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69)
마존현세강림기-470화(468/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21화)
5장 사냥하다 (1)
“움직였습니다.”
사이토의 얼굴이 철갑이라도 씌운 듯이 딱딱해졌다.
“목적지는?”
“서해 어딘가로 보입니다.”
“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사이토는 입을 열지 않고가만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이즈미는 사 이토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시 간이 급박하다는 것은 사이토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재 촉해서 그의 판단에 오류를 만들 필 요는 없다.
“이유 없이 서해로 움직인다……. 함정일 확률은?”
“총회에 움직임이 없습니다.”
“총회 외에 숨겨둔 조직은? 강진호가 자체적으로 키운 조직이나, 총 회에 숨겨진 비밀 조직이 있을 수
있다.”
“강진호는 자체적으로 조직을 키 운 적이 없습니다. 강진호가 처음 무인계와 얽히던 순간부터 우리는 강진호를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그런 조직이 있다면 벌써 드러났을 겁니다.”
“일리 있다. 다음.”
“총회의 숨겨진 조직은 이미 밝혀 졌습니다. 이중걸의 사조직과 방진 훈의 사조직은 이미 그들 간의 충돌 이 벌어졌을 때, 그 정체를 드러냈 습니다. 이 이상의 비밀 전력은 존 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숨겼을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영남회와의 충돌 때 드러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비밀 전력은 없었습니다. 각 회의 명운을 건 싸움에도 동원하지 않아야 할 조직이 있을 리 없습니다.”
“ 알았다.”
사이토가 다시 눈을 감았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토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얼굴을 일그 러뜨렸다.
“알고 있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강진호쯤 되는 놈이 우리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최선을 다해 숨겼습니다.”
“그래도 알고 있다.”
사이토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오이즈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이러니하군.’
강진호를 쳐서 한국이라는 넓은 땅을 손에 넣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사이토 겐지다. 오이즈미를 비롯 한 모두가 아연해할 때, 그 계획을
밀어붙이며 나나호시 구미가가지고 있던 일본의 영역마저 깔끔하게 포 기했다.
나나호시 구미의 영역을 다른 구 미들에게 미끼로 던져 주고 그 영역을 얻기 위해서 다른 구미들이 각축을 벌일 때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한국을 유유히 차지하겠다는 계획.
한국이라는 땅을 미리 차지할 수 만 있다면 한국에 크게 관심이 없는 다른 구미들은 나나호시 구미와의 충돌을 감수하면서 한국을 넘보지 않을 것이라는게 사이토의 설계였다.
그 과정을 위해서는 강진호의 제 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강진호를가 장 고평가하는 것도 사이토라는 점 이었다. 강진호를 제거하자고 한 사람이 강진호를가장 고평가하는 기 이한 상황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 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 면서도 홀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 동하고 있군. 그것도 충분히 시간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말이야. 이게 뭘의미할까?”
“생각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과도한 생각은 때로 시기를 놓치게 만들지. 하지만 생각이 많아서 나쁜 것은 없다. 소심할 정도의 신 중함이라도 무모한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지.”
“ 예.”
고민에 빠져 있던 사이토가 한숨을 내쉬었다.
“갈 수밖에 없는가.”
이게 함정이라 하더라도 갈 수밖 에 없다. 이 이상의 기회는 다시 오 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의 반응을 미리 다 예 상하고 강진호가 움직였다면, 혹은
강진호를 움직인 이가 있다면…… 몰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만큼이나 먹음직한 미끼를 사용 한다면 함정이 얼마나 거대하고 무 서울 것인가.
미끼인 줄 빤히 알면서도 사지로 걸어 들어가게 만들다니.
“그래, 들어가 주지.”
사이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결국에는 호랑 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살아 나올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그 들의 능력에 달린 것이다. 사이토는 심혈을 기울여 키워온 나나호시 구
미의 힘을 믿었다.
“준비해라. 뒤를 쫓는다.”
“예!”
오이즈미가 뛰듯이 밖으로 나가자 사이토는 애도를 들어 천천히도집 에서 꺼냈다. 푸른색의 검면(劍面)을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음이가 라앉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일.’
절대적인 전력의 차이 앞에서는 어떠한 계획도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래봐야 조선의 무인이다.”
단 한번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
지 않은 조선이 아닌가. 자신들이 이 땅을 지배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사이토는 천천히도를 밀 어 넣고는 허리에 찼다.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부우우우우웅.
강진호는 과감하게 액셀을 밟았다. 최근에는도로에서 폭주하는 걸 자제하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제한 없이 달리는 중이었다. 강진호가 힐 끔 고개를 돌려 보조석에 놓인 짐을
바라보았다.
‘조금 들뜬 것 같은데?’
홍분했다는 말을 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평시에 비해서 살짝 고 동이 빠른 건 사실이었다.
액셀을 밟는 그의 머릿속으로 이 현수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방어하는 쪽이 유리하다.”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틀린 말입니다.”
“……”
“기본적으로 그런 인식이 퍼져 있죠. 공격보다 방어가 쉽다든가, 먼저
움직이는 쪽이 패한다든가.”
“음……”
“예전에는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 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 저는 병법적으로도 그게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다가 망한 나라는 흔하지만, 공격하다 망한 나라는 흔치 않거든요. 수나라 같은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매우 독특한 케이스죠. 보통은 방어하는 쪽이 몇 배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
“글쎄.”
강진호는 순순히 자신의 무식함을
인정했다. 전투에 관한 한은 누구에게도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강진호이지만, 그게 전투에 통달했음을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전투는 본능에의존한 바가 컸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 한다. 그가 예측하는 것은 상대의 반응이었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전술가는 될 수 있어도 전략가는 될 수 없었다. 세력과 세력의 싸움에 들어가면 강진호보다 큰 것을 봐줄 수 있는 이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투로 인해 잃는 것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국토를 두고 하는 전쟁이라면 국 토가 황폐화됩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시기라면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기 죠. 예를 들면.
이현수가 살짝 뜸을 들였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의도가 아니었다. 이 말을 강진호의 앞에서 한다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이었다.
“친구,가족, 그리고……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친구와가족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강진호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감히 말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등골을 파고드는 냉기에 이현수가 화들짝 놀라 손을 휘저었다.
“일단 진정하시고요.”
“가족?”
“진정! 일단 진정을!”
강진호가 이현수를 빤히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제야 자신을 압 박하던 기운이 사라진 것을 느낀 이 현수가 깊게 탄식했다.
‘죽겠네.’
강진호의 너무 많은 면을 보았다. 그러다 보니 강진호가 기세를 뿜어 낼 때마다 영혼이 옥죄어드는 느낌
을 받았다. 절대로 김석일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의 입장에서는 확고하게 이끌어가 주는 리더의 존재가 절실했다. 아랫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그런 리더가 말이다. 김석일은 그럴 깜냥이 되지 못하는 존재이지 만 강진호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의 판단에서는.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김석일보다 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무섭다.’
성인 남자가 성인 남자를 ‘두렵 다’고 느끼는 것이 이상하고 어색하
기는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뭘 어 쩌겠는가.
김석일은 집요하게도 그를 괴롭혔다. 언제든 그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했고, 실제적 인 위협도 수도 없이가했다. 거기 에 그는 실제로 그걸 행할 수 있는 능력과 심성을가지고 있었다. 독랄 하고 악랄했다.
하지만 이현수는 단 한번도 김석 일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짜 중 난다고 느낀 적은 있어도 말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강진호
는 단 한번도 이현수를 위협한 적 이 없다. 그럼에도 이현수는 강진호가 두려웠다.
이제 강진호가 그를 적대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강진호 에게서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이건 큰 문제였다.
이현수쯤 되는 사람도 두려움을 느낀다면, 평범한 사람은 강진호 앞 에서는 숨도 쉬지 못한다는 뜻이다. 자연히 아무리 강진호가 스스로 개 방적이 되려고 해도 주변이 그를 폐 쇄적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강진호가 무언가 잘못을 하고 방 향이 뒤틀린다고 해도 그걸 지적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극소수 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이현수가 말을 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말이다.
“이미 몇 번은 겪으셨죠.”
“그건 그저 운이 나빴던게 아닙니다. 강진호씨가 자처한 일이죠.”
“자처?”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이 강진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예. 자처입니다.”
강진호가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설명해 보라는 듯이 말이다.
“강진호씨를 노리는 이들은 이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강진호씨 역 시 두어 군데 정도는 짐작을 하시겠 죠.”
대답은 없었다. 또한 이현수도 대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강진호씨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간단합니다. 공격하면 부순다, 건 드리면 죽인다.”
“그건 강진호씨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오해는 마십시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강진호씨는 충분 히 그럴 자격이 있으신 분이니까요. 하지만……
이현수가 살짝 말을 끌었다.
“문제는 다른 이들도 강진호씨의 강함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초기에는 강진호씨를 직접 노리려는 이도 있었겠지만, 이제 그들도 압니다. 그게 무모한 짓이라는 걸.”
“그렇기에 주변을 노립니다. 적어도 강진호씨가 혹이라도 하나 달게 될 테니까요. 그럼 행동이 무뎌지게
되고,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늘어납니다. 지금 강진호씨는 그들이 강진호 씨의 주변을 착실하게 노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는 겁니다.” 이현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대로라면 이 말은 그가 강진호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미 그는 강진호를 그의 친구와 같 이 터널에 묻어버린 경험이 있으니 까.
강진호에게 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이현수에게 좋을 리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해야 한다.
지금 이 타이밍이 아니면 늦다. 지금 말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최상의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 조 직을 자신보다 앞에 두는게 맞다. 조직이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라면 본인의 불이익쯤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현수의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청 마? 아니……
‘청마?’
이현수의 눈에 순간 강진호의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이현수.”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