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58)
마존현세강림기-459화(457/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10화)
2장 시험하다 (5)
담배 연기가 실내를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진호는 연기 때문에 살짝 흐려 진 시야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차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이명환을 보고 있으려니 자신도 모 르게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음이 납니까, 웃음이?”
“이 양반, 진짜 새디스트라니까.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지 금 애들이 완전 돌아버렸다고 여기 저기서 난리가 났습니다.”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방진훈은 태연하게 대답하는 강진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가 원 한 대답은 이런게 아니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가 애들을 대놓고 패버린다고 하더라도 저 드센 젊은 무인들의 멘
탈을 순식간에 저리 날려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사람당 5분도 투자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가능하다는 말인가.
게다가 멘탈이 나가 버린 놈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딱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공포 에 질린 눈으로도망치기 바빴다.
‘애들을 병신으로 만들어놨어.’ 솔직히 화가 났다.
아무리 총회에 강진호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지만, 그놈들의 수장은 방진훈이다. 그런데 총회의 동량 이 될 놈들을 저따위로 만들어놨으
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말 괜찮아지는 겁니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굳어져 나왔다.
강진호 역시 그의 목소리가 평소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고개를 돌려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제가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나 요?”
“……아뇨, 그렇진 않죠.”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적이 없다.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강제로 현실로 만들어 버린 적은 있 지만.
“금방 괜찮아집니다. 실제로 한 경험도 아니죠. 지금 당장은 더 강 렬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천천히 나아질 겁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아진다는 거군요. 그것만 확 실하면 됩니다.”
“예.”
강진호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방진훈은 할 말이 없어졌다.
쩝하고 입맛을 다신 방진훈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 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도 리가 없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네?”
방진훈이 살짝 머뭇거렸다.
뭔가 달라졌다는 건 분명한데, 그 걸 말로 푼다는게 어려웠다.
“애들을가르친다고 하셨지만, 지 금까지는 이만큼의욕을 보이시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애초에 애들을 떨어트리는 것도 적당히 훈 련시켜서 떨어트려 나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방법을?”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 지만, 저 많은 놈들의 멘탈을 저리 날려 버리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강진호 스스로도 꽤 많은 힘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인원을 추려내기 위해서라 면 이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뺑뺑이를 돌린다거나 대 련을 시켜서 부적격자를 걷어내면 되니까. 그런데 강진호는 굳이 힘과 시간이 소모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의욕이라도 생겼나?’
하지만 어디에서?
그때,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애매한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애매한 거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심경에 변화가 조금 있었 거든요. 그동안 너무 흘러가듯 살았 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결국 이런저런 일에 휘말려서 여기까지 왔죠.”
“아……”
돌이켜 보면 강진호는 어떠한 일 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은 아
니었다. 총회와 얽히게 된 것은 이 중걸이 그와 접촉을 시도했기 때문 이고, 방진훈과 얽힌 것은 그 와중 에 방진훈의 부하들과 충돌이 있었 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남회를 박살 낸 것도 잘살고 있던 강진호를 미친 김석일 이 찔러 댔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걸 운이 없다고 평해야 할지, 아니면 대단하다고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혼자 잘살고 있던 사람을 대한민국의 쟁쟁한 무인이라는 것들이 괜히 건드렸다가 무인계
를 일통시켜 준 꼴 아닌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게 제가 관심을가지지 않고 피하려 한다 고 해서 피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 구요. 그랬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 았겠죠.”
“그건 확실합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튀어나오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에 강진호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이제는 그가 거부한다고 해도 세상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제 삶을 위한 목표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는 알았어요.”
“한가지요‘?”
“네.”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적 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요. 미 뤄뒀던 것은 하기 시작해야겠고, 거 슬리는 건 부숴야죠.”
살짝 한기가 든다.
무뚝뚝하게 하는 말이건만, 이 사람의 입에서 나오면 그냥 말로 끝나 지는 않으니까. 모두가 설마설마하
던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해치워 버 린 강진호다.
방진훈은 새삼 눈앞의 청년이 누 구인지를 실감했다.
이 사람은 맹수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스스로 우리를 뛰쳐나갈 생각이 없을 뿐이 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그 우리를 부수고 뛰쳐나와 사람의 목 에 이빨을 틀어박는, 그런 맹수 말이다.
이 사람을 자제시키고 있는 것은 주변인이라든가 사회의 시스템이 아니다. 강진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강진호 그 자신밖에 없다.
방진훈은 살짝 풀리려던 고삐를 팽팽하게 다잡았다.
그는 맹수 조련사가 아니다.
우연히 맹수 우리에 떨어졌지만, 배부른 맹수가 귀여워서 내버려 둔 토끼에 불과하다. 함께 생활하는 것 에 익숙해진 맹수가 장난을 쳐도 귀 엽게 봐주고 있을 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금 전 강진호에게 따져물은 것이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이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내가 미쳤지.’
사람은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저 사람이 누구 라고 따져 묻는다는 말인가.
얼마 전, 최진영이 말한 ‘철부지’ 라는 단어에 자신도 해당이 되는 것이다. 그놈들은 절대 강진호에게 허 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겪 어봤으니까.
“그래서 애들을 제대로 키워볼 생각이십니까?”
“예.”
새 담배를 입에 문 강진호가 손 끝을 비벼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깊게 빨아들인 연기를 천천히 뱉어
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시작한 건 똑바로 해야죠. 그리 고……
“네.”
“이것뿐만이 아니죠.가만히 있다 보면 세상 일이 알아서 다 흘러갈 거라는 태도는 버리기로 했습니다.”
방진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아니, 잠깐만.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말해 서 그리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생각
해 보니 이거…… 파급력이 어마어 마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도자 급에 있는 사람이 마음가짐 하나만 바꿔도 밑에 있는 이들에게는 태풍 이 불기 마련이다.
그리고 강진호는 명실상부한 대한 민국 무인계의 지배자였다. 그가 지 금까지 방관하던 태도를 버리고 적 극적으로 뭔가를 하기 시작한다면, 대한민국의 무인계는 순식간에 재편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드러 난 세계에도 미친다.
“그럼 이거 말고도 또 생각하고 계신게 있습니까?”
“일단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별건 아니구요.”
“네.”
“……욕먹기는 싫으니까 한번 다 녀와야 할 것 같아요.”
“네?”
방진훈이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살려줘.’
한은솔은 지옥을 겪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지옥을 겪었지만, 오늘만 한 지옥은 다시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지옥이 대체 언제 끝날 것인지를 모르겠다는 점이다.
한은솔이 고개를 살짝, 아주 사~ 알짝 돌렸다. 결코 그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게 말이다. 하지만 시야에 마녀의 빡쳐 있는 얼굴이 들어오자마자 0.1 초 만에 고개가 제 자리로 돌아왔다.
‘하느님, 제발 안 엮이게 해주세 요.’
그럴 수는 없다.
지금 빡쳐 있는 사람은 그의 배 우이고, 지금부터 그는 이 배우를데리고 중국으로가야 하니까.
비행 시간 동안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이 사람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내가 미쳤지.
왜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성공이라는 것에 너무 눈이 멀었다. 최연하가 중국으로가면 그가 당연히 그녀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괜찮을 줄 알았다고.’
최근 한동안 최연하가 좀 부드러 워졌으니까.
예전이었으면 물병부터 날아왔을 실수를 해도 웃는 낯으로 넘어가 주 었고, 부재중 전화가 여러 번 와 있 어서 짜증 난다고 새벽에 전화해서 발칵 뒤집어놓는 일도 없었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이 여자는 강진호를 만나서 사람 됐다. 정말로.
그런데…….
‘오늘은 또 왜 이러냐고?’
등 뒤에 안전핀이 뽑힌 폭탄을 지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이 년이란 시간 동안 지켜보았지만, 최연하가
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열이 받아 있는 건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하느님, 제발!’
오늘 그가 대처를 조금만 잘못해도 뉴스에 ‘최연하 회항 사건’이 보도될 기세다. 땅콩은 절대 시키지 말아야지, 절대로.
왜 이렇게 열이 받아 있는 걸까?
자기가 간다고 해놓고 출국일이 되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솔 직히 좀 민폐 아닌가?
얼굴을 보는 순간 계약이고 뭐고 다 날아갔다고 직감했지만,의외로 최연하는 말없이 출국을 기다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순간, 최연하가 중얼거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워낙에 작은 소리라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한은솔은 그가가진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으고 또 끌어 모았다.
“……는데, 전화 한 통이 없단 말 이지? 내가가는데,가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데, 오늘가면 최소 육 개월인데…… 그날 이후로 전화가 한 통이 없어. 원래 전화 안 하는 사람이고, 원래 톡도 안 보내는 사
람이라지만…… 그래도 최소한 내가가는데, 사람이 최소한……
뒤죽박죽인 말이지만,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러니까 출국한다고 말했는데 강진호씨가 문자 한 통 안 보냈다는 거네.’
빡칠 만하다.
최연하의 온갖 패악질을 두루두루 경험하여 이 여자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한은솔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최연하에게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건 좀 심했지. 암.
“누나, 이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더 기다리면 늦어요. 안에서 기 다려야……
“뭐?”
“……조금은 시간이 더 있다구요.”
최연하가 말없이 고개를 돌리자 한은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적색경보다.’
이대로라면 중국에 무사히도착해도 문제다. 아니, 이대로 무사히 중
국에도착할 수나 있을까? 승무원이 발소리만 내도 식판 뒤집어엎을 기 세인데.
‘전화라도 해야 하나?’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아차린 한은솔이 모종의 결심을 하 려는 찰나.
“어? 저, 저기!”
한은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구 쪽을가리켰다.
“뭐?”
“저기요, 누나! 저기!”
한은솔이 고개를 돌려 최연하를
보며 뒤쪽을가리켰다. 짜증으로 일 그러져 있던 최연하의 얼굴이 순간 적으로 화악 펴졌다.
“와……
보통은 그런 광경을 보면 요망하 다고 해야겠지만,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 보여서 그런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환히 웃는 최연하의 눈동자에 입구에서부터 걸어 들어오 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최연하가 걸어 나가 강진호를 맞 았다.
살짝 어색한 듯 뒷머리를 긁은
강진호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최 연하를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