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67)
마존현세강림기-468화(466/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19화)
4장 부딪히다 (4)
죽자마자 부활하여 자신의 라인으로 올라간 강진호의 챔피언이 적을 발견하자마자 다짜고짜 점프해 적 챔피언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
채팅 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사나이! 사나이!
— 남자! 이것이 남자다!
– 영웅은 사소한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난 지금까지 내가 AOS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장르가 대전격투 였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브5 클라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돈과 카오스가 채팅방에 강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워 한다는 점 에서는 성공적인 방송이라 할 수 있 었다. 무너지고 있는 박유민의 멘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 진호야! 뭐하는 거야?”
이미 몇 번이나 죽었는데 그 사 이 성장한 적 챔피언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거기에 강진호의 습성을 파악한 적 정글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강진호가 돌아오자마자 합공을 해 깔 끔하게 강진호의 챔피언을 잡아내었다.
박유민이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뒷골을 잡았다.
‘혀, 혈압이!’
어른들이 말하던 뒷골이 당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확실하게 이해 할 수 있었다.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구나. 진짜 사람이 혈압이 오 르면 뒷골이 당기는구나.
“잡을 수 있었는데.”
어림도 없었거든? 너 지금 엄청 약하거든?
광속으로 올라가는 스크롤을 보며 박유민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진호야. 너 갤럭시 할 때는 안 그랬잖아?”
“응?”
“그때는 전력 분석도 하고 뒤로 뺄 줄도 알았잖아. 그때 네가 너무 간을 잘 본다고 사람들이 너보고 여 우라고 했었는데!”
“그랬던가?”
“그렇거든?”
채팅창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 쟤 누구야? 박유민이 갤럭시 잘했다고 하면 엄청 잘하는 건데?
– 박유민 성격이 엄청 순한데 갤럭시 이야기만 나오면 다른 사람 다 무시한다고 이중인격자 소리도 들었잖아.
– 오죽하면 팀 선배한테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그런데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잘 한 건데.
– 프로는 아닌데. 저 얼굴이 프 로였으면 모를 수가 없어.
– 그럼 리그 안 망했겠지. 여자 팬만 백만 찍었다. 광안리 재현했지.
– 그럼 아마추어란 말이잖아. 아 마추어 중에 그리 잘한 사람이 있었나?
– 나 하나 아는데.
하지만 그 채팅 창은 박유민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임에서는 왜 그래? 누가 봐도 딱 지는 상황이구만.”
강진호가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박유민이 홈칫하고 말았다.
강진호의 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유민아.”
“ 으응……
“잘 들어라.”
강진호의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
“전쟁을 할 때는 세력을 봐야 한다. 그리고 전략을 짜야 하는 법이 지. 무모해서도 안되고 냉정해야 한다.”
“전쟁……. 응, 갤럭시 말이지?”
“그래. 하지만!”
강진호의 목소리가 피씨방을 우렁 우렁 울렸다.
“세력은 물러설 수 있지만, 나는
물러서서는 안 돼! 죽는 한이 있어도 나는 싸운다. 설령 죽더라도 마 지막까지 등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건 나의 승리다!”
— 오지구요! 지리구요!
— 진성 정신병자네.
— 정신병은 죄가 아닙니다. 치료 될 수 있습니다.
—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언 터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탑신복음에 수록해라. 3장 1절 탑은 등을 보이지 않는다.
— 그 얼굴 그리 쓸 거면 나 줘 새끼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유민의 방송이 역대 최고 시청 자를 찍는 순간이었다.
치익.
힘겹게 캔을 딴 박유민은 콜라를 쭉 들이켰다.
“크으.”
목이 따가웠지만 청량감이 그를 반긴다.
‘사이다가 필요하지만 콜라도 나
쁘지 않지.’
지금은 탄산이면 아무래도 좋았다. 탄산이라도 먹지 않으면 토할 것 같았으니까.
강진호와 듀오를 이룬 박유민은 살아생전 처음으로 5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지옥 같은 승부욕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는 박유민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영웅이 열 명 있어도 트롤 하나 못 막아.’
새삼스레 깨달은 진리였다.
그리고 그 트롤은 지금 편안한
얼굴로 그의 앞에서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휴.”
콜라를 쭉 들이켠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불을 붙였다.
“여긴 흡연실이 괜찮네.의자도 있고.”
“카페형이라 그래.”
“음. 그런가보다.”
그의 멘탈은 아작이 났지만 강진호는 멀쩡해 보였다. 저런 멘탈을 배워야 하는데……. 애초에 그의 멘 탈을 아작낸게 강진호였긴 하지만
저 스트레스가 극심한게임에서 5연 패를 하고도 평소와 다름없는 강진호가…….
우그그극!
강진호가 다 마신 캔을 주먹으로 우그러뜨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열 받았네.’
멘탈은 무슨. 똑같구만.
그럼 그렇지, 예전에 갤럭시 두어 판 졌다고 빡쳐서 프로게이머보다 더게임한 놈인데 승부욕이 없을 리가 없지.
“진호야. 그러게 좀 물러서면서”
“내 방식으로 이기지 못하면 이겨도 이긴게 아니다.”
“……그래.”
그래, 사람이 줏대 있게 살아야 지. 진호 너는 그걸로 됐다.
‘어차피 프로할 것도 아닌데 그깟 컴퓨터게임 좀 지면 어때서.’
이제 같이 안 하면 되지.
강진호가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뱉으며 물었다.
“그래서 너는 준비 잘 되어가 냐?”
“응. 잘 되어가지.”
너 오기 전까지는 정말 잘 됐는데. 그래도 네가 와서 돈은 많이 벌 었다. 지금까지 방송으로 번 돈보다 오늘 하루 번 돈이 더 많겠더라,야.
“예전만큼 올라갈 수 있겠어?” 박유민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만큼이라.’
과거 그가 프로게이머였던 시절의 커리어를 말하는 거라면 대답은 하 나뿐이다.
“아니.”
박유민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능하다고 해야지.”
“아닌 건 아닌 거니까.”
박유민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강진호는 그의 우승을 보고 군대 에 갔다. 하지만 진짜 박유민의 전 성기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때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리그가 망해서라고 위안하긴 하지 만 그게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최고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전성기는 더없이 찬란했지만 거기에서 밀려나는 기분도 충분히 맛봤다.
“내 입으로 말하면 자랑 같지만.”
“자랑이겠지.”
“그래. 자랑인데. 예전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난 정말 원탑을 찍었다고 생각해. 단기 임팩트로는 나보다 화 려했던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세계 최고였지.”
“잘났다.”
“그래. 잘났었지. 그런데 이게임으로는 거기까지 올라갈 수는 없 어.”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팀게 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나보다 잘할 사람이 널렸으니까. 이 제 내 피지컬도 좀 무뎌지기도 했 고.”
강진호가 고민하는 듯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네가 보기에는 패기가 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야.”
“안 그래도 그 말을 하려고 했다.”
박유민이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 진호야.”
“내가 예전에 정상에도 서보고 미 끄러져도 보면서 느낀게 뭔 줄 알 아?”
“글쎄……
“정상은 단 한 사람만 갈 수 있는 자리야. 그런데 세상 모든 사람이 정상을 노리면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 어.”
“음…….”
“나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게임을 하는게 아냐.게임하는게 좋고게 임하는게 즐거우니까 하는 거지.
물론 설렁설렁 하겠다는 건 아냐. 나도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니까. 최 선을 다해야지. 하지만 최고가 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저 그와는 다른 생각일 뿐.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다면 결과는 따라올 거야. 그리고 그 결과가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나는 만족할 수 있어. 나이가 조금 들어
보니 알겠더라. 최고가 된다는게 최고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말이야. 예전에 정상의 자리에서게임만 하면서 우승하기 위해서 모든 걸 다 희생할 때보다 지금이 열 배는 즐거 워.”
“으음.”
“그때는 너도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게임밖에 없었거든. 다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그래. 그렇겠지. 무슨 말인지 안다.”
생각해 보면 딱히 다를 것도 없 었다.
강진호는 중원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시작은 생존에 대 한의지였지만 그의 생존이 완벽히 보장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더 강해지고 또 강해져서 세상 모든 것을 발아래에 두려 했다.
그 결과는?
평범한 삶에 대한 욕구.
최고가 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을 보장한다면 이번 삶에서도 좀 더 치 열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 역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그렇기에 평범해지려 했다.
가족이라든가, 친구라든가. 누군가 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얼마 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으니까.
‘확실히 나보다는 나아.’
강진호가 죽어서야 깨달았던 사실은 박유민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거 테스트 떨어질 것 같아서 미리 밑밥 깔아놓는 건 아니 겠지?”
“들켰나?”
“죽인다.”
“테스트는 붙어야지. 붙어야겠지. 안 돼. 애들이 이제 슬슬 눈치주기
시작했단 말이야. 하는 것 없이 놀 고먹기만 한다고.”
“애들이?”
“그래. 그렇게 재산 까먹다가는 장가도 못 간다고 빨리 일해서 돈 벌래. 지들이 나 때문에 속이 썩는 다고……
“……요즘 애들은 무서워.”
“그렇다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박유민이나 그나 이곳저곳에 치이 면서 사는 건 마찬가지였다.
“유민아.”
“응.”
“열심히 해라.”
“새삼스럽게.”
어색해 하는 박유민을 보며 강진호가 입가에 미소를 그려내었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내 삶은 얼 마나 달라졌을까?’
박유민은 강진호를은인으로 생각 하는 모양이지만, 강진호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박유민을 잡아끌지 않 았더라도 박유민은 이곳까지 왔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니까. 강진호 덕분에 조금 더 쉽게 왔을 뿐,
결국에는 그가도착할 곳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박유민이 없었다 면 이곳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의 인연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주 올게.”
“응?”
“요즘 내가 좀 바빠서 자주 못 들 린 것 같다. 앞으로는 자주 올게.”
박유민이 매우 어색한 표정을 짓 더니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으응…… 진호야.”
“음?”
“내가 이제 테스트도 해야 하
고
“그…… 같이게임하면 즐겁기는 한데. 내가 지금 노는 것 보다는 연 습을 해야 해서……
“그러니까 그…… 음.”
“……갈게.”
“그래. 잘가.”
격렬히 손을 흔드는 박유민의 배 웅을 받으며 강진호가 터덜터덜 걸 어 피씨방을 나왔다.
세상에는 믿을 놈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