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64)
마존현세강림기-465화(463/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16화)
4장 부딪히다 (1)
“마침 잘됐습니다. 안 그래도 그 와 관련된 말씀을 드리려고 했으니 까요. 비급의 해석과 번역을 제가 맡겠습니다. 대신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그걸 네가 한다고?”
방진훈이 영 미덥지 않다는 얼굴
로 말했다.
“이봐, 이현수. 아니, 이 과장. 비 급이라는 건 토씨 하나 틀리는 것 때문에 파급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어설프게 해석을 할 거면 차라 리 안 하는게 낫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현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자,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괜히 잘못 해석했다가는 애들 버 리는 일만 벌어진다고. 뒷감당…… 네가 할 수 있어?”
“그동안 김석일의 지시로 중국에 서 입수한 비급을 몇 번 해석했습니
다.”
“……그래?”
“네. 익힌 놈들에게서도 딱히 부 작용이랄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걱정 되신다면, 해석본을 강진호씨가 다시 감수하면 될 일이지요. 다른 비급이야 해석의 문제가 있겠지 만, 저자가 같이 있는데 문제야 있 겠습니까?”
“음……”
방진훈이 침음을 삼켰다.
‘유능하긴 더럽게 유능하단 말이야.’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 유능한
것보다 짜증나는 케이스가 있을까?
꼬투리 잡을 거리가 없다는 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그럼 그렇게 하죠.”
강진호가 간단히 결론을 내리자 방진훈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럼 그 부탁이라는 건?”
“저도 끼워주십시오.”
“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끼워 달라니?
“이번에 하는 수련 말입니다.”
“수련에 끼고 싶다는 소린가?”
“ 예.”
“야, 이현수!”
방진훈이 기겁을 해서 소리쳤다.
“인마,니가 해야 할일이 한둘이 아닌데, 수련한다고 빠져 버리면 어 떻게 하자는 거야?”
이현수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현재 영남부의 관리는 거의 이현수가 전 적으로 맡고 있었다.
병합된 지 얼마 안 되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윗자리를 차 지하고 명령을 내리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 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현수가 빠지게 되면 당장 영남부의 운영이 문제인 것이다.
“인수인계는 거의 끝났습니다. 그 리고 수련을 하는 와중에 중요한 일은 병행을 하겠습니다.”
“마, 그래도……
“그리고 이제 시간도 적절히 흘렀 습니다. 직접 하실 때도 됐죠. 아니 면 이대로 영남부가 제 개인 세력화가 되어도 괜찮으십니까?”
방진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
김석일이 사라지고 권력 공백이
생긴 영남부를 이현수가 모조리 집 어삼키고 있는 꼴이었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리 조치한 것이지만, 계속 내버려 두면 문제가 된다.
‘참 짜증 나는 부분이란 말이야.’
모든 건 강진호가 전격적으로 영 남회를 치고 병합해 버린데서 생긴 문제였다.
총회와 영남회가 전면적으로 붙어 서 결론이 났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 하지 않았을 테지만, 총회와 영남회의 병합은 전적으로 강진호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더구나 그 과정이 워낙 파격적이
다 보니의외로 영남회는 전력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영남 회가 총회가 아닌 강진호에게 굴복 하고 병합한 것이다 보니 총회가 영 남회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강진호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있 으니 나름 명령이 먹히기는 하지만, 언제 반발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에 이현수에게 실권을 넘기기는 했 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총회가 아닌 이현수가 영남부를 집어삼
키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적당한 시기에 이현수를 잘라내고 영남부에 대한 지배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워낙에 민 감하고 복잡한 문제이다 보니 차일 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려하시는 일은 벌어지 지 않을 겁니다.”
방진훈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이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제가 거기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보다는 제가 강진호씨 밑에서 구 르고 있는게 더 확실한 족쇄가 될 테니까요.”
“으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영남부의 강진호씨에 대 한 두려움은 회주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으로 큽니다. 강진호씨가 총회를 적대시하지 않는 이상 반란이나 불복은 없을 테니, 그 부분에 대해 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진훈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업무적인 문 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세세한 부분은 따로 논의를 해
야겠지만, 강진호를 앉혀놓고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진호씨 밑에서 배우고 싶다니, 그거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롭니다. 저도 합류하고 싶다는 거죠.”
“이제 와서?”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이로 따진다면 저도 이제 삼십 대 초반이니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젊은 놈 들에 비하면 제가 몇 배는 더 강할 겁니다. 평소 상대하던 사람들이 다 괴물이라 그렇지, 저도 젊은 무인들
중에서는 강한 축에 듭니다.”
“그야 그렇지만.”
방진훈이 입맛을 다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낭비 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방 진훈은 개인적으로 이현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능력은 믿고 있었다.
당장 총회에 위협적인 일이 생겼을 때 상의할 수 있는 아랫사람은 천태훈과 이현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이현수다. 그는 더없이 천태훈을 신뢰하지 만, 능력적인 측면으로는 천태훈보
다 이현수를 더 신뢰했다.
“자네의 장기는 무학이 아닐텐데? 아무리 이곳이 싸움질하는 놈들 이 모인 곳이라고는 하지만, 실무를 맡아줄 사람도 필요해. 그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렇게 생각했죠.”
이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까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머리를 아무리 잘 써봤자 편리 한 스마트폰 앱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 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왜
김석일을 버리고 이곳에 붙었겠습니 까.”
“혹역사를 잘도 제 입으로 떠드는 군.”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니까요.”
이현수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적당한 시점에 적당하게 힌트를 주는도우미 역할은 사양하겠습니다. 결국 저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 죠. 이 세계에서 다른 것은 그저 부 차적인 문제입니다. 힘이 있어야 머 리도 있는 것이죠. 결국 제가 꾸민 모든 계력이 저분의 힘에 모조리 박
살 난 경험도 했고요.”
“끙.”
방진훈이 이마를 감쌌다.
‘저 양반 하나가 사람 여럿 버려 놨다니까.’
예전에는 그래도 나름 사업체적인 면모가 있었는데, 강진호가 나타나 고 나서는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저 힘힘힘.
‘넌더리가 날 지경이군.’
하지만 그게 옳은 방향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니 입도 못 떼겠 고…….
그때,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
다.
“하고 싶은 대로.”
“허락하시는 겁니까?”
“테스트는 이미 끝낸 거나 마찬가 지니까. 비급 받아서 해석하고 내게 보네.”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숙였다.
“ 다만……
“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손을 떼 더라도 회주님께 조언을 드리는 일은 계속해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그 정도는……
“아니.”
강진호가 이현수의 말을 잘랐다.
“하고 있는 일에서만이 아니야. 이제는 총회의 전체적인 정보를 취 합하는 일도 해야 할 거야.”
이현수가 얼굴을 굳혔다.
“아직은 좀 어렵습니다.”
이현수가 슬쩍 방진훈의 눈치를 보았다.
그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방진 훈이 과연 그만큼 이현수를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방진훈 역시 그리 탐탁치않은 얼 굴이었다.
“그리 급한 일은 아니니까…… 천 천히 해도 될 것 같습니다만?”
“급하지 않다구요?”
강진호의 반문에 방진훈이 입을 다물었다.
“위기감을 잃으신 것 같은데, 총 회를 통합했다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건 아닙니다. 아직 일본과의 문제가 끝나지도 않았죠.”
“아……”
“그동안 과할 정도로 조용했으니, 이제 곧 문제가 생길 겁니다. 아니, 이미 문제는 생기고 있을지도 모르 죠.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
다.”
“으음……”
방진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집요한 일본 놈들이 이 정도 에서 물러날 리가 없다. 조용하다는 것은 역으로 큰 것을 노리고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상한 외국인들도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더군요.”
“네?”
방진훈의 물음에 강진호가 공항에 서 본 것을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방진훈이 인상을 썼다.
“으음,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고……
가만히 설명을 들은 이현수가 입을 열었다.
“현재 총회의가장 큰 문제 중 하 나는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 입니다. 한국을 제외한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은 그 라인에서 벗 어나 있습니다. 국내적 문제라면 딱 히 정보 부족을 느끼지는 않지만, 해외가 엮이면 문제가 심각해집니
다.”
“확실히.”
“게다가 이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필연적으로 해외일 수밖에 없 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총회 차원에서 해외에 대한 정보를 수집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잖은가. 다른 나라들이야 수십 년 동안 해외에 정보처를 만들어왔지만, 우 리는 해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으니까. 지금부 터 정보 부서를 만들어서 해외로 돌 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네, 그렇죠. 그러니……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접촉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접촉?”
“네. 원교근공은 병법의 기본이죠. 어차피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에게 정보를 줄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우리는 일본과는 적대적인 상황이 고, 중국과는 영남회의 붕괴와 함께 라인이 끊어졌습니다. 결국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이 아 닌, 제3국과 연계할 필요가 있죠. 동아시아의 정세에 밝으면서도 결코
우리와 적대할 필요가 없는 곳과 말 입니다.”
“흐음……”
강진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 올랐다.
‘이름이 뭐였지?’
당돌하게 쳐들어와 제 할 말만 늘어놓던 그 여자, 백금발의 그 여 자 말이다. 유럽 쪽이라고 했나?
이현수가 강진호의 눈치를 살폈다.
“생각하는 쪽이 있으십니까?”
“……일단은 고려만 하죠. 당돌한 여자는 조금 무서워서.”
“네?”
“아뇨, 아닙니다.”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와 버린 강진호가 당황하여 고개를 저 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따로 움직여 보겠 습니다. 하지만 이게 완전한 대책이 될 수는 없으니,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방진훈은 오늘 처음으로 회의다운 회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저놈을 무시할 수가 없단 말이야.’
강진호와 그가 회의를 하게 되면 이런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조직에 브레인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실감하는 방진훈이 었다.
“다만, 강진호씨.”
“네.”
“일본과 한국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정보의 유무 와 상관없이 그들은 반드시 강진호씨를 노리려고 할 것입니다.”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소름 돋는 미소를 본 이현수가 입을 꾹 닫고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이래야지.’
이래야 강진호지.
이현수는 궁금했다.
적으로의 강진호는 충분히 느껴보 았다. 그러니 이제는 이 사람과 함 께 싸우는 기분을 느껴볼 차례였다.
그리고 그 시기는 이현수의 예상 보다 일찍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