 새 없이 뛰지만 방향타가 고장 나 어디로 갈지 스스로도 모르는, 그저 빠르기만 한 차였다.
아무런의미도 없는, 그저 빠른 차 말이다.
그렇기에 최연하가 말한 ‘목표’라는 말이 강진호의가슴을 뒤흔들었는지도 모른다.
박유민에게는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다.
주영기는 강진호의 피자집을 프렌 차이즈화시켜 떼돈을 벌겠다는 확고
한 목표가 생겼다.
강은영은 아이돌 중 최고가 되기 위해서 어린 시절부터 최선을 다해 왔고, 지금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최연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시장 에 만족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중국으로가겠다고 한다.
‘모두 있구나.’
지금껏의식하지 않았는데, 돌이 켜 보면 강진호의 주변은 모두가 자 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런데 강진호 자신은?
잘난 듯이 그들에게 충고하고 그 들을 돕고 있다은연중 생각해 오던 그 자신은 꿈이나 목표라고 할 만한 것을가지고 있는가.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없다.
여기에는 없었다.
끼이이이이익!
강진호가 거칠게 핸들을 돌렸다. 외곽순환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달 리던 자동차가 길가에 멈춰 섰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온 강진호가 길 밖으로 이어져 있는 풀숲으로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
그저 어둡기만 해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짙은 하늘이 그의 눈에 한가 득 들어왔다.
한때는 이 하늘을 보는게 그의 소원인 시절도 있었다.
하늘에서는 벗어날 수 없으니까.
세상 어느 곳을가도 한껏 펼쳐져 있는, 별이가득한 하늘을 보는 것이 고통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마다 꿈꿔왔다.
눈을 감았다 뜨면, 잠을 자고 일 어나면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
라볼 수 있기를. 이야만가득한 세 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마 침내 강진호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가?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파직, 소리를 내며 담배의 끝이 타들어 간다. 강진호는 타 오르는 담배의 끝을가만히 바라보 았다.
‘영원할 수는 없지.’
한때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더 이상 폭력 과야만이 없는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는 그게 이 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평 범함이라는 것에 집착한다는 것이 되레 그의 삶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평범함이 아닌 편함을 중점으로 잡았다.
그리고 원장 수녀님에게 또 다른 것도 받았다.
그럼 지금은?
지금의 자신은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살아감에 이유는 필요 없다. 사람은 목표를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친구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빛나 보인다고?’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반대겠지.
최연하는 그가 빛나 보인다고 했 지만, 강진호는 거꾸로 그들이 빛나 보였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강진호는 뒤
를 돌아보지 않는게 아니었다. 그 저 돌아볼 줄 모르는 것뿐이다.
자신이 아닌 주변까지 생각하고, 자기가 한 일을 다시 생각해 보는 방법 따위는 몰랐으니까. 그저 뭣도 몰라 앞으로 뛰쳐나가는 그를 다른 이들이 제멋대로 포장하고 있을 뿐 이었다.
예전이었다면 그런 시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까지 그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강진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
았다.
검은 하늘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 었다.
‘변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강진호는가만히 눈을 감았다.
과거의 그는 오로지 스스로를 위 해 살았다. 그리고 이곳으로 돌아온 이후로는가족을 위해서만 살려고 했다. 시간이 조금 홀러서는가족뿐 아니라 주변인들도 신경 쓰기 시작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그 대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답답한 마 음은 들지 않을 테니까.
찰칵.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문 강진호가 다시 불을 붙였다.
부드럽게 흘러나온 담배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마음을 내려놓자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목표라……
확고한 목표가 없다는 것.
그것이 지금 강진호와 주변인의 차이였다. 심지어 조규민마저 강진호를 보좌한다는, 확고하고 현실적 인 목표를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 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에게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강진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진호에게는 그들과 같은 목 표가 없었다.
가족을 위해 산다든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그건 그저 바람이었다.
목표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특정한 지점
을의미하는 것이니까.
“주군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까?”
한때 그에게 묻던 청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너는 왜 무공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냐?”
그림자조차 그리운 스승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참을 눈을 감은 채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강진호가 눈을 뜨고는 새 담배에 불을 붙여 자신의 앞쪽에 꽂 았다. 그러고는가만히 중얼거렸다.
“ 청마.”
일평생을 바쳐 그를 보좌한 자. 하지만 결국에는 그를 배신한 자. 그렇지만원망보다는 미안함이가 득한 그 이름을 부르며 강진호는 낮은 회한에 빠져들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가 않구 나.”
그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어렸다.
“네가 있었다면 내게 답을 주었을까?”
청마는 그에게 항상 답을 주는 자 였다. 부하이자 조언자였고, 또한 친 우였으니까.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말이다.
“대답은 언제나 주군의 안에 있습니다. 저는 그저 그것을 파악하려 할 뿐이지요.”
“……매정한 놈.”
청마가 말할 리 없는, 하지만 청 마의 그것과 다를 리 없는 대답을 들으며 강진호는 오래도록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