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57)
마존현세강림기-458화(456/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9화)
2장 시험하다 (4)
어렴풋이 들려온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든 이명환의 눈이 커 졌다.
‘ 뭐야?’
그의 눈에 익숙한 광경이 들어왔다.
어두운 실내.
마치 취조실처럼 꾸며져 있는 어 두운 실내.
처음 그가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본 그대로의 모습이다.
물론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광경이다. 강진호가 그를 고문 했다고 해서 사방으로 피가 튄다거 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뼈는 부러졌 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명환이 당황할 수밖에 없던 것은 시야의 높이였다.
낮다.
강진호의 손에 붙들려서 봤던 높 이와 지금 그가 보고 있는 높이가
다르다. 이명환은 그제야 자신이의 자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어떤 자세로 있는지를 새 삼 깨닫는다는 것은 평소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명환은 지금 그 생소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얼굴을 더듬은 이명환은 한가지를 더 알아챌 수 있었다.
‘부러진 것 아니었나?’
분명히 부러졌었다.
그것도 아주 산산조각이 났다.
손끝부터 손목까지, 그리고 팔뚝
도 분명 부러졌었다. 팔이 부러져 나가면서 느낀 고통이 아직도 생생 하다.
‘대체……
반대쪽 팔을 들어 부러진 부위를 매만진 이명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홀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팔을 분명 부러졌었다. 그리고 그 팔을 매만지고 있는 반대쪽 팔도 부러졌다. 팔도, 발도, 그리고 쇄골 까지도 모조리 부러져서 과연 정상 적인 몸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걱정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멀쩡하다는 말인가.
‘꿈?’
그럴 리가.
그 긴장된 상황에서 잠이 들 수 있을 리 없다. 잠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생한 악몽을 꾼다면 거기 까지 이르기 전에 깨야 정상이었다.
그리고 꿈일 리가 없다.
시각, 촉각, 후각…… 거기에 고 통을 선명하게 느끼는 감각까지 완 벽하게 선명한 꿈이가능할 리가 없 잖은가.
이명환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로 건너편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강진호가 보였다.
이 사람이겠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 그건 이 사람의 짓일 것이다. 이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 능한 일이니까.
강진호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합격입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대체 제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겁니까?”
바짝 높아진 목소리가 말이 끝나 감에 따라 조금씩 낮아졌다. 마지막 에는 쥐 죽은 듯한 목소리가 되어버 렸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목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말을 하는도중에 생각이 난 것이다. 지금 그가 대화 하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강진호가가만히 미소를 짓다가 품 안에서 담배를 꺼냈다.
“한 대 하시겠어요?”
“아……”
살짝 망설이던 이명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호가 내미는 담배를 받아들었다. 평소에는 잘 피우지 않는 담배이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피우겠는가.
찰칵.
강진호가 불을 붙여주자 이명환이가만히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질어질한 느 낌이 났다. 내공이 있는 무인이라 담배를 피워도 딱히 몸의 이상을 느 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 금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땀 흡수가 잘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음에도 전신이 축축하게 젖 어 있었다.
몇 번이고 담배를 빨아 떨리는가슴을 진정시킨 이명환이 강진호를 보며 물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딱히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군요.”
“예?”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담배를 물 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보다는 결 과가 어떤가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합격이라는게 중요한 거죠. 집으로 돌아가세요. 합격하신 분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강진호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서류에 뭔가를 체크했다.
“이제가보시면 됩니다.”
“ 아니……
이명환이 입술이 몇 번이고 달싹 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묻고 싶은 말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물을 수가 없었다.
짓눌린다.
알고 있다, 강진호는 아무것도 하 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무심하 고 무관심하다.
그럼에도 이명환은 알아서 강진호 에게 짓눌리고 있었다. 조금 전 그
가 겪은 일,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 분이가지 않는 상황에서 느낀 강진호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하게 박혀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화인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어떻게 이 사람에게 저항할 수 있겠는가.
그 꼴을 다시 겪을지도 모르는데.
이명환은 직감했다.
아마 이 순간 이후로 그는 강진호가 불로 뛰어들라고 하면 뛰어들게 될 것이다. 그게 강진호를 대면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으니까. 차라 리 불에 타 죽는 것을 선택할지언정
이 사람에게 대항하고 싶지는 않았다.
“환……술입니까?”
이명환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황당 하기 짝이 없었다.
환술이라…….
그런 건 정말 만화에나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물론 평범한 이들이 보기에는 그 들 역시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을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 에게는 그들 역시 비현실적인 존재 일 테니까. 하지만 무인에게도 나름의 현실감이라는게 있다.
강해진다고 해서 손에서 불을 뿜는다거나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되는게 아니다. 하지만 환술이라는 건 그들의 현실에서조차 벗어나 있는 개념이었다.
인간이 인간의 정신에 침투해 자 신이 만들어놓은 현실로 끌고 들어 간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환술이라기보다는 섭혼의 변형인데……
강진호가 미간을 긁었다.
“개념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니 라 딱히 뭐라 설명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론으로 배운 건 아니
라.”
“더 궁금하신 거라도?”
“아, 아닙니다.”
이명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를 홀린 귀신은 여전히 이곳에 있 고, 그를 귀찮아하는 중이었다.
세상 누가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해 봤겠는가.
당장 밖으로 나가려 하던 이명환 이 주춤했다.
“저……”
“네.”
“몇이나 합격했습니까?”
“얼마 없네요. 아직 면접 볼 사람도 많이 남았고.”
“예.가, 감사합니다.”
이명환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갔다. 정신이 들자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졌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이명환이가만히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그런 후에……”.
털썩!
저 방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
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누가 보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이명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바닥을 짚었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줄줄 홀러내리 기 시작했다.
‘이게 씨발, 연출이 아니었네.’
드라마 같은 곳에서 보면 극도로 긴장했을 때, 땀이 줄줄 흐르는 묘 사를 한다. 그게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서 흐르는 땀을 짜서 모으면 세수를 해도 될 정도의 양이 모일 것이다.
인간의 몸이 70%는 수분으로 이
루어져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많은 땀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이래서야 걸어서 이 건물을 빠져 나갈 수 있겠는가를 걱정하던 이명 환의 귀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응?’
고개를 든 이명환의 눈에 커다란 대걸레와 양동이를 든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뭐, 뭡니까?”
“비켜봐. 닦게.”
“네?”
이명환의 아래쪽을 슬쩍 본 사내가 놀랍다는 듯이 이명환을 바라보 았다.
“얘는 안 지렸는데 말입니다?”
“그래? 와, 이놈 강단 있네.”
이게 무슨 소린가?
“설명을 좀……
“아, 별건 아니고…… 그 방에서 나오는 놈들 중 반쯤은 나오자마자 너처럼 쓰러지더라고. 그런데 그중 에서 정신을 잃는 놈도 많고, 정신은 있는데 오줌 지리는 놈들도 있어 서…… 상황 봐서 청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쪽팔려 하지 말고 말해봐. 갈아입을 옷 필요하냐?”
“아, 아니요.”
“그런데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한 놈도 제대로 설 명을 해주는 놈이 없네. 너는 좀 제 정신인 것 같으니까 말 좀 해봐라.”
설명하라고?
그 일을?
‘무슨 수로.’
정신이 나가서 설명을 못하는게 아니다. 설명하려고 해도 설명할 방 법이 없는 거다.
분명 몇몇은 안에서 있던 일을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깨 달았겠지, 이 사람들을 납득시킬 방 법이 없다는 것을.
본인도 납득하지 못할 테니까.
“가면…… 됩니까?”
“이거 받고.”
사내들이 양동이 안에서 마른 수 건을 꺼내 이명환에게 내밀었다. 수 건을 받아들고 얼굴에 흐른 땀을 닦아낸 이명환이 축 늘어진 몸에 힘을 주었다.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난 이명환이 후들거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로 나가는 거였더라?’
벌써 십 년이 넘게 지내온 총회가 낯설게 느껴진다.
여기가 정말 지금까지 그가 지내 던 곳이었나?
“저쪽으로가면 된다. 참 희한하지. 애들 반응이 다 비슷하다니까. 너는 그래도 비명은 안 지르니까 다 행이다. 몇몇은 완전 미쳐서 나왔더 라고. 며칠 놔두면 괜찮아진다고 해 서 일단은 독방에 묶어놓기는 했는데.”
이명환이 허탈하게 웃었다.
‘안 미친 놈들이 더 이상한 거지.’ 그 꼴을 당하고도 제정신을 유지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명환만 해도 오늘 벌어진 일의 트 라우마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죽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설마?’
이명환의 눈이 흔들렸다.
그래, 벗어날 수 없다. 절대로. 그 사실이 무엇을의미하는가.
이명환이 흔들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이 문 안으로 들어갔던 이들은
합격을 하든 합격하지 못하든 강진호에게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만 약 이런 과정이 두어 번만 반복된다면 이번에 뽑히는 이들은 강진호가 죽으라고 하면 태연하게 죽을 수 있는 이들이 될 것이다.
‘설마 그것까지 생각한 건가?’
이명환은 자신의 처지를 실감했다.
그의 발끝이 거미줄에 닿아 있었다. 아직은 발뿐이지만 저 거미줄에 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순간, 거미줄은 더욱 그의 몸으로 달라붙을 것이다.
그리고 전신이 거미줄로 구속되는 순간, 머리 위에서 지켜보던 강진호가 그를 거미줄로 친친 감아버리겠 지.
남은 건 산 채로 체액을 빨리는 길 뿐이다.
“너…… 괜찮냐?”
“예?”
“땀이 계속 나는데? 보통은 이 정도면 정신 좀 차리던데, 너는 상 태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아뇨.”
이명환이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거기까지는 아니겠지.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하면 어쩔 텐가. 이미 그는 강진호에게 저항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얼굴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훔치면 서 이명환이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 밖으로 나갔다.
집, 집으로가고 싶다. 지금 당장.
“운전할 때 조심해라. 둘 정도가 내려가다가도로 이탈해서 굴렀다더 라. 안 될 거 같으면 여기서 자고.”
“……괜찮습니다.”
이명환은 듣는 둥 마는 둥하며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 밖으로 나온 이명환은 떨리는 눈으로 건물을 돌아보았다.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들락거린 건물이지만, 이 건물이 오늘만큼 스 산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같지만 전혀 다른,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 이 그를 덮쳤다.
여러 곳에 뚫려 있는 창으로부터 강진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이명환이 입술을 꾹 깨물고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차를 향해 걸 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