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60)
마존현세강림기-461화(459/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12화)
3장 배웅하다 (2)
“여기가 한국인가?”
입국 심사장을 거쳐 공항 내부로 들어온 갈색 머리의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번화한 곳이군. 여기만 이런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한민
국이라는 나라는 꽤나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더군요.”
“그래?”
“GDP로 보면 10위권에 근접한 국가입니다.”
“10위권?”
뱅상(Vincent)은 눈을 크게 뜨고 마티외 (Mathieu)를 바라보았다.
“10위권에 근접했다고 하면 선진 국 중에서도 알아주는 국가라는 뜻 아닌가. 그런데 왜 내가 이 나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지?”
“이상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국가라……
“……기묘한 일이군.”
뱅상이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GDP가 국력을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순위로 존재 감을 뽐내기에는 이 나라 주변에 존 재감이 강한 나라가 너무 많았으니 까.
중국과 일본, 거기에 러시아까지 이 주변에 모두 포진하고 있지 않은가.게다가 바로 위에는 불량국가로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북한도 존재한다.
‘덕분에 이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군.’
그 GDP 10위권의 국가조차 명함을 내밀기 힘든 곳이 바로 이 동아 시아라는 곳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세계도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세 계에서 동아시아의 중요성은 훨씬 더 커진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완충지대를 만들어주던 국가가 약진하기 시작한다?
‘폭발이지.’
새삼 자신이 맡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달은 뱅상이 진 지해진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드러난 세계와 드러나지 않은 세 계는 서로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 만, 어쩔 수 없이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기도 하다. 나라의 국력이 무인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리고 무인계의 강함이 국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
역사가 짧아 무인들의 힘이 미약 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면서 지금은 무인들로도 중국도 위협할 수 있을 만한 힘을 보유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만큼 국력이 있는 나라라면 무인계가 약동하면서
이끌어낼 수 있는 시너지도 만만찮을 것이다.
‘아무래도 쉽게 봐서는 안 될 일 이겠어.’
일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의 파급력이 너무 컸다. 뱅상은 이번 일은 반드시 성 공시키겠다는 다짐을 하며 입을 열 었다.
“그래서 어디로가면 되는 건가?”
“버스를 대절해 뒀습니다. 주차장 에 차가 대어져 있다고 했으니, 당 장 연락하여 이쪽으로 오라고 하겠 습니다.”
“아니, 우리가 간다.”
“예?”
“시선 끌 필요가 없다. 아무리 국 제공항이라고는 하나 외국인이 단체 로 버스를 타는 모습은 아무래도 시 선을 끌겠지.”
마티외가 뭔가 입을 열려다 말았다.
‘외국인이 이렇게 많은데……
기껏해야 50명 단위인 외국인들 이 버스를 탄다고 해서 딱히 눈에 띌 것 같지는 않지만, 이미 뱅상이 그리 정했다면 군말 없이 따르는 편 이 좋았다.
이건 임무다.
개인의 사소한 이견을 일일이 내 세우다 보면 명령 체계가 붕괴되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사실 버스 기사에게 어느 쪽으로 오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도 문제였다. 안내 표지판과 지도가 있 기는 하지만, 외국의 공항이란 언제 나 사람을 위축시키는 장소가 아닌가.
“사람을 불러놓지 않았나?”
“단장님, 한국에는 우리 요원이 파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요원을 부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들이라고 딱히 한국에 익 숙하지는 않아 별다른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편의는 그렇다 치고, 임무의 문 제가 아닌가. 말도 통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 우리가 그놈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텐데?”
“대신 원탁에서 요원을 보내주기 로 했습니다. 다만, 이틀 뒤 정도부 터 합류가가능하다고.”
“무능하긴.”
뱅상이 혀를 찼다.
영국 놈들이 원탁의 주도권을 잡 고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다. 예로부터 식민지 돈이나 빨아서 떵떵거릴 줄이나 알았지, 요리도 못 하고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는 놈들 아니던가.
“일단 좋다. 다들 장거리 여행으로 지쳤을 테니, 이틀 정도 숙소에 짐을 풀고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 지.”
“예. 그렇습니다.”
“일단 버스로가자.”
뱅상이 호기롭게 외쳤지만, 마티 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뭐하는 건가?”
“자, 잠시. 제가 지금 지도를 보
고 있는데, 어느 쪽이 동쪽인지
뱅상이 눈을 찌푸렸다.
“크흠, 잘 좀 보게.”
하지만 그도 지도를 봐서 생전 처음 와본 곳을 찾아갈 자신은 없었다. 어설프게 나서면 망신만 당하지 않겠는가.
“음, 이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마티외가 고개를 들고는 눈을가 늘게 떴다.
“해외에 나오면 길은 물어서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적당한 사람을 찾 아서 묻죠.”
“좋은 방법이네.”
마티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적당한 사람.
프랑스어를 아는 지식인이 이 주 변에 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영 어를 대충이라도 아는 젊은 사람, 그리고 그를 봐도 겁먹지 않을 만큼의 건장한 남자.
“익스큐즈미!”
마티외가 손을 번쩍 들고는 지나가는 사내에게 뛰어갔다.
“네?”
서양인들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 오자 청년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
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듯했다.
마티외가 영어로 주차장의 위치를 묻자 사내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왜, 대체 왜 나에게 이런 걸 묻 느냐는 표정이군.’
알아들은 것을 보니 영어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고, 다만 외국인과 회화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사내가 뭔가 심각하게 고민 하기 시작했다.
‘ 흐음?’
그 광경을 보며 뱅상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동양인치고는 잘생겼는데?’
선 굵은 얼굴이 호감상이었다. 국 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미남과 미녀 에게는 호감이 생기는게 사람의 본 능 아니겠는가.
“어, 음……
청년이 입을 열었다.
“고 어헤드. 스트레이트. 음, 턴 레프…… 라이트? 레프……
뭔가 더듬대고 설명하려던 사내가 얼굴을 굳혔다.
“흠‘?”
순간 살기까지 어린다 싶은 얼굴
을 보고 뱅상이 살짝 긴장하는 순간!
“컴 온! 고 투게더!”
사내가 패기 넘치게 앞장서서 걷 기 시작했다.
……현명하다.
그리고 친절해.
사내의 안내 덕분에 뱅상과 마티 외는 일행을 이끌고 무사히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도착할 수 있었다.
“땡큐!”
“메르시!”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네자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미개한 나라는 아닌 모양이군.’
그 나라의 수준을 알고 싶으면 그들이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된다.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면 서까지 그들을 안내해 준 청년을 보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이 한결 좋아지는 듯했다.
“그럼.”
청년이 돌아가는 모습을 환대한 일행들이 버스 짐칸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일단은 호텔로가는 건가?”
“예. 목표물에 대한 일부 자료는 버스에 실려 있고, 남은 자료들은 팩스와 메일로 받을 겁니다.”
“자료조차 현지에서 받아야 한다니.”
“나이트 위긴스가 정리한 자료를 넘겨주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입니다.”
“빌어먹을, 로스트비프나 처먹는 영국 놈들. ‘엿이나 먹어봐라’겠지.”
뱅상이 입에 욕을 담자 마티외가 입을 다물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 록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 못
할 중오가 존재했다. 마티외 역시 프랑스 인이라 영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뱅상처럼 증오하는 수 준까지는 아니었다.
“어차피 정보원이 오기 전까진 활 동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틀 정도 쉰다 생각하시지요. 이전 임무를 끝 낸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마침 잘된 일 아닙니까.”
“흐음……”
뱅상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얼굴이었다.
임무에 들어가기 전에 쉬는 것은 쉬는 것이지만, 임무에 들어가고 나
서 쉬는 것은 쉬는게 아니다.
임무를 맡는 그 시점부터 끝내는 시점까지의 시간이 그들의 능력을 증명해 주기 때문이었다.
시급을 다투는 임무에 이틀이라는 무의미한 낭비가 강요된다는 측면이 뱅상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좋아. 이왕 이리된 것, 편히 마 음먹자고.”
“좋은 생각이십니다.”
“애들 타라고 해. 일단 호텔로가 지.”
“예.”
단원들이 모두 버스에 탄 것을
확인한 뱅상과 마티외가 버스에 타 려는 순간.
부우우우웅!
그들의 옆으로 붉은색 람보르기니가 다가왔다. 뱅상이 살짝 불쾌한 시선으로 람보르기니를 바라보았다.
저런 차를 저리 과격하게 몰…….
창문이 열리고,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본 청년이 손을 흔드는 걸 본 뱅상의 얼굴이 풀어졌다.
“훌륭한 청년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람보르기니가 멀어지는 것을 훈훈 하게 바라본 두 사람이 버스에 올라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의 착석이 끝나자 버스가 천천히 출발했다.
“버스에 자료가 있다고 했나?”
“예. 먼저 정리된 것을 한국에서 출력해가져오게 했습니다.”
“조금 섣부른 짓이 아니었을까?”
뱅상의 시선이 운전기사에게로 향 했다.
“정보원은 없어도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 요. 특히나 대프랑스 제국쯤 되면 말입니다. 외교부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신뢰할 만하지.”
뱅상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러나지 않은 세계와 드러난 세 계의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만 고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원탁처럼 전 세계를 누비 며 임무를 맡는 이들에게는 국가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그렇기에 유 럽 각 나라에는 외교부에 그들을 전 담하는 부서를 두어 지원하는 실정 이었다.
“서류는?”
“여기 있습니다.”
마티외가 운전석 옆에 놓인 박스 안에서 잘 정리된 서류를 꺼내 나누 어 주었다.
“일단 숙지하도록.”
“ 예.”
뱅상도 서류를 펼쳐 들었다.
“ 흐음.”
서류가장 앞에 나와 있는 강진호의 인적 사항과 사진을 확인한 뱅 상이 미묘하게 웃었다.
“여하튼, 나는 동양인이랑은 잘 안 맞는 것 같네.”
“네?”
“다들 똑같이 생겨 보이니 말이
야.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내 눈에는 이 사람과 조금 전 보았던 그 청년이 비슷하게 생겨 보이는데, 나는 아무래도 동양인을 구분하기 힘 들 것 같네.”
마티외가 사진을 연신 바라보았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제, 제 눈에도 비슷하게 보입니 다만?”
“그런가? 자네도 이번 임무……
뱅상이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번쩍 들어 마티외를 바라보았다.
“비슷하게 보인다고?”
“예.”
“아니, 잠깐만. 내가 저 청년을 보고 동양인답지 않게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 길에 널려 있다는 말인가? 이 동네는 뭔 엘프들만 산다고?”
“너희 눈에는 어떠냐!”
뱅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 리치자, 자리를 채우고 있던 단원들 이 뱅상의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병신 놈들이!”
뱅상의 얼굴이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 그들은 목표를 바로 앞에다 두고도 하하호호거리며 배웅 까지 했다는 것 아닌가.
서류 뒷장에 강진호가 타고 다니는 차량 정보까지 확인한 뱅상이 손 에 들린 서류를 뒷자리로 집어 던지 고는 소리쳤다.
“호텔까지 뛰어와, 이 병신 놈들 아!”
그렇게 슈발리에와 강진호의 만남은 최상이자 최악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