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472)
마존현세강림기-473화(471/2125)
마존현세강림기 19권 (24화)
5장 사냥하다 (4)
해안에서부터 쏘아져 오는 눈부신 빛.
그 빛을 발견한 순간, 뱅상은 일 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빛이 쏘아져 오는 곳은 바다 쪽 이었다. 지금 바다에서 그들을 지켜 보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배를 모두 차단하지 않았던가?”
“지금 깨어났답니다.”
“깨어났다?”
“예. 습격을 받았답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자마자 연락을 했답니다.”
“이런……
뱅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최악이었다. 두가지의미에서.
하나는 그들의 계획이 완전히 틀 어졌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아무리 습격이라고는 하나 그들 역시 슈발리에다. 그런데 제대로 저 항도 못해보고의식을 잃었다는 말 인가?’
한국의 전력이 그만큼이나 강했다 고?
그렇다면 시작부터 모든 것이 잘 못되었다는 뜻이 아닌가.
슈발리에 셋을 남겨두고 왔다. 그런데 그 슈발리에들을 동시에 제압 할 수 있는 전력이 한국에 있다는 뜻이다. 연락을 취할 새도 없이 말이다.
‘빌어먹을.’
뱅상이 주먹을 꽉 쥐었다.
설계가 잘못되었는데 건물이 올라 갈 수 있을 리 없다. 지금 그들은 최악의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미처 대책을 생각할 틈도 없이 첨벙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배에 탄 이들이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배가 한두 척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몰려온 이들도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는 뜻.
뱅상이 굳은 얼굴로 몰려오는 이 들을 지켜보았다.
살짝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본어?’
저건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어가 확실했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어가 왜 나온 단 말인가.
아무리 이곳이 일본 바로 옆에 있는 나라라지만, 각자의 언어가 있 으니 평소에 일본어로 소통을 하지는 않을텐데.
의문은 금방 풀렸다.
어둠에가려 보이지 않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뱅상은의문을 풀 수 있었다. 드러난 이는 정말 전형 적인 일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극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모 습이었다.
머리야 밀지 않았지만, 검은 기모 노와 허리에 찬 일본도가 그가 빼도 박도 못할 일본인임을 증명하고 있 었다.
“프랑스 놈들이 이곳에는 무슨 일 이지?”
유창한 프랑스어에 뱅상이 놀랐다.
프랑스어는가장 앞에 선 남자가 아니라 바로 그 뒤에 있는 남자에게 서 나오고 있었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나?”
“세상에서가장 멍청한 질문이로 군. 그럼 네 귀로 들리는 건 독일어
라도 되는 모양이지?”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뱅상이 입을 닫아버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았다.
“아무 대책이 없는 줄 알았더니, 나름 대책을 세운 모양이로군. 그런데 그게 나약해 빠진 프랑스 놈들이 라니.”
사내.
오이즈미가 나직한 비웃음을 홀렸다.
“서양 놈들과 손을 잡으면 이 상
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나? 멍청하군.”
뱅상이 멍하니 말했다.
“지금 저놈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티외 역시 상황을 인식했는지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일본이 벌써 움직였던가?’
그제야 엘레나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녀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강진호를 감시하고 있다던 그 보고 말이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 그 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최악으로 다가올 줄이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려해야 했다.
“……저들도 강진호를 노리는 건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뱅상은 머리를 돌려 떠나는 배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 빌어먹을.’
이 작은 섬에 슈발리에와 일본 놈들이 모두 몰려 있다. 그리고 아 마 강진호도 있을 것이다.
최악 중의 최악이다.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려고 해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형태가 여기에 있었다.
뱅상은 서서히 뭍으로 올라오는 일본인들을 살폈다.
‘수는 50 남짓.’
그들과 비슷한 수였다.
하나 비슷한 전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아시아는 무인계에 있어서는가장 치열한 곳이다. 동수라면 일본의 무 인을 상대할 수 없다.
자존심이 상해도 현실은 현실이다.
‘충돌은 최악이다.’
이들과 충돌한다면 전멸을 면할 수 없었다.도주할 곳도 없는 이 무 인도 안에서라면 더더욱.
“제안을 하나 하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끝에 뱅 상이 입을 열었다.
“ 제안?”
오이즈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우 리는 이곳에 강진호를 지키러 온 것이 아니다. 강진호를 죽이러 온 것
이지.”
“강진호를 죽이러 왔다고?”
“그렇다. 우리와 그쪽의 목적은 같다. 그러니 굳이 충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이즈미가 조금 이상하다는 투로 뱅상을 바라보다가 사이토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모든 말을 들은 사이 토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뭔가를 지시했다.
뱅상은 그 광경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예감이 좋지 않아.’
순간, 사이토가 그를 바라보는 눈
빛이 결코 곱지 않았다. 최악의 대 답만은 아니길 바라는게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제안은 감사히 받지.”
“그럼?”
“하지만 거절한다.”
오이즈미가 명백한 비웃음을 머금 었다.
“이곳은 우리의 구역이다. 나와바 리 내에 타국 놈들이 돌아다니게 하는 것은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지. 설사 강진호를 이곳에서 놓 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모욕을 감수할 수는 없다.”
‘ 빌어먹을.’
뱅상이 이를 갈았다.
저 동양 놈들의 미학이라는 것은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그런 결론이 나온단 말인가.
합리성이 뭔지 모른다고?
“우리는 자랑스런 대프랑스 제국의 슈발리에다. 우릴 상대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쪽도 피해를 감수 할 수밖에 없을텐데?”
“슈발리에?”
오이즈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그 자랑스러운 슈발리에들 께서 얼마나 강하신지 한번 확인해
볼까? 해안에 있던 놈들 수준이라면 실망스럽겠지. 우릴 실망시키지 않 길 바라지.”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일본의 무인들을 보며 뱅상이 주먹을 꽉 움 켜잡았다.
“강진호와 우리를 동시에 상대할 셈인가?”
“못할 것도 없지.”
“이런……
“뭔가 착각하는 모양이군. 우리가 우려한 것은 강진호가 다른 전력을 숨겨놓은 상황이다. 강진호에다 너 희를 포함한 정도라면 얼마든지 상
대할 수 있지. 그러니 협상은 없다. 이국의 땅에서 죽어가는 것도 나쁘 지 않은 경험일 거야.”
뱅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사무라이, 사무라이’ 하더군, 병 신 같은 와패니즈 놈들이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오늘 깨주지. 동양 놈 들은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말이야.”
“그것참 흥미로운데.”
악에 받쳐 소리치는 뱅상과 다르게 오이즈미와 사이토에게는 여유가가득했다.
싸워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승부의 결과가 어떠할지는 그들은 본능적으로 서로의 전력을 간파하고 있었다.
“어떻게 합니까?”
마티외가 조금 초조하게 물어왔지 만, 뱅상이라고 딱히 다른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싸우자고 달려드는 놈들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세상에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있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 이놈들은 명백하게 후자였다.
“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지.”
“ 하나……
“마티 외!”
뱅상이 핏발이 선 눈으로 마티외를 노려보았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마라. 죽어야 할 곳에서 죽는 것도 무인이다. 슈 발리에의 긍지마저 잊을 참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웅.
마티외가 오른손을 옆으로 뻗자 공간이 일그러졌다. 허공에 마치 물 결이 치는 듯한 문양이 만들어지자 마티외가 지체 없이 그 물결을 향해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허공에 공간이라도 생긴
듯 마티외의 손이 물결 안으로 사라 졌다.
그런 후에 손을 잡아 뽑자 그의 손에는 기다란 장검이 들려 있었다.
“그게 마법이로군. 여간해서는 잘 볼 일이 없단 말이지.”
오이즈미가 흥미롭다는 듯이 아공 간에서 검을 뽑아 드는 슈발리에들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볼 일은 없을 거다.”
“그거참, 무서운 협박인걸?”
오이즈미가 사이토의 말을 번역했다.
“잡기 몇가지쯤가지고 있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너희는 오늘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죽 음으로서 말이지.”
“동양 놈들은 말로 싸우는 모양이 군.”
“좋은도발이야. 그도발에 걸려 들어주지. 쳐라!”
오이즈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안으로 접근하던 일본의 무인들이 맹렬한 기세로 슈발리에들에게 달려 들기 시작했다.
슈발리에들도 검을 움켜잡고 그들 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 뭐지?’
뱅상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멈춘 거지?’
모두가 멈춰 있었다.
그들에게 달려들던 일본의 무인들도, 그리고 그들을 맞아가던 슈발리 에들도. 그와 마티외, 심지어 사이토 와 오이즈미마저 움직이지 않았다.
슬며시 밀려 들어오는 파도가 아니었다면 시간이라도 멈춘 줄 알았을 것이다.
‘왜..,
그때, 뱅상은 한가지를 알아챘다.
시선이 한곳을 향하고 있다. 그들의 앞에 있는 일본의 무인들이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뱅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적을 앞에 두고 고개를 돌린다는 것은 평소의 그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반응이지만, 지금 그는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평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시 보았다.
‘불빛?’
아니, 빛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아 주 작은, 붉은 점.
이곳이 무인도가 아니고, 불빛 하 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 아니었다 면, 웬만해서는 알아챌 수 없을 그 붉은 점이 확연히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작던 불빛이 순간적으로 조금 더 밝게 불타올랐다. 그제야 뱅상은 그 불빛의 정체가 누군가 물고 있는 담 뱃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워낙 어둡다 보니 담뱃불조차 환 하게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담배를 물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곳은 무인도.
그들이 아닌 사람은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저벅.
저벅.
낮은 발소리.
파도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그 발소리는 뱅상의 영혼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어둠이 잔뜩 내려앉아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해송 사이로 강진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도 눈을 떼지 못했다.
“후우우우.”
새하얀 연기를 천천히 뿜어내며 다가오는 강진호를 본 순간, 뱅상은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움켜잡았다.
강진호라고?
이 사내가?
그는 이미 강진호를 본 적이 있다.
공항에서 그들은 웃기지도 않는 첫 만남을가졌으니까. 하지만…….
‘이자가 그 강진호라고?’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 선해 보이던 청년과 이자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뱅상은 절대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라도 이자와 그 때 그가 본 자는 본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그런 뱅상의 혼란을 정리해 주기 라도 하듯이 강진호가 입에 문 담배를 잡아 빼고는가만히 입을 열었다.
“어떤 기분일 것 같나?”
낮은 목소리.
영혼을 잡아끄는 듯 낮은 목소리.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짐작할 수 있을까?”
뱅상은 강진호의 기분을 짐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는게 하나 있었다.
그들의 운명.
분노한 강진호의 손아귀에 갈가리 찢겨 나갈 그들의 운명 말이다.