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52)
마존현세강림기-453화(451/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4화)
1장 생각하다 (4)
쪼오오옥.
요구르트가 빨대를 타고 경쾌하게 입안으로 빨려 올라왔다.
‘이게 문제야.’
강진호는 심각한 얼굴로 요구르트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에게는 적당 한 양인지 모르겠지만, 성인 남성이
먹기에 요구르트는 너무도 작았다.
결국 간지러움을 참지 못한 강진호는 편의점에 들러 요구르트 한 줄을 사서 빨대를 꽂고 말았다.
누가 그랬던가.
요구르트는 뒤꽁무니로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강진호는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도다. 진정한 정도를 걷는 자라면 요구르트는 빨 대를 꽂아 먹어야 하는 법이다.
쪼오오옥.
한 손으로는 요구르트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은 채 강
진호의 람보르기니가도시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엘레나가 보기에는 세상 걱정 하 나 없는 한량 같지만, 지금 강진호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간만에 그에게 화두가 던져진 것이다.
‘이 삶을 더 보람차고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목표를 잡 아야 하는가’라는 화두였다.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하루 이틀로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을 내 서도 안 될 문제였다. 어쩌면 이 화
두 하나가 앞으로 강진호의 삶을 결 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눈앞에 닥친 일에 충실하면서 고민해야 한다.
‘요 삼 일간은 참 보람찼어.’
아이들을 자주 찾아가 놀아주었 고, 새로가게를 정비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주영기도도와주었다.게다가 박유민의 입단 테스트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힘을 북돋워 주기도 했다.
게다가 그 결과들도 하나같이 뿌 듯했다.
아이들은 강진호의 마음에 감동했
는지 바쁜데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주영기는 ‘네가 이러 고 있으면 내가 참 힘이 되지만, 나도 이제 홀로 서봐야지, 진호야’라는, 듣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멋진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박유민은 새벽까지 자신과 함께하려는 강진호의 건강을 걱정하 며 빨리 집에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 던가.
다들 강진호의 걱정에 여념이 없 었다.
할일이라고는 무엇 하나 없는 강진호가 바쁘지 않을까 봐 걱정해
주었고,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면 세 계신기록을 갈아치울 강진호의 건강을 걱정해 주었다.
강진호는 살짝 따뜻함을 느끼고 있었다.
‘좀 더 자주 봐야겠어.’
예전에 들은, 관계라는 것은 유지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강진호였다. 이제 시간이 좀 생긴 만큼 조금 헐거워진 주변인 들과의 관계를 다시 조여야겠다고 생각하며 강진호가 액셀을 꾹 밟…….
‘딱지!’
……으려다가 슬그머니 발에서 힘을 뺐다.
자라 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 고도 놀란다고, 요즘은 지나가는 사 설 경비 차량만 보고도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강진호였다.
세상 무서운 것이 없지만, 공권력은 무섭다.
첫 번째 삶의 여파 때문인지 경 찰이 차창만 두드려도 식은땀이 삐 질삐질 배어 나왔다.
다시는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고 다짐한 강진호가 속도계를 보며 정속으로 주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러가야 한다.
강진호의 입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물론 그 관계는 다른 관계들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미쳤어.”
이명환은 눈이 풀려 있었다.
이틀 전, 방진훈이 그들을 불러 모았을 때만 해도 이명환의 얼굴은 굳센 각오로 다져져 있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말이다.
불안함과 망설임은 집을 나서며 내려두고 왔다.
후회할 시간은 지났으니까. 이제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속속들이 총회로 합류하는 이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았다. 결 연한 그들의 얼굴을 보니 ‘나도 지 지 말아야겠다’는 경쟁심과 묘한 동 지의식이 생겨났다.
이 기분대로라면 그 어떤 험난한 수련이 펼쳐지더라도 모두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방진훈이 강당으로 들어오기 전까 지는 말이다.
“솔직히……”
안으로 들어온 방진훈은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본론이라기에는 조금 애매하긴 했지 만 말이다.
“강진호씨는 이틀 뒤부터 시작하 자고 했다.”
강당에 모인 이들이의혹에 찬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그럼 자신들은 왜 지금 모인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야,니들이 생각을 좀 해봐라. 막상 강진호씨가 훈련
을 시작했는데니들이 초반부터 그 걸 못 따라가서 헉헉대면 우리 체면 이 뭐가 되냐. 특히 나는 훈련 끝나 면 그 양반이랑 따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 양반이 ‘요즘 애들은 체력 이 영 약하네요’, 이렇게 한마디 하 면 내 기분이 어떨 거 같으냐?” 그야 엿 같겠지.
이명환은 방진훈이 뭘 말하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너희를 어쩌겠냐? 절 대가만히 못 두겠지?니들도 알잖 아. 내 성격 다혈질인 거. 아주 조가튼 성격이지. 그지?”
이명환이 빙그레 웃었다.
이게 탈권위구나.
이게 탈권위야.
그런데 그 탈권위가 왠지 지금 좋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가 알던 탈권위라는 것은 좋은 거였는데, 이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친구처럼 협박하는 것에도 적용 되는 거였나?
“그러니까 우리 서로 윈윈하자고. 너희는 미리 예습해서 좋고, 나는 애들 상태 안 좋다는 쓴소리 안 들 어서 좋고. 서로서로 조금만 고생하 면 모두가 하하호호할 수 있는 아름
다운 세상이 열리는 거 아니겠냐?”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어, 그래. 왜?”
“참가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고양이 밥 주러가야 하는데……
“니가 고양이 밥 되면 되겠네.”
“참가하겠습니다!”
방진훈이 빙긋 웃었다.
하지만 이명환의 눈에는 그게 결 코 미소로 보이지가 않았다.
저 인간은 한다면 한다. 수틀리면 사람을 고양이 캔에 욱여넣을 인간 이었다.
“여하튼 그래서 결론은 진짜 시작
하기 전에 이틀만 나랑 좀 고생해 보자는 거지. 물론 나도 사무실에 처 앉아서니들 구르는 거 구경만 할 생각은 없어. 내가 얼마 전에 선 물받은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실천 형 리더가 대세라고 하더라. 그러니 나도 같이 굴러야지. 어때? 좋지?” 아, 그러니까…….
사병 훈련하는데 사단장님…… 아니, 육군 참모총장님이 같이 훈련을 뛰시겠다는 거네요. 그것도 지휘관 이 아닌 소총수로.
사병들이랑 같이 구르고, 짬밥도 나눠 먹고.
‘씨바, 미친 거 아냐?’
당장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방진훈에게 그딴 책을 선물한 놈을 잡아 족쳐야겠다고 다짐하는 이명환 이었다.
왜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뽐뿌를 넣는단 말인가.
말만 들어도 참을 수 없는 불편 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뭐부터 합니까?”
“일단은 기초 체력부터 채워야지.야, 깡다구가 있어도 체력이 있어야 뭘 할 거 아냐. 내가 세상을 겪어보니까 체력이 제일이야. 체력만 있으
면 힘든 것도 버티지만, 체력이 없 어서 쓰러지면 아무리의욕이 있어도 안 되는 거거든. 그러니까 딱 이 틀만 죽어라고 굴러서 체력을 키우 자. 어때?”
다들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들 말을 잘 알아들은 것 같아서 내가 기쁘다.”
“지금 시작합니까?”
“시간 끌어 뭐하겠어. 바로바로 하면 되지.”
“그럼 뭐부터 합니까?”
“일단 뛰어야지.”
방진훈이 손을 뻗어 창가로 보이는 건너편 산봉우리를가리켰다.
“일단 찍고 돌아오자. 느릿하게 거리만 채우면 뭐하겠냐. 빨리빨리 찍고 돌아오면 되는 거야. 시간이야 대충 한 시간이면 되겠지. 물론 나는 이걸 너희를 괴롭히려고 하는게 아니니까 시간 내로 들어오는 애들은 다들 쉬게 해줄 거야. 시간 내로 못 들어오는 애들은 체력이 내 생각 보다 좀 저조한 거라 판단하고 다시 합리적으로 훈련하는 식으로 하자. 오케이?”
“예!”
이명환이 크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전 회주랑은 다르다니 까.’
이중걸이 있을 당시에는 일반 회 원인 그들이 이렇게 회주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중걸의 권위는 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아직까지도 방진훈보다는 이중걸이 더 높은 사람이라느껴 질 때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의미에서 방진훈은 정말 대 단한 사람이었다.
권위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완벽하게 확보한다. 결코 강 압적이지 않지만, 회원들이 알아서 그를 존중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가장 큰 업적이라 면 이 권위주의의 타파가 아니겠는가. 그가 회주가 된 이후로 총회 내의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었다.
그가 회주가 되면서 벌어진 일들 과 그 이후에 있던 사건들을 생각하 면 굉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꼰대가 아니라는게 최고지.’
훈련을 시키고 임무를 주더라도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임무를 준다. 그러니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다. ‘내 때는 저 정도쯤은 손가 락으로 했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꼰대 이사들에 비하면 저 사람은 합 리성의 화신이었다.
이번 훈련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건너편 산봉우리를 한 시간 안에 찍고 오라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정 신 나간 미션이겠지만, 그들에게는 딱 적당한 준비운동이었다. 이 안에 서 그걸 할 수 없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강훈련을 시킨답시고 다짜고짜 말
도 안 되는 미션을 들이미는 꼰대들 에 비하면 얼마나 합리적인가.
“지금 출발합니까?”
“그래. 일단 운동장에 집결…… 아니다. 나도 바로 따라갈 테니까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출발해. 뭐 대 단한 일이라고 줄까지 맞추겠냐.”
저런 실용성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는지 입구에 있는 이부터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아니, 뛰어나가려 했다.
“어? 거기 잠깐.”
“예?”
“너, 뭐하냐?”
“말씀하신 대로 이제 뛰려고
“너, 내 말 뭘로 들었어? 내가 이 래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안 좋 아한다니까. 전달력이 떨어지잖아. 다음부터는 PPT라도 해야겠어.”
PPT야 그렇다 치고, 전달력이라니……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
“내가 체력 단련한다고 했잖아.”
“예.”
“그럼 내공 쓰면 안 되지.”
“……네?”
“맨다리로 뛰어야 체력이 단련이
되지. 내공 쓰면 체력이 단련이 되 나?”
이명환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저기 저 산봉우리를 내공 쓰지 말고 체력만으로 한 시간 만에 찍고 오라는 거구나.
음, 그러니까…….
그게 되는 수준이면 이미 인간이 라는 종족에서는 좀 멀어지지 않았을까? 그건 산표범도 못할 업적인 것 같은데?
“참고로……
방진훈이 손가락을 하나 들고는 말했다.
“나도 따라 뛸 거다. 미리 말하는데, ‘내가 모르게 쓰면 지가 어떻게 알아?’라고 생각하는 놈들은 내공 써봐라.”
“아주 재밌을 테니까.”
이명환은 다리에 모았던 내공을 천천히 풀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그래서 이 꼴이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다리는 제멋대로 풀려서 후들대고 있었다.
오늘 이명환은 새로운 사실을 깨 달았다. 설마 산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 줄이야. 풀 린 다리로 비탈을 뛰어 내려가는 것은 웬만한 체력으로는 하기 힘든 일 이었다.
그것도 전력으로 말이다.
“하, 이 새끼들!”
방진훈의 짜증 어린 목소리가 들 려왔다.
“겨우 이거 뛰고 헉헉대면 나더러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래도니들이 무인인데, 보통 사람보다는 좀 나아야 할 것 아냐. 산악 동 호회만가도니들보다 산 잘 타는 사람은 널렸겠다. 내가 너희 보고 무슨 에베레스트를 오르라고 했냐, 칸첸중가를 찍고 오라고 했냐? 동네 뒷산도 헉헉대는 놈들이 무슨 일을 하겠어?”
이거, 타임 어택이야, 이 미친놈 아!
시간 주고 오르면 에베레스트도 무산소 등정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 잖아!
할 말이 너무나 많지만, 입을 열 힘도 없었다.
이틀 동안 두 시간 자고 산만 타 다 보니 이제는 산이 나요, 내가 산 인 경지에 오르고 있었다.
그게 그리 쉽게 되냐고? 이러다 죽어서 산에 묻히면 그게 산에 동화 되는 거지, 인생 별거 있나.
“야, 저기 봐라.”
그 순간, 방진훈이 아래쪽을가리 켰다.
산비탈로 나 있는도로를 타고 빨간 스포츠카가 답지 않게 느릿느 릿 올라오고 있었다.
“니들, 이제 죽었다.”
“……”
“낄낄낄낄.”
“……”
저 차가 검은색이 아니라 다행이 었다.
검은색이었으면 사신이 타는 차 같았을 테니까.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