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0)
마존현세강림기-471화(469/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22화)
5장 사냥하다 (2)
“어려울 것 없는 일입니다. 노출 시키세요.”
“ 노출?”
“네. 강진호씨가 다른 이들과 함 께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럼 알아서 움직일 겁니다.”
“이해가 잘 안가는데? 지금도
나는 노출되어 있지 않나? 딱히 조 심스레 움직인 기억이 없는데……
“아닙니다.”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강진호씨는 문명의 보호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
“길마다 CCTV가 깔리고 사람들 이 모여 있는 이곳은 천연의 방공호 입니다. 특히나 타국에서 온 이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음……”
“그들을 끌어들이려면 그것마저 벗어던져야 합니다. 문명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가야 마음껏 활개를 치 겠죠.”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방진훈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 만, 강진호가 생각하는 이중걸의가 장 큰 업적은 정계와 완벽한 커넥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김석일의 공도 있겠지만 말이다.
과거 관과 무림이 얼마나 적대적 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물 론 과거의 관과 무림의 관계 같지는
않겠지만.
무슨 일이 생겨도 총회와 정부가 나서서은폐하고 막아준다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무인들의 활동 반 경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국에서 들어온 이들은 그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 사실 이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테니까.
“그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는……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호는 보조석에 놓인 커다란 더플백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그라고는 하나 운전 중에 다른 곳을 보는 건 좋지 않은 일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서해를 보며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해가 지는군.’
천천히 해가 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위치는 파악했나?”
“예. 지금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습니다.”
“정보원?”
“차량에 GPS를 붙여두었습니다.”
“잘했다.”
뱅상이 주먹을 꽉 쥐었다.
‘빠져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게 좋을 거다.’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한 사람의 행적을 쫓기 위해서 수많은 정보원이 달라붙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
다. 한 사람의 행적 따위는 소형 GPS 하나로 얼마든지 추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이 유럽이라면 GPS를 부착할 필요도 없었다. 통신사에 연락해 그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위치만 추적 하면 되니까.
권력과 돈만 있다면 못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힘은 드 러난 곳보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 더 욱 유용하게 쓰였다.
“현재 위치는?”
“바다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운치 있는 곳을 고르는군.”
뱅상이 씨익 웃었다.
바다라…….
사람이 죽기에 그만큼 운치 있는 곳도 없었다. 적당한 곳을 잘 수배 했다는 생각에 뱅상이 미소를 지었다.
“좁혀지고 있나?”
“대답이 시원찮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버 스로 이동하고 있고, 그놈은 주제에 람보르기니를 몰고 있어서.”
“……부가티라도 몬다면 용서해 주고 싶은데, 빌어먹을 이탈리아차
를 타는 놈을 용서할 수는 없지.”
왜 거기서도 국적이 나오냐는 말 이 입술까지 올라왔지만 마티외는 입술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러 삼켰다. 지금 그런 것에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다.
‘부가티 설립자도 이탈리아인입니다.’
현재 부가티의 국적은 프랑스지만 말이다.
“속도를 높여.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한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마티외는 신중한 눈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붉은 점을 쫓았다.
‘멍청한 놈.’
강진호의 멍해보이던 얼굴이 떠올 랐다.
조금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 떠올 라 있는 사람좋은 미소. 기묘한 느 낌을 주던 그 얼굴을 말이다.
“그 얼굴이 일그러지게 해주지.”
“시원하군.”
해안에도착한 강진호가 차를 구
석에 세우고는 천천히 해변으로 향 했다. 해수욕장이 아니라 모래사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수평선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 었다.
얼마 전 최연하의 등쌀에 떠밀려 바다를 찾기는 했지만 그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가만히 바다를 보 고 있을 틈도 없었으니까.
아니. 꼭 그런 이유일까?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겠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 겠지. 저 바다가 다르게 보이는 건 말이다.
어둠이 내려앉는 바다에 파도치는 소리가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강진호는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다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쩌라고 했더라?’
찰칵.
불을 붙인 강진호가 깊게 담배를 빨았다.
‘자 어느정도일까.’
누군가 그를 노리고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제 곧 밝혀질 것이다.
“저기……
가만히 담배를 피고 있자 모자를 깊이 눌러쓴 사람 하나가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강진호씨 맞으십니까?”
“ 예.”
강진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출발하시겠습니까?”
“그러죠.”
“예. 그럼 이쪽으로.”
사내가 앞장서서 걷자 강진호는 두 말 없이 사내의 뒤를 따랐다. 사 내가 안내한 곳에는 그리 크지 않은 배가 한척 대져 있었다.
“타시지요.”
“예.”
강진호가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배 안으로 던져놓고는 배에 올랐다. 그러자 사내가 조종실로 들어갔다.
‘확실하군.’
사전작업이 깔끔하다는 것이 특히 나 마음에 들었다.
‘청마처럼 말이야.’
예전의 청마의 방식이 이랬다.
그는 딱히 뭔가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생각하면 된다. 그럼 청마가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 왔다.
특히나 이렇게 미리 사람을 배치 에서 강진호가 지체없이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청마의 특기였다. 이현수의 방식에서 청마의 향수를 느낀 강진호가 흥미롭다는 듯이 웃 었다.
이현수가 청마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확실했다.
청마는 단순히 그의 군사가 아니 었다.
그와 함께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 온 동반자다. 이현수에게 그런 위치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강진
호부터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청마처럼 될 필요는 없잖은가.
배가 파도를 헤치며 바다로 나가 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어스름이 내 린 바다를 바라보았다.
‘할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제대로가주지.
문명이 없는 곳으로 말이야.
“어디냐‘?”
“여기 차가.
“GPS는‘?”
“차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뭘 어쩌라는 말 이냐!”
뱅상이 역정을 내었다.
기껏 바다까지 따라왔는데 강진호가 사라졌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른다.
“찾아!”
“예!”
뱅상의 목이 바짝 타올랐다.
‘기분이 이상하군.’
뭔가 조금씩 어긋나 있는 느낌이 었다. 지금까지 목표를 쫓을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 자국이 아닌 타국 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몇 번이고 휘말리게 된다.
이런 경험을 처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당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뱅상은 직감하고 있었다.
‘뭔가 달라.’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단순 한 착오가 아니라는 느낌. 늑대를 쫓아 길을 재촉하다 등 뒤를 포위해 오고 있는 늑대 떼를 놓친 듯한 기분이었다.
‘멈춰야 하나?’
모든 계획은 이성을 바탕으로 이 루어진다.
하지만 정보의 한계가 있는 현장 에서는 이성보다 직감이 우선될 때가 있다.
이걸 보통 승부감이라 부른다.
지금 뱅상의 승부감이 이상을 호 소하고 있었다. 부자연스럽다는 외 침. 더 이상은 달려들어서는 안 된 다는 외침이다.
그때, 마티외가 달려왔다.
“찾았습니다.”
“어디냐‘?”
“……바다로 나갔답니다.”
“뭐?”
뱅상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마 티외를 돌아보았다.
“ 바다?”
이 밤바다로 나갔다고? 왜?
“새벽 낚시를 위해서 섬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출항 한 배가 하나 있는데, 그 배가 섬으로 갔답니다.”
“이런 빌어먹을!”
한국에 그런 문화가 있다는 걸 그 들이 어찌 알았겠는가.
“낚시라고?”
“……예.”
“이 미친놈 같으니.”
자기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고 태연하게 낚시를 하러가?
여유도 정도껏이다.
머리로 열기가 치솟아 올랐다.
“어떻게 합니까?”
“배는 수배가능한가?”
“예. 통상적으로 예약이 없으면 출항하지 않지만, 바다가 잔잔하니 두 배를 주면 섬으로데려다 주겠답니다.”
“여기에 섬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고데려다 주겠다는
거야?”
“낚시 포인트는 정해져 있답니다.게다가 무인도로 간다고 말을 했답니다. 낚시가가능한 무인도는 몇 개 안 됩니다.”
“무인도?”
뱅상이 얼굴을 굳혔다.
“무인도, 무인도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갑자기 바다로 오더니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들어간다?
‘공교롭군.’
너무도 공교롭다. 마치 그들은 무 인도로 유인하는 듯이.
“이상한 느낌 못 받았나?”
그의 느낌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이리 출발하여 무인도로 들어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 이 말이다.”
마티외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희 입장으로 보면 이상한 일이 지만, 이들에게는 이상할 것이 없잖 습니까?”
“이상하지 않다고?”
“예. 애초에 그런 식으로 밤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있으니 이렇게 배
가 있고 상권이 형성된 것 아니겠습니까?”
“음……”
“이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문화 인 거지요. 저희도 사실 지중해에 요트를 띄우고 노는 이들이 많잖습니까. 성향은 다르지만, 비슷한 거지요.”
그리 들으니 또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어찌하는게 맞는가.’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이상할게 없다. 하지만 그의 본능이 자꾸 우려를 보내고 있었다. 이 이상가
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이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습니다. 이건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완벽하게 강진호를 제 거하고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알았다.”
뱅상은 결심을 했다.
일단 강진호가 바다로 향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단 한가 지만 확인하면 된다.
“배를 확인해라.”
“예?”
“이틀 내에 출항한 배를 모조리 확인해. 강진호의 동료들이 섬에 들
어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 것부터 확인하고 우리가 확보한 배 말고 다른 배를 타고 뒤에서 덮칠 수도 있으니, 출항할 수 있는 배를 묶어놔라. 사람을 남겨두고 배를 타 지 못하게 만들어. 그게 불가능하더 라도 적어도 누군가 배를 탔다는 신 호 정도는 보낼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 할지라도 조금의 시간만 벌면 된다. 그렇다면도망칠 곳이 없는 바다니까. 강진호 하나를 죽이고 빠져나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걸로 간다.’
이성과 본능의 조화였다.
불안함이 느껴진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뱅상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달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요사스레 빛나는 달빛이 천천히 그를 비추고 있었다. 마치 그를 축 복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