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1)
마존현세강림기-472화(470/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23화)
5장 사냥하다 (3)
“여 기입니다.”
배가 천천히 해안으로 다가갔다.
“여기서부터는 배가 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충분합니다.”
강진호는 구석에 던져 놓은 짐을 챙겼다.
“여기.”
선장이 강진호에게 무전기를 내밀 었다.
“기본적으로는 24시간 뒤에 배가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약을 72시간으로 잡으셨더라구요. 맞나 요?”
“그럴 겁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무 전기로 연락해 주십시오. 사용하는 방법은……
“괜찮습니다.”
강진호가 허리춤에 무전기를 찔러 넣었다.
쓸 일이 없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 아프다든가 하는 일 이 생길 수 있으니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는 들어도 모릅니다. 이런 기계에 별로 익숙하지 않거든요.”
“……잠시만요.”
선장이 기어코 강진호의 허리춤에 서 무전기를 뽑아들고는 이곳저곳을 누르기 시작했다.
“보세요. 여기 눌러서 켜고, 여기 이 버튼을 누른 채 말을 하시면 됩니다. 그럼 제 무전기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리고 말씀하시기 전에 이 버튼……
선장이 무전기 위쪽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선장의 무전기와 강진호의 무전기 양쪽에서 높은 비 프음이 울렸다.
“이걸 눌러 신호를 주셔야 제가 듣기 좋습니다. 비프 사오 초 울리 고 아래 버튼 누르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시겠죠?”
“예.”
이 정도는 강진호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과 식량 충분하시죠?”
“예. 걱정 마세요.”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사람이 혼자 있다 보면 별별 일 이 다 벌어집니다. 별것 아닌 일이 라고 적당히 넘기려고 하지 마시고, 꼭 연락 주셔야 됩니다. 보통 혼자 무인도로가시는 분은 저희가 잘 안 받거든요. 안 좋은 목적으로 찾는 분도 계시고 해서요. 이번에는 특별 하게 해드리는 거니까 꼭 문제 생기 면 연락하세요. 바로 옵니다. 아셨 죠?”
“ 예.”
“그럼.”
선장이 말을 끝낸 듯하자 강진호가 지체 없이 물로 뛰어들었다.
풍덩
해안으로 바짝 다가섰기에 발은 땅에 닿았지만,가슴까지 물에 잠기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조심하십쇼. 많이 낚으시구요.”
“예.”
강진호는 선장에게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뭍으로 향했다.
‘좋은 사람이군.’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선의가 있는 사람이었다. 강진호가 바라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걱정해 주는 것만 봐도 말이다.
강진호는 선장이 무사히 육지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다.
첨벙첨벙.
천천히 뭍으로 향하자 눈 안가 득 섬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크네.’
무인도라고 해서 만화에나 나오는,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는 조금 창피하지 만, 동그란 섬 위여 놓여 있는야자 수라든가.
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섬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왜 무인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민가도 있는 것 같은데?’
어둠이 내린 무인도이지만, 그의 눈에는 산 위로 살짝 드러나 있는 슬레이트 지붕이 정확하게 보였다. 아마도 사람이 살던 섬이었는데 어 떤 이유로 사람들이 떠나고 무인도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인식의 차이랄까.’
보통 무인도라고 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은 땅을 말하지만, 생각해 보면 무인도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떠나 이제 더 이상은 살지
않는 땅도 포함하지 않는가.
새삼스레 자신도 무척이나 고정관 념이 심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백 사장에도달했다.
완전히 백사장 위로 올라온 강진호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백사장, 그리고 중간 중간 보이는 커다란 바위.
백사장의 끝은 울창한 나무가 돋 아나 있는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해송이 울창한 숲을 보며 강진호가 천천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올 것이다.
곧
그를 쫓는 이들이 말이다.
달이 구름으로 천천히 숨어든다. 어둠에 밀려나기 시작하는 달빛을 받으며 강진호가가만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 이곳은 문명이 닿지 않는 땅이다.
이곳에도착하는 이들은 알게 될 것이다. 그의 땅에 들어왔다는 것이 무엇을의미하는지 말이다.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뱅상은 한껏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가 생각하는 배의 흔들림과는 다르다. 요트와는 미묘하게 다른 울 렁임에 기분이 미묘하게 나빠졌다.
‘빌어먹을.’
단련한 그의 몸이 뱃멀미에 시달 릴 리는 없다.
그런데 왜 이리 짜증이 난단 말인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따져 보아도 기분이 이리 나빠질 일은 없었다. 그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강진호를 조이고 있었다. 혹시 모를 변수도
모조리 차단한 상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면, 강진호는 지금 그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괜히 슈발리에들이 그에게 불만 스러운 눈빛을 보내는게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강진호는 아직 슈발리에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데 함정에 빠지지 않겠답시고 이것저것을 시켜 댔으니 좋은 시선 이 돌아올 수 없다.
지금 그들이 맞이할가장 확률 높은 광경은 밤낚시를 간 강진호가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맞이하고 죽
는 것이다.
‘그게 정보의 힘이지.’
생각해 보면 강진호는 불쌍한 남 자였다.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생태계가 있는 법.
대양을 살아가고 있는 상어라고 해서 연못을 지배한 황소개구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어느 쪽이 더 강 한가는 몰라도, 어느 쪽이 더 치열 하게 살았는가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니까.
뱅상은 강진호가 치열한 삶을 살 아온 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이라는 수준 낮은 나라에서라 고는 하지만, 한 나라의 무인계를 일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역사와 체계를 갖춘 나라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런 일을 해낸 이가 보통 사람 일 리 없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지금부터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향락을 누리는 것은 물론 이고,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한국이란 나라가 다른 곳에 있었 다면 말이야.’
실제로 동남아시아라든가 아프리
카 쪽의 소국을 지배한 무인들은 왕 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 들이 그만큼 강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그 나라에 관심을 주지 않기 때 문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는 드 러난 세계보다 무인들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유 지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을 알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끔직한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였다.
하지만 누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가.
보츠와나를 지배한 이가 향락과
사치에 빠져들고, 끔찍한 짓거리를 해 대고 있어도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세계니까.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이곳은 뇌관이며, 미사일 발사고 였다. 결코 눈을 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강진호가 한국인이 아니고, 그가 지배한 나라가 한국이 아니라 면…… 조금의 시간은 더 주어졌을 것이다.
결국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오 더라도 이리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진호는 한국
인이었고, 그가 지배한 나라는 한국 이다. 그러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운명이 지정학 적인 위치 때문에 결정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불쌍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목표에 대한 연민을가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뱅상은 고개를 저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상념들을 날려 버렸다.
미묘한 불쾌함이 그의 집중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더가야 하는 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십
여 분이면도착합니다.”
“십여 분이라……
한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이가 지원받은 정보원밖에는 없는 상 태라 바로바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짜증이야 나지만 상황을 이 해할 수밖에.
“지금가는 곳에 강진호가 있는 건 확실하겠지?”
“조금 전, 무인도에 사람을데려 다 놓고 배가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 답니다.”
“보통 그런 것을 공유하나?”
“섬이 많은 바다이다 보니 어민들
끼리 사소한 정보도 나누는 모양입니다. 더구나 이들은 같은 항구 쪽 이라.”
“음…..”
뱅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조금 다스리고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살짝 푸른빛을 띤 그 믐달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도치는 바다 위로 보이는 달.
‘뭔가 요사스러운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광경을 기대했 건만, 되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말았다.
‘이런 밤에는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지.’
뱅상이 이를 악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그는 슈발리에다.
두려움을 모르는 슈발리에가 동양 인 하나 잡는 일에 이만큼이나 불안을 느끼고 있다니.
‘수치스러운 줄 알아야지!’
뱅상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정상 이 아니라고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 지만, 그는 지금 평정을 조금도 유 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권을 마티외에게 넘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순간, 마티외가
소리쳤다.
“저기, 섬이 보입니다!”
차마 결정할 새도 없이 섬이 다가왔다. 마치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바다이다 보니 바로 앞까지 섬이 다가올 동안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 저곳인가?”
뱅상은 어둠이 내려앉은 섬의 모 습에 순간적으로 압도당했다.
“……기묘한 분위기가 나는군.”
바다 위에서 시커먼 섬을 바라보는 경험은 웬만한 이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섬의 모습에 압도된 듯했다.
모터 소리와 파도 소리가 혼란스 레 들려온다.
“섬에 접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합니다. 적당히 다가가면 내려야 합니다. 무전기를 줄 테니 낚시가 끝나면 연락하라는군요. 연락이 없을 시에는 36시간 뒤에 온답니다.”
“음…..”
뱅상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마도 이 섬 안에서 살인이 일 어날 것이다. 섬에 들어갔던 이가 실종되고 그들만 빠져나오는 상황을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뭐 상관없나.’
큰 문제는 아니다. 강진호가 살아 있을 때나 문제이지, 강진호가 죽고 나서라면 운신이 어렵지 않으니까. 강진호는 섬에 남았다고 말하고 나 서 재빠르게 비행기를 타도 되고, 대사관을 이용해도 된다.
일단 강진호만 죽일 수 있다면 이후의 방법은 어떻게든 생기기 마 련이었다.
배가 섬가까이 다가가 적당한 곳에서 속도를 줄였다.
“내린다.”
뱅상이 앞서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를 따라 슈발리에들도 바다로 뛰어들었다. 세 척의 배에 나눠 타 고 온 슈발리에들이 모두 백사장으로 오르자 배가 돌아갔다.
‘이제 돌아갈 곳은 없다.’
망망대해 위의 무인도.
이곳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그들이 죽든지, 아니면 강진호가 죽든지.
오히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떨리던 마음이 한결 진정되는 느낌 이었다.
“진혼곡을 연주하기에 적당한 밤 이군.”
강진호 입장에서는 서글픈 일이겠 지만, 만전의 슈발리에가 문제없이 모두 상륙한 이상 그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어디부터 수색할까를 고민하는 그 순간.
우우우응!
마티외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마티외가 눈을 찌푸리고는 전화를 들었다. 해외 업무를 위해서가지고 다니는 위성전화기는 이런 섬에서조
차 통화를 보장하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온 곳을 확인한 마티 외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바로 전화를 켠 마티외가 다급하게 소리 쳤다.
“무슨 일이냐?”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를 들은 마티외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배가 떴다 고?”
그 순간, 그들 쪽으로 눈부신 스 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