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6)
마존현세강림기-46화(46/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21화)
4장 — 흘러가다 (3)
강진호는 금동이의 손잡이를 잡았다.
원래는 주문할 자전거가 오기 전까 지 잠시만 타려던 자전거였는데, 그 새 정이 들어버려 지금까지 타오고 있었다.
일년 사이에 참 많은 일을 겪은
자전거 였다.
페달이 부서진 건 부지기수고 체인은 예비를가지고 다녀야 했다.
휠의 살이 모두 부러져 휠을 새로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레임만은 꿋꿋하게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과연 명품이랄까.
강진호는 금동이를 몰아 학교로 향 했다.
강진호는 대충 눈에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대놓았다.
이사장 대리 조규민은 끝까지 이사 장실에 자전거를 대라고 주장했지 만, 강진호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것도 한번, 두 번이지, 매일 하 려니 사람 할 짓이 아니었다.
자전거를가지고 올라가는 것은 별 것 아니지만, 이사장실을 들락댈 때 마다 다른 이들의 눈초리를 끄는 것이 싫었다. 자신만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은 강진호에게 쾌감보다는 찝찝함을가져다주었다.
조규민과 강진호는 특별 주문한 사 슬로 금동이를 꽁꽁 묶어놓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덕분에 낡은 자전거 보관소에 새 지 붕이 설치되었고, 자전거로 통학하는 아이들이 기뻐하게 되었다.
강진호는 교실로 향했다.
“어, 진호 왔니?”
“응.”
“어머, 선배님 오셨어요? 제가 메시지 보냈는데?”
“어, 그래. 답장 못해서 미안하다.”
“선배님, 이번 주말에 시간 있으세요?”
“미안하다. 공부해야 해서.”
“진호, 안녕!”
“응, 그래. 안녕.”
강진호는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며 교실로 향했다.
예전 등교할 때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무학의 힘으로 전신의 탈태환골한 것이나 다름없이 변해 버린 강진호는 누가 보아도 잘생긴 얼굴에 키도 부쩍 자라 있었다.
“ 왔냐?”
교실로 들어서자 정인규가 강진호를 반겼다.
“어.”
“모의고사 성적 나왔더라.”
“성적이 벌써 나와?”
“이번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친 거라 그래. 선생님들이 채점했을 걸‘?”
“그렇군.”
강진호는의자에 앉았다.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두 달.
고3 교실은 팽팽한 긴장감과 장난기가 공존하는, 이상한 곳이 되어 있 었다.
“아, 오십 일 남았어!”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성적 어때?”
“그럭저럭 나와.”
“그래?”
강진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펼 쳐 들었다.
사실 강진호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내신은 예전의 점수를 뛰어넘 었지만, 모의고사 점수는 내신에 미 치지 못했다.
수업은 따라가지만 자체적인 공부는 되지 않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
“왜?”
“너 고3 책 보네?”
“그래.”
“너 얼마 전까지 고2 책 봤었잖아. 그런데 이제 고3이야?”
“수능 끝날 때까지 고2 책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정인규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나는 네가 미리부터 재수 공 부한다고 생각했지.”
“……뒈질래?”
“그래, 재수는 없어야지. 그런데 요 즘은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 라더라.”
“그래서 재수할 거냐?”
“아니. 이 짓을 어떻게 또 1년이나
더 하냐?”
“공부나 하면서 엄살떨어라.”
“아픈데 찌르네.”
강진호는 정인규를 손사래로 쫓아내 고는 책을 펴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었다. 대충 남은 한 달 이내에 남은 과정을 끝내고 시험을 쳐야 했다.
모두가 조규민이 철저히 페이스를 배분한 대로였다.
공부에만 전념했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배워 나갈 수 있었겠지만, 강진호는 여전히 공부에 크게 미련 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는 정도 면 충분했다.
과거,은근히 강진호의 성적에 관심을가지던 아버지도 카페를 연 이후
로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적이 나쁘게 나와도 강진호가 먹 고사는데는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강진호는 성 적 압박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집안처럼 호들갑을 받지도 못했다.
집에서의 강진호는 고2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아니었다. 사각사각.
아직 수업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교 실은 조용했고, 공부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수능이라……
강진호는 찢겨 나간 달력을 바라보 았다.
수능이란 체계는 강진호가 영 마음 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 만 수능 이상의 변별력을가지는 능 력 검정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순응하라고 수능인가.’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수능은 피할 수 없었다. 이왕 쳐야 한다면 노력할 뿐이었다.
문이 열리고 박유민이 안으로 들어 왔다.
“어? 박유민이다.”
정인규가 박유민에게 다가갔다.
“너 어제 이겼더라?”
“응.”
“이제 완전 프로게이머 된 거네. 넌 대학 걱정 없어서 좋겠다.” 박유민은 씨익 웃었다.
“야, 나도 너처럼게임이라도 잘해 서 이 시험 안 치면 좋을텐데.” 강진호는 혀를 찼다.
“피곤한 애 건드리지 말고니 자리 로가.”
“야, 솔직히 안 그러냐? 얘는 시험 안 쳐도 되잖아. 성적 나쁘다고 뭐
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그럼 너도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게임하든가.”
“게임만 하면 좋지.”
“하루도 안 빼고.”
“쉬는 날도 없이게임만 하는 거야, 기계처럼.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그거 좀 힘들겠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극소 수만 프로가 된다. 그리고 그 프로 중에서도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또 극소수지.”
“…….”
“한때 최고라고 불리던 사람도 조금 만게을러지면 금방 나락으로 떨어 진다.”
“그래도 얘는……
“넌 대학가면 놀겠지.”
“그야 뭐……
“얘는 지금 나이부터 벌써 사회생활 이야.니가 대학가서 미팅하고 술 먹고 놀 동안도 하루에 열다섯 시간 씩게임을 해야 돼.”
정인규가 박유민의 어깨에 팔을 둘 렀다.
“유민아.”
“응?”
정인규가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다.
“파이팅!”
“..어‘?”
“너도 참 힘들겠다.”
“뭔 소리야?”
박유민은 피식 웃더니 자리로 갔다. 아무리 프로가 되었다지만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했다.
강진호는 펜을 잡고 책을 펴 들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도 고3을 겪었다. 그때는 열 심히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 만, 지금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효율이었다.
적당한 점수를 얻을 생각이었다면 하던 대로 공부하면 된다.
강진호는 과거보다 나은 점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의미가 없으니까.’ 과거보다 나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면 그가 중원에서 보낸 시간은 헛된 것이 되어버린다.
강진호는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강진호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5등이라……
지난 등수가 50등 대란 것을 감안 하면 엄청나게 오른 수치였다. 하지 만 그럼에도 과거 그의 등수에는 미 치지 못했다.
무공이 있으니 성적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십오 년간의 백수 생활과 수 십 년간의 중원 생활은 그가 배운 지식 대부분을 앗아갔다.
남들은 12년에 걸쳐 천천히 쌓아 올리는 지식을 강진호는 불과 1년 사이에 단숨에 끌어올려야 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그 1년 동안 강진호는 석차
250등에서 25등까지, 무려 225계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나아지겠지.
모의고사를 쳤을 때, 강진호는 이제 막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 총정리를 하 고 나면 성적은 그보다 더 오를 것이다.
“1등.”
언제나 목표는 1등이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시 작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1등을 목
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 강진호의 지 론이 었다.
점심시간.
강진호는 밖으로 나가 운동장 스탠 드에 걸터앉았다.
“지치는군.”
체력의 문제가 아니다. 끊임없는 활 자와의 싸움은 정신력을 앗아갔다.
몸은 멀쩡한데 머리가 멍한 상태가 자꾸 벌어졌다.
운기조식으로 육체를 회복시키는 그가 이 정도인데, 다른 애들은 얼마 나 힘들까.
‘그러고 보면 잘도 이걸 버텨냈군.’ 강진호는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 보 았다.
그때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효율은 없고 시간만 때우는 수준이 지만, 그때는 확실히 지금보다 더 큰 열정이 있었다.
‘두 달인가?’
과거의 운명대로라면 강진호는 두 달 뒤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하반신 마비가 되어 혼자 살아가게 된다.
다시 말하면 두 달 뒤부터는 강진호
가 모르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강진호는 다가올 삶을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삶은 어떻게 보면 그 삶을 위한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미 겪어본 삶 이기에 적응이 빨랐다.
하지만 대학 생활부터는 그가 전혀 모르는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일단 대학을가야……
강진호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나 이제 왔는데 일어나면 어떻게 해!”
강진호는 고개를 돌렸다.
한세연이 슬금슬금 다가와 강진호의 옆에 앉았다.
강진호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피곤해 보인다?”
“피곤해. 죽을 것 같아.”
“적당히 해. 성적도 좋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 그전에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막상 당일 날 잘못하 면 다 끝나는 거야.”
“그렇긴 하지.”
“지금까지의 십이 년이 단 하루로 평가 받는다는게 너무 억울해.”
“기회는 또 있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재수 있는 소린데.”
한세연은 피식 웃다가 강진호의 어 깨를 두드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성적 올랐더 라?”
“그래.”
“전교 25등이라며?”
“그래.”
“열심히 했네. 이 누나는 기쁘다.” 한세연이 강진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진호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 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뭘 봐?”
“하늘.”
“넌 심심하면 고개 올리고 위를 보 더라.”
“실감하려고.”
“ 뭘?”
“여기에 있다는 걸.”
“이상한 소리 한다, 또.”
“아냐.”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너, 대학 어디 갈 거야?”
“성적 되는 곳.”
“네 성적이야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한국대학도 갈 수 있
겠다?”
“거긴 안가.”
“ 왜?”
“너무 멀어.”
한세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남들은 못가서 안달인 대학인데 멀어서 안 간다고?”
“가까운데 재경대 있으니까 그냥 거 기 갈려고.”
“정신 차려. 너 지금 성적으로는 재 경대도 어림없어.”
“알아 ”
“그런데 왜 그렇게 호언장담해? 너 희 할아버지 믿고 그러는 거야?”
“성적 안 되는 학생을 넣을 수 있으 면 그건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지.”
“그렇긴 하다. 입시는 진짜 민감한 사안이니까.”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는 그만의 방법이 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은 그에 대한 준비 였다.
“들어가자.”
“응.”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세연 이 뒤를 따라왔다.
“그런데 강진호.”
“응‘?”
“공부 열심히 해.”
“왜?”
“재경대까지는 괜찮아. 나도.”
“뭔 소리야?”
“네 말대로가깝고 한국대보다는 좀 못한 듯하지만, 장학금 따기도 좋고 이미지도 괜찮고.”
“넌 한국대 목표 아냐?”
“그냥 뭐 그렇다는 거야. 나 들어간다.”
강진호는 뛰어가는 한세연을 바라보 며 피식 웃었다.
“싱겁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